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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 즐겁게 살면 되는거야 즐거운 인생
schipfied 2007-09-10 오전 3:28:52 15038   [22]

 

 

(미리니름 있고요..)

 

 

 

다 보고나서 든 생각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일 처음 떠오른 건 그거였다. 와, 정말 이렇게까지 힘 빼고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아니, 대충대충 만들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코메디지만 대사와 구도가 촘촘하게 짜여져 있는 [황산벌], 관계와 감성과 암시가 지나칠 정도로 풍부하게 새어나오던 [왕의 남자]를 지나 어깨에 살짝 힘을 뺀 듯한 [라디오스타]. 이 다음에는 대체 뭐가 나올까 내내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리 소문없이 [즐거운 인생]이 눈앞에 펼쳐졌다.


힘빼고 만든 영화.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딱히 알 수가 없다. 이걸 뭐라고 하지. 술렁술렁 넘어간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술술 넘어간다고 해야하나. 이빨로 끊어도 잘 안 끊기는 쫄면이나 장인의 혼이 들어간 수타면 같은게 아니라 아줌마가 대충 말아주면 훌훌 목으로 넘어가는 장터국수 삘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렇다. 하긴, 애초에 별로 어려울 게 없는 영화다. 쉽게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보는 게.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갔는데도 '아하, 그런 계통, 그런 스토리인가'하고 대강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복잡한 상징이나 암시가 걸려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 순서를 꼬아놓지도 않았다. 등장인물 4인의 생활을 그리는 쇼트는 더할 나위 없이 일상적이다. 너무 일상적이라 처음에는 '...뭐야, 이거...영화 찍은거 맞아?' 싶을 정도였다. 현란할 정도로 세련된 연출 기법, 그런 거 없다. 아닌데, 그런데 좋다. 뭐랄까, 이야기 잘 하고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니 뭘 해도 어떻게든 뭐가 되네. 이런 느낌?




 

 
아니, 진짜 그렇지 않아요? 이 자연스러움...



네 사람의 남자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다들 사는게 힘들다. 사회 중심에서 떠밀려 자꾸 외곽쪽으로 밀려나고 있는 인생들이다. 트레일러에서야 '고급백수'라고 나오지만 사실은 철 없고 눈치만 남은 백수 기영(정진영)은 직장에서 짤려 돈이 없다. 성욱(김윤석)은 밤낮으로 택배와 대리운전을 교대로 돌아가며 미친듯이 일해서 애들 학비를 대기 위해 고분군투하지만 한번 떠나간 직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중고파 딜러 혁수(김상호)는 돈은 있는데 가족이 이역만리 캐나다에 건너가 있어 언제나 외로운 기러기다. 현준(장근석)은 집도 있고 깡도 있도 악도 있고, 무엇보다도 한 밑천으로 먹어주는 젊음도 있는데 아니, 이런. 부모 형제가 없네. 없다면 조금 그런가. 엄마는 도망갔고 아빠인 상우는 최근에 돌아가셨다.


궁색하거나, 외롭거나, 힘들거나. 하여간 다들 뭔가가 결핍되어있다. 행복해지기에는 필요한게 하나나, 두개나, 세개쯤 모자라서 도대체 이 인생은 완벽하지가 않다. 하긴, 언제 완벽한 인생이란 걸 차마 바란 적이나 있던가. 그냥 좀 덜 힘들기나 하면 그래도 그런대로 살만할텐데. 그러면 숨통 트일만한 취미 생활도 하며 살고 그럴텐데 '생활', 먹고 살아야하는 이 '생활', 나 혼자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딸린 식구 입 생각해야 하는 이놈의 '생활'에 지쳐 그럴 수가 없는 거다.

 

 



 
 


'생활'에 지쳐 무너져가던 '외곽인생'들의 모임. 그렇게 시작된 이들의 밴드 활동은 위태롭기 이를데 없다. 끝없이 생활에 침식당해 언제 해체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게 무슨 낙관주의 드라마도 아닌데 애초부터 자리가 위태로웠던 생활인들이 밴드한다고 갑자기 팔자가 필 이유도 없는거고, 이십년동안 휴화산모드였던 활화산 밴드가 홍대에서 한방 터트렸다고 갑자기 생활의 문제들이 기분좋게 샥 정리될 리는 없지 않은가. 오늘 공연이 끝내줬어도 내일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걸. 밤늦게 좀 돌아다녔더니 외도 의심을 하는 아내, 애들 학원 끊으라니까 집을 나가버리는 아내에 한국에서 못 살겠으니 이혼하자는 아내까지. 하여간 사는데 걸림돌은 많고 밴드 좀 하겠다는데 반응도 제각각 골고루다.

 

 



 
 


그런데도 그들은 밴드를 한다. 음악에 목숨 걸겠다는 그런 숭고하거나 거창한 이유같은게 아니다. 철이 덜 들어서도 아니다. 살고 싶어서. 하고 싶으니까. 이렇게 안 하면 그렇지 않아도 허망한 인생, 제대로 한번 살아보지도 못하고 휘둘리기만하다가 진짜 '내'가 죽겠으니까 다. 제각기 자기 인생의 막장을 본 사람들이 몸부림친다. 한 때 꾸었던 꿈을 향해 날아가려고. 그 몸짓은 애처롭고, 처절하고 또 눈부시다.



갖춰지지 않아 버거운 인생, 혹은 실패한 인생이 벽에 부딪혀 즐거운 인생으로 바뀌는 것은 어렵지만, 쉬운 것이다. 그게 뭐 별거야. 즐겁게 살면 즐거운 인생인거지. 힘든 인생도 이렇게 잘 버티면서 살아왔는데 즐겁게 못 살 이유가 어딨어. 안 그래? 그러니까 한 때 불타는 화산처럼 빛나는 청춘이었던 모든 어른들에게 건배하자. 그리고 이렇게 말하자. 괜찮아. 당신도 꿈꿀 수 있어. 날 수 있다고. 그리고 젊은 나에게도 말해주자. 괜찮아. 가고 싶은 데로 가고, 살고 싶은대로 살아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뭐, 일단 대강의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사실 이 영화를 봐야할 또 하나 진짜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뭐냐믄...








으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악!!!!!

미쳤어!!!! 왤케 섹시해!!!!!!!!!

 

 


아놔, 이준익 감독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딱 보니까 사근사근하게 웃으면 동생처럼 귀여울 것 같이 생긴 애를 데려다 놓고, 막 틱틱거리고 툴툴거리고 한성깔 하는 연기를 시키다니. 거기까진 좋은데 왜 애가 기타잡으면 돌변해서 캐섹시해지나요. 전 첨엔 하도 죽은 아버지 친구들 대하는 태도가 티껍길래 이 아저씨들이 성공하면 나중에 노래 들으러와서 감동하고 우는 역할인가 하고 '뭐야...그럼 재미읎어지는데' 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얘 손에 기타를 들려주시나요. 왜, 왜, 왜 얘를 리드보컬로 만들어서!!! 아, 진짜!! 영화보다 딸꾹질할 뻔잖아ㅠㅜㅠㅜㅠㅜㅠㅜ!!!

 

 


님드라, 이 녀석에 관한한 트레일러와 포스터는 사기에요. 진챠. 포스터 멀쩡히 4명인거 보면서 아저씨들 망가진 얼굴에 낄낄거리느라 전 오른쪽 아래 구석탱이에 이런 애 나오는지, 누군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스틸컷이 이지경이야. 위의 스틸컷따위, 이녀석 매력의 반의 반도 못 담았어. 어쩜 이렇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던거야. 귀 뒤에서 목까지 문신 으악, 저거, 으악.


멋있어요. ㅠ_ㅠb 노래도 좋고. 아저씨들도 너무 멋져요. 정진영 아저씨야 워낙에 한 연기 해주시고 ㅠㅜㅠㅜ 김윤석 아저씨 그 특유의 생활감 묻어나는 나른한 흐늘거림도 여전하고요 ㅠㅜㅠㅜ 김상호아저씨(...왠지 다 아저씨다..)의 눈물날 것 같이 안습한 코미디도 좋고 ㅠㅜㅠㅜ


아무튼 전 칠천원짜리 입장료 내고 콘서트 가는 기분으로 또 갈거에요.
 
 
 
 
원본글은 이쪽으로

(총 0명 참여)
schipfied
허걱, 전 이거 올려놓고 까먹어서 반응 확인도 못했는데 어느 틈에 조회수 만명이 넘었...

다소미78님// ㅠㅜㅠㅜㅠㅜ 부러워요 부러워요 부러워요 락페스티벌 가셔서 진짜 보셨다니 너무 부러워요 ㅠㅜㅠㅜ

dlqtnf84님// 원래 블로그에 올리려던거라 개인 감상용 반전이 약간...히히 재밌게 잘 보고 오세요 이번엔 모쪼록 노래 좋아하는 분이랑 //-//

jip5님.// 전 왕년에 밴드하던 이모부랑 이모한테 표 끊어드렸답니다. 완전 좋아하시더라는..

windlove0602님// ㅠㅜ 그러게나 말입니다 ㅠㅜb   
2007-09-17 14:24
windlove0602
정진영의 연기는 어제봐도 멋있어   
2007-09-17 12:21
jip5
보면서 발을 들썩 들썩 하게 만들던데.. 부모님 보여드리면 좋아할것 같아요.. ㅋ   
2007-09-17 10:50
dlqtnf84
님의 리뷰에 반전이있네요.ㅋㅋ저도 한번더 보러가려구요.
(시사회장에선 주변에 아줌마부대가 떠들어서..ㅠ)   
2007-09-13 11:04
dasomy78
저는 고대에서 몇일전에 열렸던 렛츠 락 페스티벌에 갔었는데, 활화산 밴드가 와 있더랍니다...님이 미치게 쎅쉬하다던 장군은 실물도 캐 섹쉬하더이다...글구 노래마저 끝내주게 하더이다..^^ 모두들 악기하나 지대로 잡으셨더이다..그래서 저는 내일 꼭 보러갈겁니다^^   
2007-09-11 14:08
schipfied
...아니, 뭐 그렇게 까놓고 재미 있냐, 없냐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두고 물으신다면 관람하지 않으셔도 그닥 문제는 없을 것 같지 말입니다   
2007-09-10 14:02
shelby8318
그리 재밌나?   
2007-09-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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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2007)
제작사 : (주)영화사 아침, 타이거 픽쳐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cjent.co.kr/happ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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