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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비천무
parkmmai 2008-02-08 오후 7:38:43 2669   [3]
묘하게도, <비천무>는 젊은 관객에게 어필할만한 요소가 있다. 슬픈 장면에서는 정말로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이다. 통속적인 대사 몇 개와 상황만으로도, <비천무>는 관객이 호응할 여지를 남겨준다

기대치라는 게 있다. 영화를 볼 때도 그렇다.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을 알면 그만큼의 기대를 한다. 영화가 꽝이라는 소문이 있어도, 출연 배우를 좋아한다면 그래도 약간의 기대를 한다. 배우만 멋있게 나온다면, 그래도 만족할 수 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우는, 딴 게 없다. 신나게, 보는 순간만이라도 정신없게 휘몰아쳐 주기만 하면 된다. <미션 임파서블2>처럼 오락가락하더라도, 액션 장면의 서비스만 충실하면 그런 대로 넘어갈 수 있다. <인디펜던스 데이>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처럼 짜증나는 경우도 있다. 그 영화들은 예고편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건 일종의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기대치는 있다. 블록버스터는 어차피 상품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나 존 맥티어난 등이 가세하면 가끔씩 눈과 마음까지 즐겁게 하는 '걸작' 블록버스터가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킬링 타임용이다. 조연배우들을 적당히 배치하고, 액션과 코믹한 대사를 주기적으로 배치하고, 이리저리 뒤섞어가며 '적당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관객도 그 정도를 기대하고 간다. 예술영화를 기대하고, 블록버스터를 보러 가는 경우는 없다.

<비천무>에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일단 김희선과 신현준의 연기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마이너스 50 정도? 감독은 검증이 안된 신인이니 역시 기대가 없었다. 0. 유명한 원작을 각색한 영화치고 잘된 경우는 거의 없으니, 그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0. 무술연기는 중국에서 해준다니, 엉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 정도였다. 플러스 30. 요컨대 <비천무>에 기대를 걸만한 요소는 거의 없었다. 다만 제작비 40억에 중국 로케이션까지 했으니, 뭔가 볼만한 것이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플러스 20. 총점 0.

결론부터 말하면, <비천무>는 킬링타임용이다. 연기는 엉망진창이고, 스토리 텔링과 편집도 엉망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는 <비천무>가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두 외적인 것이다. 원작과 액션. <비천무>는 김혜린의 만화가 원작이다. 그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 <비천무>가 무참하게 인물들을 평면화시키고, 이야기를 중구난방으로 만들고, 무엇보다 그 아련하고 지극한 감정들을 날려버린 것에 분개할 것이다. 그러나, 김혜린의 원작조차 없었더라면 <비천무>는 어땠을까. <퇴마록>이나 <귀천도>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비교하면 <비천무>의 인물들은, 적어도 공감할 여지가 있고 정당한 동기를 가진다. 원작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블록버스터용의 앙상한 캐릭터들보다 힘이 있다. 준광과 라이 정도의 조역을, 블록버스터에서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타루가조차 한순간 멋있게 보인다. <쉬리>에서 송강호의 캐릭터와 비교해 봤을 때도 <비천무>가 낫다. 스토리 텔링 자체는 중구난방이지만, 원작이 잡아놓은 '이야기와 사건'들은 충분히 흥미롭다.

액션 연기는 전형적인 홍콩영화 스타일이지만, 어쨌거나 볼만하다. 조금 더 액션이 많았더라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비천무>는 요즘 영화라기보다, 70년대 영화 같은 느낌이 든다. 원작의 비장한 감성을 영화 <비천무>는 대단히 통속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렸고, 그건 마치 70년대 무협영화의 비감한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액션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 <황비홍> 시리즈가 적어도 3편까지, 매번 새로운 무술 아이템을 개발하던 것과 비교해봐도 <비천무>의 액션 아이디어는 평범하다.

<비천무>는 평범한 블록버스터다. 감독의 이름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감독이 한 일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사소한 연기지도나, 편집, 대사까지 모든 것이 진부하고 평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천무>는 그럭저럭 볼만하다. 때로 공감도 하고, 액션연기에 빠져들기도 하다 보면 두 시간이 쓱 지나가 버린다. 그런 게 블록버스터의 우선 목표다.

물론 <비천무>는 장인정신도 없고, 깔끔한 마무리도 없다. 상품으로서의 본분을 끝까지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천무>는 젊은 관객에게 어필할만한 요소가 있다. 감정을 지속시켜온 것도 아닌데, 슬픈 장면에서는 정말로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이다. 단지 통속적인 대사 몇 개와 상황만으로도, <비천무>는 관객이 호응할 여지를 남겨준다. 그렇게 잠깐 감정이입을 허용하다가, 잠깐 액션에 빠져들다가 하는 사이에 두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이른바 MTV식 감수성이라고나 할까.

<비천무>는 블록버스터에서, 감독보다 '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영화다. 제리 브룩하이머의 영화가 한결같은, 그래서 점차 함량이 떨어지는 영화를 만들면서도 즐거움은 안겨주듯이.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flyminkyu
그저 그런   
2008-02-1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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