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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앤티크] 원작이 아까워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soda0035 2008-11-09 오전 6:34:44 13713   [3]

 

8일 토요일에 있었던 무대인사 특별상영에 다녀왔습니다. 개봉일보다 한주정도 일찍 보게 되었네요.

뭐 그다지 네타까지는 아니지만 혹시 원작을 전혀 안보신분들은 원작 스토리 얘기가 곧 영화얘기니까

제 글을 안보시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참고로 제 평이 별로 안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오늘

무대인사에 김재욱씨가 드라마 촬영때문에 안 온 거에 대한 앙금이 조금 들어있다라는 것도(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이름을 알린 민규동 감독.

이번에는 감독 특유의 퀴어 코드를 살려 soft BL적 요소를 가진 만화 "안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을

리메이크 했다. 민규동 감독의 두 전작은 모두 동성애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주인공인 두 여고생 간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과 질투를 서정적으로

표현했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커밍아웃 후 부인과 이혼, 아들과 단둘이 사는

중년남성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남자 가사 도우미에게 반해 고백하는 내용이 있었다.

첫번째 시도에서는 동성애의 비극적이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표현했다면 두번째 시도에서는

너무 무겁지 않게 사랑스럽고 포근하게 그러면서도 가족적이게 동성애 코드를 포장했다.

 

 

 

"앤티크"에는 민선우(원작: 오노 유우스케)라는 게이 파티쉐가 있다. 장르를 퀴어쪽으로 치우치게

하고 동시에 "앤티크"를 특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특제소스같은 인물이다.

그런 중요한 인물인 반면 성격은 온화하고 내성적이다. 물론 마성의 게이 버젼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원작의 오노는 대놓고 게이스러움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남자관계가 가볍고 문란하지만 구지 대놓고

여기저기 찝적(특히나 앤티크에서는)거리지는 않았다. 반면 영화에서의 선우는 원작은 오노보다

좀더 캐쥬얼한 캐릭터 같다. 진혁에게 스스럼없이 호감섞인 스킨십을 하고 게이임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느낌이 있다.

진혁의 경우는 원작에서만큼이나 가볍고 개그스럽게 묘사됐다. 주지훈의 그 옹졸한 발성이 참

타치바나스러웠다. 다만 좀 주지훈 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너무 슬림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뭐

전반적으로 캐릭터는 잘 살려내었다.

수영은 이렇다 연기력이 크게 필요한 캐릭터는 아닌데 실제로 영화를 봐도 딱히 연기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없다. 우직한 느낌의 최지호와 싱크로율이 좋다보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원작에서

보다 영화에서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이유는 오노와의 로맨스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오노와 치카게의 썸씽이 동인지(번외)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특이하게 원작자인

요시나가 후미가 직접 동인지를 내고 있음; 요시나가 후미는 일반작품보다 BL작품이 더 많은 작가임)

나로서는 확실히 수영이 좀 많이 짤렸다는 느낌이 강했다.

기범 역의 유아인은 역시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맞아떨어져서 보기에 편했다. 개인적으로 연기는

유아인이 제일 나았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수영을 엄청 구박하는 시어머니같은 역할로 나왔지만

실제로 원작에서는 그 정도로 구박하지는 않았다. 별로 부딪히는 경우도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

원작에서는 "링위의 쟈니스"라고 표현했었는데(실제로 일본 드라마판은 쟈니스 소속의 타키가

맡았었다^^;) 한국에선 "링위의 아이돌"로 대체되었다. 만화와 캐릭터가 가장 비슷한 역이었던 것

같다.

 

 

 

원작에서는 치카게의 딸인 데코가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아예 사라졌다. 그리고 "앤티크"는 본래

타치바나, 오노, 치카게, 에이지...이상 4명의 개인적인 사정이 4권 전체에 걸쳐 느리게 전개되고

그 사이사이에 케이크샵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에피소드가 빠르게 지나가는 식이다. 그런데

영화는 기본적으로 진혁의 과거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다.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은 주연이라는

느낌보다는 조연급으로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예고편만 보면 김재욱(선우 역)으로

굉장히 낚는데 의외로 영화에는 그렇게 많은 떡밥이 없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이 영화를 위해 꽤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화를 보면

타치바나는 굉장히 남의 옷매무새를 잘 정돈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그런 것들이 전부 다 표현

되어서 '아...감독이 굉장히 디테일을 중시하는구나'라고 느꼈다. 번외를 제외한 원작 4권 안에서

는 오노와 타치바나가 굉장히 쌈박한 친구인 것처럼 묘사되었는데 실제로 번외인 동인지까지

읽으면 오노(선우)는 다시 타치바나(진혁)를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선우가 아직도

진혁을 좋아하고 있음을 슬쩍 표현한다. 분명 감독은 동인지까지 읽었던 거다.

 

 

 

이 영화는 솔직히 원작에 비해 터무니없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포인트 몇 가지 컷을 제외하곤

웃기는 것도 없고 떡밥도 없다. 원작자 요시나가 후미 작품을 많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뭐랄까

전체적으로 드라마 같다. 야오이쪽이라고 해서 보기 흉하게 격하다거나 하지 않으면서 끝에선

뭔가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주로 그린다. 그리고 참고로 작가 자체가 굉장히 미식가라 요리에

대한 지식이 깊다. 음...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면, 원작을 두고 리메이크를 하게 되는 경우에

감독은 한가지 고민을 한다. 원작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움을 더할 것인가다. 보통은 후자

를 많이들 선택한다. 그런데 새로움이란 어디에 더해야하는가가 중요한데 영화 "앤티크"는

스토리라인은 원작 그대로 심지어 대부분의 주요 대사조차 원작을 따라간다. 사소한 대사들

중에도 꽤 많았다. 근데 창의력을 영상, 이미지에만 불어넣으려고 하니 얼토당토 않은 합성

화면에 어설픈 뮤지컬 장면을 넣어버린 것이다.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데 있어 이를테면 일본

요리만화 특유의 뭐를 먹었을 때 종소리가 들린다거나, 꽃이 휘날리는 그런 장면들과 같은

만화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장면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나 원작이 만화인데 그럴수도 있겠

다 싶지만은 너무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대체 CG작업은 누가 한건지;;;

게다가 "안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은 사실 만화적 상상력 또는 그러한 화면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원작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원작이 워낙 에피소드 중심이라 이야기에 가지가 많아서 영화에서는 이래저래 캐릭터를 짬뽕한

것이 많았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구난방인 이야기는 어찌해야할지. 정리할 것 다 정리한

구성인데도 보고 있으면 너무 복박복닥거려서 정신이 없었다. 진짜 치카게 딸 데코까지 나왔으면

원작 안 본 사람들은 머리가 터질거다. 그리고 솔직히 주연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못한다. 그나마

외모적인 싱크로율이 되주니까 볼만한거지. 주지훈은 "마왕"때 보여줬던 연기력이 마치 하룻밤

꿈인 것처럼 옹졸한 대사처리(아무리 타치바나스럽게라도 내내 억양이 똑같다, 특히 "이 새끼야!"가;;;)

김재욱은 말할 것도 없다. 쟝이랑 베드씬? 비스무리 암튼 베드씬에서 그 어색함이란...QAF라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쟝과 선우가 노닥노닥하는 거 은근 뽀뽀 타이밍이 어색하게

안맞던데 그런 컷을 영화에 넣은 감독도 참 의심스럽다. 김재욱은 아직 퀴어연기를 하기에는

준비가 덜 된 듯. 유아인은 입에 뭐 물고있는 거 같은 말투만 아니면 좋을텐데 뭐...그건 다른 영화

에서도 그렇더라;;; 그래도 유아인은 연기 괜찮았다. 최지호씨는 연기력...평가할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던 거 같고.

 

 

 

예고편보고 진짜 원작에 120% 충실할 거 같아서 고심 끝에 봤지만 실제로 보니 그 반대여서 난

엄청난 실망감만 안고 돌아왔다. 원작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진짜 주지훈씨, 김재욱씨, 유아인씨

최지호씨 보러 가시는게 아니면 비추천입니다. 그냥 원작의 그 느낌을 사랑하세요. 애니 버젼

그림체가 싫어서 안보는 제가 영화를 본 게 조금 후회스럽더군요.

 

 

 

<추가>

흠...D사이트 평점보면 9.0이상이던데 참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다들 너무 재밌다고 강력추천하는 분위기던데...물론 어떤 것이든 다 개인차가 있지만

솔직히 이 영화 그렇게 잘만든건 절대 아닙니다.


(총 0명 참여)
ysj715
진지한 자세로 영화를 찍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힘이 생긴다.
왜 위기가 온지 아직도 모르는 거 같다.   
2008-11-16 17:07
hc0412
예리한 평단... 그리고 선택은 여러분의....   
2008-11-16 11:33
imiss77
길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았습니다. ㅋㅋㅋ 원작에서는 무겁고 가볍고 그런게 잘 어우러져 있는데 영화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오늘 예매해서 좀이따가 보러가는데 너무 큰 기대는 버리고~ 그냥 즐기는 위주로 보고 와야겠네요. ^^
그러나 저러나 ㅋㅋ 쿼프나 서양골동양과자점 동인지까지 아시고...
동지시네요. ㅋㅋㅋㅋ   
2008-11-15 12:30
qjemfthsu
음.. 역시 원작이 최고군요.. 기대 많이 했었는데...;   
2008-11-14 19:02
shelby8318
그렇군요. 글 잘 봤어요.   
2008-11-09 10:09
1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Antique)
제작사 : (주)수필름, 영화사 집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antique2008.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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