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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처절한 현실 체험기 영화는 영화다
parolez 2008-09-14 오후 4:52:55 2582   [1]

 

[영화는 영화다]리뷰-두 남자의 처절한 현실 체험기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중에서

 

 

#1.편견과 선입견

 

 

"좋아하는 배우의 스크린 진출".온몸의 모공들이 모두 열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맥박수가 급상승하고 가슴이 한없이 부풀어 올라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캐스팅 확정 기사를 읽던 날로 잠시 돌아가 봅니다.얼마나 간절히 바래왔던 일이었던가요.그의 연기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그의 연기적인 모든 역량과 잠재력을 많은 이들에게 증명할 수 있는 영화,라는 공간으로 그가 당당히 걸어 들어간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하진 않습니다.그의 영화들이 전하는,지독히 현실적이어서 자꾸만 부인하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 제겐 굉장히 부담스럽고 불편하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세 편쯤 그의 영화를 보면서 매번 뭔가 찜찜하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기도 하고 머리를 긁적이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했습니다.[나쁜 남자]가 그 최고봉이 아니었을까 합니다.하여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그와 함께 작업을 해온 장훈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은 뜨악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깡패가 등장하는 영화라..개인적으로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싫어합니다.어찌됐든 조폭 영화는 조폭을 미화하거나 피와 살점이 튀는 가운데 최소 조폭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다.라는 메시지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발칙한 것들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왜 저런 작품을 선택했나..?상당히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상대 배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그다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지요.기대반,의심반..캐스팅 확정 기사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크랭크 업,그리고 제작 발표회 기사들을 대하며 영화가 잘 나왔을까,걱정과 기대로 잠을 설칠 정도였습니다.예고 영상을 보았던 순간의 떨림을 잊을 수 없습니다.울컥하고 뭔가가 목구멍으로 밀려 올라왔습니다.제작 발표회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면서 일단 두 배우의 편안하고 구김살 없는 얼굴을 대하니,그동안 힘들었을텐데도 자신있는 해맑은 모습에서 '뭔가 되겠구나.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서 김기덕 감독님과 장훈 감독님께 미안했습니다.역시 편견이나 선입견은,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넣어두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2.영화 속으로

 

 

문화의 불모지인 지방 소도시에 살다보니 시사회나 단체관람은 제게 그림의 떡이요,손에 닿을 수 없어 포기해야 하는 이솝 우화 속 여우의 신포도입니다.부산을 떨어 준비를 하고 혼자 오전 10시 조조를 보러 갔습니다.그간 전문가 리뷰,일반인 리뷰,그리고 각종 기사들을 보며 머릿 속에 나름대로 영사기가 돌아갔었는데 과연 제 머릿 속 영화와 실제 영화가 얼마나 일치점을 가지고 있고 또 얼마만큼의 괴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타이틀 자막들이 눈 앞을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영화는 영화다" 라는 제목은 "현실은 현실이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수타,라는 양아치 기질이 있는,늘 까칠하고 걸핏하면 욕지거리에 주먹도 수시로 날리는 제법 잘 나가는 배우와 강패,라는 영화배우를 동경하는 깡패.수타의 세계는 영화 속이며 강패의 세계는 어두운 조직 폭력배들의 세상이지요.수타가 아무리 쌈박질에 능한 막 돼먹은 깡패같은 사람일지라도 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받는 배우요,강패가 아무리 잠재적인 배우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결국 어둠의 세계에 속한 깡패일 뿐입니다.

 

그런 그들이 서로의 세계를 넘겨다 봅니다.자신이 속한 세상이 아니기에 다소간 동경의 시선으로 마치 관음증 환자가 건너편 이웃집 창문에 가끔 나타나는 아리따운 여인을 훔쳐보듯 그렇게 상대방의 세계를 건너다 봅니다.그리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드디어 서로의 세계를 맛보기로 결심합니다.현실에서 주먹깨나 쓰는 강패는 평소에 동경하던 액션 배우가 됩니다.물론 수타와의 액션 씬에서 연기가 아닌,진짜 싸움을 하는 조건으로..

 

섣부르게 판단하면 이 영화를 조폭이 등장하는 거친 남자들의 액션 영화,라고 단정지어 버릴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나 조폭 영화가 아닙니다.조폭이나 액션은 하나의 도구일 뿐.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이라는 결코 뚫을 수도,무너뜨릴 수도 없는 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그 벽을 깨보고자,무너뜨려보고자 했던 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3.두 남자

 

<강패>

 

 

상당한 흥행 성적을 낸 최신작 [좋은 놈,나쁜 놈 이상한 놈]을 보면 나쁜 놈,창이가 혼자 킬킬거리며 영화를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인간적인 따스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냉혈한,마적 두목인 그도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자신을 잠시 잊어버릴 수 있는지,피도 눈물도 없는 그가 영화를 보며 웃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눈에 잠깐 스쳐 지나가는 뭐랄까,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언뜻 목격했던 것 같습니다.

 

강패 역시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거슬리는 대상을 제거하는 건달이지만 영화를 보는 그의 눈빛만은 순수함을 담고 있지요.영화 배우를 꿈꾸던 그에게 영화라는 것은 어쩌면 잠시나마 전쟁터나 살인 현장같은 현실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는지도 모릅니다.동경의 대상이던 영화 속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옵니다.사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긴장의 연속인 외줄타기와 같은 그의 일상은 촬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그러나 그는 잠시 현실에서 발을 빼내 꿈꾸던 세상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한창 더운 여름 뙤약볕 속에서 감출 것 많은 듯,까만 색 수트를 덥게 걸친 강패는 넘어지고 달리기를 숱하게 재연하지요.감독의 컷,소리만을 기다리며..현실에서 그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로 강한 체력과 주먹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으나 촬영을 해보니 배우,이것도 장난이 아닙니다.하나의 씬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 똑같은 동작을 무한 반복해야 하는 영화 배우의 일이 결코 보이는 것만큼 쉬운 게 아니었던 거지요.

 

자존심도 상하고 생각보다 힘이드는 일인데 언제부턴가 은근히 재미있습니다.함께 촬영하는 미나를 슬쩍슬쩍 훔쳐 보는 일도,오랜만에 그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까만색 수트는 강패의 그늘진 삶을 대변해주는 장치입니다.잘생기고 늘씬한 몸매를 가졌지만,그래서 배우로서의 싹수가 보이는 그지만 기실 그는 깡패 조직의 중간 보스일 뿐입니다.그에게 하루하루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요 그에게 삶은 온갖 오물들과 고물들이 뒤섞인 쓰레기장입니다.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고 돈으로 원 나잇 스탠드를 하는 그.그러나 그의 가슴은 여기 저기 구멍과 생채기로 너덜너덜해져 있습니다.

 

난생처음,세상이 살만하구나..사는 게 즐겁구나.라는 생각도 합니다.호텔방을 전전하며 양말을 직접 빨아 너는 팍팍하고 구질구질한 그의 삶에도 한 줄기 햇살이 비치는 듯 합니다.햇살을 눈에 담고 입에 머금은 채 내내 그렇게 있고만 싶은 강패입니다.금단의 열매는 언제나 달콤하지요.강패가 맛보는 금단의 열매는 단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는 꿀맛입니다.영화를 촬영하며 그는 조금씩 미세한 변화를 경험합니다.한 여자를 마음에 품어도 봅니다.언제나 칼끝처럼 팽팽한 긴장감과 긴박감 속에서 살던 그에게 소위"여유"나 "호기"같은 틈도 생기게 됩니다.아주 미세한 그 균열이 결국 그의 남은 삶 전체를 파괴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수타>

 

 

가공의 세계,허구의 세계 속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살아야 하는 배우 수타.영화 속 그는 건달들과의 격투에도 결코 몸을 사리는 법이 없는 용감하고 당당한 인물입니다.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결코 용감하지도 멋지지도 않은,혹시 누가 볼새라 애인과의 정사도 허겁지겁 해치워야 하는,소심하고 비열하고 용기없는 인물입니다.한편 천상 배우인 그는 자신이 연기에 대해 "뭔가"를 제법 아는,배우라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프라이드가 하늘을 찌르지요.허나 혼자인 것이 두렵기도 외롭기도 한,가끔은 그런 자신이 마치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무미건조하고 영양가도 없는,가공식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환씨의 평소 모습이 저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싸가지 없는 배우를 잘 소화해 냈습니다.본인에게 확인해봐야 할 일이지만 단언컨대 수타의 모습 중 몇몇은 분명 지환씨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배우와 매니저.배우와 감독.배우와 배우.얽히고 설킨 인간 관계들이나 배우 주변의 상황들이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예상이 빗나간 것은 장수타가 최소한 위선이나 가식 덩어리 배우는 아니라는 거지요.그는 자신의 감정,심리에 무척이나 솔직하고 충실합니다.자신을 바짝바짝 약올리는 상대배우를 욱해서 때리고 병원에 입원한 그를 문병하고 나오는 길.상대 배우 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그에게 피켓 시위를 합니다.사과하라고..그러나 그는 그 팬들을 마구 밀치며 차에 타서 일갈하지요."사과 안해!"

 

또 한 장면이 있습니다.감독과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그를 옆 테이블 아가씨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담습니다.처음엔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제법 예의 바르게 말하던 그가 급기야 욕까지 섞어 그녀들에게 소리를 꽥 지릅니다.그녀들도 질세라,재수없다를 연발하지요.재수없다..수타를 네 글자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합니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수타의 영화에 대한 애정과,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의식과 책임감,내지는 프로의식이었습니다.욱하는 성질에 상대 배우를 다치게 해서 영화를 접네 마네,라는 지경까지 이르자 자신이 나서서 상대 배우를 캐스팅하려 동분서주합니다.게다가 그저 쓰레기같아 보이는 깡패,강패가 촬영을 하면 할수록 점점 극중 인물에 몰입하면서 급기야 감독에게 찬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자 자존심이 무참히 무너지고 질투가 뻗쳐 올라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연기가 변화가 없는 배우.그래서 앞으로 발전이 불투명한 배우.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배우.이 얼마나 배우에게는 치명적으로 굴욕적인 말입니까?배우로서의 자존심이 충만한 수타에게 이런 표현들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습니다.이번 영화에서 그의 미션은,연기에 있어서 한 단계 도약한,능력있는 배우로서의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봉감독이 그토록 간절히 외치는 리얼하게!!수타는 그 리얼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합니다.몸을 만들고 근육을 단련하고 권투 연습도 열심입니다.장면 틈틈이 수타가 열심히 운동하고 몸 만드는 장면들이 삽입됩니다.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 종반부에서 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며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두 남자>

 

 

두 인물은 다른 듯,같고 같은 듯 다릅니다.거친 야생 동물과(科)의 숫컷 본능이 충만한 남자들이고 주먹을 날려 자신의 답답한 처지나 마음을 표출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고 수타가 다소 산만하다 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기질을 가진 인물인데 반해 강패는 시종일관 무겁고 어둡고 과묵한 조폭으로서의 일관된 기질을 보여줍니다.그러나 강패나 수타,모두 너무나 여리고 섬세한 속내를 가진 남자들입니다.배우,라는 직업.연예계라는 그의 세계는 그의 여리디 여린 감성도,성격도 품어 줄 수 없을만큼 비정하고 냉혹합니다.

 

그간 안하무인식의 행동으로 자신도 모르게 적을 많이 만들어버린 수타는 자신을 비열하게 놀려대는 상대배우와의 액션씬에서 그동안 쌓여 왔던 뭔지 모를 분노와 울분은 상대 배우를 흠씬 두들겨 패는,과격한 행동으로 터져버립니다.뒷수습은 상당히 힘들어지지만 이 일은 그에게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결정적으로 강패,라는 인물과의 조우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지요.

 

수타에겐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스타로서의 삶,배우로서의 삶을 혹 그가 포기한다 해도 그는 자연인으로서 돌아가면 됩니다.그러나 강패는 진짜 배우가 되지 못하면 질척거리는 진흙탕과 같은 조직 폭력배인 상태로 그냥 지내야 합니다.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강패는 끝까지 수타가 부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현실과 허구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수타.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으면 허구의 세계로,허구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으면 현실 세계로 나오면 되는 수타.

 

수타는 스스로를 영화 속의 인물로 설정해 놓고 그것을 즐겨왔나봅니다.영화 속에서 그는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남자입니다.그런 그가 천적같은 강패를 만나고 그와 함께 촬영을 하면서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한없이 나약한 사내.강패는 그에게 강함을 몸소 보여주지요.

 

강패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너무도 혹독한 댓가를 치르는 것과 수타가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는 것은 또다른 냉혹한 현실을 경험케 하는 사건이지요.한 번쯤은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강패.언제나 누가 적이 될지 모르는 긴장이 팽팽한 현실에서 바늘 하나 들어갈 여유조차 없던 그도 한 번쯤은 그 여유와 너그러움을 베풀고 싶었나봅니다.그 댓가는 너무도 잔인하게 그를 짓밟게 되지만요.

 

안타까운 것은 너무도 외롭고 가련한 그들이 서로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냉정한 현실입니다.두 배우의 팬들이라면 백이면 백 모두 엔딩씬에서 눈물을 훔치셨을 겁니다.강패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관객들은 모두 이해합니다.그가 얼마간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담담하게 현실이라는 쓰레기 더미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대성통곡한 팬들도 있을 겁니다.두 남자의 마지막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그 표정,그 눈빛이 독화살에 되어 가슴에 치명상을 입혀서 치유되려면 숱한 시간과 해독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클로즈업 되는 수타의 눈빛과 강패의 눈빛 속에 담겨져 있던 너무도 처절한 현실에 대한 깨달음이,탄식이,안타까움이,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서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손수건도,화장지도 미처 준비하지 못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의자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세상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는 마법의 사다리를 어디선가 구할 수만 있다면.."옛소~"하고 그들에게 사다리 하나 휙 던져주고 극장을 나올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 속을 어지럽혀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디 무거웠습니다.

 

 

#4.영화 속 잔 재미들

 

 

 

아시다시피 두 배우의 훌륭한 기럭지와 잘생긴 마스크는 이 영화의 큰 매력이자 강점입니다.긴 다리와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인 두 남자 배우가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비는 광경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합니다.극 속의 의상 색깔만큼이나 대조적인 두 배우의 연기 색깔 또한 또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눈빛과 표정으로 많지 않은 대사를 느릿느릿한 일정하게 낮은 톤으로 처리하는 지섭씨의 묵직한 연기와 다소 하이톤의 비열한 목소리로 마치 배설하듯 수시로 욕지거리를 내뱉고 빠른 속도로 대사를 전달하는 지환씨의 연기는 대조적이지만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한 가지 더 애드립의 귀재라고 불리는 지환씨의 각종 애드립은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었습니다.강패가 일관성있는 캐릭터를 견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수타는 점차로 변화하는 캐릭터입니다.따라서 순간 순간 터지는 그의 애드립을 알아 차리는 것도 나름대로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를 직접 보기 전에 영화 스틸들을 여러 장 보았는데요,그 중에 촬영장 한 쪽에서 왼쪽에 지섭씨가 오른쪽에 지환씨가 의자에 각각 앉아서 지섭씨는 대본을 보고 지환씨는 PDA폰을 보고 있는 스틸이 있습니다.처음 이 스틸을 봤을 때 배우 소지섭과 배우 강지환이 잠시 휴식 시간에 찍은 사진이라 생각했지요.그런데 서로 정답게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웃고 있는 것도 아닌,분위기가 굉장히 싸늘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를 보니 그게 영화 속 영화 촬영 스틸이었던 거에요.그러니까 지섭과 지환이 아닌,강패와 수타였던 거지요.분위기가 싸늘했던 이유를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알게 되어서 혼자 쿡쿡대고 웃었습니다.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관람했지만 그들이 찍은 것은 각기 다른 두 편의 영화였으니..이런 액자식 구성의 영화가 이토록 수많은 아이러니와 재미난 장치들로 다가올 수 있다니,매우 유쾌한 에피소드였습니다.

 

 

봉감독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요.리얼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분같아요.영화 속 봉감독이 그토록 외쳐대는 리얼~을 이 배우가 확실하게 보여주더군요.어쩌면 사투리도 그렇게 정확하게 구사하시고 영화 감독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연기하시는지,아마 꽤 오랜 기간 동안 주변 감독님들깨나 귀찮게 하셨을 것 같습니다.장훈 감독님이나 김기덕 감독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이었을지도 모르겠구요.

 

 

극 중 영화 엔딩씬인 갯뻘 격투씬은 영화의 백미입니다.과연 시나리오대로 "그"가 이길 것인가,아니면 현실은 냉혹하니 "그"가 이길 것인가..반전이라면 반전인 싸움의 승자 확인은 영화관에서 하시는 것이 더 좋겠지요?개인적으로 이 갯뻘 격투씬부터 울기 시작하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내내 울었습니다.눈물이 워낙 많은 까닭도 있지만 두 사람에게 완전히 감정이입된 것이 그 주된 이유겠지요.그런 의미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구요.

 

 

#5.잡설-오버랩되는 한 편의 영화

 

 

 포인트 브레이크(한국 상영 제목:폭풍 속으로)1991년 작.

 

줄거리

 

파도 타기와 스카이 다이빙과 같은 모험적인 스포츠를 좋아하는 보디(패트릭 스웨이지)는 뜻이 맞는 사람들을모아 전세계를 여행하는데, 여행 경비는 은행을 털어서 조달한다.대학 재학 시절 최고의 풋볼 쿼터백이었으며 이제 막 FBI 수사관이 된 자니(키아누 리브스)는 L.A. 지부 은행 강도 담당 부서에 배치된다. 오랜 경력을 지닌 파파스(게리 부시)와 팀을 이룬 자니는 은행털이범이 파도를 타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수사 때문에 파도타기를 배우던 자니는 보디와 매우 친해진다.그러나 결국 보디가 은행강도임을 알게 되어 보디를 추적하는데...

 

 

 

 

 

 

 

보디와 자니.

이 두 남자를 기억하십니까?더티댄싱으로 한국 여성 팬들을 극장에서 무수히 쓰러뜨린 무시무시한 전력이 있는 패트릭 스웨이지와 전설의 늘씬한 꽃미남,키아누 리브스의 조합만으로도 기대감 100% 충전이었던 영화.막상 영화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의 200%를 충족시켜주었던 진정한 남자들의 영화.아이러니하게도 이 철저한 남자들의 영화의 감독은 여성이라는 사실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영화.

 

영화를 직접 보기 전,몇몇 기사들과 리뷰들을 읽다가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꽤 오래 전 영화지만 그 여운이 지금까지도 가슴 한 구석을 시리게 하는 영화,[폭풍 속으로]..극중 범죄자들의 우두머리격인 보디를 자니는 동경하게 되고 그에게 동화되지요.동경이 동화가 되는 과정에는 분명 "이해"라는 다리가 필요합니다.영화 스틸 중 자니가 보디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100%동경의 시선,내지는 존경의 눈빛입니다.비록 범죄자이긴 하지만 진정한 남자로서의 매력과 멋이 있는 보디.위험을 무릅쓰는 스포츠를 그와 함께 즐기며 자니는 보디에게 동화되고 그의 세계를 이해하게 됩니다.

 

만인이 이구동성으로 최고의 엔딩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영화의 엔딩 장면.거대한 집채만한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보디.그런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자니.보디는 비로소 자유의 참맛을 맛보고 있었을까요?자니에게 보디는 이미 자신이 쫒는 범죄자가 아닌,진정한 친구이자 삶의 스승이 되어있었습니다.아직까지도 제겐 최고의 엔딩으로 남아 있는데요 이젠 영화는 영화다의 엔딩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6.그래!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사실 처음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 머리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무슨 영화 제목이 이래?'라는 최초의 생각에서 시작된 의구심은 '제목이 너무 임팩트가 약하다'라는 걱정을 넘어 '에이,제목 좀 바꾸지?'라는 불만으로 이어졌지요.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영화의 제목이 왜 "영화는 영화다"일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되었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하는 제목 작명 센스에 감탄했습니다.

 

강패와 수타의 가혹한 현실 체험기를 보면서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져왔습니다.거칠고 강한듯 보이는 두 사람은 기실 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는 꽃사슴처럼 여리디 여린 깨어지기 쉬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라는 것.그리하여 그들에게 삶은 언제나 너무도 가혹한 아스팔트같다는 사실 때문에 자꾸만 서글퍼졌습니다.

 

두 남자의 가혹한 현실 체험기.그 체험이 두 사람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일장춘몽을 꾸듯 강패에게 영화 촬영이 남긴 것은 쓰레기장 같은 현실에 대한 재인식 쯤일 것이고 수타에게는 까칠하고 비겁했던 껍질을 벗고 제대로 된 자아를 찾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풍차를 향해 뛰어 들었던 돈키호테처럼,무모한 꿈꾸기를 감행한 두 남자에게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두 주인공의 현실 체험기이자 두 배우에게 있어서 다소 특별한 영화 체험기가 된 영화[영화는 영화다].유혈이 낭자하고 잠깐잠깐의 정사씬이 있어서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아니라 한창 현실보다는 이상과 꿈을 쫒아야 하는 미성년들에게 다소 해로운(?) 영화기 때문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판정에 동의합니다.전문가들과 영화 팬들의 좋은 평가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영화이니만큼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진부한 듯 보이는 이면에 참으로 독특한 발상과 진지한 메시지를 담은 멋진 작품을 좀더 많은 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어줍잖은 리뷰를 가름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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