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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에 흔들리는 형제 유레루
kharismania 2006-10-04 오후 4:35:18 1020   [3]
미국의 조직 구성 전문가인 바바라 햄필은 무질서는 결정을 뒤로 미루기 때문에 생긴다고 했다. 무질서. 그것은 일종의 흔들림 현상과도 같다. 흔들리는 상태는 불안정성 그 자체이며 그것은 질서가 없는 혼돈과도 같다.

 

 그대가 믿고 있는 가족의 얄팍함은 어떠한가.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 거주하며 그 소규모 단체의 강한 연대감안에서 안주한 채 살아간다. 사실 가족. 혹은 그안의 형제나 자매는 서로에 대해 민감하다. 누구보다도 믿기 때문에 어쩌면 누구보다도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상대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믿는 상대에게 발등찍히는 고통. 그것은 육신의 상처보다도 긴 일사불란한 마음의 지속때문이다.

 

 형제는 누구보다도 두텁게 서로를 감싼다. 하지만 빙하의 부서짐이 작은 금으로부터 출발하듯 그 두터운 형제애의 파열음도 어느 한 순간의 계기로 무너져 내릴지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누구보다도 긴밀하다고 여겼기에 더욱 더 그 균열의 속도는 가속성을 지닐 수도 있다. 찰나의 작은 흔들림. 그것은 균열에 대한 예고. 혹은 파괴의 신호.

 

 타케루(오다기리 죠 역)와 미노루(카가와 테루유키 역)는 형제다. 끈끈한 형제애로 둘은 서로를 보호하거나 의지한다. 형은 언제나 동생 편이고 동생은 언제나 그런 형을 두둔한다. 하지만 동생과 형은 서로에게 짓는 그 웃음의 내면에 숨겨진 상대방에 대한 모종의 제스쳐를 숨기고 있다. 한여자를 둘러싼 순정과 내연의 관계에서 끈끈하던 형제애는 미묘한 균열을 예감하게 된다.

 

 형제든 자매든 부자지간이든 모녀지간이든 가족의 형태로 묶여지는 관계는 서로에 대한 쌍방적인 애정의 교류를 토대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급과 수요의 차별성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뻇는 자와 뻇어가는 자. 타케루는 형에게 많은 것을 항상 받는다. 그리고 미노루는 많은 것을 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공급과 수요의 관계를 뛰어넘는 강탈행위로 발전하기도 하고 콤플렉스적 귀결성을 성립시키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형제의 사이에 놓여있던 치에코(마키 요코 역)는 형제의 팽팽하던 우애에 줄다리기를 시도하게 한다. 그리고 그 줄다리기는 결국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다리위의 흔들림은 모든 상황을 일순간에 파국으로 몰며 이야기의 흐름안에 미묘한 신경전을 쌓기 시작한다. 흔들리던 다리. 그 다리를 먼저 건넌 타케루. 타케루의 뒤를 좇는 치에코. 그 치에코를 잡는 미노루. 그 모종의 삼각관계는 흔들리던 다리위의 혼란스러움을 법정으로 옮긴다. 그녀의 추락사. 그리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미궁의 혼란.

 

 하지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 해결의지를 보이는 것은 동생이다. 타케루는 자신이 목격한 그 상황에서 도피하지만 형의 결백을 주장한다. 자신이 본 상황. 자신이 주장하는 형의 결백.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과연 타케루가 본 상황에 대한 진실. 그리고 그가 토해내는 진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가 원하는 것은 그의 형의 결백인가. 혹은 그의 형에 대한 두둔인가. 거짓을 포장해서 결백을 만들어내기 위함인가. 혹은 진실이기에 결백함을 주장하는가.

 

 상황은 그를 중심으로 풀어져나가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그 순간의 모면이었다. 형의 진실을 옹호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죄책감을 삼키기 위한 목적. 그래서 상황은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정작 본인은 핀치에 몰리게 되는 수모를 겪는다. 재판은 형의 비밀을 들춰내지만 동시에 동생의 숨기고 싶었던 사실도 함께 수면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의 형이 알고도 외면했던 진실과 홀로 삭히며 쌓아왔던 자신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다. 마치 흔들리는 다리위의 풍경처럼 교차되는 다리위의 진실 역시 흔들린다. 다리위의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타케루의 흔들리는 마음이 다리위로 묘사된다. 그의 마음속에 몰아치는 유레루가 그를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간다. 그리고 언제든 흔들릴 것만 같은 불안정한 마음에 광풍이 몰아치고 형제의 살갑던 우애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서로에 대한 위선적 웃음의 이면에 자리잡던 감정적 진실과 대면하는 순간 타케루는 유레루(ゆれる)에 휩쓸린다. 자신이 완성시켰던 해피엔딩에 철퇴를 가하며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골적으로 형을 배신한다. 한 순간의 흔들림은 긴 형제애를 침몰시킨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구보다도 소중한 품어짐일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귀속성이 될 수도 있다. 회귀할 수 밖에 없는 공간. 운명적 공동체는 일종의 속박과도 같다. 그래서 가족은 연대해야만 한다. 형제는 그랬다. 서로에게 의지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서로는 서로를 속이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주는 자는 스스로 뺏기고 있음을 알면서도 묵묵했고, 일방적으로 받는 자는 스스로 빼앗고 있음을 알면서도 외면했다. 그 작은 찰나의 균열은 그들의 결정적인 순간에 커다란 흔들림을 부른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지난 세월이 쌓아온 감정의 균열은 그들의 관계를 심하게 일그러뜨린다.

 

 하지만 형제는 재회한다. 가족, 혹은 형제라는 이름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핏줄의 끈끈함이란 정서하에 그들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했을지 우연적으로 서로를 끌어당긴 것인지 몰라도 어쟀든 그들은 재회한다.

 

 과연 그들은 함꼐 갔을까. 혹은 형은 버스를 탔을까. 과연 그들은 자신들을 흔들어버린 그 순간의 기억을 다시 정착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그 흔들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채 속박당할까.

 

 영화는 그들의 화해도 기약없는 엇갈림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 긴 여운 속을 맴도는 것은 욕망의 엇갈림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흔들림 그 자쳬 뿐이다. 모든 것이 이상적이라고 여겼던 관계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는 순간의 타이밍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순간의 감정이 무너뜨린 긴 세월의 공든 우애는 그토록 허망하고 허탈하며 그렇기에 더욱 애잔하고 애석하다.

 

 감정에 사로잡힌자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토마스 아담스-

 

 형제의 우애를 이어주던 다리는 한순간의 흔들림으로 무너졌다. 30여년의 세월동안 쌓여온 우애가 불과 몇시간안에 무너져버렸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심성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가에 대한 단편적인 흔적이다. 긴 세월의 우애도 한순간의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잃어버리면 추락할 수 있다. 우리는 그래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삶을 맴도는 것이고 그 안에서 수많은 후회와 번민을 마주치며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을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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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루(2006, Yureru / ゆれ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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