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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세상을 일깨우는 모성애 열혈남아
kharismania 2006-10-01 오후 6:18:56 876   [1]
이 영화의 제목이 어디선가 들어봄직함이라면 왕가위 감독의 1987년작 동명작품 떄문일지도 모른다. 두 영화는 어쩌면 비슷한 질감의 느낌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옛스러운 정감어린 투박함의 정서를 머금은 듯한 느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냉혹한 정서의 환기와 그 너머로 넘쳐흐르는 아련한 서글픔.

 

 열혈남아. 단도직입적이면서도 명쾌한 느낌의 네글자는 마치 스피디한 활극이라도 보여줄 것 같지만 명쾌함보다는 뭉툭함에 가깝다. 마치 질풍노도처럼 내달릴 것만 같은 예감이 휘청거리는 지점은 바로 모성애의 등장지점부터다. 열혈남아라는 제목이 의미했던 포인트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단지 오늘을 위해 온몸을 불싸르는 일회성 내달림이 화면을 채울 것 같았던 예감은 애잔한 감수성에 속도감을 늦춘다.

 

 영화의 시작은 재문(설경구 역)의 노래로 시작된다. 누군가의 회갑잔치. 시작은 별 대수롭지 않아보이지만 의미심장하다. 재문이 노래를 불러주는 대상은 누군가의 어머니다. 후일담처럼 드러나듯 그에게는 어머니란 돌아가신 추억속 그분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추억담에 눈물 맺히기 전에 가오 망가지기를 걱정해야 하는 조직폭력배의 형님이다. 결핍된 모성애를 등지고 막 살아가는 남자의 일생처럼 열혈남아는 겉보기보다는 속깊은 사연담을 끌어낸다.

 

 영화를 끌어가는 축은 재문과 김점심 여사(나문희 역)이다. 특히 김여사가 등장하기 전의 상황까지만 해도 유머가 가미된 복수적 활극의 정서가 도래하던 영화의 냉랭하던 낯빛에 은근한 화색이 돈다. 어머니가 없는 아들과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만남은 이 영화의 중심 포석에 놓인 감정선을 구축한다. 모성애에 대한 그리움. 간결한 한 문장의 감정은 영화의 흐름과 함꼐 복잡한 상황을 타고 더욱 세밀하면서도 치밀하게 감정을 두텁게 쌓아나간다.

 

 복수를 해야 할 그 놈의 어머니에게서 자신이 잃어버린 모성을 느끼는 재문은 당황스럽다. 하지만 분명 작업은 진행시켜야 한다. 본인은 스스로 믿는다. 자신의 목적 완수를 위해 이용하는 것 뿐이라고 믿지만 머리속의 생각과 마음은 다른 속을 품은 것만 같다. 원수의 어머니에게 느껴지는 결핍된 모성애의 충만감. 그로부터 재문은 흔들림을 느끼고 동시에 삶의 비어있던 귀퉁이에 만족감을 느낀다.

 

 자신의 아들을 죽이기 위해 접근한 것도 모르고 점심은 재문을 아낀다. 퉁명스럽고 욕지거리도 서슴치 않지만 그것은 모두 정이다. 하는 짓이 고와보이진 않지만 밉지 않고 오히려 하나라도 챙겨주고 싶은 것은 소식없는 아들떄문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의 흔적을 재문에게서 느낀다. 하지만 재문이 자신의 아들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알게 된 점심은 묵묵하다. 

 

 어머니와 아들은 모두 다 결핍되어 있다. 죽어버린 자식을 인정하지 못하고 건달 우두머리로 돌아온 자식과 그 자식을 죽이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한 재문까지 모두 다 점심에게는 보듬어 주고 싶은 새끼들이다. 또한 자신의 절친한 동료이자 둘도 없는 친구를 죽인 그 녀석의 어머니에게서 자신의 멈춰버린 모성애의 수급으로부터 갈구되는 충족욕구의 해소감은 자신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망설임을 낳는다.

 

 결국 냉정해야 할 재문은 점심에 대한 죄책감으로 망설임을 낳고 상황은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달을 준비를 한다. 예정된 비극을 향한 영화의 발걸음은 그래서 더욱 긴장이 주입되는 것만 같다.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갈등. 그리고 머뭇거림. 그 찰나의 감정교차는 관객에게 조바심을 느끼게 하는 장치가 된다.

 

 냉정하고 비열해져야 하는 캐릭터가 머뭇거리는 순간 비열함과는 담을 쌓을 것 같은 캐릭터가 변신한다. 이 영화의 터닝 포인트는 변해가는 인간의 성향. 그리고 그 변화를 조장하는 상황의 대치에 있다. 마치 언제 누군가가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조촉세계의 누아르적 정서만큼이나 암울한 현실에 대한 환기가 냉랭한 서글픔으로 도려내진다. 재문이 냉정함의 껍질을 한꺼풀 벗어버리는 순간 치국(조한선 역)은 눈빛에 비열함을 덧씌운다. 그리고 두 캐릭터가 변화를 겪어가는 과정은 세상이라는 틀안에서 자신의 성향을 잃어버리고 쉽게 내던지는 인간사의 서글픈 새옹지마로 다가온다.

 

 어느 누구나 어머니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빚은 자신이 죽는 그 순간까지도 갚을 수가 없다. 하지만 차용증서 하나 없는 그 은혜를 어머니들은 한번도 생색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아들과 어머니, 그 자체이다. 모성의 도착지점이 필요했던 점심과 모정의 근원지점이 필요했던 재문이 만나는 순간 영화에 주입되는 따뜻한 감성은 예정된 비극의 색채를 더욱 진하게 만들고 그만큼의 아련한 슬픔이 배어든다. 파국에 남는건 다시 아들잃은 어머니와 불효자, 그리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옳은 심성. 모든것이 뭉뚱그려져 세상이라는 낯빛을 더욱 서글프게 내동댕이쳐버리는 것만 같다. 냉혹한 세상의 누아르적 정서는 어머니의 모성애와 대비되며 더욱 두터운 비정한 기운을 뿜어낼 따름이다.

 

                    -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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