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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마이너리티 리포트
lkm8203 2006-10-16 오후 5:32:59 1697   [6]
 

마이너리티리포트는 치명적인 오류를 갖고있다.

나는 이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구조의 퍼즐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다.

이 영화를 3번정도 보았을 때, 시나리오상 큰 오류가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오류는 영화 전체가 성립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었다.

 

평소에 글로써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삘을 조금 받았다.

그리고 방금 전, 5번째로 이 영화를 봤다.

그래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오류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영화를 계속해서 좋아할 생각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영화의 주된 골자는 버지스라는 프리크라임의 늙은이가 엔더튼을 죽이기 위해 꾸민 모든 음모였다.

우연히 프리크라임의 비리에 접근해 들어간 엔더튼을 제거하기 위해 버지스가 엔더튼을 함정에 빠뜨린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함정"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엔더튼은 갑자기 자기 자신의 살인예언을 보고 혼란에 빠진다. 화면속에서 분명히 엔더튼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화면속의 사건 장소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사자인 엔더튼도 모르는 장소다. 싸구려 여관 1006호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엔더튼은 그 사건에 충격받아서 경찰국에서 도망치고, 바로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눈 이식을 하고, 마이너리티리포트를 찾기 위해 "아가사"를 유괴한다. 아가사를 데리고 경찰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던 중, 우연히 "화면속의 살해장면"을 발견한다. 바로 그 싸구려 여관 1006호다.

 

그 여관 1006호에서 잔뜩 퍼질러진 사진들이 있고, 그 중에 아들 "션"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 방에 투숙해있던 놈이 범인이라고 직감, 그를 마구 두들겨 팬다. 그 가짜 범인은 버지스가 시켜서 유괴범인 척 연기한 놈이다. 그럼 여기서부터 질문을 해보자.

 

버지스는 무슨일을 한건가? 이것은 두가지로 볼 수있다.

 

첫째. 버지스가 아가사의 꿈을 유도한 경우. 말하자면, 버지스가 완벽하게 살인동기들을 마련하고 엔더튼은 거기 놀아나면서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게되는 것. 따라서 아가사는 엔더튼의 살인을 예견했다.

 

둘째. 버지스가 아가사의 꿈을 토대로 상황을 꾸민 경우. 버지스는 아가사의 꿈을 완전히 분석하고, 살인사건이 일어날 장소에 가짜유괴범을 배치한다?

 

일단 둘째 가정은 말이 안된다. 영화는 버지스가 모든 사건을 유도한 것으로 진행된다. 버지스가 유도한 것은 아가사의 살인예언, 그리고 엔더튼이 그 살인예언을 보고 실제로 살인 비슷한 것을 저지르게 만드는 것.

 

분명 버지스는 가짜유괴범을 고용해서 "1006호에 사진들을 펴벌려놓고 기다리라. 그럼 엔더튼이 나타날 것이다." 라고 시켰을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아가사가 살인을 예언한다. 이게 말이 안된다.

버지스가 가짜유괴범을 고용해서 1006호에서 엔더튼을 기다리라고 했다는 사실...그게 어떻게 엔더튼의 살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건가?

 

이 영화의 인과관계가 복잡한고로,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나를 죽이려는 개똥이라는 남자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나와 개똥이는 친한 친구다. 그런데 개똥이는 내 여자친구를 탐내서 내게 누명을 씌우고 싶어한다고 가정하자.

 

어느날 프리크라임시스템에 내가 도둑질을 저지른다는 예보가 떳다. 화면상으로 어떤 빵집이 있다. 그리고 빵집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 화장실에 간 것이다. 나는 그 사이에 빵집으로 뛰어들어가서 빵을 훔쳐먹는다. 나는 매우 게걸스럽게 빵을 훔쳐먹는다.

 

경찰들은 내가 도둑질 한다는 화면이 뜬 것을 보고, 나를 잡으려 들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빵집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나는 경찰을 피해 도망다닌다. 그러다 멀리 내가 모르는 지역까지 도망가고, 너무나 배가 고픈 도망자가 된다.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 어떤 빵집이 눈에 띈다. 처음 간 지역의 처음 보는 빵집이다. 게다가 바로 그 시점, 빵집 주인이 황급히 자리를 비운다. 화장실로 간다. 너무나 배가 고픈 나는 빵을 훔쳐먹게 된다.

 

알고보니 개똥이가 빵집주인에게 "어떤 시간 자리를 비우면 돈을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한다.

 

이 구성은 마이너리티리포트의 스토리보다는 좀 더 단순하지만, 그 구조는 완전히 같다.

그럼 개똥이가 한 짓이 뭔가? 개똥이가 한 짓이라고는 빵집주인을 매수한 것 밖에 없다. 프리크라임시스템의 나무공을 위조할 수도, 예지자의 영상을 위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개똥이는 천재인가? 아니, 개똥이는 예지자보다 더 미래를 정교하게 예언을 할 능력을 가진 것인가?

멀리있는 빵집주인을 매수하기만 하면, 내가 도둑질을 저지를 거라고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개똥이가 빵집주인을 매수한 것이 완전히 나비효과처럼 번지고 번져서 내가 도둑질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될 것임을 어찌 안단 말인가?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버지스가 한 일은 단 하나다. 불쌍한 거지 한명에게 1006호 여관에 가서 유괴범행세를 하라고 시킨 것. 그랫더니 모든 일이 술술 풀려나가면서 엔더튼이 살인용의자가 되기까지 한다.

 

버지스는 그 모든 것을 알고있을 수가 없다.

 

1006호에 가짜유괴범을 배치하면, 아가사가 엔더튼의 살인을 예언하고, 엔더튼은 그 예언때문에 아가사와 정처없이 도망다니다가 우연히 여관을 발견하고, 그 여관안에 들어가면, 버지스가 의도한 대로 사진들이 펼쳐져있고, 그 가짜유괴범을 살해 직전까지 갈 것이라는 사실.

이것을 아가사보더 버지스가 "먼저" 알았어야 꾸밀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분명히 이것은 오류다. 영화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오류다.

 

세계에 유괴범 때문에 아이를 잃은 아버지는 많이 있다.

 

만일에 내가 유괴된 아이들의 사진을 입수해서 어떤 여관방에 퍼질러놓고 유괴범인 척 행세한다고 치자. 그리고 아이 아버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 언제쯤 아이 아버지가 내 여관방에 뛰어들어올까?

 

아니, 내 여관방에 누구 하나 들어올 일이 생기기나 할까?

 

버지스가 벌인 일이, 과연 엔더튼의 살인동기로 연결되기나 하나?

 

어쨋든. 영화는 재미있게 봤다. 다만 그 복잡한 와중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앞으로도 몇번 더 이 영화를 보게 될 것 같다.

흥미로운 영화였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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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Minority Report)
제작사 : DreamWorks SKG, 20th Century Fox, Amblin Entertainment, Cruise-Wagner Productions, Blue Tulip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minority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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