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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죽음 마저도 갈라놓을수 없었던 사랑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독
asura78 2002-10-23 오후 10:33:21 1537   [2]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절대로 읽지 말아주세요)

아주 오래 전의 일입니다. 이제 두 번 다시는 .. 아니 이제 더 이상 내 기억에서 남아있지 않기를 바라던 그 사람이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습니다. 철부지 어린 시절, 내 입을 더럽혀 가면서까지 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거짓말을 전 그 소녀에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보 같은 사랑(아니 그것이 사랑의 감정이었는지, 그것 조차 지금은 의심스럽습니다)이 그 소녀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게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기억들이 이 영화를 보는 동안 하나둘씩 살아나서 저의 눈을 지그시 감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그 사람과 너무나 닮은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처음에는 저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내 자신이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그 소녀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그 당시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런 후회는 계속 나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나 혼자만의 사랑,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기에 내 가슴은 찢어지도록 아팠습니다. 너무나 닮은 모습을 가진 그 사람을,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사람에 대해서 하나둘씩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점점 내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던 음악을 좋아하고, 그녀가 즐겨보던 소설을 읽고, 그녀가 좋아하던 시가 줄줄 입에서 나올 때는 정신이 정말로 아찔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그녀 앞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 탓일까요? 이제 두 번 다시 그녀는 저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그렇게 말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말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랑이 정말로 그것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가끔은 궁금해집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을 혼자 밖에 모르고 지낸 사람이 타인을 알게 되고 그럼으로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포물선으로 그린다면 어떤 형태일지 말입니다. 영화 [중독]은 그들의 지독하고 불편한 사랑 또한 사랑의 또 다른 방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목소리의 톤이 조금은 불안정합니다. 특히 마지막 5분, 모든 상황을 정리하면서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들은 지금까지 유지하던 긴장감을 한순간의 수포로 만들어버립니다.

영화 [중독]은 마지막 깜짝쇼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감추고 숨기려고만 합니다. 물론 마지막 깜짝쇼는 모든 것을 뒤집고, 처음으로 되돌아가서(왜 첫 장면을 그렇게 시작했는지)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관객들로 하여금 추리하게 만들지만 다소 억지(?)가 많고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깜짝쇼에 대한 강박증을 벗어 던졌더라면,조금 더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영화[중독]은 딱 거기까지만 보여줄 뿐 더 이상 나아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움을 달랠 곳을 찾기 위해 우리는 타인에게 기대고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봅니다. 방황하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못 다한 말들을 가슴에 담아둔체 우리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이별과 만남을 반복합니다. 당신은 누구를 진정 미치도록 사랑해 본적이 있었나고 영화 [중독]은 관객들에게 살며시 질문을 던집니다. 너무나 불편한 사랑 이야기에 중독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이야기가 독약처럼 보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마도 후자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까지 해서.. 상대방의 사랑을 얻고 싶지 않기에... 내 기분만 가지고서, 상대방을 대하기는 싫기 때문입니다. 내가 고지식하기 때문일까요? 만일 그런 식으로 해서 그녀의 사랑을 얻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요? 진실을 알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은체,그저 자신만 사랑하면 되는 것일까요?

그것이 광기인지 사랑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꽤나 불편하게 만듭니다. 무엇이 그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는지,알 수가 없기에 우리의 가슴은 더욱 더 답답합니다. 답은 존재하지만,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영화 [중독]의 결말은 그래서 적지 않은 관객들을 당황시킵니다. 모든 것이 밝혀졌을때,이 영화가 공포영화 처럼 보이는 건 아마 그 때문이겠지요. 유효기간이 지나버리면 바로 버리고,새로운 것을 찾는 인스턴식 사랑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불친절한(너무나 많은 것들을 보여주지 않아서,그리고 조금 모순적이라서)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낮설고 당혹스럽습니다. 다만,오랜만에 조폭이 한명도 나오지 않고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영화를 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족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악몽 같았던 영화 [물고기 자리]가 또 다시 생각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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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2002, The Poi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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