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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독한 여성의 왜곡된 사랑기 피아니스트
dogma 2002-12-24 오후 1:43:14 4908   [27]
일반인의 사랑을 많이 받는 영화나 음악의 대중예술가들과는 달리 같은 음악의 길을 걷고 있지만 고전적 음악을 추구하는 클래식 음악가의 길은 소수의 매니아들에게 환호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독하고 외로운 길임을 흔히들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보면 왕과 귀족의 사랑을 받던 오랜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계층을 이분하는 엘리트 전유의 음악으로서 일반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웬지 부자연스러운 거리감을 만들었고 또 크로스 오버나 클래식 예술가들의 노력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해지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정통적인 클래식 음악은 교양을 목적으로 습득하는 지적유희의 하나일 뿐 즐기는 음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관객의 예상을 조롱하였던 퍼니게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하엘 하네케가 만든 La Pianiste는 2001년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이라는 영화가 관객에게 발행하는 보증수표 같은 작품성과 완성도를 지닌 영화인데 바로 이러한 한 섬세하면서도 천재적인 한 여성음악가의 왜곡되고 변질되어버린 사랑의 방식과 상처를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하였던 감독의 전력을 반영하듯 여배우 이자벨 위뻬르의 빛나는 연기력과 함께 그 고독과 외로움이 혼재하는 쓸쓸한 사랑의 이야기를 관객의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풀어가고 있다.

마흔살의 노처녀 에리카는 예술가로서의 자긍심과 긍지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틀 안에서 딱딱하고 규격화된 공식처럼 자신의 인생을 고독과 함께 지내고 있다. 어머니와 단둘이라는 단촐한 식구라서기 보다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억압적이면서도 뿌리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억압의 사슬은 주인공의 변태적이고 왜곡된 사랑의 방식이 굳어져버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제공자로도 보이는데 변태 비디오샾을 드나들며 자신의 억제된 욕구를 간간이 해방시키는 그녀의 삶은 관객으로 하여금 너무나 차가운 고독감과 동시에 서글픈 동정심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이런 고독한 그녀의 삶에 새롭게 뛰어든 잘생긴 미남 클레메의 등장은 그녀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며 때론 제자의 주머니에 깨진 유리를 넣는 이해하기 힘든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기도 또는 연인 클레메에게 버림받지 않으려 매달리는 한없이 연약하고 섬세하기만 한 여자로서의 면모를 내면의 갈등을 통해 잘 표현해내고 있는데 이런 장면들은 바로 이자벨 위뻬르라는 연기력있는 배우만이 해낼수 있는 이중적인 심리묘사가 아닌가 할 만큼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소름돋을만큼 리얼하며 파라노이아 적이고 히스테리컬하게 그려지고 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보여주고 있는 여주인공의 병적이면서도 피학적인 즉 마조키즘적인 행태는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이해해본다면, 프로이트는 피학성을 지닌 사람은 상대를 자극해서 자신을 벌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처벌받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게 되는데 그 행위의 이면에는 자신이 원하면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식의 전능에 대한 유아기적 환상이 숨어있다고 말했는데 화장실에서 클레메를 주도하는 에리카의 장면들이나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방식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장면들 속에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병증등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상대를 자신의 의도대로 자극하는 일에 실패한다는 것은 마조키즘을 지닌 사람에게는 견딜수 없는 치욕이고 자기애 즉 나르시즘에 상처입는 결과로 진행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주인공 에리카는 성욕 즉 리비도가 외부의 상대를 향하지 않고 오랫동안 억압된 자의식 속에서 자아로 향해버린 나르시즘의 희생자로 생각되는데 제대로 수순을 밟아야할 정신적인 성장기를 고독과 억압 그리고 어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보이지 않는 존재감으로서 왜곡된 형태로서 진행되었기에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랑의 존재의미와 방식은 전혀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남자 주인공 클레메 역시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권위적인 남성의식과 진실한 사랑으로 정신적 장애를 가진 여자를 치유해보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의 욕구와 명예욕만을 채우려는 이기심으로 가득 찬 전형적인 남성 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볼 때 처음에 순수한 듯 다가섰던 그의 모습 역시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모른다고 에리카를 무시하고 그녀의 내면을 인정하지 못한 것을 볼 때 진실한 사랑을 알고있는 사람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가 추구한 사랑이란 것도 정상적인 성행위 방식을 따르는 육체적 사랑에 한정된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형식적 사랑이 아닐까! 애초에 그가 반한 에리카에 대한 환상도 에리카 자신이 외부에 보여지기 원하는 허식적인 우상으로서의 상징 일뿐 진정한 모습이 아니었기에 클레메가 느끼는 사랑도 어쩌면 처음부터 거짓된 것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클레메가 느끼고 원하던 사랑이 그녀 자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었다면 그녀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사랑이 잘못된 것임을 고쳐주고 이끌어주려는 노력부터 보여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하에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는 엘프리트 엘리네크라는 작가의 작품성있는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라 그런지 섬세하면서도 고독한 분위기의 영화 전반적 이미지와 함께 문학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고독한 한 여자피아니스트의 사랑을 조명하며 사람들 사이의 가식과 허구를 파헤쳐 보였고 에리카와 클레메를 통해 보여지는 사랑이라는 절체절명의 화두에 대해서 여전히 물음표를 던진다.

사족: 사람이 정신적인 성장기에 제대로된 사랑을 누리지 못한다면 나타날 치명적인 결과에 대한 리포트 같은 영화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에리카가 보여주는 증상들이 내가 생각하기에 사랑이 모자라서 생기는 병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고독과 자기애로 현시점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대부분의 자화상이 바로 여주인공의 모습과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직 까지 제대로된 짝을 못만나 외롭다는 생각에 가끔 빠져보는 나이기에 에리카의 모습은 바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사랑의 가치관 속에서 상처받는 현대 독신남 녀의 왜곡된 형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총 0명 참여)
eightstarno1
프로이트가 보면 극찬했을 영화인 듯 싶네요... 마치 히스테리 연구 사례를 보는 듯 적나라하게 묘사 했더군요... 글고 하네케 이 감독의 열린 형식의 결말은 정말 저를 오랫도록 괴롭히는디...
그렇다고 이건 뭐 영화를 안 볼 수도 없고 말이지...   
2007-07-2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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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2001, La Pianiste)
제작사 : Le Studio Canal+, Les Films Alain Sarde / 배급사 : (주)블룸즈베리리소시스리미티드
수입사 : (주)블룸즈베리리소시스리미티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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