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팬 애니메이션의 대표 회사라고 할 수 있는 지부리 스튜디오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후 드디어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아니다. [고양이의 보은]은 모리타 히로유키란 신인감독의 작품이다. 하지만 지부리 스튜디오가 제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린 이 영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저팬 애니메이션의 매니아라면 더욱 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먼저 제목을 살펴보자면 보은(報恩)이란 말은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다. 그럼 [고양이의 보은]이 의미하는 것은 고양이가 은혜를 갚는다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양이가 은혜를 갚는다? 우리 나라의 정서상으로 은혜를 갚는 동물은 고양이보다는 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법한테 은혜를 갚은 동물이 고양이라니 선뜻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매일 지루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여고생 하루는 하교 길에 우연히 커다란 트럭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주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고양이는 고양이 왕국의 룬이란 왕자였고 쥐가 담긴 상자들을 하루의 사물함에 가득 채우거나 집 앞을 고양이 풀로 가득 매우는 등 고양이 식으로 보은(報恩)하려고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 밤중에 고양이 왕국의 왕을 비롯한 고양이들이 하루를 룬 왕자와 결혼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고민 끝에 허공에 맴도는 목소리로 인해 고양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바론에게 도움을 구한다.

여기서 바론은 저팬 애니메이션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귀를 기울이면...]이란 작품에서 그를... 아니, 고양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느끼기에 [고양이의 보은]은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고양이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히 모험적이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고작이다. 물론 지부리 스튜디어의 특유의 깔끔하고 온화한 셀 애니메이션에선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미야자키 히데오의 작품처럼 여운을 지니기 보다 그저 안이하게 받아들일 뿐이었다. 게다가 [고양이의 보은]을 소개해주는 여러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화면들이 영화 자체의 화면의 대다수라 한편으론 지루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일반인들보다는 어린애들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영화 보는 내내 뒷좌석에 앉아있는 어린 녀석들이 내 좌석을 툭툭 치는 바람에 영화에 집중할 수 없음을 물론 부아만 치밀어 오를 뿐이었다. 좋은 영화를 많이 제작하는 것도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이지만 극장 안에서의 최소한의 예절도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