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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아따 거시기허네.. 황산벌
ysee 2003-10-12 오후 5:53:58 1178   [8]

감독:이준익   주연:박중훈, 정진영, 이문식, 오지명

<호>[황산벌]아따 거시기허네..

지금의 성인들은 어려서 가장 많이 읽은 서적은 아마도 위인전 일 것이다. 자신의 집은 물론이거니와 친구들 집에 가도, 책장 가득히 꽂혀 있는 위인전집은 책을 읽기도 하지만, 전시용으로 놓아둔 집도 많았다. 틈틈이 시간 날 때 꺼내어 읽었던 각 시대, 각 분야의 위인들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 마음의 양식이 되었고, 나도 성장하면 이런 사람처럼 돼야지 하는 막연한 동경과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하곤 했었다.

세계 각 국의 위인들은 뒤로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유명한 위인들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 공부했던 국사란 과목에서 다시 한번 되뇌게 하여 그 재미를 솔찮이 받곤 했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형성되었던 조선시대는 조선왕조500년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국가가 형성되어 삼국시대의 틀도 있었다. 고구려는 현재의 이북지역에서 국가가 형성되었고, 백제는 현재의 호남지역, 신라는 영남지역에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삼국시대 당시의 많은 위인들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자신의 몸을 받쳐 나라의 위해, 백성을 위해 희생한 모습들이 기록을 통해 구전을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져 우리네가 읽었던 위인전으로 탄생되었던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고 들었던 위인들의 이야기.. 책 속에 들어있던 내용들이 사실이긴 하나, 당시[삼국시대]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표준말이 과연 당시에도 표준말이었을까...? 하는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러한 물음표를 달고 제작된 영화가 바로 "황산벌"이다.

고구려는 이북 사투리(방언)말이 표준말이고, 신라는 경사도 사투리(방언)가 표준말이고, 백제는 전라도 사투리(방언)가 표준말이다. 그러기에 그 유명한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이북사투리를.. 신라의 [김춘추]와 [김유신]은 경상도 사투리를.. 백제의 [의자왕]과 [계백]은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했을 것이다. 아니 사용했다. 어린 시절 누군가 앞장 설 때 "나를 따르라~~!"라는 말을 사투리 버전으로 바꾸면서 "나를 따르랑께~~!" 하면 듣고 있는 친구들 중 " 몬한다카이~~!"란 말로 맞받아쳐 이미 역사 속의 인물들을 영,호남인물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말장난으로 놀이를 하곤 했었다.

이런 위인들이 사투리를 썼다는 가설 아닌 가설[진실이긴 하지만..]을 세워 1400여년 전, 백제와 신라간의 마지막 전투였던 황산벌을 배경으로 퓨전역사 코미디 영화가 탄생되었다. 이미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올 2월에 전해들었을 때 기가막힌 영화의 소재이고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 탄생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고, 중간 중간에 영화의 제작 과정 소식은 기대치를 한층 더 업시켜놓았다. 여러 시사회장에서 간헐적으로 보여진 영화의 예고편은 가만히 보고 듣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대만큼의 작품이 나왔을 거란 생각에 관람한 영화의 본편은 예상 대로였고, 한 층 더 나아가 코미디로 머물지 않고 진한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황산벌의 역사적 배경은 가장 기초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분쟁이 끊이질 않았던 660년에 당나라와의 정상회담(?)에서 감정싸움이 폭발하여 백제와 신라가 맞짱을 뜨게 된다. 삼천궁녀속에 놀아났다(?)는 [의자왕:오지명]은 신라가 쳐들어온다, 안쳐들어온다란 탁상공론을 벌이는 중신들의 싸움에 지쳐, 가장 믿을만한 장수인 [계백:박중훈]을 불러 "계백아 니가 좀 거시기 혀야것다.."로 딱 한마디를 한다. 그리고 [계백]은 처,자식을 죽이고 황산벌로 향한다. 이에 반해 신라의 [김유신:정진영]은 손안대고 코풀 것 같은 [김춘추]의 말을 듣고, 잘 되든, 못 되든 간에 황산벌로 향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종일관 흥미롭고 재밌는 전투가 벌어진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복부의 땡김현상을 느낄 정도로 한없이 웃으면서 관람을 했고, 황산벌 전투가 본격적으로 벌어졌을 때에는 진한 감동도 느꼈다. 위인들의 이야기를 살짝 비튼 영화의 내러티브는 기초적인 반면에 정말로 당시엔 그러했을 것이란 생각이 문뜩 들만큼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한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가장 유쾌하고 통쾌하게 본 장면은 신라군과 백제군이 기싸움을 위한 욕 대항전이다. 이 장면을 유심히 보게 되면 역시 영남은 몸으로 하는 욕이고, 호남은 말로 하는 욕이 현재까지 전해오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최고의 웃음을 전해주었다. 또한 영,호남간의 지역갈등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다. 거기다가 간간이 들어왔던 민요가 응원가로 들려질 때에는 왜 그렇게 신명나는지 발장단을 나도 모르게 두드렸었다.

이렇게 신명나게 진행되는 영화는 본격적인 황산벌 전투를 앞두고 [계백]과 [김유신]의 장기 한 판으로 인해 진중하게 이끌어 간다. [김유신]이 선택한 장기는 전략가로서의 기질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으로 힘을 앞세우는 [계백]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호남지역에서 유달리 많이 사용되는 말이 "거시기"이다. 이런 "거시기"의 의미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신라의 [김유신]은 기름을 안고 불구덩이에 뛰어들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면 이미 백제군은 [계백]이 처자식을 죽이고 나왔기에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고, 그에 반해 신라군은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김유신]은 "거시기"를 알기 위해 장기 한 판을 제안하고 물러날 수 없는 "인간 장기"를 두게 된 것이고, 최고의 전략가답게 "거시기"의 의미를 파악하고 결전을 날을 선택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신라의 화랑 중에 [관창]은 [계백]에게 맞짱뜨러 갔다가 어린 나이라 [계백]은 살려서 돌려보내었지만 끝내는 [관창]의 목을 베었고, 이후 십대의 화랑들은 계속해서 백제군의 진영으로 쳐들어가 전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백제군의 사기는 떨어지고, 어린 화랑들의 죽음을 목격한 신라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백제는 신라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는 것이다.

[김유신]은 장기를 두면서 이러한 말을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고.. 그렇다! 과거엔 국가를 위해, 백성을 위해 전쟁을 치러 살아남았던 국가들이 강한 국가로 남으면서 오늘날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 말은 현대인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이다. 현대는 경쟁사회이다. 강한 자가 경쟁사회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강한 사람이란 것이다. 이것이 너무나도 개인주의로 치우쳐져 문제가 되고 있지만 말이다. 내가 올라서기 위해선 남을 밟아야하고 가차없이 쳐야하는 현대의 경쟁사회 어떻게 보면 우리네 조상들에게서 다시 한번 배워야 하지 않나 싶다. 

황산벌의 전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 정도로 처절하고 슬프다. 동시대에 살았던 이유만으로 의미가 없을지 모르는 전쟁으로 그들은 희생되었기에 불운의 위인들이란 생각이다. 전투가 끝이 나고 [김유신] 앞에 무릎을 꿇린 [계백]의 모습.. [계백]은 처자식을 베어야만 했던 그 시간을 생각하는데, 여기서 또 한번의 놀랍고도 슬픈 이야기가 들린다. [계백]의 아내 역을 맡은 배우는 [김선아]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대사를 치기에 첫 마디에 웃음이 나왔지만 아내의 말엔 영화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을 정도로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 전쟁은 미친 넘들의 짓이다. 명분을 그럴싸하지만 한 걸음 밖에서 바라본다면 진정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싶을 정도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읽고 그것을 영상으로 바라보았던 관객들은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시종일관 재미와 웃음을 주기 위해 끝까지 코미디로 풀었다면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이지만, 황산벌이란 역사적 공간.. [김유신]과 [계백]이란 역사적 인물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었던 [거시기:이문식]를 비롯한 전투병들에 의해 진실된 해학이 담겨져 있는 영화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50자평: 영화의 본편은 예상 대로였고, 한 층 더 나아가 코미디로 머물지 않고 진한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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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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