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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철한 금자씨> 당신, 복수해 보셨어요? 친절한 금자씨
ghkdus 2006-01-18 오후 2:11:22 2489   [9]

-받은만큼 드릴께요-

 

유년시절의 기억 중 누군가 제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대답할만한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일명 ‘예삐 도난사건’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를 한 순간에 도둑맞은 겁니다. 예삐를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해서 몇 날 며칠을 울기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삐를 훔쳐갔으리라 심증이 가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물증이 없으며 제가 어렸기에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었죠. 하지만 “나도 크면 꼭 똑같이 복수 할 테야!”라고 얼마나 원망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람과 마주치면 복수를 다짐하곤 했답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복수하진 못했으나 전 지금까지도 그를 용서 하진 못하고 있죠. 그 사건으로 인해 전 비록 어렸지만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누군가 빼앗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이렇게 눈만 씨벌겋게 칠하고 다녀?"

"친절해 보일까봐....." 

 

 

‘친절한 금자씨’ 이 영화를 보면서 제 머릿속엔 작품성이랄지 흥행성 또는 감독, 배우 이러한 요소들이 떠오른 다기 보단 어렸을 적부터 품어온 제 본성을 들킨 것 같아 심히 부끄러웠습니다. 영화에 대한 작품성이랄지 심오한 이야기들은 워낙 많은 리뷰가 있으니 이 곳에서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저의 관점에서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하니 혹 제 글을 읽고 ‘왜 이런 생각을 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좀 전에도 언급했듯이 금자씨 내용의 핵심은 ‘복수와 구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강아지를 훔쳐간 사람에게 복수를 다짐했듯이 사실 ‘복수’라는 용어는 우리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 얼핏 들으면 좋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많이 실천하는 행동조약 같은 겁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상사에게 부당한 이유로 혼나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해봅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에게 응당히 처벌을 내리길 바라지만 그렇게 못합니다. 그가 나보다 상사이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을 경우 그에 따르는 처벌이 예상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속으로만 생각하죠. 저의 경우엔 “어디 두고 봐! 잘 안됐으면 좋겠다! 길가다 확 넘어져라!” 등 등 겉으론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속으론 온갖 복수의 만행을 저지르는 거죠. 그런데 제게 만약 아무런 해악 없이 복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어떻게 할까요? 바로 여기서 전 첫 번째 의문을 품게 됩니다.

 

만약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갔으며 해악을 끼친 자를 복수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것도 아무런 조건 없이, 난 과연 그를 웃으며 용서할 수 있을까요? 금자씨나 극중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처럼 복수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여러분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설령 그를 용서하진 못한다 해도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며 복수를 선택하지 않은 자가 있다면 과연 그는 결백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no! 상사를 욕하는 작은 마음에서부터 크게는 범죄를 저질러 복수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복수’는 이름만 다르게 표기했을 뿐이지 그 마음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살인은 아주 극단적인 선택이지만요. 그래서 우리는 이 개념과 날마다 알게 모르게 싸우고 있습니다. 복수할 기회와 여건과 시간만 주어진다면 꼭 극단의 처치는 아니라 할지라도 누구나 복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건이 되지 않기에 포기하며 그 감정을 애써 부인합니다. 물론 아주 선한 사람이 있어 자신에게 어떠한 피해를 준다 해도 한번도 악한 마음을 품지 않고 다 용서한다고 하면 제 이야기는 성립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복수의 마음은 누구나 품고 있는 인간의 욕구이기에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복수극을 펼쳤을 때 잔인하다는 영화적 요소보단 통쾌하다 내지는 욕구 해결 측면이 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완벽한 악역으로 묘사된 그역시 구원받지 못할 복수의 대상일 뿐일까?

 

이렇듯 관객입장에서 복수가 정당화되었다 해도 그 이후에 ‘구원’이라는 요소까지 이해받을 수 있을까요? 전 이 부분에서 한참이나 혼란스러웠으며 사실 지금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영화 곳곳에서 예시하는 것처럼 ‘구원을 받지 못했다’가 아닌 정말 금자는 구원을 받을 수 없는가에 한번 생각을 실어보았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살짝살짝 내비치는 종교적인 색채에선 과연 금자의 구원이 이뤄졌다는 건지 아닌 건지 분간이 서질 않습니다. 하지만 전 영화를 떠나서 금자와 사람들의 복수 행위로 봤을 때 그들은 정말 구원을 받을 수 없는 건지 고민했습니다. 물론 종교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살인하지 말라!, 용서하라, 원수를 사랑하라.” 금자와 부모들에게 종교가 있었다면 그들의 선택은 달라졌을까요? 만약 그들이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들은 절대로 구원을 받지 못할까요? 성경구절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악을 악으로 갚게 하지 말고 오직...피차 선을 쫓으라-살전 5:15’ 이렇듯 권고의 말씀은 있으나 악을 악으로 갚았을 땐 ‘어찌될 것이다!!’에 관한 구절은 없습니다. (혹시 있다면 알려주세요.^^) 신앙이라는 것이 본디 권고와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기에 이미 행해진 것을 보고 반드시 어찌된다는 식의 결론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적으로 스스로의 구원을 찾고자 했던 금자는 실패했으니 종교적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이 생긴다는 거지요. 물론 종교를 가지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 봤을 땐 금자가 진정으로 회계한다면 구원을 받으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구원에 완성에 이룰 수 있는가가 의문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회계를 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으니 복수를 해도 괜찮다?! 내지는 종교를 가지고 있으니 네가 아무리 억울하고 참담한 일을 겪더라도 참고 용서해라?!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질 않아서 저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합니다. 영화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살면서 생각해볼만한 무언가를 던져줬기 때문이죠~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은 주절주절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제 모습은 꽤 모범생입니다. 착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하지만 제게 오늘 금자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겉모습은 친절한 빨래비누지만 속마음도 과연 함께 갈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제겐 종교가 있기에 금자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진 않겠지만 ‘친절한 금자씨’ 이 영화 꼭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남아 절 괴롭힐 것 같습니다.

 

복수와 구원, 쉽게 결말 지을 수 없는 사실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평가하는 건 아닐까요? 복수와 구원은 우리가 죽을때까지 풀지 못할 숙제일지도 모릅니다.복수심에 눈이먼 사람을 욕하고, 스스로의 죄악에는 너무쉽게 구원을 바라는 우리에게 이영애씨는 한마디 던집니다. 

 

 

 


(총 0명 참여)
godfather
(이영애는 어찌보면 속죄양인 격이죠...어쨌든 마무리는 짓고 구원은 못받는 처지에 놓였으니...그 딸만은 자유롭길)   
2006-01-18 17:22
godfather
이영화에서 후반부로 가면 , 이영애와 이영애의 딸을 의상색 대비 그리고 흰눈의 대비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영애는 구원받을수 없는 대상...으로서 묘사되고 있는거죠.   
2006-01-18 17:19
godfather
최민식네 집 -텔레비젼위의 요트 , 요트가 갖고 싶었어. 복수는 나의것-작은돌이든 큰돌이든 가라앉기는 마찬가지다. 라는 것들이 기억나네요   
2006-01-18 17:19
ajhy1
금자씨의 행동에 종교적 접근이 더해졌군요...사진이 절묘합니다 그려...너나 잘하세요..   
2006-01-18 14:40
wlsgh
뭔가 철학적인 접근이 담긴 리뷰네요 잘봤습니다.   
2006-01-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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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2005, Sympathy For Lady Venge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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