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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은 아니지만 알토란같은 안타 친절한 금자씨
dolstone 2006-11-29 오후 1:35:27 1491   [5]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5년도 상반기 최고의 코미디영화라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랄까... 작위적으로 개그프로그램에서 '웃어라~ 웃어라~' 이렇게 강요해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그냥 그 순간 자체가 웃겨서 웃는 웃음이라고나 할까? 극장 안 다른 사람들도 참 재미있게 웃는 것 같았다. 물론 아이러니속의 헛웃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하여간 이 '친절한 금자씨'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이영애의 파격변신' 등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었고, 올드보이 만큼의 충격을 우리에게 줄 것인가 등등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전작 올드보이의 여파도 아직까지 남아 있기도 하고 말이다.(아니 그 여파는 어쩌면 영원히 갈 수도)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복수 3부작이라고 하지만, 첫번째 '복수는 나의 것'이 얻게 되었던 관심과 지명도를 실제 영화가 개봉되었을때가 40%라고 한다면 60%는 올드보이의 개봉 이후 '이게 3부작중 2부작이야? 첫번째는 뭐래?' 라고 나중에 역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친절한 금자씨에 모이는 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영화 한편만으로 독립해서 볼 때나,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을 이루는 작품으로 볼 때나 공히 '홈런은 아니고 누가 나중에 뭐라 하지 않는 안타' 정도로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올드보이만큼 우리의 뇌리에 충격을 주지는 않지만, 뭐랄까 무난하다고 할까? 올드보이 이상을 노렸다가 행여 실패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엄청난 역효과(전작에서 쌓아놓은 이미지에까지 여파를 미치게 되는)를 감안한 무난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 평가가 박찬욱 감독과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솔직히 영화만 놓고 본다면 '세기의 명작'이라고 할 사람은 없어도 '잘 만든 영화'임에는 누구도 이견을 주지 않을 것이다. 전작의 후광, 감독의 지명도... 이런 것은 아무래도 영화 자체로서는 후광이기도 하지만 리스크로도 작용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감독의 고민이 엿보이기도 한다.

 

영화 자체는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편집이나 이야기의 얼개도 깔끔하고 새로워서 보는 사람들이 신선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앞에서도 전술했던 위트와 유모어는 자칫 어둡고 답답한 채로 영화를 볼 수도 있었던 관객들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도 자칫 산만하고 어지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나름대로 잘 이끌어 간 것 같다.

 

항간에는 결말에 기대만큼의 대반전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반전은 박찬욱 감독에게 하나의 딜레마였을 것이다. 이미 올드보이로 뒤통수를 한대 세게 맞아서 내성이 생긴 관객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주려면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반전이 필요한데, 반전에만 너무 의존하다보면 영화 자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생각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 보여요"의 식스 센스에서 시작해서 계속 반전에만 매달리다 그 이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샤말란 감독의 예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길은 '안정' 혹은 '중용'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반전은 없다'고 공언하면서 올드보이에서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그렇다고 그냥 끝내기는 아쉬우니까 비틀기를 시도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던 결과물이 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박하게 평가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8,000원짜리 관객의 입장이라면 '뭐 이정도면~'이란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커다란 불만은 반전보다 그 앞에 이야기들에 있다. 복수? 좋다. 13년간의 준비? 다 좋다 이거다. 그런데, 결말을 알고 난 다음에야 최민식이 ["여러"아이들을 유괴해서 죽인 천인공로한 놈.]이지, 금자가 감옥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 때까지의, 아니 오래된 폐교에서 금자가 핸드폰 줄에 매달린 장난감들을 발견하기 전까지 백선생은 단순히(?) 1명의 아이를 유괴해 죽이고 자기 딸을 담보로 금자의 선택에 의해 감옥에 들어가게 된 사람일 뿐이란 거다.

 

그리고, 금자씨가 13년동안 감방에서 치밀한 복수의 계획을 짰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금자씨가 짠 계획은 백선생 집에 '다른 감방 동기'를 침투시켜 위장해서 살게 한 다음 자기가 출소한 후 약을 먹이고 '남이 우연하게 준 권총 설계도'로 만든 권총으로 쏴 죽이는 것 아닌가?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감방 안에서 금자씨가 '직접'한 건 마녀에게 락스를 먹여 죽인 것밖에 없다. 애초에 복수의 계획을 시작하게 된 단초가 된 사제권총 설계도는 노망난 남파간첩이 '그냥' 준거지 그것을 얻기 위해 금자가 일부러 남파간첩에게 접근 한 건 아니다.(아니면 영화에서 설명을 해 주지 않았거나) 또한,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않는 부분인데, 폐교에서 일어나는 희생자를 이용한 금자씨의 화려한 복수는 감방 안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라, 감방 밖으로 나와서 금자씨가 백선생을 잡은 다음에 백선생이 개인적인 복수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말살의 대상이란 것을 알고 희생된 어린이들의 가족들을 불러 기획된 것이란 사실이다.

 

빵집 얘기도 그렇다. 감방 안의 금자씨를 치장하는 수식어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적인 케익을 만드는 금자씨' 도 그렇다. 단순히 사회에 나와서 기거할 방법이 필요했다면 엄청난 케익만드는 실력은 필요없는게 아닐까? 그녀의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개연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영화 마지막에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케익을 대접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야기와 빵집은 아무래도 개연성이 뚝~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차라리 맛있는 케익 만드는 능력으로 백선생 영어학원에 간식을 납품하게 되고, 그걸 기회로 백선생에게 접근했다는 식의 스토리가 더 낫지 않았을까? 감방안에서 사귄 꽃뱀을 남의 집에 작전을 피기 위해 시집보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하여간 이제와서 이렇게 떠들어 봐야 감독이 영화를 다시 만들 리는 만무하고 - 어차피 이런 투덜거림이야 '이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류의 생각일 뿐이니 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지금 나와 있는 영화만으로도 왠만큼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있을 꺼라 생각한다. (칸까지는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고 돈 아까워 안하며, 나와서 같이 영화를 본 사람과 영화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정도에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할 때 '뭐 볼만 해. 후회는 안할꺼야'라고 대답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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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2005, Sympathy For Lady Venge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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