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CF로 대변되는 성실 순수 선함 그 자체의 청년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고수’는 ‘나도 승질 나면 한 승깔 한다’는 듯 무엇엔가 사로잡혀 화가 나도 단단히 화가 난 채 십여 명의 나쁜 놈들을 차례로 자빠트리며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의 한 장면에 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물경, 1만 원 이상의 택시비가 깨지면서까지 무비스트 출장전문요원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용산에 위치한 장윤현 감독, 고수 송지효 주연의 <썸(SOME)(제작:씨엔필름)> 촬영현장.
한석규 심은하의 <텔 미 썸딩>이후 5년 만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가열차게 촬영 중인 장윤현 감독의 <썸>은 100억대 마약이 분실되면서 강력계 오반장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자신의 선배가 진범이 아님을 밝혀내기 후배 형사 강성주(고수)가 묘연하기 짝이 없는 사건의 한 복판에 뛰어든다는 미스테리 스릴러물이다. 미궁 속에 몸을 숨긴 범인을 찾아내는 영화라는 점에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썸>은 박진감 넘치는 ‘리얼 액션’과 데자뷔를 통해 강성주의 죽음을 봤다며 사건에서 손을 떼기를 종용하는 서유진(송지효)을 등장시키며 ‘판타지’한 구성을 가미, 차별화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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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한 장윤현 감독의 말은 이 같은 점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썸>은 사실 아무런 뜻이 없는 말이다. 모호하고 조금은 복잡하고 그런 형식의 느낌이 나도록 불려지고 싶었다. 마케팅팀에서는 무지하게 싫어했지만....ㅋㅋㅋ”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이번 작품 역시 예상대로 그리 단순명쾌한 스타일의 영화가 아님을 장 감독은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컴퓨터 해킹을 주 업무로 하며 마약 유통에도 손을 대고 있는 지하 폭주 조직 피어싱이 사건에 연루됨을 안 강 형사가 피어싱의 대빵인 민재일(이동규)을 다른 조직의 습격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이들의 아지트에서 깍두기들과 일당백의 정신으로 한판 승부를 겨루는 것이 이날 촬영분량으로 고수는 그간 갈고 닦아온 운동 마니아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스크린에 첫 발을 디디는 초짜배우이니만큼 강한 열정을 머리보다 몸으로써 표출하는 것이 이 바닥의 인지상정, 해서 위험한 장면도 대역 없이 웬만하면 자신이 하겠다고 고수는 말했다고 한다. 허나, “스턴트맨도 먹고 살아야지...”라는 감독의 가벼운 일침에 어찌할 도리 없이 적잖이 자중하고 있는 중이라고.
“박카스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강인하고 터프한 형사역이 어울릴까 걱정했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며 평가한 주변의 시선처럼 고수는 이미 강성주라는 단단한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쁨과 동시에 굉장히 큰 울림이 있다. 포스터나 큰 사진에 내 이름과 얼굴이 들어간다는 생각만 해도 잠이 안 온다”고 굉장히 쑥스러워 하며 첫 영화에 대한 소감을 밝힐 만큼 고수는 여전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순한 남자에 다름 아니었다.
95%의 촬영분량을 마치고 막바지 작업에 매진중인 <썸>은 기나긴 후반 작업을 마치고 올 가을 10월 즈음 그 미스테리하고 판타스틱한 액션 스릴러를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취재: 서 대원 기자
사진: 최 동규 기자
촬영: 이 한욱
# 현장 사진
▶ 멋들어진 팔뚝을 흰 붕대로 감고 있는 고수와 피어싱의 두목 민재일로 분한 이동규. 그는 <욕망>과 <와일드 카드>를 통해 잘 알져진 신인배우로 원래는 핸섬한 사내지만 캐릭터상 어쩔 수 없이 말이 아닌 상태로 얼굴이 짓눌러져 보는 이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