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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어나더데이’ 릭 윤 내한 회견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 2002년 12월 3일 화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최근 미군 궤도차량에 압사당한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반미감정이 드센 가운데 <007 어나더데이>의 북한군 장교 ‘자오’역할을 맡은 한국계 배우 릭 윤이 내한하여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해는 1962년 <007 살인번호 Dr.No>로 시작되었던 007 시리즈가 40주년이 되는 해로서 미국 쪽에서는 생일 잔치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한반도를 배경으로 다루었다는 이번 <007 어나더데이>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은 편. 특히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진 미국 등지에서 이 영화를 미리 보았다는 관객들의 ‘<007 어나더데이>가 한국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이의제기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수입 및 배급사인 20세기 폭스 코리아의 이주성 대표가 회견에 앞서 ‘오늘의 기자회견이 기존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007 어나더데이>는 북한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소재로 활용했을 뿐이고 릭 윤이 맡은 ‘자오’는 릭 윤 만이 제의를 받고 하게 된 것이며 차인표가 제의받았던 역할은 영화 초반에 나오는 ‘문 대령’ 역할이었다’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007 주제가가 흐르며 다소 긴장된 얼굴로 등장한 터프한 가죽점퍼 차림의 릭 윤은 베르사체, 폴로 스포츠 등의 패션 모델을 했던 경험을 드러내듯 자신을 향해 쉴 새 없이 터지는 모든 카메라 플래시에 고루 자신있는 시선을 보낸 후 회견에 임했다.

Q. <007 어나더데이>에서 맡은 북한군 장교 ‘자오’는 어떤 인물인가?
A. 갈 데까지 가서라도 분단된 국가를 통일시키려는 목표를 가진 ‘자오’는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전통적인 한국인의 이름이 아닌 ‘자오’ 라는 이름 자체가 모호함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 다난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사실 이 영화의 제임스 본드도 범법자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특정 국가가 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정 국가가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 예를 들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반테러 전쟁도 아프카니스탄 전체가 적이 아니라 테러범들이 적인 것이다.

Q. 제 3세계 배우로서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연기한다는 것에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A. 쉽지가 않다.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어렸을 때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많은 감명과 영향을 받았다. 그런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할 때마다 스스로를 단순한 배우가 아닌 ‘외교관’이라 생각하며 세트장에 간다. <007 어나더데이>가 나의 3번째 영화인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중의 한명으로 뽑히기까지 했으니 굉장히 뿌듯하다.

Q. <007 어나더데이>가 기존의 007 시리즈와 차별화 되는 점이 있다면?
A. 과거에는 독일, 러시아, 중동 등 적대국가가 정해져 있었으나 현재엔 개인이 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제임스 본드도 범법자이고 도망자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를 잡아들이려는 노력도 보여진다. 개인이 적이 되고 모호함이 만연되어 있는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옳고 그름’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없다. 극중 M이 제임스 본드에게 하는 대사 중 이런 게 있다. ‘세상은 이젠 더 이상 흑과 백으로 나뉘지 않는다’. 또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사는 ‘한 국가에서 테러범으로 지목된 사람이 기타 다른 국가에서 보면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전사이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폭파 장면이나 특수 효과로만 멋을 낸 그런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Q. 액션 연기는 어땠나?
A.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배우들이 격렬했던 액션씬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나도 열심히 연기를 했고 심지어 할리 베리까지 부상을 당했다. 나의 경우 운전하던 차들도 다 부서지고, 영화의 어느 시점부터 머리를 빡빡 민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 상태로 오픈된 컨버터블 차를 타고 아이슬랜드의 빙하를 몇 시간씩 달리면 사실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들을 거쳐 나는 열 배나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

Q. 영화 속의 두 가지 장면, 즉 본드와 본드걸이 헬리콥터를 타고 가다가 추락하게 되는 한국의 농촌이 현실과는 달리 너무 후진적이며, 절에서 향료를 피우고 나누는 정사 장면 등은 심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A. 그 장소가 불교의 ‘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굉장히 오래된 집’이 아니었는가? 영화 전체를 보기 전에는 사전에 어떠한 장면들이 있는지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결정들이 내려지는 것은 ‘세부 계획 수립 (logistics)’과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도시 한복판에 떨어뜨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칠 것이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나도 많이 다쳤는데 그렇게까지 하면 안되니까. 뭐 그런 이유,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건 나의 생각이다.

Q. 미군 장갑차가 여중생 두 명을 압사시킨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마침 냉전 논리를 다루고 있는 <007 어나더데이>가 개봉되게 되었는데.
A.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내 여동생이나 딸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끔찍하다. 나라도 그런 일이 생겼더라면 아마 배우처럼 점잖게 행동하지 못하고 감정에 이끌린 행동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명하며, 안타깝다.

릭 윤의 말대로 ‘논쟁거리의 중심에 서 있는’ <007 어나더데이>는 12월 31일 개봉 예정이다.

취재 : 구인영
촬영 : 오지성

1 )
js7keien
차인표가 출연 거부하길 잘했지..   
2006-10-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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