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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언론시사회
눈밭에서 눈처럼 흰 사랑을 | 2003년 4월 24일 목요일 | 임지은 이메일

굵은 소금을 한 바가지 흩뿌린 듯 주먹만한 별이 총총한 밤하늘.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설원. 영화 <별>을 떠올릴 때 함께 따라붙는 이미지들이다. 영화는 흔히 접하게 되는 ‘멜로영화’의 이미지보다는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같은 문학작품의 느낌과 더 가까이 닿아있다. 사실 함께 별을 바라보던 박진희가 유오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스르르 잠이 드는 장면은 우리가 갈래머리 까까머리 시절 읽었던 소설 <별>의 라스트씬―“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라는 마지막 구절에 가슴 떨어보지 않은 소년 소녀가 과연 있더란 말이냐!― 그대로가 아닌가.

눈밭만큼이나 희고 깨끗한 사랑이야기를 드물게 스펙터클한 영상 속에 버무려 담아낸 <별>이 어제(4/23) 언론시사를 가졌다. 영화의 주인공은 주로 선 굵은 연기에 도전해 온 유오성과 섹시함과 청순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박진희. 두 배우는 <간첩 리철진>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셈이다. 무대 인사의 포문을 연 것은 영화 제목과 이름이 같은 가수 별. 앳된 얼굴과 목소리의 별은 영화의 주제곡을 불렀다. 이어 장형익 감독, 제작사 박형준 대표, 박진희와 유오성이 무대에 올라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흐뭇한 미소가 함께 했으면 한다”는 인사를 건넨다.

요즘 영화답지 않게 그 흔한 뽀뽀씬 하나 없이 외로운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 <별>은 퍽 서정적이다. 부모도 가족도 없이 커다란 개 알퐁스와 함께 살며, 혼자만의 아침상이나마 거하게 차려먹는 것으로 외로움을 잊으려하는 유오성이 생애 처음으로 사랑하게 되는 여자 박진희. 그리고 영화 안에는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촉촉한 감정의 교류 외에 또다른 커다란 사랑이야기 하나가 도사리고 있다. 휴먼 멜로를 표방하는 <별>은 5월 1일 개봉예정.

Q: 배우들이 각각 맡은 역할에 대해 궁금하다:
박진희: 내가 맡은 역할은 수연. 직업은 수의사고 영우가 생애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사랑의 대상. 당당하고 솔직한 성격이며 영우를 지켜봐 줄 수 있는 넉넉함도 가지고 있다. 고생도 적지 않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니 뿌듯하기만 하다.
유오성: 김영우라는 역할을 맡았다. 역할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고 난 후의 판단에 맡기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이호재, 김영애 두 선생님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고 생각한다. 두 분이 부둥켜 안고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공형진: 영화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인물 진수를 연기했다(웃음). 영우와 산 속에서 만나게 되는.

Q: 촬영시 힘들었던 점:
박진희: 우선은 날씨 때문에 스케줄이 많이 변경되거나 미뤄지곤 했고, 그러다 보니 어서 영화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에 조바심도 많이 했었다. 영화에 보면 수연과 영우가 눈썰매를 타는 장면이 있는데, 화면에서 보면 밝고 행복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찍을 때는 그런 고생이 또 없었다. 해발 1000미터에 당시 기온은 영하 20도 정도 됐었으니까. 눈밭도 얼다 녹다를 거듭하다보니 눈이라기보다는 작은 얼음입자들로 변해있고. 썰매를 타고 내려올 때 얼음발들이 얼굴에 꽂히는 기분이란. 또 산 속이라 워낙 날씨가 변덕스럽다 보니 촬영에 적잖은 애로를 겪기도 했다.
유오성: 나는 별로 고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리라는 건 이미 시나리오를 읽을 때 알고 있었던 부분이고, 고생하기로 맘먹고 시작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고생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만약 <별>이라는 영화를 많은 분들이 보고 좋아해주신다면 그 공은 촬영감독님과 공형진씨 몫으로 돌리고 싶다. 아니, 여기 같이 나와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웃음) 공형진씨 때문에 영화가 훨씬 친숙하게 어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공형진: 나는 ‘우정출연’이다(웃음).

Q: 유오성은 늘 카리스마 넘치는, 선굵은 연기를 해왔는데 처음으로 멜로에 도전한 소감은 어떤가?
유오성: 배우란 늘 선택을 받는 입장에 놓여있게 마련이고, 꼭 내 속에서 장르별루 구분지어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주로 그간 순박한 역들을 맡았는데 악역을 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어? 다 순박한 건 아닌데. <친구>에서도 그렇고. 역할에 대한 욕심이나 집착은 사실 없는 편이다. 어떤 작품인가, 어떤 메시지와 감정을 전달하느냐가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욕심이라면 그 안에 인간애가 깃들어 있었으면 하는 것.

Q: 박진희에게 질문. 유오성과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박진희: <간첩 리철진> 이후 두 번째로 함께 영화를 찍게 되었다. 사실 영화를 하면서 두 번씩이나 함께 작업한다는 건 굉장한 인연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나로서는 두 번째 만남―즉 <별>에서의 만남―이 더 좋았고, 훨씬 편안했다. 처음에는 마냥 어려웠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많이 릴랙스된 상태에서 해나갈 수 있었고. (“유오성씨를 뭐라고 부르시나요?”라는 질문에) 그냥 선배님. 오성선배님, 형진선배님 하고...(웃음)

Q: 박진희 하면 씨에프에서 만들어진 섹시한 이미지도 많이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는 밝고 순수한 여성을 연기했는데.
박진희: 섹시하다, 는 느낌은 어디까지나 연출된 것이지 내게 정말 그런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제까지와 다른 이미지를 주려고 특별히 이 역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감독님 역시 마찬가지고. 처음에는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차츰 더 수연이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가고, 내가 그 인물과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특히 솔직한 면이 나와 많이 닮았다.

Q: 첫 영화의 시사회를 마친 감독의 심경은 어떤가?
장형익 감독: 시나리오를 보여줄 때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한국에서 만들 수 있을까’하는 우려들을 하더라. 역할을 거절한 배우들도 많다. 사실 내가 마음에 둔 건 오성씨였는데, 한 작품 끝날 때까지는 다른 작품 생각을 안한다고 하기에 계속 기다렸다. 왠지 읽으면 꼭 해줄 것 같아서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이걸 만약 거절한다면 가슴이 따뜻하지 않은 남자다”라고 속으로 규정까지 해놓았었다(웃음). 그런데 마침 시나리오를 건넨 바로 다음 날 나를 찾아왔길래, 이젠 됐다 싶고 퍽 행복했었다. 여배우는 특별히 마음에 정해두었던 사람은 없고 눈이 크고 맑은 이미지를 원했는데, 눈이 크고 예쁜 박진희씨가 하게 되었다. (일동 웃음) 처음 영화 본 느낌은 물론 아쉬운 마음이 지배적.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관객들에게 영화를 내놓게 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Q: 원래 영화 중 애니메이션이 첨가되기로 했다던데.
퀄리티가 안 좋아 다 빼버렸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직설화법. “참 시원시원하다”는 말에 장감독은 “촬영도 시원시원하게 한다. 우린 NG가 없다.”고 역시 자신만만하게 대꾸한다)

Q: 맺으면서 하고 싶은 말.
공형진: 아까 유오성씨가 말했듯 우리는 여러분들을 뵙기 위해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도 물론이지만 앞으로도 좋은 작품,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찾아뵙겠다.

취재: 임지은
촬영: 신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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