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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언론 시사
귀여운 에로의 도시로 오세요 | 2003년 12월 12일 금요일 | 임지은 이메일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자.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크리스마스, 그 거룩한 크리스마스를 성(聖)스럽기보다는 성(性)스럽게 보내진 않았나? 주(主)님 아닌 주(酒)님을 온 몸으로 뫼시며. 거의 모든 주점에 성탄용 메뉴판이 따로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서양과는 좀 다른 명절이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으며 트리 밑 소복한 선물꾸러미를 풀어봐야 할 그 시간에, 왜 곳곳의 여관은 만원사례냐 말이다.

하긴 동서양 공통인 점이 있다면, 그건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세상에 또 없다는 것이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제작 튜브픽쳐스)는 "일년에 한 번 섹스를 한다면 그건 크리스마스"라는 소박하게 음흉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온천의 도시, 그 곳 출신인 이건동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귀여운 에로의 도시' 유성을 배경으로. 제각기 마음속에 소망 혹은 사심 한 가지씩을 품어보는 이 시기에 말단 순경 차태현과 성탄절 즈음만 되면 차이는 볼링장 아가씨 김선아, 그리고 성탄을 주로 '빵'에서 보냈던 온천파 두목 박영규라고 다를 리 없다. 세 사람의 해피하게 에로한 크리스마스를 담아낸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가 어제(11일) 언론시사를 가졌다.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둔 초보순경 성병기(차태현)의 포부는 두 가지. 첫째로 오랜 원수―사실 병기 쪽의 일방적인 원한이긴 하지만―인 깡패 방석두를 무찌르는 것, 둘째는 그간 몰래 지켜봐 온 볼링장 아가씨 허민경과의 사랑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조폭을 일망타진하기는커녕 거대한 포순이 탈이나 뒤집어써야 하는 작금의 신세가 혈기방장한 청년은 서글프기만 하다. 한편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민경(김선아)은 성탄 즈음마다 남자에게 채이는 묘한 징크스의 소유자.

무식한 한편 대책 없이 로맨틱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한 온천파 두목 방석두(박영규)에게도 올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각별하다. 석두는 민경이 뱉은 침에 애꿎게 이마를 맞은 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강렬한 열정에 휩싸이고, 두 명의 숙적이 한 여자에게 반하면서 예고된 파란의 막이 열린다. 여기 한 몫 끼어드는 건 '크리스마스에는 여친과 따땃하게 한 판...'이라는 사심으로 똘똘 뭉친 유성의 십대들과 온천파 건달들, 그리고 "산타도 남자다!"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는 에로영화 <에로 크리스마스>의 제작진이다.

'꾸밈없다'는 것은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미덕이자 영화를 낯설게 하는 요소다. 코미디하면 흔히 떠올리게 마련인 슬랩스틱 대신 느린 호흡으로 담아낸 '에로 도시'의 요목조목한 단상들이 자리를 메운다. 제 살 도려내는 기분으로 첫 편집본에서 20분 가량을 들어내야 했다는 감독은 "역시 내가 충청도 출신이라선지 느리긴 느리더라"며 웃는다. 감독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건 차태현. 그러나 자신 역시 충청도라 별 수 없단다. 도회적이고 섹시한 분위기를 슬쩍 감춘 채 좀 멍한 구석도 없지 않은 평범한 아가씨의 초상을 그려낸 김선아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뜸했던' 로맨스 연기를 할 수 있어 반가왔다는 박영규는 두 명의 젊은 스타와 비중이 대등하거나 간혹은 그 이상.

배우들은 촬영 중 고충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여름에 겨울영화를 찍어야 했다는 점"을 꼽는다. 하긴 온몸에 솟았다는 땀띠는 둘째치고, 차태현 말마따나 밤엔 귀뚜라미, 개구리가 울고 낮엔 매미가 우는 크리스마스라... 이들의 이구동성엔 확실히 일리가 있다. 느리지만 허욕 없이 소박해 호감 가는 에로도시의 초상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12월 17일 개봉한다. 상영 후 마련된 기자간담회 내용은 아래 간추려 소개.

Q: 시사 후 기분은?
박영규: 나 역시도 오늘 영화를 처음 본다. 보면서 힘들었던 일이 하나하나 생각나더라. 재미있었다.
김선아: 만족스럽다. 예쁜 영화가 된 것 같고 보고 나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차태현: 처음 볼 땐 늘 재미있다 없다를 떠나 뭐가 잘려나갔고 뭐가 남았는지를 보게 된다. 오늘도 역시 거기 치중했고, 생각한 것과 비슷하게 나온 것 같다.
이건동 감독: 촬영기간을 3, 4개월 정도로 잡았었는데 비 때문에 한 두 달 지체됐다. 편집에 주어진 시간도 고적 열흘이었으니 처음 치고는 잔인한 일정이었던 것 같다. 처음 편집했을 때는 2시간 10분 정도가 나왔지만 지루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15분에서 20분 정도를 다시 들어냈다. 그 탓에 조연들의 이야기가 상당부분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영화를 보다보니 내가 충청도 출신이라선지 역시 호흡이 느리긴 느리다는 생각도 들더라.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실은 좀 낯설 수도 있는 영화다. 오버를 배제하고 편안하게, 꾸밈없이 가자는 게 우리 영화 모토였다. 깔끔하기보다는 외려 모난 맛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Q: 감독 말대로 많이 자제한다고 느꼈다. 차태현과 김선아의 경우, 전작들에서 보여준 연기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라면?
차태현: 사실 성병기란 캐릭터는 힘들거나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는 역이다. 편안하게 연기했고, 실은 그동안 빠른 템포의 영화를 주로 하다보니 보면서 <해피 에로..>는 좀 느리다고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도 충청도라 뭐 어쩔 수 없다.
김선아: <위대한 유산>과 촬영기간이 거의 맞닿아있다시피 했는데, 두 영화는 정말 여러 면에서 너무 달랐다. 촬영장 분위기라든지. 처음에는 캐릭터를 잡기 힘들었지만 곧 허민경이란 캐릭터에 젖어들게 됐다. 하지만 본래 성격과 다르게 다소곳한 인물이라 좀 몸이 근질근질하긴 하더라(웃음).
박영규: 내가 연기한 석두는 무식한 동시에 로맨틱한 인물이다. 사랑도 꼭 자기 식으로, 무식하게 돌격만 하기는 하지만 모처럼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어 기쁘다.

Q: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차태현: 여름에 털옷 껴입고 겨울 연기를 했으니 더운 거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야외 촬영시 밤에는 귀뚜라미와 개구리가 울고, 낮에는 매미가 우는 바람에 후시녹음을 해야 했다는 점이 힘들었다.
김선아: 노래방에서 술 취해 노래하는 장면. 리얼리티를 위해 소주 한 병 반을 마시고 찍었다. 나가면서 넘어지는 장면을 보셨을 텐데, 그것도 정말 마이크 줄에 걸려 넘어진 거다. 다리에 멍이 들어 한동안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박영규: 온천아가씨 선발대회 장면. 당시 김지영씨가 귀걸이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촬영이 지체되고 분위기도 좀 험악해졌었다. 특히 영화 경험 없는 엑스트라분들은 우왕좌왕하고... 그래서 별 수 없이 내가 무대에 올랐다. 아저씨들, 할아버지들이 내 세계적인 히트곡(웃음) <카멜레온>을 신청하길래 춤추고 애교 떨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 후 다행히 귀걸이를 찾아 사건이 일단락됐다.

Q: 이소룡 신봉자로 나오는 차태현의 쌍절곤 돌리기와 돌려차기가 인상적이었다.
차태현: 그거 배우느라 힘들었다. 원래 순서 상 앞에 찍었어야 할 부분인데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느라 뒤로 미뤘다. 돌려차기는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다보니... 뭐, 카메라 감독님이 어떻게 '잘' 하신 것 같다(웃음). 아마 한 번에 비췄으면 웃겼을 거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기성, 이한욱, 유지인

1 )
iwannahot
시사회   
2007-04-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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