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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늑대’ 언론 시사, 쿨가이의 독백에 매료되다
황정민, 양동근 주연의 ‘마지막 늑대’ 언론 시사 | 2004년 3월 23일 화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구자홍 감독, 그 옆으로 쪼르륵 양동근, 황정민, 김현정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구자홍 감독, 그 옆으로 쪼르륵 양동근, 황정민, 김현정
영화가 시작되면, 냉소적인 내레이션을 독백으로 읊조리는 꽤나 쿨한 사내가 등장한다. 정신없이 범인을 뒤쫓으며, 머릿 속에서 수만가지 회의를 필름 영사기처럼 돌려대는 사나이. 바로 <마지막 늑대>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최철권(양동근)’ 형사다. 스피드한 리듬감을 타며 그가 내뱉는 독백,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구...하아~차라리 그 열매 안 먹고 말지’. 정말, 그 열매 안 먹고 말지, 우린 왜 이리 지지리 힘겨워하며 살고 있는 걸까.

바로 이 지점, ‘우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살지?’ 라는 의문을 관객들 스스로가 한번쯤 던져볼 수 있는 영화 <마지막 늑대>(감독: 구자홍, 제작: 제네시스픽쳐스)의 언론 시사가 어제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열렸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무대 인사에는 원동연 프로듀서와 구자홍 감독, 주연 배우인 황정민, 양동근, 김현정 등이 참석했다. 무대인사의 스타트를 끊은 원동연 프로듀서는 ‘청년실업사태가 심각한 지금, 어찌보면 일하지 말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를 소개하려니 멋쩍다’며 ‘(이 영화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여) 저 일하지 않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재치있는 인사말을 했다.

앞서 말한 ‘최철권’ 형사와 실제 성격도 많이 닮았을 것 같은 독특한 카리스마의 양동근. 그는 힙합 청바지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무대 인사에 올라, “영화 처음 보는 거거든요. 빨리 봐야 겠어요.”라는 간결하면서도 생뚱맞은(?) 인사말을 남겼다. 깔끔한 흰 와이셔츠가 유난히 돋보였던 황정민은 “강원도 정선 골짜기에서 열심히 영화를 찍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구자홍 감독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지막 늑대>는 코미디인 듯 코미디가 아닌, 색깔있는 분위기를 뿜어내는 영화다. 기자 간담회에서 구자홍 감독은 이것을 자신만의 ‘삑사리’라는 유머러스한 말로 표현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감수성 때문에, 코미디가 주축이면서도 잡다한 다른 장르의 색깔들이 영화에 섞여들었다는 것. 그는 ‘중심을 잃고 흐트러질 수 있는 영화를 배우들이 잡아주었다’며, ‘별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캐스팅에 모험을 걸었는데 황정민과 양동근이 뛰어나고 열정있게 소화해주었다’고 말했다.

#황정민

이 영화에선 <바람난 가족>에서 보여준, 건조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낸 황정민의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 연기도 볼만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양동근은 황정민을 ‘연기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황정민이 출연한 전작 <로드무비>를 우연히 봤었는데, 화장실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며 ‘이 영화에서 같이 출연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만큼 연기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이니까 자신은 걱정없겠다’는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러면서 양동근 특유의 무심한 듯 묘한 매력을 가진 말투로, ‘역시나 황정민이 촬영장에서 먼저 으샤으샤하면서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말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유발했다.

#양동근

여기저기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인터뷰를 이끌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양동근. 본 기자야 실제로 접해보지 않아 정확히 모르겠지만, 기자간담회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이상한 매력을 풍긴다. 예를 들어 ‘영화를 찍으면서 어려웠던 것이 무엇이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뭐 특별히 어려운 게 있었겠냐?”며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뻘쭘하게 있는게 더 힘들다“는 솔직한 답변으로 응수하는 식.

이렇게 어느 한 사람, 단순하게 읽어내리기 힘든 개성있는 배우와 감독이 모여 만든 <마지막 늑대>의 화학 에너지는 오는 4월 1일, 극장에서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다.

취재: 심수진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

1 )
h6e2k
잘읽엇어여~   
2010-01-3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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