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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보편성의 수렁에 빠진 장르적 차별성!
검은집 | 2007년 6월 14일 목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소설과 영화는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그것을 재현해내는 방식에서 차이를 지닌다. 하나는 활자로, 하나는 영상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각각 독자와 관객에게 간접과 직접이란 접근 방식의 차이를 보인다. 종종 뚜렷한 영상보다 모호한 활자를 더욱 높이 평가하게 되는 건 인간의 상상력을 배려하지 못하는 영상의 무심함 때문이다. 친절한 상황 구현은 인간에게 두뇌적인 고민을 떨칠 수 있는 편안함일지 모르나 상상력을 잠식하는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1997년 일본 호러 문학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원작 소설(‘黑い家’)의 후광은 영화 <검은집>의 기대감을 설명하는 한 축이다. 일단 원작과의 단순 비교에서 영화는 다소 아쉽다. 국적의 환경 변화를 제외하면 원작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영화는 원작이 주던 중압감이 많이 희석된 느낌이다. 이야기의 구성과 캐릭터, 또한 영화의 홍보 단계에서 주로 언급되던 ‘싸이코패스(psychopath)’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의 외형을 취했지만 내면을 따라잡지 못했다. 소설의 활자가 부풀리던 긴박감은 영화에서 시종일관 주변을 희미하게 맴돈다. 물론 음침한 화면의 질감과 인물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은 중반부까지 적절한 긴장 효과를 누리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상황으로 빚어지는 순간부터 실질적인 긴장감은 반감된다.

<검은집>은 중반까지 ‘누구? 왜?’라는 물음표로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후더닛(whodunit) 구조를 형성한다. 하지만 중반부터 스스로 베일을 벗긴 후, ‘어떻게?’라는 결과로 돌진한다. 관객과 극중 인물의 의혹을 일치시키며 관객의 참여도를 유발시키던 중반부 이후, 관객은 다시 객석으로 분리되어 사건의 진행을 지켜봐야 한다. 이는 장르적으로 이례적인 시점 전환이지만 효과는 높지 않다. 그건 관객의 시선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영화가 주는 충격의 효과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극중 인물, 전준오(황정민)의 시선을 통해 사건의 의문을 들여다보는 순간까진 영화적 긴장감이 동시에 진행됐지만, 사건의 배경이 드러난 이후부터는 관객이 사건의 의문에 개입할 여지가 사라지면서 관객이 결말을 관망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할 때의 긴장감보다 보이는 적을 상대할 때의 긴장감은 뚜렷해야 한다는 것. 물론 후반부, 지하실 씬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지만, 이는 이미 장르적으로 학습된 감흥일뿐더러 그 뒤에 다시 전개되는 결말부는 그 감흥마저 가라앉힌다. 게다가 식상한 메시지를 끼워 넣으려는 의도마저도 다소 버겁다. 무엇보다도 주연인 황정민의 연기는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 가장 개성 없는 모습이다.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하기 전에 캐릭터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은 <검은 집>에 건 기대감의 또 다른 축이었던 그의 이름값만큼이나 실망감으로 보충된다.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 구조와 새로운 소재의 발굴은 <검은집>에 대한 우호적인 눈길이다. 하지만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봤던 스크린 너머의 풍경과 경직된 배우들의 연기는 아쉽다. 특히 장르적 전문성을 해치는 보편적 의미 부여에 대한 강박은 <검은집>을 수렁에 빠뜨린다. 가장 큰 의문은 이 영화가 취한 ‘싸이코패스’란 소재가 이 영화의 장르적 차별화에 기여한 바를 알 수 없다는 것. 사실 <검은집>에서 가장 와 닿는 건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다. 남편을 잃고 10억을 받았다는 모 보험사의 광고 카피가 쩐의 전쟁이란 현실적인 공포를 소환하는 순간이었으니까.

2007년 6월 14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




-서스펜스의 장르적 널뛰기, 스릴러와 고어의 교묘한 퓨전.
-우열식 평가를 배제한 원작과의 단순 비교를 원한다면.
-소재와 스토리 자체는 일단, 국내에서 보기 드문 케이스.
-심리적인 강박의 공포를 원한다면.
-신체 훼손 현상을 두 눈 뜨고 볼 자신 없다면.
-원작 소설의 긴박감을 제대로 느꼈다면 결코!
-긴박한 상황에서도 착한 척하는 주인공은 칼부림당해봐야 정신차릴 것 같다.
48 )
lisbela
기대는 안했지만..   
2007-06-20 14:16
orizone0
기시유스케는 일본인 특유의 크로테스크한 호러를 잘쓴다 인간의 약하고 불쾌한 그곳을 잘파고드는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보고싶다 기대 된다.   
2007-06-19 10:33
leadpow
재밌을 것 같아 ㅋ 기대되는 작품!   
2007-06-18 12:00
lisbela
흠.. 그래도 일본 공포는.. 뭔가 꺼름찍한것이..   
2007-06-18 11:32
kiki12312
이번 목요일에 티티엘 시사회로 보러가는데 기대되네요 ^ ^ *   
2007-06-18 11:09
mmmmm
전 이거 원작도 솔직히 별루였어요..
그래도 영화는 나름 기대하고 있어요.   
2007-06-18 09:22
duck1818
재밌어요   
2007-06-18 02:48
unwell
이거 시사회 봤는데..
재밌었어요.
긴박한 상황에서도 착한 척하는 주인공은 칼부림당해봐야 정신차릴 것 같다. 는 관람불가는 절대 동감하지만. ㅋ   
2007-06-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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