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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인디밴드를 통해 바라본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경향’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독립영화에서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가 바로 인디밴드들의 이야기다. 지난 달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좋아서 만든 영화>가 개봉했고, ‘갤럭시 익스프레스’, ‘타바코 쥬스’에게 포커스를 맞춘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출연한 민환기 감독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가 찾아온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2004년 1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 첫발을 디딘 이들은 1집 수록곡 ‘소 굿바이’가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 OST에 수록되고 광고 음악으로 쓰이며 주목받은 인디밴드다. 2006년 SBS 가요대전 인디밴드상, 제3회 한국대중음악 신인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한 이들의 이러한 이력은 그러나 영화에서는 생략 돼 있다. “이 영화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소개하는 영화가 아니다”는 감독의 말처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비단 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집단 내부에 존재하는 갈등과 충돌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민홍(작곡, 기타)과 은지(작사, 보컬)는 4집 준비를 앞두고 새로운 객원 멤버를 영입한다. 이제는 ‘홍대여신’으로 불리는 요조와 드러머 진호, 베이스 주영, 기타 관영이 그들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해 보자’며 소규모 2인조에서 대규모(?) 5인조로 살림을 늘린 이들의 시도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라는 것이 들어서며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한 달 수입이 50만~60만원밖에 안되지만, 음악을 직장 다니면서 아르바이트처럼 할 수는 없다”며 갈등하던 은지는 요조로 인해 좁아지는 자신의 위치에 더 깊은 고민에 빠지고, 그런 은지의 고민을 뒤늦게 알게 된 민홍은 민홍대로 오랜 친구 진호와의 갈등, 그리고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한 요조의 선택 등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이처럼 영화는 이 땅 위에 사는 한국 인디밴드들의 ‘특수한’ 현실을 압축해 보여주는 동시에 그 속에서 파생되는 관계의 시작과 끝, 오해와 갈등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보편의’ 감정도 동시에 이끌어낸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담아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완전한 객관성을 답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감독의 선택과 편집 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지점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심지어 다큐라는 것이 자신의 주관을 강하게 드러내기에 더 없이 좋은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볼링 포 콜럼바인> 등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익히 봐 왔다. 같은 상황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것 중, 감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 또 긴 촬영 분량 중 어떤 걸 버리고, 어느 것을 취하느냐에 따라 빨강인 영화가 파랑이 되기도 하고, 파랑이어야 할 영화가 초록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의 아쉬움은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영화가 없는 이야기를 일부러 꾸며냈다거나,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한 오해에서 완전히 자유롭기에는 몇몇 장면에서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어 내려 한 순간이 포착된다. 예컨대 초반, 불만이 가득한 은지와 요조의 얼굴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던 영화는 막바지에 다다라 요조가 은지의 뺨에 갑작스럽게 키스하는 모습, 두 사람이 술을 마시며 화해를 시도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담아낸다. (감독은 모 인터뷰에서, 은지와 요조의 화해를 위한 자리가 자신의 중계로 이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영화는 사건의 ‘전개-위기-해결’이라는 극영화 특유의 드라마 트루기를 장착해서 달리는데, 그것이 편집을 통해 극화된 것이란 느낌을 들게 하고, 또 이로 인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의 강점이여야 할 ‘소박한 일상의 흔적’을 지운 느낌을 주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두 멤버) 민홍과 은지의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있는 그대로를 성실하게 담아내려 한 흔적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으로 즉석에서 곡을 만들고, 자연의 소리를 넣어 녹음한 앨범 ‘일곱날들’의 탄생 비화를 볼 수 있는 건,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큰 수확이다. 극 초반, 그들의 라이브 무대를 감상 할 수 있다는 것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팬들에게는 보너스로 다가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들’의 감미로운 음악들 덕분에 마음이 고요해진다
-나에게도 해당 될, ‘관계’에 대한 이야기. 공감 가네
-홍대 인대밴드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요조안티영화’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요조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가미된 연출의 흔적이 포착된다
17 )
kiki12312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음악 좋아하는데 ♡   
2010-01-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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