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람안내! 여전히 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힌 대한민국
경계도시 2 |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송두율 교수는 어떤 존재일까? 혹자에겐 해외 민주화 인사로, 또 다른 이들에겐 해방 이후 최대 거물 간첩으로 인식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뉴스 기사 정도로만 대충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계도시 2>는 송두율 교수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지만, 인물 자체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를 통해 아직도 이 나라가 벗어나지 못하는 이념 갈등과 강요된 사상 선택에 관해 이야기한다. 2003년 그는 간첩이었지만, 2008년 그는 모든 것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1967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 송두율 교수는 1972년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뮌스터대하게 베를린자유대학 등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강의해왔다. 특히 그는 유럽에서 한국 내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반체제 운동을 주도하고, 남과 북을 아우르는 민주화 운동도 전개해 나간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많은 학문적 성과를 냈으며, 진보적인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정원에 의해 북한의 권력 서열 23위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이라는 협의를 받게 된다. 37년 간 입국이 금지된 그가 민주화기념사업회의 초청으로 한국 땅을 밟지만, 그와 동시에 국정원 조사를 받게 된다. 그의 입국은 여전한 국가보안법의 위세와 함께 이 땅에 레드 콤플렉스를 다시 불러일으킨다.

송두율 교수는 철학자로서, 사회학자로서, 또 한반도 통일문제에 관한 많은 연구와 이론으로 저명하다. 그는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규정하고 남과 북을 오가며 다양한 학문적 성과를 내놓았고, 한반도를 단순히 이념 문제가 아닌 정치와 철학, 문화와 경제 등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내 신선한 자극을 줬다. 하지만 유신헌법 이후 반정부 인사와 민주인사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면서 송두율 교수는 입국이 금지됐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6번이나 북한을 방문하며 ‘남북해외학자통일학술회의’를 성사시키는 등 남북의 화해를 위한 꾸준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송두율을 학자로서만 보지 않았다. 그를 북한을 넘나들며 북한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는 ‘위험인물’로 규정했다. 해방 이후 최대 거물 간첩이라 낙인찍고 한국에 들어오려던 그를 37년간 좌절하게 만들었다. 강산이 네 번 가까이 변했지만, 대한민국의 이념적인 헤게모니는 여전히 날이 서 있었으며, 한번 찍은 낙인은 시간이 흘러도, 정부가 바뀌어도 결코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진보진영의 인사들조차 체제에 순응하며 송두율 교수의 사상 전향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2002년, 당시 간첩 혐의를 받으며 35년 간 입국금지 상태였던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다뤘던 <경계도시 1>을 찍었던 홍형숙 감독은, 그의 귀국이 확정되자 <경계도시 1>의 후일담이라는 컨셉으로 <경계도시 2>의 제작에 들어갔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는 3주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지만, 감독이 담아낸 것은 3주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념적 갈등과 강요된 사상 선택 과정, 언론의 색깔론이었다. 촬영 테이프 400개와 자료 테이프 100개에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혀 한 인간을 철저하게 유린하는 이 나라의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레드 콤플렉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정권이 변하고 북한과의 교류가 생기고, 대화의 물꼬가 터져도 역시 우리에게 그들은 적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일반인들의 인터뷰는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지 북한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라는 말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또 소위 진보진영의 인사들 역시 국가보안법에 의거해 체제의 선택을 강요받는 송두율 교수에게 이에 순응할 것을 종용한다. 영화는 그가 간첩이었나 그렇지 않았나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을 통제하고 그로 인해 하나의 체제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보복을 감내해야 하는 이 나라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 나라에는 ‘꼴보수’와 ‘친북좌빨’이라는 말이 버젓이 살아 있으니는 곳이니까.

<경계도시 2>는 송두율 교수에 치중하지 않는다. 37년이라는 세월동안 아무런 진전도 없이 국민들에게 편향된 사상과 이념만을 강요하는 이 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우둔한 원숭이 이야기는 이 시대, 이 공간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4마리의 원숭이가 있다. 주인은 먹을 것을 두고 그것을 잡으면 전기가 통하도록 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먹이를 잡다가 전기에 놀라 포기했다. 두 번째 원숭이도 시도했지만 역시 감전에 놀라 포기했다. 세 번째, 네 번째 역시 포기했다. 이후 다섯 번째 원숭이가 왔다. 다섯 번째 원숭이가 먹을 것을 가지러 가자 다른 원숭이들이 그를 말렸다. 하지만 이미 주인은 전기를 끊어놓은 상태였다. 네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여전히 먹을 것에 다가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오락성’이라는 말이 정확하진 않지만 이 영화는 아드레날린을 끓어오르게 한다.
-이 나라의 현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송두율 교수에 대해 잘 몰라도 상관없다. 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여전히 북한을 적을 규정하고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가?
-이 영화를 보고 ‘친북 성향’이라는 말을 꺼낸다면 당신은 여전히 이념과 사상의 노예다.
22 )
again0224
잘봤습니다   
2010-04-14 12:59
ldk209
소름끼치도록 두려운... 대한민국....   
2010-03-24 22:29
again0224
감사   
2010-03-23 00:02
leena1004
잘 봤어여~   
2010-03-22 12:13
nada356
뭔가 대단한 영화이듯!   
2010-03-18 20:49
kisemo
잘봤어요   
2010-03-18 15:58
theone777
오.. 어떤 영화지?   
2010-03-16 23:28
ooyyrr1004
아드레날린~~~   
2010-03-16 22:12
1 | 2 | 3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