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약을 위해 잠시 웅크리고 있는 중! <목숨 건 연애> 천정명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선호하는 장르를 묻자 천정명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개구쟁이 같이 맑게 ‘액션 스릴러’라고 말하는 표정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묻어난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캐스팅 됐다는 기사를 보며 부러운 적 많았노라고 거리낌없이 얘기할 만큼 진솔하다. 여전히 ‘귀여운 연하남’ 이미지 강하지만 어느새 30대 중반이다. 더 이상 어리지 않기에 자신의 온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찾아가기로 했다는, 지금은 ‘정체기’ 보다는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잠시 웅크리고 있는 중이라는 배우, 천정명을 만났다.

(해당 인터뷰는 <목숨 건 연애>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능 ‘아는 형님’에서 아주 솔직한 모습이더라.
예능에 익숙하지 않아 많이 긴장했고 어색해서 혼났다. 다행히 멤버들이 너무 잘해주더라. 제작진들이 어색한 컨셉이 잘 어울린다는 거다. 그래서 컨셉 아니고 진짜 어색한 거라고 했다.(웃음)

‘목숨 건 연애’를 해봤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화제다.
인터뷰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했는데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있더라. 사실 ‘아는 형님’에서도 똑 같은 대답을 했는데 대조적인 반응이라 조금 당황스럽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답했는지.
예전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물론 그 진실 여부는 지금도 잘 모르지만, 아버지가 약간 조직 세계에 몸 담고 있는 듯한 포스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20대 초반에 뵙다 보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거다. 어느날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장롱에 숨었다가 걸린 적이 있다. 솔직하게 그 얘기를 했는데 안 좋은 댓글이 많더라. ‘아는 형님’ 방송에서는 반응이 좋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반응이 극과 극일까 생각했다. 글로만 접하신 분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보더라.

댓글을 평소에도 챙겨 보는지.
어느 정도는 챙겨보는 편이다. 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는 걸 보면 상처 받기도 하지만 다행히 그 감정이 오래 가진 않는다. 어제도 친한 형과 이런 주제로 얘길 했는데 형이 그러더라. ‘너, 아마추어냐?’ 해서 ‘왜요?’ 했더니 ‘댓글은 쓰지도, 보지도, 달지도 말라’ 하더라.
<목숨 건 연애> 촬영 시기와 기간은. 송민규 감독님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2015년 9월에 시작해서 3개월 정도 했다. 촬영 기간은 참 즐거웠다. 감독님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분이다. 촬영 중에도 설명을 자상하게 해주시고 분위기가 침체되면 먼저 나서서 이벤트를 마련하곤 했다.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있다면.
다 같이 한복을 입자며 감독님이 설날에 한복을 입고 오신 거다! 그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다. 그야말로 이벤트 아닌가. 감독님이 하루 종일 한복입고 다니며 촬영하고 리허설 한 기억이 있다.

영화 출연한 제일 큰 이유가 ‘하지원’이라고 했다.
상대역이 하지원 선배이기에 믿음이 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작품이 좋았다. 전작들이 약간 우울한 역할이었기에 좀 밝은 역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목숨 건 연애>의 ‘록환’(천정명 분)캐릭터에 끌리더라. 한편으론 편안하고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원 때문에 출연했다고 할 정도로 믿음이 큰데 호흡은 어땠나.
나는 좋았다.(웃음) 누나(하지원)에 대해 초반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중엔 걱정한 게 무색하더라.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나와서 좋았다.

걱정을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나보다 선배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선배님들한테 깍듯이 대하려 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아무래도 선배님은 당신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내가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래서 ‘지원 누나도 좀 까칠 할 거야’ 이런 생각을 했다. 또 자신만의 아집 혹은 고집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런 면이 없더라. 서로 자기를 보여주려고 하기에 촬영 현장은 어떻게 보면 참 치열하다. 근데 누나(하지원)는 전혀 그런 면이 없더라.

제일 마지막으로 작품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주요 배역이 정해진 상태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캐스팅 된 거다. 그러다보니 나도 좀 급하게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전작이 약간 우울했다 했는데 어떤 작품인가.
OCN 드라마 ‘리셋’(2014)이다. 극 중에서 볼펜으로 최면을 걸어 자백을 받아내는 역이다. 계속 범죄자를 쫓고, 숨은 거대 조직을 파헤치는 역할이라 저절로 촬영하는 동안 우울하고 다운되더라. 대사도 우울한 게 많아서 다음 작품은 밝은 작품을 해야지 생각하던 참이다.

작품의 배역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그런 편이다. 일을 하다보면 계속 그 배역에 대해 생각하고 감정에 몰입하니까 아무래도 어두운 역할을 맡으면 우울해지더라. 히스 레저도 <다크나이트>(2008) 준비할 때 몇 달 동안 혼자 틀어박혀서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하더라. 물론 난 그 정도까지 세세하게 파고들어 보진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캐릭터에 한없이 빠져들어보고 싶다.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시험해 보고 싶은데 아직까진 그런 역할을 맡은 적이 없는 거 같다. 지금도 캐릭터 연구를 하지만 뭔가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라이벌 ‘제이슨’을 연기한 대만 배우 진백림과의 호흡은.
극중 ‘제인’(하지원 분)처럼 친구였다면 많이 친해졌을텐데 설정 자체가 앙숙 아닌가. 무엇보다 말이 안 통해서 많이 친밀하진 않았다. (웃음) 그 점이 답답하더라. 또 현장에서 촬영할 때만 만나니까 친해질 기회가 적더라.

진백림과 액션장면이 많다. 소통이 힘든데 합은 잘 맞았나.(웃음)
진백림 같은 경우는 촬영 전에 액션스쿨에서 연습을 어느 정도 한 상태였다. 그에 반해 나는 급하게 촬영에 들어가게 돼서 미리 몸 풀 시간도 없었다. 급히 촬영 전에 모여 감독님과 같이 합을 짜고 연습을 했다. 초반에는 걱정됐는데 몸으로 부딪치는 연기다보니 말이 안 통해도 되더라.(웃음) 무술 감독님이 시범을 보여주면 그걸 따라 하며 연습을 반복하니까 전혀 문제없더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등 위험한 장면도 꽤 있다.
좋았던 게 티 안 나게 바닥이랑 벽을 다 매트리스로 깔아 놨더라. 벽돌처럼 보이는 특수한 매트리스로 깔아줘서 밟으면 푹신한 거다. 초반에는 약간 중심잡기 힘들었는데 적응되니 괜찮더라. 덕분에 계단에서 구르고 맞아서 넘어질 때 전혀 위험하지 않게 촬영할 수 있었다.
평소 작품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요인은.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밌어야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 딱 느낌이 오는 게 있다. ‘아, 이건 하고 싶다’ 이런 느낌 말이다. 그 다음은 감독님이랑 배우들이 어떻게 캐스팅되고 있는지를 본다. 그 조합이 잘 이뤄져야 영화가 잘 나오니까.

영화에 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나기가 힘들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배님들은 많은 영화에서 찾아주고 좋은 시나리오도 가는 반면 난 아직 그 정도의 수준이 안 된다.(웃음). 내가 고른다기보다 기회가 오지 않는 게 맞다.

주연은 아니더라도 개성 있는 조연 등 출연할 기회는 많지 않나.
당연히 주연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멀티 캐스팅하는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고, 분량이 적은 역할이라도 차근차근 밟아가고 싶다. 그럼 언젠가 선배님들처럼 유명한 감독님이 날 찾아주지 않을까.(웃음)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영화 <태풍 태양>(2005). 다들 비슷한 또래가 출연해서 호흡도 잘 맞았고 아주 즐거웠다. 3개월 정도 항상 같은 시간에 모여서 운동하고 점심 먹고 또 연습했다. 그렇게 보내니 나중에는 정말 친해져서 촬영장에 들어가니 서로 너무 편하더라. 그렇게 오래 연습한 작품은 그 작품밖에 없다.

과거의 열정이 그립고 현재의 ‘나’에 대해선 약간 회의적인 느낌이 든다.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어 그런 거지, 현재에 막 회의적인 건 아니다.(웃음)
감독님들이 당신의 연기 갈증에 대해 혹시 모르기 때문에 캐스팅 제의를 안 하는 거 아닐까.
그건 아닌 거 같다. 아무래도 라인이 구축돼 있다보니 뚫고 들어가는 게 쉽지 않더라.(웃음)

술을 즐기는 편인가. 라인을 뚫으려면 필요할 거 같은데.(웃음)
친한 사람끼리는 잘 마시고 하는데 먼저 연락하고 부탁하고 이런 걸 잘 못한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해보려 한다. 아는 분이 감독님들이나 선배님들한테 연락해서 자주 만나라고 하더라. 불편하다고 안 하지 말고. 먼저 감독들이나 선배한테 전화해서 술 좀 사달라는데, ‘싫은데?’ 할 사람 없다고 하는 거다.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연락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돼있고, 그런 비즈니스도 필요하다고 하더라.

평소 선호하는 장르는.
액션과 스릴러를 좋아한다. <베를린>(2012) 같은 영화나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2000),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 등 액션이 가미된 작품이 좋다. 또,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 같은 독특한 분위기의 판타지도 좋다

그럼 이번 작품이 액션이 가미돼서 선택한 것도 있겠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였다면 좀 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데 스릴러 요소도 있고 평소 좋아하는 액션도 포함돼서 더 좋았던 거 같다.

액션 스릴러는 요즘 가장 많이 제작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솔직히 영화 제작된다, 누군가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뜨면 ‘아, 나도 하고 싶다’ 이런 생각 많이 해봤다.

먼저 연락해서 하고 싶다는 표현을 한 적은 없나.
음, 이제부터 하려고 한다.(웃음) 매니저한테 ‘몰래 감독님과 미팅을 잡아, 그럼 몰래 가서 만나고 올게’ 이럴 계획이다. 무작정 가서 창피를 당하더라도 나 자신을 어필한다는 건 좋은 거고, 딱 그 작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른 작품을 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금이 ‘정체기’ 인가.
음,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잠시 움츠리는 시기? 어릴 때는 뭣 모르고 덤벼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지금은 머리가 크다보니 더 계산을 하게 되고 생각도 많아진다. 그냥 앞 뒤 재지 말고 해야 되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엔 참 어리고 순수했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두 번째 도약을 해야지.(웃음)
현장에서 동료들을 묵묵히 챙긴다고 들었다.
누가 그러던가.(웃음) 다들 커피를 좋아하니까 피곤해 보이면 내가 커피를 타서 주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 가기도 했다. 요새 커피 기계가 워낙 좋으니까 쉽게 만들 수 있다. 또, 마침 촬영장 근처에 정육점이 있더라. 원래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스타일이라 다이어트 중이었지만 그래도 고기 사와서 같이 구워먹고 했다.

주변을 살갑게 잘 챙기면서 생색은 안 내나 보다.
좀 그런 편이다. 내성적이다보니 드러내놓고 표현을 잘 못한다. 그래서 후배나 친구는 편한데 선배나 윗사람들이 특히 어렵기도 하다. 어릴 때는 무대공포증이라고 할까,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 등 정말 힘들어 했다.

그렇게 내성적인 사람이 어떻게 배우가 됐나.
길거리 캐스팅 돼서 CF를 촬영하면서부터다. 처음 촬영하러 갔는데 낯설고 어색한데 너무 재밌는 거다. 솔직히 공부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밤 새워 공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현장에서 첫날부터 밤 12시를 넘기는데 나만 생생한 거다. 신나고 재밌어서 뛰어다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심지어 ‘나의 천직인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관객들에게 <목숨 건 연애>가 어떤 영화였으면 싶나.
즐겁게 보고 웃으면서 나갈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다소 유치하지만 웃음 요소도 많고 소중한 사람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개봉시기가 밀려서 지금까지 온 건데 어떻게 보면 12월이 오히려 적절한 거 같다. 무겁지 않은 얘기니까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가볍게 보기에 좋다. 나 개인적으론 영화를 보니 풋풋함이 느껴지더라.

‘록환’(천정명 분)은 현실적인 거 같으면서 판타지한 캐릭터다. 첫사랑 여자 친구의 말 한마디에 멀쩡한 직장을 때려 치고 경찰이 된다. 본인은 가능할까.
어, 나는 그럴 수 있을 거 같다. 록환의 그런 면에 많이 공감이 됐다.

배우를 그만두고 여자친구 집의 가업을 이으라 한다면?
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또 그 분야에 소질이 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배우로서 당연히 성공하고 싶고 앞으로도 쭉 연기하고 싶지만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게 두렵진 않다.
혹시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운동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요리사. 사실 요리에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 ‘집밥 백선생’을 보며 따라해보니 나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고 할까.

‘집밥 백선생’ 이나 ‘삼시세끼’에 한 번 가야겠다. 특별히 잘 하는 요리는.
(웃음) 이탈리아 요리 좋아한다. 한식도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 요번 ‘삼시세끼’에서 에릭형 너무 요리 잘하던데, 나도 준비해서 가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

요즘 기분 좋은 일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다면.
큰 누나가 조카를 출산했다. 아직 아기라 말을 잘 못하는데 너무 귀여운 거다. 누나가 상해에 살아서 아주 가끔씩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보고 싶고 귀엽다.

음식 하는 게 재미있고, 아기도 귀엽다고 느끼다니, 결혼 할 때가 됐나보다.
원래 아기를 싫어했는데 조카라 그런지 너무 예쁘더라. 아는 형들이 조카를 그렇게 예뻐할 정도면 네 자식 낳으면 완전 빠져 살 거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라고 하던데.(웃음)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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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김재윤 실장(Z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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