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연기를 찾아 나서다 <사이코메트리> 김강우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사이코메트리>에서 양춘동이라는 인물을 맡았다. 이름 참 촌스럽다.
촌스럽긴 하지. 처음 시나리오에서 춘동은 40대였다.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춘동의 나이도 30대가 됐다. 연령대가 바뀌면서 이름도 새로 짓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그냥 가자고 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그냥 ‘춘동’이란 이름이 좋았다.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그런지 영화 초반부에 그려지는 춘동은 날카로운 형사이기 보다는 옆집 형 같은 느낌이 들더라.
감독님이 그런 모습을 요구했다. 나 또한 친근하고 ‘허당’ 기질의 모습을 보여야 날이 선 성격의 김준(김범)과 대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단계 에피소드가 등장했고, 경찰서에서의 소동 장면도 삽입됐다.

춘동을 연기함에 있어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
춘동을 보고 관객들이 더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춘동은 범인을 잡기 위해 항상 땀을 흘린다. 인물의 건강한 움직임을 보면서 뜨거움을 느꼈으면 했다. 이를 위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운동으로 몸을 예열했다. 일부러 뛰면서 숨을 가쁘게 만들어 현장감도 더했다.

상대방의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 사이코메트리. 확실히 소재가 독특한 영화다. 소재의 끌림 때문에 영화를 선택한 건가?
소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춘동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춘동이 못나서 좋았다. 잘난 형사가 아니다. 매번 범인을 놓친다. 그것뿐인가. 형사임에도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어 망신당한다. 그런 춘동이 공통된 아픔을 지닌 준과 교감을 이루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춘동과 준의 관계는 후반부로 갈수록 우정을 넘어서 형제애가 느껴지더라.
춘동은 준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애쓴다. 자신의 아픔이 준이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춘동은 준이에겐 저주 같았을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네가 살아가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계속 세상으로 이끈다. 교감을 나누는 이들이 형제처럼 보이는 건 당연한 거다. 영화를 본 지인은 멜로 영화의 두 주인공 같다고 했다.(웃음)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사고뭉치 열혈형사와 기이한 능력을 가진 한 남자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이다.
시리즈로 만들면 좋을 이야기다. 축이 되는 두 인물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엔, 2시간은 부족하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면, 영화의 이해도 빠르고 집중도 더 잘됐을 거다. 러닝타임 때문에 두 인물의 개인사가 많이 편집됐다. 그 부분이 좀 아쉽다.

물론 두 인물의 이야기가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은 준다. 하지만 초반부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다소 사건 해결이 더디다. 스릴러 장르의 재미는 떨어지더라.
분명 단점은 있다. 하지만 인물들의 과거사가 설명되지 않고서는 이들의 만남은 의미가 없다. 둘이 같은 아픔을 갖고 있고, 나중에 서로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있어야 후반부 사건 해결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감독님은 사건 해결 이전에 두 인물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범인도 초반부터 공개되잖나. 두 인물에 집중해야 영화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소재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자칫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김준이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해 춘동의 마음을 읽을 때 리액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과잉이지만 강한 감정 동요가 일어날 만큼 연기에 힘을 줬다. 개인적으로 감정을 세게 표현하는 걸 싫어한다.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 감정에 따라오라고 하는 게 싫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관객들에게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이 낯설지 않게 다가가지 않도록 극한의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얘기를 들어보니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많이 내세웠다고.
감독님이 배우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주는 편이었다. 영화에서 내 의견이 적극 반영됐던 장면은 춘동이 준과 싸운 후 화해하는 장면이다. 춘동이 준에게 화해의 뜻으로 뭐가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약을 들고 가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를 감독님에게 말했고, 곧바로 현장에서 약을 들고 가는 장면이 추가됐다. 옥탑집 외벽을 사이에 두고 밖에 있는 춘동이 집 안에 있는 준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원래 준의 집 안에서 촬영할 계획이었다. 이야기의 맥락을 보니 춘동 보다 점점 변화하는 준의 표정이 더 중요했다. 춘동의 말을 듣고 자신의 공간에서 ‘탁’ 하고 튀어 나오는 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후반부에 사건 해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의견을 내놓았다. 정말 많이 우겼다. 이런 모습에 우리 소속사 친구들이 이상하게 보더라. ‘저렇게 우길 사람이 아닌데’ 하고 말이다.

김범과 호흡을 맞췄다. 본의 아니게 영화에서 김범을 때리는 장면이 많다보니 심적으로는 미안함이 들었을 것 같다.
뭐 어쩔 수 없잖나. 영화니까. 초반부 범인으로 오해하는 장면에서 많이 때렸다. 오해를 할 때는 철저하게 오해를 해야지. 미안함은 솔직하게 없었다.(웃음)

<해안선>의 장동건, <실미도>의 설경구·정재영, <마린보이>의 조재현 등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는 후배 김범과 작업했는데, 이끌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그런 부담감을 느끼기보다 내 캐릭터를 제대로 정립하기 바빴다. 그래야 범이랑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으니까. 선후배를 떠나 프로 대 프로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끌어주고 조언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다. 선배라고 해서 후배를 끌어주고, 조언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배도 선배를 끌어주고 조언해 줄 수 있다.

<태풍태양>에서는 인라인 스케이트, <식객>은 요리, <마린보이>에서는 수영 등 그동안 무언가를 마스터해야 하는 역할을 자주 맡았다. <사이코메트리>에서는 어떤 걸 마스터 했나?
이번에는 없었다. 그래서 편했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공부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가면> <무적자>에 이어 형사 역할이 세 번째다.
춘동은 직업이 형사일 뿐이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30대 중년 남자다. 그런 평범한 남자가 고민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지구력이 남다른 역할을 주로 맡았다. 춘동도 마찬가지다.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뛴다.
춘동을 비롯해 한국 영화 남자 캐릭터들이 다 끈질기다. 끝을 봐야 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캐릭터가 밋밋하면 관객들이 싫어한다. 그동안 그런 인물들을 맡은 건 사실이지만 내 의지는 아니다.

번외가 있다면 <하하하> 정도.
홍상수 감독님이니까.

연기를 시작했던 20대로 돌아가 보자. 그 때 작품을 보면 청춘의 단면을 잘 보여줬다. 30대로 넘어가면서 연기에 대한 노하우는 쌓였지만 과거 청춘의 빛이 사그라져 아쉬움이 있다.
당시는 청춘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당시 제작됐던 영화를 놓고 봤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과거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시나리오를 면밀히 볼 것 같다. 시나리오는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염두 하는 건 무엇인가?
인물을 본다. 전작과 겹치지 않는 게 가장 우선이다. 음... 허황된 인물보다는 진심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선호한다.

시나리오는 누가 선택하나?
일단 내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소속사 쪽에 자문을 구하는 편이다. 선택은 내가 한다.

그동안 선택한 영화는 흥행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선택에 후회를 한 적이 있나?
마음이 복잡하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서 선택했던 영화가 흥행 실패를 했을 때 힘들었다. 뭐가 문제인지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야 알게 될 것 같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볼 때 연기할 힘이 떨어지기도 하겠다.
흥행 성적과 연기는 별개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최근에 들어서 연기의 참 맛을 알았다고나 할까. 20대에는 정말 오기로 했다. 촬영장에서 연기를 해도 즐겁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재미있더라. 삶의 변화가 일어나서 그런 것 같다.

결혼 이후인가?
확실히는 모르겠다. 아마 그 영향도 있겠지. 확실한 건 결혼 생활이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연기의 폭 보다는 수가 많아졌다. 과거 100가지 감정이 있었다면 지금 200가지 감정이 내 안에 존재한다.

남자는 결혼 후 어른이 된다고 하더라. 영화를 찍으면서 ‘이제 내가 어른이 됐구나’ 했던 작품이 있나?
<돈의 맛>이다. 직업군도 30대 중반 역할이었고, 돈에 관련된 이야기나 나오니까.

오는 7월엔 <미스터고>로 찾아온다.
야구단 단장으로 나온다. 말 그대로 특별출연이다. 김용화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어서 참여했다.

2010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를 할 정도로 삼성 라이온즈 팬으로 알고 있다.
고향이 서울이고, 부모님 고향도 서울이다. 연고는 없지만 어렸을 적 삼성라이온즈 어린이 회원이었다. 개인적으로 공격 야구를 좋아한다. 어렸을 적 ‘헐크’ 이만수 팬이었다.

야구 영화를 해볼 생각은 없나?
주변에서 힘들다고 하지 말라더라. 어깨도 망가진다고. 투수 보다는 다른 포지션을 하고 싶은데, 결국 투수겠지. 야구는 투수놀음이니까.

2012년은 배우로서 10년이 되는 해였다. 자신이 쓴 첫 책을 출간하는 해이기도 했다.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이라는 에세이를 냈다. 여행을 다니면서 뭔가 남기고 싶었다. 그 때부터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배우로서 1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책을 낸 건 아니다. 기획은 3년 전부터 했다.
결정적으로 출간한 계기가 있나?
기존 차가운 이미지를 깨고 사람들에게 한 발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글을 썼다. 말보다 담백한 글로 내 마음을 담아보고 싶기도 했다. 배우가 책을 내면 글보다 사진이 주가 되는 게 일반적인데, 그러기 싫었다. 어설퍼도 직접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정하느라 1년을 소비했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

혹시 연기에 대한 고민이 쌓일 때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음... 말론 브란도의 영화를 본다. <워터 프론트> <대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즐겨 보는 편이다.

영화를 보면 고민이 해소되나?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의 영화를 보면 연기에 정답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데뷔할 때부터 마지막 영화까지 말론 브란도는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연기를 했다. 자신만의 개성도 남달랐다.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배울 점이다.

어쩌면 말론 브란도가 연기 인생의 지향점이 될 수 있겠다.
그건 아니다. 부러움과 열등감의 대상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못한다. 그렇게 하기도 싫고. 내 나름대로의 길이 있을 거다. 그걸 찾아야지.

올해는 배우로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첫 해다. 연기의 길을 찾을 준비가 됐나?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담감이 많았던 10년 전보다는 앞으로의 10년이 더 재미있을 거다. 이제 배우로서 시작하는 것 같다.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총 2명 참여)
elitelucky
정말 인간적으로는 괜찮은 사람 같은데, 도대체 왜 흥행하는 영화가 안나오는건지 ㅠㅠㅠㅠ 친구랑 같이 사이코메트리 보고왔는데, 제발 흥행했으면 좋겠는데..휴 화이팅 김강우!!!   
2013-03-17 02:07
diekorea57
개인적으로 김강우라는 배우가 솔직히 여느 배우들만 눈에 띄는 배우는 아닌것 같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강우 배우만큼 열심히 연기를 하는 연기자는 보기 드문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느낀거지만 자칫 루즈해지는 흐름을 그의 연기가 잘 후반부까지 이끌어 갔다고 생각합니다.^^   
2013-03-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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