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재료로의 가능성을 시험하다 <보안관> 이성민
2017년 5월 11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이성민은 말한다. 요즘 후배들의 연기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라며 자주 감탄한다고. 물론 그도 “저렇게 밖에 못해?” 라며 타 배우의 연기를 지적하고, 그보다 잘난 수컷을 향한 열등감과 질투에 사로잡히기도 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스스로가 연기에 있어 짠 맛과 단 맛 모두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 몫’ 에 충실할 수 있는 지혜를 배웠다. 그리고 이제, 조미료 같은 스스로를 뛰어넘어 메인 재료로써 새로운 맛 만들기에 도전한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정면 돌파다!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완성본을 시사 때 처음 봤는데 유쾌하고 재미있더라.

<보안관>의 어떤면에 끌렸는지.
음...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서 조감독을 맡아 함께 작업을 했던 김형주 감독이 연출이고 이야기가 큰 부담이 없어서 좋더라. 유쾌한 영화를 하는 게 나에게도 힐링이 되지 않을까 했다. 또, 이 작품을 통해서 첫 인사를 다시 올릴 수 있겠더라.

‘첫 인사를 올린다’라,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나이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다이나믹한 역할을 할 기회가 적은데 ‘대호’(이성민 분)는 아주 혈기왕성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첫 인사라 표현한 거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이야기 였다. 단순한 코미디나 수사물이 아닌 우리들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우리들’ 이라면 중년의 남성을 의미하는 건가.
40대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넓게 보자면 대다수의 사람들을 말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주요 고려 요소는.
일단 시나리오에서 느낌이 와야하고, 내가 그 역할을 했을 때 그려지는 모습이 명확해야 한다. 좋은 역할임에도 나와 이미지가 안 맞거나 내가 연기 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출연을 안하기도 한다.

이번 <보안관>에서 굵은 금목걸이를 한 마초남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개인적인 느낌은.
유쾌했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모습을 체험하는 게 흥미로웠다.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라 할까.

‘대호’ 같은 오지랖 넓은 아저씨에 대한 평소 생각은.
김형주 감독이 예전 촬영지에서 길가에 있는 ‘대호’같은 아저씨를 보고 ‘저 사람들의 이야기는 뭘까’ 하고 생각했다더라. 그게 우리 영화의 첫 모티브가 됐고. 그 얘기 듣고 보니 가끔 거리에 그분들이 계시더라. 개인적으로 부럽진 않고(웃음) 다만 그들의 정체가 가끔 궁금하긴 하다.

‘대호’ 캐릭터와 당신의 싱크로율은? 대호는 어떤 면에선 꼰대라 할 수 있는데 스스로는 어떤가.
나이도 있으니 그런 면이 없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그건 상대적인 느낌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으려 하는데 본의 아니게 간섭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위험한 촬영을 하면 자꾸 말리게 된다. 그게 내가 불안해서다. 늙어서 불안감이 커졌다고 혼자 반성하지만 걱정되는 걸 어쩌나.(웃음) 그 옛날 부모님이 나를 걱정했던 그 마음이 이해된다.

극 중 ‘대호’와 실제 나이가 비슷한데 공감되는 점은.
가족들과의 일화가 다가오더라. 음…’대호’가 딸아이한테 구박을 받는다든가 와이프가 샤워하고 침대에 들어온 후 취하는 그의 행동에 공감되나?! 실제 나는 ‘대호’처럼 밖으로 돌지 않고 오히려 너무 집에만 있는 편이고, 대화도 많이 한다.

특히 밤에 아내에게 약한 모습 보이는 그의 행동에 많이 공감 되는 거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공감은 하지만 절대 많이는 아니다!
나름 근육질 몸을 만들었다. 어떻게 준비했나.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운동하려니 참... 웨이트와 유도를 중점으로 했는데 유도 배우는게 힘들었다. 한번은 진짜 죽는 줄 알았다.(웃음) 태닝도 했는데, 왜 몸 좋은 사람들이 웃통을 벗는지 이해되더라. 자꾸 보여주고 싶은 거지.

그간 액션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지 않나. 힘든 점은.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액션을 한 적이 있다. 진웅이가 워낙 액션을 즐기는 편이 아니고, 특히 때리는 걸 힘들어 하더라. 나는 뭐 주로 맞는 역이라 그다지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액션합을 받을 때 고개를 까닥까닥 많이 해서 목에 무리가 오더라.

영화가 부산색이 강하다. 특정 지방색이 플러스 요인일지 마이너스 요인일지 개인적 생각이 있다면.
감독이 부산 출신이다 보니 잘 아는 기장을 배경으로 한 거다. 바다와 바다 사나이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이야기가 굳이 경상도 등 한 지방으로 국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대호’를 비롯한 인물들은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
나는 경북 출신이라 말투에서 부산스럽지 않은 점이 있기에 그런 경우엔 김형주 감독이 “그건 경북 정서인데요” 이러면서 디렉션을 줬다. 나는 그나마 괜찮은데 ‘강곤’을 연기한 임현성이 문제였다. 그는 서울 사람이라 말하면 티가 나니까 애드립을 전혀 못했다.

극 중 ‘보안관 집단’은 꼰대 아재들 혹은 루저들이라 보여질 수도 있다.
‘아재’가 나쁜 의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존대를, 또 한편으론 귀여움을 담고 있지 않나. 후져서가 아니라 멋있을 때도 ‘아재’라는 표현을 하더라. ‘아재파탈’이라고 할까.(웃음)

일종의 애칭인가.
이번 인터뷰 하기 전에 미국 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나이를 검색해 봤다. 나보다 한참 형님이더라. 찾아본 이유가 중학생인 내 딸이 그가 섹시하다는 거다.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데 멋있는 것도 아니고 섹시하다고 말이다! 그게 신기했다 <어벤저스> 시리즈에 나오는 배우들 중에도 나보다 형님들 많더라.

그럼, 어벤저스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촌스러워 그렇지! 이번 촬영하면서 우리끼리 너무 촌스러운거 아냐 이러기도 했다. 우리도 제대로 입으면 나름 멋있는(?) 사람들이다!
극 중 ‘종진’(조진웅 분)을 보자마자 마약과 관련있다고 의심하는 모습이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형사의 감 혹은 촉이라는 걸 일부러 깔아 준거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돼도 그럴 수도 있지 않나. 그(종진)가 마약과 관련된 사람이라 의심한 걸 수도 있고 혹은 나보다 잘난 수컷에 대한 질투에서 출발한 걸 수도 있다.

좀 전에 표현한 ‘잘난 수컷’ 에 대한 열등감이나 질투를 이전에 혹은 지금도 느끼는지.
예전에 연극을 하던 20대 때는 겁이 없었다. 재미없으면 ‘저것밖에 못해?’ 하면서 보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하지?’ 하며 감탄하게 되더라. 지금은 멋있고 연기 잘 하는 배우를 보면 여전히 감탄하지만 경쟁하려고 하진 않는다. 그들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몫에 충실하려고 한다. 아무리 조용필이 노래를 잘해도 그의 노래만 있으면 되겠나. 다양한 배우들이 조화를 이루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짠맛을 가지고 있으면 누군가는 단맛을 가져야 한다. 이런 사실을 어릴 때는 몰랐고, 나이가 들어 가며 깨달았다. 그때는 내가 짠맛과 단맛 모두 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배우 이성민이 가진 맛이 궁금하다.
민망한 얘기지만 조미료같다. 이건 내 스스로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메인 재료가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하는? 혹은 어느 순간 메인 재료가 됐는데 아직은 미지수인. <보안관> 은 그 기로에 서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보안관>의 흥행 여부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겠다.
나한테는 그렇다. 왜냐면 신인감독 작품이고 내 이름이 맨 앞에 나오고 타이틀인 ‘보안관’ 롤을 맡았다. 무게감이 크지만 피하고 싶진 않고 정면 돌파 하고 싶다. 메인 재료로의 가능성을 가늠할 좋은 시험대가 아닌가 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배우란 뭘까.
재수할 때 처음 극단에 갔는데 연출 선생님이 부르더라. 넌 너를 본적이 있냐고 물으시는 거다. 20살 때인데 마음 속으론 ‘거울로 보잖아요’ 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차마 그렇게 못했던 기억이 있다. 화면을 통해 나오는 건 내가 아니고, 나는 나를 못 본다. 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배우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리더를 많이 해왔다. 내가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말이다. 어떻게보면 나보다 주위에서 나를 잘 파악했던 것일 수도 있다. 나이들어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타인의 말을 더 쉽게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 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은.
드라마 <미생> 의 ‘오상식’. 나와 개인적으로 유사하기에 가장 덜 부딪힌 역할이다. 그의 사상이나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 단, 그만큼 용기 있진 않다. 원작 만화에는 좀 차갑게 묘사돼서 내 식으로 부드럽게 표현한 부분도 있다. 차가운 감정을 오래 유지하면서 연기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집단의 리더 역을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리더의 덕목은.
룰을 잘 지키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늘 그런 생각을 해왔다. 룰과 원칙이 끝까지 지켜지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진웅과 인연이 깊다.
예전 드라마 <열혈 장사꾼>에서 진웅이를 처음 봤다. 그때 라이벌 자동차 딜러로 출연을 했는데 소위 ‘싼마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당시에도 ‘정말 연기를 잘하는 친구네, 보통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러다가 <군도: 민란의 시대>로 다시 만났는데 그때 이미 진웅이는 배우로서 일정 수준에 오른 시기였다. 그후 다시 함께 광고를 찍었는데 그게 남달랐다.

어떤 면에서 남다르게 느꼈는지.
광고 중 서로 지긋이 바라보면서 ‘잘 가고 있지, 형’ 이런 대사가 있다. 그 장면에서 뭉클하더라 예전 생각도 나면서 말이다.

조진웅과 일 외에 사적 친분은? 더불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있다면.
조진웅, 이선균, 송강호는 모두 술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한테 연락을 잘 안한다.(웃음) 물론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수도 있지만 그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술을 마시기에... 조진웅, 이선균과는 가족까지도 다 친한 편이다. 요즘은 배정남, 그 친구가 뻑하면 전화해서 어디냐고 묻는다. 난 주로 집에 있는데 말이다.(웃음) 그리고 이번 영화를 하면서 (김)성균이하고도 친해졌다. 그는 자주 연락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모이면 그 친구 집에 놀러 가기도 한다.

예능 <라디오 스타>에 잠깐, 깜짝 출연했다.
현재 <공작>과 <바람 바람 바람> 을 촬영 중이라 스케줄이 빡빡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예능 나가서 이야기 하면 사회자들이 힘들어 하더라. 워낙 단답형으로 말하니 말이다. 우리가 <보안관> 홍보를 위해 예능에 나가게 되면 정남(배정남)이를 내보내자 했는데 성균이가 총대 메고 같이 나가겠다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이번에 <라디오 스타>측에서 배려?해줘서 게스트 4명을 전부 우리 영화 멤버로 출연시켜 줬다. 내가 나가봐야 새로울 것도 재미도 없을 거라, 미안했지만, 후배들에게 맡겼다. 그래서 일정 마치고 잠깐 보러 갈게 하던 게 전화 인터뷰 하는 걸로 바꼈다가 다시 잠깐 등장하기로 한 거다. 그랬더니 그럼 몰카로 가자 해서 깜짝 등장하게 된거다. 앞으로는 내가 해야할 일을 피해가지 말자 반성했다.

개인적으로 <영웅본색>을 보며 감동하는 ‘대호’와 ‘덕만’(김성균 분) 의 모습이 인상 깊더라. <영웅본색>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요즘 ‘콘서트 7080’을 보다보면 그 노래가 나올 때 내가 몇살이었는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하곤 한다. 가수들이 나이 먹은 것도 가슴 아프고 아내와 그 시절 관련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영웅본색>은 많은 영화를 봤지만 어린 시절 정말 각인된 영화다. 트렌치 코트 입고 성냥개비 하나 물고...편집된 장면 중 음주 사고 해결한다고 성냥개비 무는 신이 있었다. 촬영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참고로 당시 나는 주윤발이 아니라 적룡 팬이었다.
‘대호’ 가 보안관을 자처한 이유는 뭘까. 생업조차 소홀히 하면서 말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그의 천성이 아닐까.

<보안관>을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근심, 걱정 훌훌 털어버리고 잠시나마 건강하고 유쾌한 시간 가지시길!

최근 기쁜일이나 인상 깊은 일은.
어제 <라디오 스타> 녹화 끝내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후배들한테 너무 고마웠다. 사실 <라디오 스타>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게 처음인데 후배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배려해줘서 MC분들에게 감사하다.

2017년 5월 11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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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앤드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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