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함’이라는 키워드에 푹 빠졌다 <꾼> 장창원 감독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조희팔 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한 <꾼>은 영화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내놓은 장창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준익 감독과 10여 년 동안 함께 영화 작업을 한 후 3년의 시간을 들여 야심 차게 준비한 소중한 작품이다.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중에 많은 일이 있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엎어진 경험도 했고, 힘들게 기획한 <꾼>과 유사한 소재인 타 작품의 개봉을 지켜봐야 했다. 그럼에도 초조하지 않았다. 같은 소재라도 풀어내는 방식과 영화가 가진 결이 확연하게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차별화를 가진 <꾼>이 현실에서 해소되지 못한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관객이 2시간 동안 이야기 속에 몰입하여 충분히 즐긴 후 밝은 걸음으로 극장을 나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장창원 감독. ‘통쾌함’이라는 키워드에 푹 빠져있다.

<꾼>이 데뷔작이다. 본인 소개를 간략히 한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음....영화일을 한 지 대략 14년 된 거 같다. <왕의 남자>(2005)로 시작해서 매우 큰 기쁨을 느꼈고 그때부터 이준익 감독과 쭉 같이 영화 작업을 했었다. 그러다가 대략 3년 전부터 <꾼> 준비에 들어갔다. 이준익 감독님과 주로 하다보니 영화관이나 작품색 등에 있어 (감독님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까지 영화를 경험해 온 거 같다. <꾼>은 약간 결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 만드는 걸 최고의 미덕이라 생각하며 영화를 하고 있다.

이준익 감독님의 연출부 출신인 거 잘 알고 있다. 좀 전에 이준익 감독님한테 영화관과 세계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첫 작품이 사극이 아닌 게 좀 의외다.
사실 첫 영화로 사극을 하려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는 도중 공교롭게도 비슷한 코드의 영화가 나와서 포기했었다. 그래서 전부터 생각했었던 ‘사기꾼 잡는 사기꾼’이라는 소재에 통쾌함을 결합하고자 했다. 당시 나를 사로잡았던 키워드가 통쾌함이었다. 그렇게 조합하다 보니 조금 결이 다른 장르의 영화가 나오게 된 거 같다.

비슷한 코드의 사극이 나왔다고 했는데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역린>(2014) 이다.

아~ <역린>의 주인공도 배우 현빈인데, 인연인가 보다.
훗, 그럴지도. <역린>에서 정조(현빈 분)와 내시(정재영 분)의 관계처럼 왕을 시해하기 위해 잠입한 신하, 두 사람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쓰던 중이었다 그런데 <역린>과 메인 코드가 비슷해서, 중간에 포기했던 거지.

영화는 준비과정이 참 길다. 시나리오까지 직접 작업한다면 더욱 길어지게 되는데 중간에 비슷한 작품이 나와 버리면 참 허탈하겠다.
말 그대로다. 그때 한 6개월 정도 글을 못 쓰고 방황했던 거 같다.

좀 전에 <꾼>의 준비 기간이 3년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하필? 이면 작년에 비슷한 소재인 <마스터>(2016)가 개봉했다.
<마스터>의 제작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우리 영화도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었다. 소재는 같지만, 영화의 큰 결은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정공법으로 우리는 <꾼>의 미덕을 살리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또, 작년 연말 <마스터>가 개봉했을 즈음엔 우리도 촬영 막바지였기 때문에 <마스터>를 보고 좀 다르게 피해 간다든지 일부러 차별점을 둔다든지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는 1년의 텀을 두고 <꾼>을 본다면 아류? 혹은 비슷한 소재가 또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동시기에 제작에 들어간 거다. 음, 결론은 같은 소재지만 다르게 풀어낸 영화라는 거다! 하하하

<마스터>가 흥행에도 성공했다. (관객수 714만 명) 그만큼 본 관객이 많은데?
그점 또한 <꾼>을 보는데 즐거움일 수 있다고 본다. 같은 소재인데 매력있는 배우들이 어떻게 다르게 풀어냈을까를 비교하며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분명히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장르나 소재가 비슷하다고 판단하겠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결은 다르게 느낄 거라 믿는다.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마스터>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할 거라 확신한다.

‘조희팔 사기 사건’을 소재로 한, 좀 더 규모가 작은 <쇠파리>란 영화도 있었다. 혹시 봤는지?
보지 못했는데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좀 더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상업영화인 우리 영화와 크게 겹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인터뷰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질문이 많이 나오는지? 그 질문은 가능하면 피해 보려한다.(웃음)
그게.... 이미 한 거 같은데? (웃음) 그러니까 <마스터>랑 우리 영화가 비슷한 소재에 여러 등장인물이 작전을 펼치는 하이스트 영화인데 <꾼>만의 차별점이 뭔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았다. 또, <마스터>를 의식했는지 등등 말이다. 그리고 배우들 간의 합, 캐스팅 과정 같은 것들이 공통적인 질문이었다.

그렇군!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제작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다. 입봉작인데 출연진도 화려하고 상당히 규모가 큰 편이다.
신인 감독으로서 사실 과분하고 큰 판이 깔렸다고 생각한다. 이번 제작사가 내가 영화를 시작했던 회사다. 예전 ‘타이거 픽쳐스’에서 ‘두둥’으로 이름만 바뀌었지 여전히 이준익 감독님이 계시고 내게는 친정 같은 곳이다. 그래서 나와 시나리오를 믿고 좀 더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거다. 서로 10년 넘게 영화 작업을 같이했기에 신인이지만 믿어주신 거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 주셨다.

주연배우 캐스팅이 가장 고민이었을 거 같다.
맞다. 배우 현빈은 진중하고 무게 있는 역할을 할 때만큼이나 가벼운 그러니까 밝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매력을 발휘한다. 두 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고 한 작품을 끌어갈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갖췄기에 섭외 1순위로 두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스케줄이 좀 안 맞는 거다. <공조>에 캐스팅되서 촬영을 시작한다고. 그런데 현빈 배우가 차기작이나 차차기작을 미리 정해 놓는 스타일이 아니고 해당 작품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캐스팅이 어렵겠다고 아쉬워하던 차에 삼고초려 끝에 같이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정했던 일정을 한 두 달 미뤄서라도 <공조>가 끝난 후 시작하는 건 어떨지 제안했는데 다행히 (그가) 시나리오를 빠르게 거기다 아주 좋게 읽어줘서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그를 시작으로 상대역으로 궁합이 맞는 배우를 찾다 보니 지금의 조합이 완성됐다.

<공조>에서 현빈의 연기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또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시너지가 생길 거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공조>에서의 역할과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니 말이다. 관객은 배우의 봤던 모습에 더해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사기꾼 현빈’의 모습이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궁금해하는 모습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극 중 ‘황지성’(현빈 분)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인 ‘박희수’ 검사역의 유지태 연기가 아주 강렬했다.
관객이 공감하고 응원하는 대상이 ‘지성’이니까 ‘지성’역이 결정된 후 다른 인물들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지성’역에 현빈이 결정되고 나서 박 검사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현빈과의 어울림을 고려해보니 유지태 선배가 여러 가지 면에서 잘 맞았다. 실제로 미팅을 하고 나서 선배의 영화적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확인하고 원래 시나리오보다 박 검사 분량을 좀더 늘렸다. (유지태) 선배는 극 중 녹여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에너지가 있는 배우였다. 그래서 좀 더 센 모습으로 그리게 됐다. 상관에게 굴하지 않는 모습, 내부에 간직한 뜨거운 기질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모습 등 말이다. 그건 유지태 선배만이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 결과 굉장히 좋은 ‘투톱’(현빈과 유지태)이 되지 않았나 싶다.

<꾼>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춘자’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일단 다른 여성이 등장하지 않고 극 중 활력을 붙어 넣는 역할이다. 또, 춘자역의 나나는 배우로서는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신인이냐 아니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신인으로서 부족한 경험은 옆에 쟁쟁하고 노하우가 풍부한 선배가 많이 있었고, 나도 현장을 많이 겪어 왔기 때문에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경험보다는 배우가 가진 게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캐스팅 당시 가수 ‘나나’에 관해 이름과 얼굴만 아는 정도였지 잘 몰랐었다. 그런데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연기하는 걸 봤는데 연기가 좋고 마치 자기 옷처럼 캐릭터를 잘 입는 느낌이 들었다. 딱 화면에 달라붙어 있는 대사를 친다고 할까. 이런 것들이 배우로서 재능이 있고 우리가 그렸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팅하고 리딩을 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가진 게 많고 재능이 크더라. 그래서 신인이라는 생각은 현장에서 거의 못 했던 거 같다. 오히려 현장에서 선배들과 잘 어우러져 많이 배우고 흡수하는 모습이 되게 편안해 보이더라. 본인은 긴장했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스탭들이 보기에는 긴장도 안 하고 카메라 앞에서 막 노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배우 ‘나나’ 를 인터뷰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라 느꼈다. 옆에서 지켜 본 모습은.
본인이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준비를 많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더라.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연습하고 준비해야 편하게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천부적인 게 있는 거 같다. 현장에서 새로운 상황이나 변수가 발생했을 때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체화하느냐를 보면 그 배우가 단지 연습한 대로만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극 중 그 캐릭터가 됐는지를 알 수 있다. 그녀(나나)는 그냥 그 캐릭터가 돼서 했기에 갑작스러운 애드립에 반응한다든지 상황이 조금 변화해서 약간 다른 톤을 요구한다든지 할 때 굉장히 유연하게 대처하더라. 타고난 배우로서의 끼가 아닐까 한다.

음....가수로서의 끼와 외모 게다가 연기적 재능까지! 참 복 많은 그녀다.(웃음)
그래서 우리 영화 <꾼>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사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나나’는 감독님이 너무, 너무 칭찬을 해줘서 저절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던데? 뭘 해도 잘 했다고 해서 힘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그거야 그녀가 잘 하니까 저절로 칭찬하게 된 거지. 영화를 보신 분들도 배우들의 기운을 캐릭터를 통해 느낄 거라 생각한다. 자기 몫이라고 해야 할까,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 너무 뻔한 얘기 같지만, 칭찬을 안 하기가 쉽지 않더라. 최소한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만큼은 완벽했고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서 조금 다른 톤을 요구했을 때도 신인답지 않게 잘 대처하니 말이다. 일부러 배우의 기를 살리려 한 게 아니다. 게다가 내가 좀 순진한 편이라(웃음) 진심으로 얘길 했던 거 같고, 그녀도 그 마음을 읽었으니 좀 더 신이 나서 편하게 한 거 아닐까.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있고 후한 사람이 있는데 평소 성향은 어떤 편인지.
기본적으로 호의를 가지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바라보는 편인데 표현을 잘 하지는 못한다. 입에 발린 소리나 면전에서 좋은 얘기하는 걸 약간 부끄럽고 낯 간지러워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일부러 칭찬하려고 한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내가 애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와 배우를 대하다 보니 평소에 인색했던 표현보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후하게 표현한 듯싶다.

이준익 감독과 오랜 시간 작업을 함께 했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데 있어 조언이라고 할까, 도움을 많이 주셨나.
연출자 역할에 대해서는 사실 조언을 안 해주셨다.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 게 좋다든지 그런 면에 대해서는 거의 말씀 안 하시더라. ‘그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가야 하는 영화야, 그렇게 하려고 쓴 거잖아’ 라고 말하며 맡겨 주셨다. 단지 선배 감독으로서 신인 감독으로서의 마음가짐 혹은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해 주셨다.

어떤 조언인가.
신인 감독과 함께 일하는 경험 많은 스탭들과 배우들이 다 열심히 한마음으로 도와주려 하는 데 그 도움을 못 받아들이는 게 제일 멍청한 거라고 하시더라. 그걸 잘 받아들여 자양분으로 삼는 게 능력이고 가장 중요한 거라고 말이다. 현장에서 스탭들과 배우들을 일말의 가식 없이 진심으로 대하고 나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의 도움을 잘 받아들이라고 하셨다. 그게 그간 얼마나 많은 작품을 하시면서 느낀 정수이겠나. 정말 진심으로 얘기해 주셨고 나 또한 그런 사람 사이의 ‘진심’을 믿는 편이다.

듣고 보니 스탭들이나 배우들이나 모두 신인 감독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아무래도 더 클 거 같다.
그렇기도 하고 감독의 역할이라는 게 얼마나 다양하나. 배우와 스탭들이 영화에 굉장한 애정과 열의를 가지고 작업하는데 본인의 어떤 취향이나 고집 때문에 주변의 의견에 마음을 닫아 놓기 시작하면 수렁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말씀하신 거라 본다. 의욕이 넘치다 못해 어딘가 독선적이고 독재적인 현장을 만든다면 그건 내가 내 무덤을 파는 거라는 의미인 거 같다. 굉장히 공감한다. 그건 신인 감독을 떠나서 기존의 경험 많은 감독들도 유의할 점이라 본다.

열린 마음으로 가식 떨지 말고 진심으로! 가 요지다. (웃음)
우리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도움의 손길을 잘 받아들이고 취사선택을 잘 하는 게 능력이라는 거지.

이준익 감독의 <꾼>에 대한 평가가 궁금한데?
나도 궁금하다.(웃음) 지금 지방에서 <변산> 촬영 막바지라 아직 못 보셨다. 워낙 솔직한 분이라 표정 보면 알 거 같다. 스승 같은 분이라서 어떻게 봐주실지 솔직히 긴장된다.

<꾼>은 정말 스포일러를 당하면 안 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요즘 말로 정말 쫄깃하게 봤는데 알고 보면 맥이 많이 빠질 수 있겠더라. 그 부분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배우들도 나도 굉장히 컸다. 영화 편집을 한 후 만나서 <꾼>에 관한 이야기를 얼마나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어쨌든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을 관객에서 어필해야 하는데 그게 자칫 잘못되면 재미 요소를 없애 버릴 수 있으니까 인터뷰도 홍보도 참 조심스럽다. 그래서 좀 걱정이다. 핵심적인 스포를 원치 않게 당하게 되면 영화 본연의 맛을 즐기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많다. 그것에 대처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거로 알고 있다.

좀 전에 주변의 의견에 마음을 열어 놓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작업하면서 조언을 듣고 바꾼 부분이 있는지.
그게 어느 한 장면을 꼽기 힘든 게 너무 많아서다. 이 작품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까 콘티를 짜고 동선을 만드는 과정에서 촬영 감독님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포함됐다. 또, 스탭들의 아이디어를 영상에 많이 녹여냈고 배우들은 대사와 애드립으로 재미를 살렸었다. 예를 들면 ‘곽승건’(박성웅 분)과 ‘춘자’(나나 분)의 에피소드도 시나리오에 있던 거보다 훨씬 개성 있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곽승건 캐릭터도 원래는 냉철하고 계산적인 모습만 보이려 했는데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취합하다 보니 좀 더 귀엽고 허당끼 있는 캐릭터로 가게 됐다. 다행히 그 에너지가 좋았던 거 같다.

<꾼>은 범죄 오락물인데 무엇보다 ‘오락’에 집중한 점이 좋았다. 요새 너무 피튀기는 액션이 많아서 피가 좀 덜 튀기는 걸 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 점을 해소한다고 할까. 좀 전에 통쾌함에 주목했다고 했다. 그게 당신 작품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표현하고 싶은 키워드가 계속 바뀌는 거 같은데 최근 몇 년간은 ‘통쾌함’이었고 그걸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정보 매체가 발달하고 사람들이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소식을 빨리 접하게 되는데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건 없지 않나. 바로 그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갑갑함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서 현실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통쾌함을 2시간 동안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 같은 점이 영화가 가진 통쾌함이라는 미덕에 주목한 이유다. 다음 작품을 기획하고 쓸 때도, 현재 생각으로는, 계속 가져갔으면 하는 키워드다.

‘조희팔 사기 사건’이 계속 회자되는 건 그만큼 흥미진진한 요소와 해결되지 못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음....음모론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조희팔’뿐만 아니라 ‘유병언’도 죽었다고 발표가 났지만, 한편으론 분명 살아있다고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지 않나. 나도 개인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심이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개인적으로는. 왜냐하면, 명확한 물증이 없고 개운한 결론이 나지 않았기에! 죽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 의심하는 사람, 다양한 게 너무 당연한 거 같다. 그런 생각에 상상력을 더해 시나리오를 쓴 거고 말이다. 의심을 품는 사람 중의 한 명인 거지. 뭐, 하하하!

감독들과 인터뷰하면서 가장 궁금한 점은 영화를 하는 이유다. 왜 영화를 하나.
이야기를 만들어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데 그 수단은 다큐멘터리, 드라마, 소설이나 시 등등 다양하다. 결국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냐의 차이인 거 같다. 그에 따라 누구는 소설가가 되고 누구는 영화감독이 되는 거지. 나의 경우는 두 시간 동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혹은 지난 명작들을 보면서 내 생각이 바뀌고 가치관이 좀 더 풍성해지는 등 이런 경험들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러면서 영화가 갖고 있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무한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한편으론 도전해보고 싶더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이야기를 잘 전달해보고 싶은 거다. 결론은 영화를 좋아하니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단으로 영화를 선택한 거다.

영화의 힘이 무한하다는데 동의하고,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이고 말이다. 좀 전에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고 가치관이 풍성해졌다고 했는데 당신한테 그런 영향을 미친 영화가 있다면.
음, 너무 많아서 한 두 편을 꼽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1999) 이다. 참 좋아하고 여러 번 봤다. 또, 내가 제작에 참여했지만 <왕의 남자>(2005)도 굉장히 좋아한다. <올드보이>(2003)도 마찬가지고. 그냥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는데 집중하니 그 안에 인생, 사랑, 계급이 보이는 게 좋았다. 그 선택에 공감하거나 아니면 이야기가 가진 매력에 빠지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그런 것들이 모두 자극이 되는 거 같다. 지금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면 그렇다.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지.
자극을 받을 것 같은 소재나 장르의 영화를 선택해서 보는 편이다. 내가 안 좋아하는 영화, 예를 들면 공포영화 혹은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SF 물 등은 잘 안 본다.

공포 영화를 안 좋아하는 이유는? 혹시 무서워서?
아니, (웃음) 안 무서워서다. 무서움의 스릴에서 오는 쾌감을 별로 못 느끼는 거 같다.

역으로 아주 무서운 공표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의식이 들지 않던가? (웃음)
음, 전혀. 공포 영화를 보며 느끼는 서늘한 쾌감이 있는데 나는 그 쾌감이 뭔지를 정확히 모르는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지 않는 거고. 분명히 그 장르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있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게 있을 텐데 그런 기대감의 본류라고 할까, 본질을 못 느끼는 거지. 그러니 내가 진짜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런 건 생각도 못 할 일이다.

DC나 마블 히어로 물도 안 좋아하겠다.
허허, 그게 요즘 좀 좋아지고 있다. 재미있더라. 어쨌든 <꾼>도 오락 영화인 거처럼 영화는 재미 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충분히 있고 2시간 동안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챙겨서 보려고는 한다. 아직 <해리포터> 시리즈는 안 봤고, <반지의 제왕>의 경우 1편을 그다지 재미있게 못 봐서 그 후속편을 안 봤었다.

실례가 안 되다면 혹시 연령대가?
79년생.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 살이다.

나이를 물은 건 한국 영화의 전성기라는 2000년대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서다.
영화를 좋아해서 2003년 인가 영화일을 시작했는데 일 이년 후 한국 영화의 붐이 왔다. 굉장히 중흥기였던 거지. 당시 정말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었다.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올드 보이>, <왕의 남자> 등등 말이다. 한국 영화의 붐 이후 영화가 많이 제작됐기에 그때부터 쉬지 않고 영화일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시작 타이밍이 좋았던 거지. 내 세대까지가 그랬던 거 같다.

앞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 혹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변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생각할 여지를 주는 느린 호흡의 영화를 좋아했었다. 꼭 현실과 비춰서 보고 그런 영화가 미덕이 있다고 생각해서 묵직한 드라마나 멜로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 취향도 변하고 한국 영화의 흐름도 변한 게 그런 영화들이 약간 주류에서 벗어 낫지 않나. 지금의 생각으로는 관객에게 숙제를 던지는 거보다는 두 시간 동안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자이다. 쉴 새 없이 내 생각을 하면서 보는 게 아니라 극 중 인물에 빠져서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일단 마련하고 그 안에 어떤 세계관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으려 하다. 그래서 그런 플롯과 구조를 지닌 매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지향점이다. 어떻게 보면 장르· 상업 영화가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약하자면 재미있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작품, 즉 상업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라는 의미로 들린다.
음, 그렇게 정리해 버리면.... 대다수 감독이 바라는 거 아닐까.(웃음) 난, 특히, 무거운 마음을 안고 극장을 나가기보다 현실보다 좀 더 밝게, 밝은 에너지를 얻어갔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정해진 건 없다. <꾼>을 통해 관객과 소통해 보면 얻는 게 있을 거 같다. 그걸 자양분 삼아 다음 작품을 생각하고 싶다. 지금 결정해 버리면 너무 성급한 결정이 될까 봐 참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하니 통쾌함을 갖춘,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은 재미들, 민초들이 신분의 제약을 이겨내고 성취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요즘 많이 바쁠 텐데 최근 즐거운 일이 있다면.
음....최근이라면, 지금까지 영화일 하면서 편집을 꽤 오래 했는데 이번 <꾼>은 지금까지 통틀어 편집을 가장 많이, 내가 주가 돼서 했다. 그러면서 편집의 힘을 재발견했다고 할까. 컷 하나의 호흡을 살짝 바꾸기만 해도 다르게 읽히는데 그런 점이 너무 매력적인 거다. 이미 편집을 다 끝내서 완성본을 낸 지금도 또 편집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이번에 장시간 편집했음에도 더하고 싶을 정도로 편집 작업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연출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편집이 마지막 중요한 작업임을 새삼 깨달았다. 관객의 무의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정말 흥미롭더라.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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