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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의학, 로맨스’의 굿 저글링!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재규 감독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동화적이면서 현실적인 이야기, 정신병동과 그 안의 사람들을 다룬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누군가는 아기자기하고 애틋한 로맨스에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정신병동을 다룬 의학 드라마로 찬찬히 들여다보는가 하면, 내 이야기 혹은 내 주변의 이야기로 깊이 이입하고 공감하는 누군가도 있을 터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것처럼, 마음(정신)이 아프면 당연히 치료해야 함에도 사회적 편견이나 관습으로 인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이 드라마가 작은 위안과 용기, 그리고 배려로 다가갔으면 한다는 이재규 감독을 만났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

# 우리 모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인

“갈등이 세고,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드라마가 주목받는 추세에서 이러한 요소가 많지 않아 기획 단계부터 고민했어요. 그런데 순위권에 들고 또 재미있다는 말씀들을 해 주셔서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호평에 이재규 감독이 감사의 소감을 전한다.

이 감독은 시리즈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힙하고 자극되고 힐링되는 이야기”의 세 축으로 가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흐름은 자극적이되, 머리와 가슴을 두드리면서 힐링 되고, 동시에 힙합면을 가진 이야기를 추구했다.

또한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그 공간을 드라마에 옮기면서, 왜곡과 편견이 생길 여지가 있는 부분은 최대한 우회적으로 접근했다.

“정신병동은 의외로 온화한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급격하게 돌아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100% 옮겨온다면 시청하면서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죠. 또 에너지가 분출하는 정신 장애를 소재로 선택할 수 있었지만, 같은 맥락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의학드라마로서 현실적인 고증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획 때부터 수시로 자문받았고, 각본 역시 수백 번 조언받아 고치며 완성했다. 촬영장에는 간호사와 의사가 상주해서 곁을 지킬 정도였다.

“다행히 판타지, 의학, 로맨스, 이 셋의 저글링이 잘 된 것 같습니다.”(웃음) 이 감독이 꼽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시청자들이 애정하는 이유다. 이전보다 정신장애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시선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동화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의 밸런스가 잘 맞은 것 같습니다. 마치 쑥개떡처럼요. 처음에는 손이 잘 안 가지만, 막상 먹으면 너무 맛있는 것처럼요.”

총 12화로 구성된 시리즈에는 매화 다른 정신 장애를 앓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공황, 우울증, 망상, 조현병, 양극성장애(조울증), 자해, 가성 치매 등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한 장애들이다.

“현대사회에서 꼭 한 번 다뤄야 할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우울감이 심해지고, 공황장애가 온 적이 있어요. 이런 힘든 시기가 있었다 보니, 누구든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제대로 다뤄보고 싶었죠.” 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마지막화 엔딩의 문구로 함축했다.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이다” 감독이 손수 쓴 대사다. 우리 모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라는 담장 위에 있으니 스스로 되돌아보고 타인을 그릇된 시선으로 보지 말자는 바람을 담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

# 의학드라마지만, 로맨스도 괜찮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학드라마의 킬포인트는 전문성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감일 것이다. 여기에 로맨스를 얹는다면? 선호도가 갈리는 지점인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정다은’(박보영)-‘동고윤’(연우진)-‘송유찬’(장동윤)의 삼각관계와, ‘황여환’(장률)-‘민들레’(이이담)의 러브라인은 적당한 밀당과 애틋한 사연으로 일부에서는 로맨스 맛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우정과 사랑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이왕 가져갈 거 드라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여서 ‘꿀맛집’으로 가보자는 감독의 의도가 통했다!

여기에는 주인공인 박보영 배우가 지닌 특유의 사랑스럽고 건강한 에너지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보여준 바 있는 강단 있는 면모가 크게 한몫한다.

“보영 씨가 아니었다면 ‘유찬’의 마음을 몰라줘서 답답하다고 ‘고구마’ 소리 나왔을걸요? (웃음) 보영 씨의 청량하고 맑은 이미지를 평소에 좋아했는데,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실제로 봉사할동 한 경험도 있고 정말 ‘정다은’ 그 자체인 거예요.”

로맨스 맛집만이 아니라 사실 이 시리즈는 고증과 풍경 맛집이다.

바닥에 깊이 파묻혀 버리는 우울증 증상이나 공황이 엄습하는 순간, 물이 찰랑찰랑 차올라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모습, 평소 깜박이는 위기의 노란 불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기를 방치한 워킹맘과 직장인, 게임 속으로 피신한 공시생, 칭찬일기와 자서전 쓰기 등 병증을 디테일하게 묘사했고, 사실적인 에피소드로 현실감을 더했다.

“정신병증은 겉으로 표가 나지 않으니, 본인도 또 주변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신적인 아픔을 호소해도 유난 떤다는 시선을 받기 십상이죠. 그래서 이런 병증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지 고민했고, 공황의 경우 물을 이용했어요. 물이 차오르는 건, 세트를 제작한 후 이를 통째로 수조 안에 넣는 식으로 촬영했는데요, 기술적으로도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망상 환자 ‘김서완’(노재원) 에피소드의 경우는 흡사 판타지 액션 게임 속으로 들어간 듯하다. 정다은 간호사를 평소 ‘중재자님’으로 부르는 그의 세계에서는 불을 내뿜는 거대한 드래곤과 엘프의 귀를 한 박보영을 만날 수 있다!

안개 가득한 아침 출근길과 석양 노을지는 저녁 퇴근길, 다은-고윤-유찬이 종종 함께 걷는 자그마한 천변까지 다은의 집과 주변 풍경은 불안하고 우울하고 아픔이 가득한 현실을 동화 같이 덧칠해 준다.

“병원은 경기도 시흥시 월곶이 배경이에요. 해가 지는 동네거든요. 사람들은 일출을 보는 걸 즐기지만, 그 해를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해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이 해를 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할까요. 다은의 집은 설정은 시흥시 정왕동인데, 실제 촬영은 충북 옥천읍에서 했습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

# 세 번 울었다

“피가 난무하는 좀비 시리즈(<지금 우리 학교는>)를 찍다가, 이렇게 서로를 위하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많이 힐링됐어요.”

평소에도 눈물이 많다는 감독, 이번에도 총 세 번 울었다며 웃는다. “<다모> 할 때 엄청 울었고, 40대 넘어서는 눈물이 적어졌는데 요즘에는 호르몬의 영향인지 다시 눈물이 왈칵입니다.” (웃음)

1화 ‘다은’, 7화 ‘준기’(김대건), 그리고 10화 ‘고윤’이 한 어떤 말들이 감독을 울게 했다.

일명 다모 폐인을 양성하며 드라마 팬덤의 시대를 연 <다모>부터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 하츠> 등 히트 제조기로 불리며, 영화로 진출해 <역린>과 <완벽한 타인>을 성공시킨 후, 넷플릭스 <지금 우리학교는> 으로 글로벌 인기를 구가 중인 이재규 감독. 그야말로 완벽한 필모요,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팔방미인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매번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동력은 무얼까.

“남들의 칭찬에 기대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남들이 잘한다고 하는 이야기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어요. 일종의 도전 정신일 수도 있겠네요.”

“누군가 제 스타일을 물어봐서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다양한 이야기를 하되 한가지 축, 코어는 있죠.”

이재규 감독 이야기의 코어는 바로 인간과 관계이다. “제일 관심이 가는 분야가 인간이고, 이들 간의 관계예요. 멜로라도 관계로 접근하는 편이거든요.” 사람 자체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선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단다.

감독에게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우문을 던졌다. “무엇보다 운이 좋았고 제가 좋아한 이야기를 해서 사랑받은 것 같아요. 남들이 좋아하는 게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감독이 언젠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류가 멸망한 후 생존한 몇 명이 다시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를 재편하는 이야기다. 이를 마음속에 간직한 채, 지금은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의 대본 작업에 매진 중이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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