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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나를 칭찬하고파”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박보영 배우
2023년 11월 25일 토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러블리하면서도 강단 있는 이미지로 각인됐던 박보영에게 올 한해는 특별한 해였다. 지진 이후의 아포칼립스를 그린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재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신념을 지키는 ‘명화’,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정신병동 간호사 ‘다은’을 연기하며 그간의 이미지를 탈피, 필모그래피를 확장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느덧 배우 생활 18년차에 접어든 박보영은 “올해 처음으로 나를 칭찬하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공개된 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잇는 힐링물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필모그래피에 힐링물이 별로 없어서 해보고 싶었던 찰나 감사하게도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극한 상황 속 인간군상을 보여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달리 ‘다은’이 시행착오를 겪고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거 같더라.

내과 근무 3년 차에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한 간호사 ‘다은’ 역을 맡았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에게 기본적인 간호 업무를 배우고 현장을 참관하기도 했다. 의료진 분들이 현장에도 방문하셔서 많은 걸 알려주셨다. 환자들이 입원, 퇴원할 때 간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차트 어디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지까지 직접 보고 배운 내용을 메모했다. 간호사 분들이 인계할 때 신기했던 게 환자가 어떤 분과 친하게 지내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세세하게 공유하시더라. 작품이 공개된 후에 자문해 주신 간호사 선생님과 간호 일을 하는 주변 친구들에게서 고증이 잘 됐다고, 작품이 잘 나왔다는 연락을 많이 받아서 기뻤다. (웃음) 의료 드라마라 할지라도 간호사가 주인공이었던 작품이 없었던 터라 간호사 분들의 응원과 지지를 많이 받고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환자가 있나.
환자는 아니지만 ‘박수연’(이상희) 간호사의 에피소드에서 눈물을 많이 쏟았다. 내가 미혼이다 보니 공감 못할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는데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나더라.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라는 말이 워킹맘뿐만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김서완’(노재원) 환자는 내 ‘눈물 버튼'이다. (웃음) 노재원 배우와 서로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나는 늘 ‘서완님’이라고 불렀고 노재원 배우도 나를 ‘중재자님’이라고 불렀다. 특히 6화는 대본을 볼 때도 너무 힘들어서 읽다가 덮었다. 후루룩 못 읽고 한 줄씩 힘들게 읽었다. ‘다은’이한테 이입을 많이 했는데, ‘서완’의 존재가 ‘다은’에게서 점점 더 커지니까 ‘다은’이를 연기하는 나까지 힘들어지더라.

‘서완’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다은’ 또한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데. 우울증을 표현할 때 어디에 주안을 뒀을까.
우울증에 대해 공부했다. 한참동안 말을 안 하다가 내뱉었을 때 목소리가 갈라지는 걸 표현하려고 물도 안 마시고 사람들과 말도 잘 안 했다. 입을 계속 마르게 하는 걸 신경 썼다. 몰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극중 ‘다은’처럼 칭찬 일기를 쓰고 있다고.
작품에서 ‘다은’이가 상담을 받으면서 칭찬 일기를 쓰는 내용이 나온다. 그 솔루션이 좋은 거 같아서 나도 직접 써봤는데 실제로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 주위에도 많이 권유했다. (웃음) 예전의 나는 칭찬을 잘 못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 스스로 칭찬한 적이 별로 없더라. 나의 어떤 점을 칭찬해야 할지 몰라서 칭찬 일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힘들었다. 그런데 ‘다은’의 일기를 보면 실내화를 똑바로 놓은 것처럼 사소한 것까지도 칭찬한다. 그래서 나도 밥 잘 먹은 것, 알람을 듣고 바로 일어난 것, 늦잠 자지 않은 것, 운동을 간 것 등 사소한 칭찬을 해봤다. (웃음) 일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선 여전히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면에서는 칭찬도 잘하고 자존감이 올라간 거 같다.

실제 성격도 ‘다은’과 비슷한 편일까.
현장에서 연우진 선배나 감독님이 나한테 천사라고 하는데 공감하지 못하겠다. (웃음) 불만 하나 없는 현장이 어디 있겠나. 촬영하면서 화도 내고 불만도 표했는데 좋은 쪽으로만 봐주신 거 같다. 좋은 사람으로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웃음) 예전엔 누구에게나 친절하려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내려놨다.

2005년 중학생 시절 단편 <이퀄>로 데뷔해 18년 동안 연기 활동을 했다. 이제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는데.
현장 가면 그걸 느낀다. 예전에는 어딜 가든 막내였는데 요즘엔 내 아래 후배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살짝 부정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웃음) 선배라는 위치에 오르게 되니 나만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 나보다 작품이 우선이고, 나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잘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 생각에 약간 ‘꼰대’ 기질이 있는 거 같다. 혼자 동떨어져 있는 스태프나 배우가 보이면 챙기고 싶고 오지랖 부리게 되더라. (웃음) 한편으로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느낀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려고 한다. 이제껏 봐왔던 선배들의 좋은 점을 내게 녹여내고 후배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아왔는데 한 일만 오랫동안 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배우도 직업이다. 그런데 직업이 내 삶의 전체가 되어버리면 너무 힘들 거 같아서 일과 나를 분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품 하나 들어가면 보통 반 년 이상 쏟아 붓는다. 그 기간 동안 매일매일 치열하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여 지내다가 일이 끝나고 다시 혼자가 되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지더라. 그래서 작품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형부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던가, 조카를 돌본다던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웃음) 배우 박보영과 인간 박보영의 밸런스를 찾으려 노력 중이다.

올해는 배우 박보영에게 특별한 해였던 거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필모그래피가 더 풍성해졌다.
기존에 있던 이미지를 덜어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올해 공개된 두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내 욕심도 어느 정도 채워진 거 같다. 일하면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다은’이를 통해 나도 많이 성장을 한 것 같다.

두 작품으로 다양한 배역에 대한 갈증이 채워졌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얼마 전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 특별출연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더라. (웃음) 팬 분들이 내 로코를 보고 싶어 하시니 다시 로코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 해본 장르와 캐릭터가 너무 많다. 감독님들도 내게서 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를 끄집어내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최근엔 아주 시니컬한 캐릭터도 들어왔는데, 한 본도 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 신기하더라. 연차에 비해 작품 수가 많은 편이 아닌데, 더 부지런히 일해야겠다고 반성하고 있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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