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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대사, 미칠 노릇” <노량: 죽음의 바다> 정재영 배우
2024년 1월 17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모두가 고생했지만 명나라 장수 진린 역의 정재영은 또하나의 부담감 속에 연기해야 했다. 바로 모든 대사를 중국어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 이번이 첫 외국어 연기였다는 정재영은 “진린이 우스꽝스러워 보일까 봐, 그래서 작품에 누가 될까 두려웠다”고 털어놓는다.

<노량>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처음엔 별다른 정보 없이 시나리오를 받았다. 내가 아는 정보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직접 읽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먹먹하더라. 감동적이었다. 모두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다. 조금이라도 이 역사를 알고 있는 분이라면,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순간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하면서 보지 않을까 싶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떻던가.
솔직히 내가 진린을 연기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진린이 좀 빨리 이순신 장군을 도와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이 컸다. 진린이 망설이고 미적거리는 걸 보면서 화가 나더라.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노량>이다. 엔딩의 여운이 굉장히 진했다. 한동안 스크린만 멍하니 바라봤다. 북소리가 귓가에서 멈추지 않더라. 시나리오에서만 읽었던 그 북소리가 그렇게 표현될지 몰랐다. 물론 내가 출연해서 더 애정이 가는 것도 있다. (웃음)

<노량>이 통쾌함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 거다. 나도 이 작품 덕분에 하나의 전쟁을 3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됐고, 전쟁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그 모든 것을 총망라하니 여운이 더 길게 남더라. 그런 부분이 <노량>이 지닌 강점이고 영화를 좀 더 세련돼 보이게 만드는 거 같다.

극중 명나라 장수 진린을 연기했다.
진린을 준비하면서 책부터 드라마까지 여러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미디어에서 재현된 진린은 대체로 악역처럼 그려지더라. 하지만 실제로는 합리적인 사람이었고, 이순신 장군의 작전을 호의적으로 도와줬던 장수라고 들었다. 진린도 광둥성 시골에서 자랐고 자수성가했다. 모함도 당하고 직책도 강등 당하고 감옥도 갔다가 복직해서 조선으로 발령난 거다.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국의 장수인 이순신 장군을 향해 '노야'라는 말을 쓸 정도로 대단한 존경심을 가졌다고 하더라. 진린이 이순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우리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이끼> 때 노인 분장하느라 수염을 붙인 적은 있는데 사극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성기 선배가 ‘수염을 붙이지 않으면 사극을 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제대로 된 수염 분장을 받아보니 정말 오래 걸리고 불편하더라. 진린이 수염은 붙였지만 백발 노장들 사이에서는 어려 보이는 편이다. 실제로 진린은 이순신 장군보다 나이가 두 살이 더 많다. 그런데 내가 또 워낙 동안이라…..농담이고 그 부분은?김한민 감독님이 반영해서 영화에선 실제보다 조금 더 젊게 표현됐다. (웃음)

촬영이 다 끝나서 이렇게 농담도 할 수 있는 거지만, 사실 명나라 장수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이순신 장군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진린의 모습이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일까 걱정이 되더라. 내가 작품에 누가 될 것 같았다. 모든 영화가 부담이 있었지만 특히 <노량>은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더 컸다.

비중이 적지 않은데 내내 중국어로 연기하는 걸 보니 준비하느라 고생이 만만치 않았겠다 싶더라. (웃음)
선뜻 참여한다고 했는데 외국어가 정말 막막하더라. 출연을 수락할 때까지만 해도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얕잡아 본 것도 없잖아 있다. (웃음) 그런데 막상 촬영 준비를 시작하고 나니 진린을 어떻게 준비하고 또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 오랜 기간 연기하면서 외국어 연기를 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촬영 6개월 전부터 중국어 연습을 시작했는데 배울수록 어렵더라. 중국어에는 사성이 있어서 흉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나는 나름대로 따라한다고 하는 건데 중국어 선생님은 완전히 다르다고 하더라. (웃음) 평소 외국어를 잘하는 편도 아니어서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대사량이 꽤 많았다. 중국어 기본기부터 배우는 것도 아니고 대사만 외우는 건데도 해도해도 늘지 않는 느낌이었고, 하루에 네 다섯 시간 이상 몇 개월을 그렇게 대사 외우는 데만 집중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중간에 대사가 바뀐다. 미칠 노릇이었다. (웃음) 현장에서도 중국어 선생님이 상주하면서 계속 코치해 주셨다. 다행히도 선생님에게는 합격점을 받았다. 영화가 공개되고 난 뒤 중국어를 전공하신 지인 분들에게 물어봤더니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도 중국 분들이 볼 때는 당연히 어색할 거다. (웃음)

100분가량의 해상 전투 장면은 어땠나.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블루스크린과 크로마키를 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연기에 익숙하지 않다. 눈 앞에 아무 것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연기를 잘해야 한다. 3D 콘티대로 흘러가고 이 인물들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다. 히어로물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존경스럽더라. (웃음)

세 번째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게 된 김윤석 배우는 어땠나.
소신발언하자면, <한산>의 이순신 장군이 잘생겨서 좋더라. 하하! 가장 젊고 생명력 넘치는 이순신 장군을 박해일이 연기했고 최민식 선배가 연기했던 <명량>의 이순신 장군에게서는 불굴의, 투지의 느낌을 받았다. 또 최민식 형의 이순신 장군은 호랑이 같은 모습이다. 반면에 김윤석 선배의 이순신 장군은 그 모든 시기를 지나온 이순신 장군이 아닌가. 입고 있던 갑옷만큼이나 부담감이 컸을 거다. 윤석 선배는 현장에서도 영화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 있었다. 늘 말 없이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선배에게서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졌다.

김한민 감독은 이번 <명량>으로 10년간의 대서사를 마치게 됐다.
단순히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사랑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과도 같다. 사랑도 이런 사랑이 없다. (웃음) 그만큼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깊게, 또 오래 연구했다.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애정이 없다면 결코 3부작을 완성하지 못했을 거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이 누군가. 전국민이 모두 아는, 나라를 구한 영웅이지 않나. 조금이라도 잘못 그려지면 논란이 생길 텐데, 그만큼 김한민 감독님의 부담이 컸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냈기에?박수 받아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CG만 해도 8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시간과 열정과 에너지를 쏟은 작품이다. 3부작의 마지막이니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 제작에 참여한 분들은 '참여하길 잘했다'고, 관객 분들은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진제공_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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