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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독립을 이루고 싶은 수다쟁이,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 하성태 기자(무비스트) 이메일


하성태 (이하 ‘하’) 비니는 왜 다시 쓰나. 어제 vip 시사회 끝나고 술 한 잔?
윤성호 (이하 ‘윤’) 상태가 말이 아니다. 오랜만에 마셨더니 몸이 안 좋아서. 요즘 술을 안 먹었는데 예쁜 친구들이 많이 와서 신이 나서(웃음). 명함이 ‘네오 이마주’다. 여기 저기 글 쓰면 돈 많이 버나?

아니 그건 아니고 아직 무비스트 명함이 안 나와서(웃음). 네오이마주에 한 네티즌이 쓴 <저수지에 건진 치타> 리뷰에 장문의 댓글을 남겼더라. 왜 그런 모험을 했나.
댓글 전쟁을 너무 싫어한다. 감정적이었다면 짧게 썼을 텐데. 근데 약간은 의도적이었던 것도 같다. 정치적인 건 아니고, 내 영화면 못 그랬을 테지만(웃음). 그 분 블로그도 들어가서 글 다 찾아 봤는데 좋게 쓸 수 있는 분이 거기서는 일관성이 결여되어있는 것 같더라. 독립영화든 뭐든 간에 몇 편을 보고 벌써 훈수를 두는 위치에 서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발품까지 팔고 꽤 본 다음에 애정을 가지고 쓰는 건 모르겠는데 상업 영화나 비디오아트나 미술을 볼 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독립영화를 볼 때는 ‘우리가 봐 주잖아’ 하면서 얼른 선생님 위치에 선다. 왜 그럴까, 그 마음은 뭘까 하면서 독립영화계가 싫어지는 면도 있다. 차라리 대중영화하고 대중들한테 선보이고 말지 하면서.

우선 여기까지 하자(웃음). 요즘 기분 어떤가. 장편 데뷔작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그러게. 장편은 처음이고 이게 뭐 기획된 상업 영화가 아니지만 많게 든 적게 든 대중들과 만나려니 설레네.

어제 vip 시사회도 봤다. 두 번 본거다.
아, 그런가(웃음).

왜 웃나?
극장에서도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웃음). 농담이고, 좋건 싫건 많이 얘기해 달라. 초반 유료관객이 중요하거든(웃음).

첫 번째 볼 때는 명박이 나올 때나 시종일관 킥킥댔는데 어젠 좀 덜 웃게 되더라. 특이한 게 기자시사에서 웃음이 더 많이 나오던데. 영화에 대한 영화고 선수들 얘기라 그런가?
난 이제 웃기지도 않고 짜증난다, 하도 많이 봐서(웃음). 좀 그런 건 있는 것 같다. 시네큐브나 인디스페이스 같은 일반 시사가 오히려 반응이 제일 크다. 어제는 기자 시사도 아니고 우리 영화에 한 다리 걸친 관객들이 왔으니까.

다시 보니까 오프닝의 ‘챕터 1’, 클로징의 ‘챕터 2’ 자막은 뺏더라.
불필요 한 것 같아 뺐다. 넣은 이유가 <은하해방전선>이 내 나름대로 기존 중단편의 종합판 성격이 크다. 내 중단편을 저널이나 영화제에서 좀 띄어주긴 했지만 그걸 본 관객을 다 합치면 아마 <은하해방전선>이 성공하든 아니든 중단편을 본 관객보다 많을 거다. 이번 영화가 맘먹고 상업 영화로 만든 것도 아니니까 그전까지의 작업을 좀 종합하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신은 그대로 인용한 것도 있고 어떤 나레이션은 그대로 써 먹은 것도 있다. 챕터 부분은 쥐뿔도 모를 때 비디오 캠코더로 촬영하고 신을 무조건 챕터로 나눴던 <삼천포 가는 길>에서 따왔고. 근데 기자 시사회때 보니까 별 의미도 없고, 챕터 2가 후반부에 나오니까 ‘또 시작이야’ 이럴까봐 해서 뺐다(웃음).

<은해해방전선>은 크게 보면 영화에 대한 메타 영화다. 전작 중에도 그런 형식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혹시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까지 시간이 촉박해서?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지만 사실 하고 싶은 것도 있었겠지. 꼭 메타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기보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겪은 것은 것이 그것이었으니까. <올모이스 페이모스>처럼 저널에 리뷰를 쓰고 비평을 쓰면서 돌아다니는 직업이었다면 글 쓰는 인물이었겠지. 신앙에 고민을 하면서 교회를 위해서 싸우고 설교를 했다면 똑같은 전개방식이고 난항인데 다른 식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빨리 개연성 있게 쓸 수 있는 건 영화더라고.

주인공 영재가 감독 개인을 얼마나 닮았을까는 누구라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게 사실 당신처럼 영화에 대해서 글 쓰고 작품 이름이라도 들어봤으니까 그렇지 일반 관객들은 크게 상관없이 볼 것 같다. 그리고 에피소드들도 곧이곧대로 내 것을 옮겨 온 것도 있지만 이 정도면 보편적인 상황이겠지 하고 고친 것이 많고.

배경이 부산영화제다. 촬영도 부산에서 거의 끝냈다고 하던데 왜 하필 부산이었나?
저예산의 영화지만 사람들한테 시각적으로 쾌감을 주고 싶었다. 뭐 내가 대단한 비주얼리스트도 아니고. 물론 조그만 카페 안에서도 멋있게 찍는 분들도 있지만 난 그런 재주도 없다. 그래도 시각적으로 쾌감이 몇 개는 있어야겠고 그렇다면 바다가 있는 영화를 하고 싶은데 바다가 있고 영화가 있는 얘기를 하려면 영화제다, 그런 거지. 영화제가 영화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곳이니까. 기왕이면 해변이 있는 영화제는 부산이라 지명을 애매하게 처리했는데 관객들이 보기에는 다 해운대고 송정이고 그러더라(웃음).

부산이라 촬영은 편하던가? 부산영상위원회 도움은 많이 받았고?
부산 분 들이 자기주장이 있는 건 좋은데 (부산 사투리 억양으로) ‘내가 낸데’ 이런 게 있다. ‘나다, 나, 나 모르니?’ 이런 게 있다(웃음). 백사장 조그만데서 촬영하는데도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와서 ‘이게 지금 뭐냐, 니들이 전세 냈냐?’ 그러고.

취객들이?
취객이 아니라 오전이었다. 그게 약간 부산 지역성인거 같다. 이런 얘기 하면 안 좋지 않나? 뭐 그건 서울이나 영등포 어디서 해도 마찬가지니까. 그것보다 부산에 추억이 너무 많다. 서울의 추억은 일상적이라 가라앉을 수가 있는데 부산은 영화제때라든지 1년에 한 번 꼬박꼬박 가는 연례행사니까. 부산에 가면 와 바다다 하고 좋은 건 아니지만. (주문했던 커피가 나오는 사이 기자가 무의식중에 ‘막, 이러면서’라는 표현을 쓰자) 방금 ‘막, 이래’라고 했나? 이 봐, 남자들도 많이 쓴다니까.

아, 그 말투. 내가 그랬나? 요즘 친구들은 그런 말투 정말 많이 쓰는 거 같다. 길거리 지나가다 보면 여기저기서 들리고.
나 그 말투 되게 싫어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 단역에게 그 대사를 줬더니 사람들이 내가 좋아 해서 쓴 줄 안다. 임지규는 ‘감독님, 영화 좋았어요. 막 이래’라고 문자를 보냈더라 그래서 속으로 ‘이 XX’이러고. ‘막 이래, 막 이러고 있네’ 이 표현의 동의어가 경상도 방언으로 ‘이, XX’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혹시 경상도 분 있나? 경상도 쪽 여자들이 하는 거 보면 근데 귀엽고 좋다. 내가 전라도 출신이라 그런지 약간 그런 게 있다.

맞다. 서울 남자들은 경상도 여자들의 사투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근데 남자 사투리는 싫다(일동 웃음). ‘막 이래’는 싫은데 ‘오빠 어쩌구, 이 XX’ 이럴 땐, 어휴. ‘이런 게 사랑이구나’ 그런 게 있다(웃음). 영상위원회는 도와주려고 했지만 막상 도움 받을 게 없었다. 원래는 영덕에서 촬영하고 싶었다. 새하얀 백사장에 대형 풍차가 열 세 개가 있어서 화면도 장난 아니고 끝내 줬을 거다. 헌팅 까지 다 갔다 왔는데 부산에다 영덕까지는 무리였다. 그 부분을 영상위원회에서 도와주려고 그랬는데... 부산은 특별히 도와줄게 없었다. 백사장 가서 찍으세요, 그런 거니까(웃음).

감독인 영재 캐릭터를 보면서 우디 알렌이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라.
분명히 좋아한다. 우디 알렌은 영화적으로 닮고 싶은 거랑은 좀 다른 거 같다. 글 쓰는 입장에서도 독자로서 즐겁고 또는 필자로서 벤치마킹 하거나 모사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거다. 김현 글은 닮고 싶고 정성일의 글은 흉내 내고 싶기 보다는 미문이나 운율을 음미하는 그런 경우가 있지 않나. 우디 알렌은 나에게 그런 존재다. 관객 입장에서 너무 재미있다 싶고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되거나 내 시니컬함을 보상받거나 하는. 근데 <할리우드 엔딩> 같은 경우 영화감독이 촬영 직전에 핸디캡을 갖는다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가져도 써도 되겠다 싶었다. 근데 여기저기 인용한 게 너무 많다. 사람들한테 기대 받는 연출자가 휴양지에서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는데 여의치는 않고 주위 사람들은 계속 훈수를 두고 악몽에 시달린다. 이건 <8 1/2>을 가져 왔고.

그런 인용들이 또 뭐가 있나? <봄날은 간다>의 대사?
한국 영화들은 되게 많다. ‘내가 잘 할게’라는 대사는 보편적인 것에서 가져오다보니 그렇게 된 거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 은하 역의 서영주가 단편영화에 많이 나왔고 <잘되가? 무엇이든>에 나왔잖나. 그래서 일부러 대사를 준 것이 ‘잘 되? 잘되니까, 잘 될 거야’였다. 무심한 남자들이 잘 쓰는 표현이지만 그 단편도 생각을 했고. 중간에 김보경이 베트남 청년이랑 한 번 자요, 하는 대사 있잖나. 그건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두 번째 사랑>. 영화를 봤는데 좀 싫더라고.

하정우가 이주노동자로 나온 거?
영화가 여자들을 위한 영화도 아닌 것 같고 허영끼가 많은 영화 같아서. 여자 평론가들도 그렇게 쓰더라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이 이창동 감독님이라서 한 번 보라고 그랬다. 빈정이나 공격은 아니고 ‘제가 이런 얘기 하면 귀엽죠’ 그래 보려고.

한 번 봐주세요, 이런 거?
그런 것도 있고. 중간 부분에 정 프로듀서가 그런다. ‘그러지 말고 박정희 경호원으로 가보자고, 여자를 만나는 거야, 독재자의 여자를.’ 곽경택 감독의 <사랑> 시나리오를 작년에 봤는데 그걸 전해준 친구가 (이번 영화의) 모델인 전 전 여자친구다. <사랑>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뮤직비디오 사랑이야기니까. 그런 식으로 세면 스무 개가 넘을 거다. 대놓고 빈정거리거나 아니면 재미있으니까 따라한 것들이. 가장 많은 건 내 영화들이고.

실어증 걸린 영재 입에서 악기 소리가 나는 것도 그렇고 판타지로 넘어가는 데 관객들이 비현실적인 부분을 부담스러워 할 거란 생각은 안 했나?
그 부분은 어려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는 보고 누구는 보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고 좋아했으면 하는 관객들은 어려워하지 않을 거고 실제로도 그러더라.

개인적으론 회상 구조의 등퇴장 방식이 굉장히 좋던데.
아쉬운 데가 있는데 여유가 있었다면 분명 달랐을 거다. 어떻게 찍으면 부드러운지 알고 있으니까. 내가 영화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우리 촬영이나 편집이나 CG를 하시는 분들이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프로라 그 양반들이 힘을 더 모았으면 더 매끄럽게 할 수 있거든. 근데 아무래도 소스가 부족해서 그냥 컷 바이 컷으로 넘어가는 신 밖에 없었던 거 같다. 좀 더 회상느낌 나게 촬영할 수 있잖나. 흑백화면으로 넘어간다든가 하는.

근데 뭐 감상적인 음악이나 흑백화면보다 깔끔함이 더 좋던걸. 아, 영재 목소리가 트럼펫으로 변하는 것 같은 유머도 참 좋았고.
그런 상황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인 것 같다. 직업적인 특징이 있고 그것 때문에 주위사람에게 소홀했던 사람이 그것과 관련한 핸디캡이 생기는 거지. 멜 깁슨이 마초 광고 크리에이터인데 여자 목소리를 듣게 되는 핸디캡이 생긴 다든지, 니콜라스 케이지가 기업 합병하는 사냥꾼인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시골마을에서 깨어난다든지 하는. 이런 핸디캡을 부여하는 설정은 미국 가족영화에서 많다. 그런 설정에서 자아를 반성하게 되는 설정을 대놓고 가져온 건데 그것보다는 좀 더 다른 측면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상황이 첩첩산중으로 가고 코미디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슬쩍 정색하는 분위기. 만약 이게 할리우드 영화라면 좀 더 상황적인 슬랩스틱 코미디가 많았을 거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악기 소리 나도 사람들이 별 반응 없잖나. 내 생각엔 현실에서도 그랬을 것 같다. 실질적인 고민을 먼저 하고 오히려 초현실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심드렁하고. 내 영화가 감히 그 정도라는 건 아니지만 루이스 부뉴엘 영화 보면 초현실적인 상황에서 사람들이 다 무덤덤하잖나(웃음).

대사도 재미있다. 중간에 영재 대사에 남자들은 연애할 때 응석부린다고 하잖나. 평소 젊은 남자들이 연애 할 때 그렇다고 생각하나?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창작하는 사람들이 사실 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들이 대우받고 자라서 그렇지만 남자, 여자 다 똑같은 거 같다. 창작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응석이 센 거 같고. 사람들이 보기에는 할 말이 있고 문장이 있고 하니까 더 의연하고 샐 거 같은데 사실 글 쓴다고 세상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인정 욕구가 있고 결국 날 알아 달라는 거잖나. 그런 사람들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실수하고 소홀히 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확실히 은하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것 같다. 현실적이고 영재에 비해서 어른스러워 보이고. 내 이상형이다(웃음). 기자 시사 때 밴드의 첫 번째 공연 같은 영화라고 소개 했다. 음악사용도 그렇지만 90분 동안 연주를 한다는 느낌도 받았고. 영화의 리듬이 굉장히 독특하다.
맞다. 콘서트 같은 영화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영화에서 중요한 건 대중들과 만나는 감흥이다. 그걸 느끼는 것이 스토리랑 구조랑 캐릭터이고 그 다음은 사실 디테일한 묘사나 대사, 리듬인거다. 근데 그것의 순서가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내 생각에 그게 안 좋게 나온 것이 <디 워>고. 애국심과 결부되어서 재미있다고 느낀 거 같고 물론 냉철히 보면 시청각적인 매력도 있으니까. 서사적인 감흥보다 잘 짜여진 시청각적인 자극에 매달린 거다. 그게 양날의 검이라 스토리에 너무 매달려 있는 것도 안 좋다. 한국영화 산업 위기라면서 좋은 스토리, 좋은 내용을 말하는데 스토리 텔링 만큼이나 스토리 뷰잉, 어떻게 보여주고 배열하고 편집하느냐가 중요한 건데 난 후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럼 사람들이 ‘어, 21세기 영화냐’ 그러기도 하는데 60,70년대 트뤼포 영화를 봐도 스토리는 간단하다. 그 중간에 조금 산만하고 음악을 넣다 뺏다 하는 건 실험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영화의 감흥을 위한 것이다. 일종의 재미있는 샹송처럼 들리게 하기 위해서. 내 경우는 스토리나 캐릭터가 메시지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콜(=)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어떤 것이 어른스러워 보일까 보다 리드미컬한 걸 택한 것 같고.

전통적인 스토리나 구조를 수다로 바꾼 것 아닌가도 생각도 들더라. 대사도 워낙 많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근데 대사로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자꾸 말하는 장치를 다른 것으로 해 본 거다. 청각적으로, 리듬적으로 자극은 주고 싶었던 거다.

부산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장면도 통쾌했다. 정말 재미없는 진행에 GV도 많으니까. 확실히 영화 선수들이 좋아할 영화기도 하다.
사실 그게 걱정이기도 하다. 마니아틱 한 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고 재미있어 할테지만 대중들은 그런 문화를 모르니까. 반면에 시네필이 아닌 사람들도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겪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꼭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질문하는 친구들이 있잖나. 교수가 2 곱하기 2가 4라고 하면 관심 끌려고 생뚱맞게 또 한번 질문하는 친구들. 영화하기 전에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너무 많이 봐서 속으로 ‘XX들’ 하고 그랬거든(웃음). 오히려 일반 관객들은 그런 걸 오버랩 시키길 바랬다. 다음 영화에서는 같은 상황이지만 영화판이 아니라 보편적인 상황을 만들고 싶고.

소통 자체를 대사로 사용해서 굉장히 웃기게 표현했지만 어쨌든 다시 돌아오는 질문인 건 많은 분명하다. 피할 수 없는 주제잖나, 서로간의 소통.
그런 것 같다(웃음). 이제는 답이 간단하다. 예전 여자친구들과 있을 때 연애나 사랑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나의 앎에 대해 설파하기 급급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2004년 가을인가? 노동석 감독이 <마이 제네레이션>을 만들어서 성공을 거둘 때였다. 영상원 친구들하고 술을 마시는데 내 여자친구가 놀러 왔다. 그 친구도 영화하는 친구라 얼굴을 다 알고 있어서. 그 자리에서 사랑이란 뭔가가 화두로 떠올라서 내가 굉장히 떠들었다. 사랑은 발명품 같은 거다, 교통 통신이 발달하니까. 예전에 갑돌이, 갑순이 때는 둘 밖에 없는데 뭐가 있겠나, 그냥 사랑하면 되지. 새로운 가능성이 있으니까 다른 걸 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택하는 그게 사랑이다, 이러면서. 그니까 옆에서 여자친구는 에이구 또 성호가 설 푸는구나, 이러고. 근데 한 선배가 조금 어눌하게 ‘난 잘 모르겠다. 사랑은 좀 다른 거 같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민 같은 것이 있어서 사랑이 이뤄지는 것 같다’ 그러더라. 그때는 다들 아멘 하고 끝났거든. 하지만 이제는 여기 이 여자, 옆에 여자친구 이름 댈 거 같다. 너한테 영화가 뭐니 물으면 ‘같이 고생한 스탭들이에요’ 그러고. 그게 맞는 것 같다. 안답시고 ‘나도 이 정도 담론 구사할 수 있어’가 아닌 거다. 그 당시 화두가 된 토픽에 관련된 고유명사를 대는 게 정답인 거다.

지금 여자 친구는 지금 있나? 대사도 많이 와 닿는다 ‘우린 대화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도 그렇고. 어디서 주로 인용하나 생각해 내나?
여자 친구는 지금 없고. 여자친구랑 했던 얘기들에서 많이 따온다. 괜찮은 거 있으면 그때그때 메모도 하고.

영재처럼? 스크립터한테 시키고?
내가 빨리 메모를 한다. 요즘은 메모를 안 하는데 이제 다 써서 다시 모아야 된다. 문제은행 처럼. 재미있는 게 이 영화 촬영 끝나고 전 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났 적이 있다. 싱숭생숭하게...

(아, 이 얘기는 감독의 간곡한 오프더레코드 요청으로 기자와 단 둘이 연애 상담을 한 것으로만 상상해 주시길. 그것도 무려 5분 넘게) 어떻게 보면 <은하해방전선>이 연애 얘기잖나. 20대 감성이 팍팍 느껴진다. 대사도 그렇고 감성도 그렇고 말랑말랑 한 연애 얘기를 해도 잘 할 것 같아요.
원래 청년필름에서 그런 거 하려고 준비 중이다(웃음). 근데 시나리오를 잘 못써서 회사가 힘들어한다. 빨리 써서 투자도 받고 하면 좋아했을 텐데(웃음). 근데 말랑말랑한 연애 영화는 아닐 거 같다. 연애는 항상 말랑말랑할 때가 있고 딱딱해 질 때가 있으니까. 변죽만 올리는 게 아닌 정치적인 얘기도 해 보고 싶고.

말랑말랑한 표현을 쓴 건 허진호 감독 영화들이 그런 연애의 단면을 잘 보여주잖나. 허진호식 이야기를 젊은 감성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쨌건 두 사람이 채팅으로 헤어지면서 은하 3호가 변했느니 영재 7호가 기다릴 거라느니 하는 아이디어도 굉장히 신선했다. 그것도 경험에서?
맞다. 그 전 전 여자친구랑 헤어질 때 한 얘기다. 그렇게 사랑하던 XX 몇 호가 XX 몇 호가 된 것 같아 이러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속으로는 시나리오에 써 먹어야지 그랬다. 채팅은 아니고 커피숍에서 헤어졌는데 그 얘기 하고 나서 손잡고 옷 사달라고 그러더라고(웃음).

(사진을 힘들고 무지하게 어색하게 찍고 온 윤성호 감독) 포토그래퍼가 사진 굉장히 잘 찍는다(웃음). 여자 포토그래퍼보다 역시 남자 분들이 편한 것 같더라.

혹시 박민규 소설 읽어 봤나? 영화를 보니 박민규 소설 들이 생각나더라. 부시든 미국이든 마음에 안 드는 건 모두 냉장고에 넣어버리는 설정도 그렇고 정서도 비슷하다.
그건 못 읽어 봤다. 유명한 분이고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못 읽었다. 소설을 약간 요즘 것 보다 옛날 걸 좋아하다. 황석영 정도는 아니고 구효서, 윤대녕 정도?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이상문학상 받은 작가들 정도다.

정치적인 부분을 이야기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박정희도 그렇지만 전 이명박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더라. 대운하에서 <벤허>를 찍겠다는.
픽션으로 쓴 건데 진짜 그런 말 할 법한 사람이니까.

그런 소재들이 전편에 녹아 있어서 수다의 정치학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더라. 평소 생각은 어떻나.
그걸 좋게 봐주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그걸 가지고 뭔가를 제시하거나 모아서 취합하지는 않았으니까. 이번 영화는 젊은 사람의 성장영화이자 연애영화기 때문에 정치적인 건 사실 있어 보이려고 삽입한 것이 아니라 영재 캐릭터를 반영하고 캐릭터의 개연성을 위한 거였다. 그러니까 누구는 정치적인 발언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단지 영재 캐릭터의 개연성을 위해 2007년의 고유명사를 반영한 거다. 박정희나 이명박이나 신자유주의 얘기를 할 때 매 순간 예리한 비판점과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는 거잖나. 난 일부러 이 영화가 언제 만들어졌고 만들었을 때 감독이 호주머니에 얼마를 넣고 다녔을 것 같다를 알 수 있게 한 거다. 뭘 제시하지 않으려면 산만하게 배치도 말아라, 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얘기는 나중에 본격적으로 하고 싶고.

연애 영화 말고 본격적인 한국 사회를 건드린다?
연애가 옛날처럼 고결하고 5.18 현장에 있던 누구와 누구의 슬픈 사랑이야기도 아닌 것 같고. 신파를 겪었으면 모르겠는데 우리 세대가 한국 전쟁을 겪은 것도 아니고 5,18을 겪은 것도 아니지 않나. 제일 큰 사건이 IMF 정도? 그것도 피부로 와 닿은 것도 아니고. 제일 크게 겪은 게 연애 아닐까. 사랑을 하다 한 사람을 떠나보낸 것이 큰 사건일 거다. 하지만 살다 보면 신자유주의가 들어오고 대선 때 마다 보수랑 진보랑 싸우고 이런 것들이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영향을 끼치긴 할 거다.

결국 한국사회도 되겠지만 20대, 그리고 감독 세대가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라. 보편적으로 80년대 생들이 가지는 생각을 영재가 하는 게 아닐까도 싶고. 명박이 싫어하는 20대도 많으니까(웃음).
영재 입으로는 싫어한다는 말도 안 나온다(웃음).

어쨌건 윤성호가 싫어하고 언급한 건데 녹아들어 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지금은 젊은 세대에 속하니까 젊은 세대라고 하는데 내가 40대, 50대 되도 그런 얘기를 할 것 같다. 그때 20대들에게 ‘우린 그랬어’ 이러면 꼰대겠지만 같이 나이를 먹어 가는 거고 생물학적으로 늙어도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건 똑같으니까. 20,30년이 지나 50대가 되면 늙고 우린 한 물 간 걸까? 그래도 우리도 현장을 살아가는 거잖나, 그런 얘기를 할 것 같다.

문득 동시대성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동시대성을 띄는 연애영화가 쉽지 않나 우리 영화판에서. 그래서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머뭇거리며) 잘해야지, 앞으로 더.

그런 게 본인의 장점이란 얘기도 듣지 않나?
맞다. 약간 거칠고 그런 것. 근데 대중들과 만날 때는 잃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저를 애호했던 소수들의 친구들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심심해 졌다는 리뷰도 봤고 내가 제일 공감한다.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노멀해졌지’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대중들이 보기에는 노멀하지 않고 산만한 거니까 중간 정도의 교집합을 찾아야겠지. 독립 영화의 필터는 벗겨내고 계속 진행형으로 나가야 될 것 같다.

장진 감독이 그런 예가 되지 않을까?
그건 대중들이 영화를 많이 안 보니까 장진 감독 영화를 특이하다고 보는 거다. 사실 장진 감독 영화를 되게 좋아한다. <간첩 리철진>은 특히. 근데 그 이후로 별로다. 굉장한 말 빨을 가진 분이고. 연극적인 것이 게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성이 없는 거 같다. 나쁜 건 아닌데 그 양반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 보이더라. 실제, 지금, 여기, 종로 광화문 거리에 다니는 사람, 야구를 하는 사람, 살인을 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걸 소재로 취합해서 상황극을 얼마나 벌리는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

굉장히 냉철한 해석인데. 본인과는 반대인?
난 솔직히 재능이 없으니까 관심이라도 있어야지. 그 분은 굉장한 수재잖나. 연극을 히트시키고 대사도 잘 쓰고. 근데 그 대사들이 일반인들의 어휘를 관찰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인물을 가지고 얼마나 말장난을 하느냐같다. 난 그럴 자신도 없고 옆에 있는 사람의 대화를 접수하지 않으면 못 쓰거든.

학교 다닐 때는 어땠나? 신방과를 나왔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도 아나? 농구랑 맥주, 딱 두개 밖에 없었다.

여자는 없고?
여자는 눈도 못 마주쳐봤다. 여자 얘들이 자기를 제가 싫어하는 줄 알았다던데(웃음). 군대 갔다 오고 복학 한 후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놓고부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영화는 좋아했는데 시네필은 아니었지. 극장에서 보는 게 한 해에 한 편이었으니까. 비디오로 주로 보고.

카메라를 들겠다는 생각은 언제?
카메라는 귀찮아서 안 들었고(웃음). 편집도 항상 다른 친구들이 해줬다. 하여튼 졸업을 한 한기 남겨두고 월급 받고 사회생활을 하겠구나, 출퇴근 하는 군대 생활을 하겠구나 하니까, 휴우. 난 군대가 너무 싫었다. 예전에는 노멀하고 우익에 가까운 청년이었는데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지. 다 뻥이었구나.

반골로 바뀐 거네. 그래서 판타지 신에 영재가 휴가 나온 군인이군.
군대에서 맞은 것도 아닌데 장교들하고 가까이 있으면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쓰레기라는 걸 느꼈다. 애국이 어떻고 하는데 다 뻥이고.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잖나,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고. 학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군대 가서 대한민국 군대뿐만이 아니라 조직 다 ‘X좆까라 그래’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근데 취직은 해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캠코더로 찍어보자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UCC처럼 시작을 한 거다.

UCC도 어떤 걸 담느냐가 중요하잖나. 감독님 성향 중 도드라지는 것이 독립 영화계 안에서도 사회적인 발언이 많이 들어간 중 단편을 찍었다는 거다.
상업영화면 모를까 독립 영화 안에서는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축에도 못낀다.

아니 완전히 드러내는 다큐나 극영화도 있겠지만 연애 얘기라든지 영화 속에 녹여내는 젊은 세대라 도드라지지 않느냐 싶은 거다.
정치적인 걸로 봐주시면 고맙지만 약간 프로파간다 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있으니까. 그럴 땐 이건 내 영화가 아니다, 이건 말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확실하게 있으니까 거기에 충실했다. 그럴 때도 내 개인을 드러내는 식으로 했는데 그럼 약간의 어드밴테이지가 있거든. 마이클 무어가 쓰는 방식인데 하지만 지금 그 방식으로 하면 나중에 공격받을 논리적 허점이 많으니까 위험하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과 미국의 기득권을 조롱한거지만 난 자기 자신을 조롱한 거고 그럼 저쪽에서 공격할 근거가 없어지는 거다.

<우익청년 윤성호>란 작품? 자기 성찰한다는데 누가 뭐랄 수 있겠나.
(웃음)그러니까. 전유(傳諭)라는 개념이 있다. 상대방의 논리를 내가 썼을 경우, 내 논리를 상대방이 썼을 경우. 내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정치적으로 반대편이 저를 공격한다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위가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 비디오 액티비즘이 좋은 게 많은데 그 서사나 나레이션 방식을 조갑제나 신자유주의 운동본부에서 썼을 때 우리가 X됐을 수 있다. 삼성 X까라 그래 하면서 빈정거리는 비디오 물로 만들었다면 우리는 박수치는데 저 쪽에서 국가보안법이든 빈정거리면 똑같을 수 있거든. 아니면 신파 음악 깔면서 ‘한국전쟁에서 희생됐던 우리의...’ 뭐 그런 거. 그런 건 쟤네들도 할 수 있고 틀린 방식이라고 본다. 전유는 내가 정치적으로 발언할 수 있고 이 편이 맞다고 봤는데, 그 방식을 저 편에서 썼을 때도 맞으면 틀린 거거든. 그런 거에 대한 경계는 해야겠지.

그럼 계속 독립 영화판에서 활동할 거다?
독립 영화는 중요한 생태계고 야생이다. 사람들이 안 돌봐줘도 자유롭게 자랄 수 있었던. 두 가지가 있는데 이 야생의 생태계를 지키면서 독야청청 사느냐, 아니면 더 좋은 초원, 충무로로 가서 업그레이드되느냐(웃음). 둘 다 사실 유의미한 것 아닌가? 생태계에 의탁하거나 또는 자유롭게 누이면서 싸울 상대가 있으면 싸우는 거고. 여기에 자본이 투입되고 스타가 캐스팅할 수 있으면 마다할 필요 없는 거고. 근데 자본과 스타를 위해서 시나리오를 쓸 수는 없는데 우리가 쓴 시나리오가 더 자본이 투입되고 많은 대중을 만날 수 있다면 좋은 거고. 반대로 우리가 꼭 만들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그러면 다른 거 해야지 그건 아닌거다. 그런 것 같다. 독립이란 키워드로 영화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영화란 키워드로 독립을 하고 싶은 거다.

멋진 말인데?
옛날에 써놨던 말인다. 하하.

그럼 싸이더스 같은 제작사에 들어가서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절대 없겠네?
아니, 그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싸이더스는 나랑 안 맞을 거다. 거기는 양성소 같은 분위기가 있어서. 이런 것 있겠지. 흥행 대박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내가 필모그래피를 더 쌓인다면. 임상수 감독 같은 경우 창작에 대한 크리에이티브를 존중 받거든. 영화평론가들이나 저널들이 무익할 때가 가끔 있는데 텍스트 비평들은 참 좋은데 산업에 관한 담론은 잘 모르고 있다. 감독의 권한은 전혀 없거든. 이 부분에서 감독이 음악을 어떻게 쓰고 이런 얘기들. 사실 믹싱 할 때 신인 감독들은 한 마디도 못한다. 감독의 권한이 아니라 제작자나 프로듀서의 권한이 크니까. 나나 양해훈이나 그럴 순 없잖나. 그런 그 감독님들은 독립영화를 안 했기 때문에도 그런 식으로 만든 것이 불행인거고 그게 마음에 안 들면 독립 영화를 하면 되는 거다. 우리는 또 더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한 조언을 들어야겠지. 근데 또 사실 임상수 감독 같은 경우 흥행에 크게 성공한 적이 별로 없잖나. 그래도 꾸준히 자기 작품 만들면서 자기 영역을 만든 경우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리도 싸이더스든 MK든 함께 작업할 수도 있을 거다.

어떤 기준이 되어 주는 선배가 임상수 감독?
우리 영역이 확보된 다음 파트너로 행복하게 만들면 좋은데. 약간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간다고 해도 그 쪽도 우리가 매력 있는 콘텐츠가 아닐 테니까. 그 쪽에서는 말 잘 듣고 대중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도 많을 거 아닌가. 우리는 우리의 영역이 있고, 저 쪽에서도 우리랑 손을 잡아야겠다고 같이 갈 수 있을 때!

어떻게 보면 유연해 질 수 있다는 거네?
꼭 노동시장 유연화 같다. 그건 안 좋은 건데.

(웃음)어쨌건 선을 긋는다거나 독립 영화만 한다가 아니라는 거?
그럴 수가 없지. 먹고도 살고 대중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에 고민을 하는 거니까.

하긴 돈도 벌어야 되니까.
내 생각에 어차피 돈은 나한테 오는 것이 아니니까(웃음). 이번에 만 명 정도 들어서 영화의 시민권을 획득했으면 좋겠다. 만 명 이상 극장에 들면 케이블이든 2차 판권에 들어갈 여지가 있는데 그걸 놓치면 힘이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다음은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
12월에 인권 영화를 하나 해야 된다. 그 옴니버스 장편 있지 않나.

<네 번째 시선>에 들어갔나? 축하한다. 그 시리즈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가? 근데 좀 작품마다 좀 편차가 있어서. 어떤 건 좋은데 어떤 건 되게 싫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고 하더라. 일단 그걸 해야 되고 다시 내년에 시나리오 써야지. 단편 시나리오를 다 쓰진 않았는데 3주 안에 시나리오를 써서 촬영을 올 해 안에 끝내야 된다.

<은하해방전선>도 그렇더니 이번에도 빡빡하네? 인권 영화는 주제가 뭔가?
일괄적인 주제가 청소년 인권이다. 사실 다른 걸 하고 싶었다. 영화 스탭들의 인권? 그걸 못하게 해서 빨리 시나리오를 써야 된다. 원더걸스와 빅뱅의 인권을 얘기해볼까도 싶고.

백댄서들 이야기?
아니. 진짜 원더걸스와 빅뱅 얘기를 할 수도 있다(일동 웃음).

꼭 해 달라. 연예계 이면의 감춰진 얘기잖나. 감독님이 연출하면 역시 윤성호란 얘기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욕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저 자식, 사심 이용해 영화 찍나?’ YG와 같이 만들어야지. 허락 받고 출연을 시켜야 되는데.

다음 작품도 역시 청년 필름에서?
그럴 수도 있고,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래도 제일 먼저 보여주는 곳은 청년 필름일 거다.

어떤 얘기를 해 보고 싶나?
어떻게 보면 같은 얘기일 수 있는데 88만원 세대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우석훈 교수가 담론을 잘 짚은 것 같고. 끼인 세대고 정체성이 없어서 이상하게 파시즘으로 가는 친구들이 많지 않나, 요새. 그도 아니면 자기들끼리 무기력하게 히피인척 하는 친구들도 있고. 그 세대 얘기를 영화판으로 하면 자꾸 독립영화, 예술영화로 치부해 버리니까 영화판이 아닌 보편적으로 잘 아는 다른 판으로 옮겨서 하고 싶다.

결국 동세대 얘기가 되겠군.
목사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젊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그런데 여자에 대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진보적인 목사. 어떤가?

굉장히 좋다. 겹치는 이야기도 많고.
‘한기총’에서 항의 들어오고 그러면 흥행 좀 될까?

<다빈치코드>!
우리 아버지가 목사다. 나는 괜찮은데 우리 가족들 때문에 다들 은퇴한 뒤에 만들어야 하나도 싶고.

긴 시간 고생 많았다.
내가 말이 좀 많죠?
말이 좀 많긴 한데, 워낙 자른 얘기가 있어서 길진 않을 것도 같다(웃음). 다음 작품 때 다시 인터뷰 하자.

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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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ngongo
영화봤는데 정말 특이하던데...외모는 선비같다는..ㅎㅎ 영화 잘 봤습니다.   
2007-12-03 15:13
ewann
좋아요   
2007-12-03 00:50
joynwe
독립영화...   
2007-12-02 23:17
hrqueen1
기회되면 함 봐야겠어요. 제목부터가 왠지 판타지하긴 하지만 무척이나 소소할 것 같기도 하구요. ^^.   
2007-12-02 11:42
loop1434
보고싶은   
2007-12-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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