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소재주의는 아닐까 싶었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준 120%의 만족. 어제 예매했다가 못보고 오늘 다시 표를 사서 봤는데 "바람난 가족"은 영화 두 편의 값을 충분히 하는 영화였다.
거친 화면이지만 단 1분도 딴짓하기 힘들다. 너무 웃기려고 하지 않고 너무 인상 구기지도 않는, 한마디로 산뜻한 연출이었다고나 할까. 중요하다고 생각될만한 장면들에서조차 너무 힘주지 않고 쉽게 지나가는 경지가 느껴진다. 이젠 임상수 감독도 제대로된 대접을 받을 때가 된 모양이다. 그동안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감독이란 수식어 하나만 너무 오래 달고 있었다.
문소리와 황정민이 다투는 장면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만큼 정말 압권이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영화에서 배우들의 힘을 이야기할 때마다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명장면.
원했던 그런 영화가 아니라 실망하고 돌아서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바람난 가족"과 같은 영화는 "4인용 식탁" 등과 함께 스크린쿼터제가 붕어빵 같은 코미디 영화만 양산한다는 주장에 적절한 반론이 되어줄 작품이다. 흥행도 잘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