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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1위(결국 꿈보다 해몽이 훨씬 더 허벌나게 좋았던 아쉬운 바람난 가족) 바람난 가족
kdong8799 2003-08-25 오후 9:11:04 2160   [2]
<< 소설은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을 수도 있고, 좋아도 되지만 영화는 해몽보다는 꿈이 훨씬 더 허벌나게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영화로써의 의미와 가치가 더 있는 것이 아닐까요? 4인용 식탁과 바람난 가족은 두 영화 다 보고 나서 10일 정도 지나서야 영화를 보고 난 느낌과 생각이 다 정리되네요. 이 점만큼은 참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바람난 가족이 드디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25일(월)이 지나면서 전국관객도 100만명을 이미 넘겼겠군요. 9월초에 있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이라도 하게 되면 장기상영도 가능할 기세입니다. 최근에 흥행작이 없었던 명필름이나 인터넷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은 오늘부터 돈버실 일만 남았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반면에 인터넷 영화감상평점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전국관객 200만명을 넘은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10명중에 8,9명이 영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면, 바람난 가족은 10분중에 2,3분은 영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것 또한 현실입니다. 제한된 상영시간에 비해 3세대에 대한 걸친 이야기와 양민학살 사건 등을 포함한 우리 사회 여러 가지 문제들을 조금씩 다 건드리다보니 의외로 영화를 보고 실망하신 분들도 꽤 있어 보입니다.

 특히 마케팅 자체는 매우 유쾌한 섹스 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실망을 하신 분들이 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상영관에서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아주머니들의 웃음을 떠올리면 이 영화가 의외로 상당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도 인상적인 것은 저와 아주머니들이 영화를 보면서 웃는 시점이 제가 좀더 빨랐다는 것과 제가 웃지 않는 부분에서도 아주머니들은 잔잔한 웃음을 지으셨고, 일부 대사나 장면에서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듯한 몸짓을 보여주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4,50대 아주머니들이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상당히 유쾌하게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바람난 가족의 이러한 매력을 이 영화를 보시고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을 갖고 계신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실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세 차례에 걸쳐 감상평을 썼습니다. 감독이 너무 많은 내용을 영화에 담으려고 하다보니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공감을 못하시는 분도 의외로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영화를 보고 난 첫 느낌을 중심으로 첫 번째 감상평을 썼고, 두 번째는 주영작의 행복찾기라는 제목의 감상평을, 세 번째는 은호정의 탁월한 선택과 꽤 의미있는 흥행이라는 제목의 세 번째 감상평을 썼습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나 아직 안 보신 분들이 바람난 가족 속에 표현된 여러 가지 장면들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이면서 섬세한 감상평을 원하신다면 상당히 많은 양이지만 제가 세 번에 걸쳐 쓴 감상평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는 역순으로 감상평을 싣겠습니다. 이미 감상평을 보신 분들은 가볍게 다음 감상평을 클릭해주세요.


 < 1 > 세 번째 감상평 : 바람난 가족의 꽤 의미있는 흥행, 은호정의 탁월한 선택(바람난 가족 후기2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물리치고 충무로 영화투자사나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당한 바람난 가족이 예매율과 평일 객석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30대에서 6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이고, 어떤 작품에 투자를 해야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많은 한국영화투자 주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참 의미있고 신바람나는 흥행입니다.

 예고편을 보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기대하신 많은 분들이나 오아시스에서 문소리의 뛰어난 연기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던 일부의 분들에게는 참 지루하고 느낌이 안 좋은 영화라는 혹평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작품(다른 흥행영화에 비해 인터넷 사이트 감상평점이 좋은 편이 아님)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추억 못지 않게 한국영화가 더 다양하고 질높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다른 해에 비해 올해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에 흥행성적이 괜찮은 한국영화들 대부분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들이 참 많았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화려한 볼거리 중심의 액션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리 영화들은 답답하고 암울한(?)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신나는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원하는 많은 관객들의 요구와 바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부정적인 느낌과 이미지가 강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항상 뻔한 주제와 내용, 볼거리의 헐리우드 영화에 질린 일부 관객들을 신나게 할 영화들이 대거 9월초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바람난 가족은 [살인의 추억 -> 와일드 카드 ->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 장화, 홍련 -> 여우계단 -> 4인용 식탁 -> 거울속으로] 이어지는 올 상반기와 여름의 한국 영화들에서 제기되었던 많은 문제의식들을 총정리해주는 듯한 영화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합니다.

 웬지 바람난 가족을 지난 주 목요일 날 보고 난 이후로는 이번 주와 다음 주에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9월초에 개봉되는 우리 영화 4편과 헐리우드 영화 2편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지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면서도 상영관을 안 가게 되네요. 영화를 보고 나서 첫 느낌 중심으로 감상평을 쓰고, 주영작의 행복찾기라는 제목으로 바람난 가족 후기 1탄을 쓰고 나서, 은호정의 삶과 선택을 중심으로 바람난 가족 후기 2탄을 차분히 쓰게 되네요.

 여러분들은 바람난 가족의 핵심적인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여러 한국영화들에서 제기한 많은 문제의식들을 총정리해주는 듯한 영화라는 저의 주관적인 견해에 공감을 하시는지요? 바람난 가족은 현재 우리사회가, 우리 민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겪고 있는 엄청난 진통과 혼란, 해체에 대해 날카롭게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한 해결방향과 가장 근본이 되어야 할 기본관점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는 아주 훌륭하고 뛰어난, 위대하다고까지 말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왜 저는 이 영화에 대해 감히 위대하다고까지 얘기를 하는 것일까요? 이 영화에 대한 제작, 기획의도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나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의 우리네 삶과 사회, 민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현재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과 앞선 영화들에서 제기되었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커다란 해답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 일부가 죽거나 다 바람이 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의 뿌리는 무엇일까요? 주영작의 무정함과 바람, 은호정의 냉정함과 바람, 주영작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한 맺힌 삶, 어머니의 무미건조했던 삶, 입양한 아들의 끔찍한 죽음. 이 모든 현상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이 영화는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식하냐와는 전혀 상관없이 명쾌하게 바로 민족 분단의 아픔으로부터 모든 문제가 출발함을 강렬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장화, 홍련은 남동생과 자신을 위해 경제적인 부를 쟁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호사(염정아 역)였던 젊은 여자가 다 큰 딸이 둘이나 있던 나이든 중년의 의사(김갑수 역)를 유혹하여 결혼까지 하면서 겪게 되는 한 가정의 비극적인 갈등과 해체를, 4인용 식탁은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가정환경과 조건(정원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아주 무능력했고, 연의 어머니는 무당이었음)이 안 좋음으로 인해 끔찍할 정도로 비극적인 과거의 경험이 큰 상처로 남아있어, 현재의 삶과 사람관계마저도 무참히 해체시킴을 공포와 스릴, 미스테리 형식으로 잘 보여준 영화입니다.

 60세가 되어서 오르가즘의 기쁨을 알게 되고, 여성답게,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욕구가 더 강해진 영작의 어머니(윤여정 역)를 오랜 세월 동안 보이지 않게 억압했던 존재는 바로 영작의 아버지(김인문 역)였고, 아마 할아버지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가족들을 다 북한에 남겨두고 두 부자만 남한으로 내려와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남한에서 기반을 잡고, 새롭게 가정을 이루었어도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해체된 가족들에 대한 기억과 아픔을 잊기 위해 영작의 아버지는 술과 담배에 중독이 되었고, 할아버지는 가족들과도 단절된 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겪게 된 엄청난 상처에 대한 고통은 영작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평범하고 다정한 가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새 인생을 찾아나서는 어머니의 선택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술과 담배를 찾고, 김일성 장군가를 부르면서 죽는 아버지의 삶을 통해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부와 아버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주영작 변호사는 어떤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요?

 이 영화에서 가족해체를 가져온 가장 큰 갈등의 주체는 바로 주영작 변호사입니다. 아버님 세대의 상처와 갈등은 어머님이 해외로 떠나면서 일단락이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가정에서 살아온 주영작 변호사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나쁜 피(민족모순에 의한 인간성과 정서의 왜곡, 파괴)와 한국전쟁 이후 외세에 의해 자본주의가 왜곡되게 발달하면서 한국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계급과 계층간의 갈등)들을 고스란히 자신의 삶 속에 보듬어 안고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나쁜 피와 문제점들(비인간적이고 무정한 성향과 기질)이 결국 입양한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완전한 가족해체를 가져옵니다. 주영작 자신 본인도 모르게.

 바람난 가족에서 입양한 아들이 죽기 전까지 은호정(문소리 역)의 삶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옆집 고등학생과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지만 주영작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좋았다면 얼마든지 일정한 선(?)을 지킬 수 있는 관계로 변화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시어머니도 잘 이해를 하고, 오랜 세월 알코올 중독증으로 고통을 겪다 죽음을 맞이하는 시아버님과 술자리도 같이 하고, 병수발에도 최선을 다 합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임신을 못해 입양한 아들에게도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을 영화속에서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변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갖고, 사회활동을 핑계로 마음껏 바람을 피우면서 잠자리에서 부부간의 기본적인 성관계도 제대로 못하는 남편을 옆에 두고 자위행위를 할 정도로 은호정은 정서적, 성적 억압을 주영작으로부터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혼 전에 섹스를 더 많이 했다는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은호정은 남편에게 여자로서, 아내로서, 인간으로서 아무런 기대가 남아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젊은 애인하고도 맘껏 바람을 피우고, 나중에는 사무실 여직원하고도 잠자리를 같이하는 주영작에 비해, 은호정이 옆집 고등학생과 우연히 진지한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을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 비난하는 남자가 있다면 같은 남자로서 너무나도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따뜻함과 포근함이 전혀 없을 것 같은 가정환경속에서 고등학교를 끝까지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해 유학을 가려는 옆집 고등학생(봉태규 역)과 남편에게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으면서도 가정을 지켜온 은호정이 정서적으로 서로에게 호기심과 공감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주영작과 은호정의 모습은 한국사회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한국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과 남성간에도 엄청난 차별이 있습니다. 권력과 부를 많이 소유한 남성일수록 성적인 욕구를 자유롭게 맘껏 표출할 수가 있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여성과 언제든지 섹스를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권력도 부도 없는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은 한번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비싼 대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성관계를 자신이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인이나 애인이 있다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천상 꽤 많은 돈을 지불하고 매춘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용불량자가 330만명에 육박하는 요즈음 기본적인 성적인 욕구조차도 해결하지 못하는 건강한 한국남성들이 꽤 많을 것입니다. 남성에 비해 한국사회 여성들이 성적인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더 어렵습니다. 남편과 애인이 있다고 해도 기존의 문화, 관습, 통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성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웬만한 외모나 능력 등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성적인 욕구를 자유롭게 해소할 수 있는 여성이 있기는 더더욱 어려운 사회입니다. 남자들이야 술먹고 놀다가도 언제든지 유흥업소나 매춘업소에 가서 성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지만, 여성들끼리 술먹고 놀다가 호스트바나 나이트 클럽에 가서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기는 남성들에 비해 참 쉽지 않을 것입니다. 창녀촌처럼 남성을 돈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창남촌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지 않을까요? (창녀촌을 전부 없애지 못할 사회라면 창남촌도 어엿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소견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은호정의 외로움과 아픔을 달래줄 상대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유학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사회에서 소외된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주영작은 어엿하게 젊은 애인을 두고 있고, 사무실 여직원까지도 적극적인데. 이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많은 남성과 여성들의 현실이 아닐까요? 사회생활한답시고 마음껏 젊은 여자들과 놀아나는 성공한 많은 남성들에 비해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 줄 사람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에 만난 상대가 여자의 돈만 노린 제비족이거나 몸만 노린 양아치이거나 심심풀이 땅콩식으로 하룻밤 쾌락에 눈이 먼 한심한 놈이 대부분인 것이 혹시 우리 현실은 아니겠죠?

 주영작과 은호정을 통해 우리 사회 남성과 여성간의 계층적인 차이와 차별을 확인할 수 있듯이 영화에서 가족해체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집배원(성지루 역)과 주영작과의 관계를 통해서는 우리사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계급적인 갈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영작은 애인과 여행을 갔다오다 오럴섹스를 하려는 애인의 행위로 인해 술을 먹고 오토바이를 몰던 집배원과 교통사고가 납니다. 주영작의 차에 스치듯이 부딪힌 집배원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하는 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주영작에 의해 혈액채취를 당하게 됩니다.

 집배원이 음주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 주영작은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집배원 입장에서는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지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됩니다. 결국 모든 처리는 주영작 변호사의 의도대로 되었고, 오히려 피해자인 집배원은 피배보상은 커녕 경제적, 사회적인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전 가족이 다 가서 그렇게 애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영작 변호사는 자신의 신분을 앞세워 모든 것을 자신에게는 유리하게 집배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처리한 것입니다. 여기에 원한을 품은 집배원이 결국은 입양한 은호정의 소중한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합니다.

 하나의 교통사고 처리에 있어 피해자인 집배원에게는 전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었고, 오히려 가해자인 주영작 변호사는 아무런 보상도 할 필요가 없고, 피해도 입지 않을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주영작 변호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집배원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불이익과 손해를 보지 않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양민학살 사건을 맡을 정도의 사회의식이 있는 주영작 변호사는 얼마든지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가해자이면서도 책임과 보상을 피하고, 집배원에게도 불이익과 손해를 안 당하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회적인 지위, 권력, 부, 고급정보의 소유 정도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뀔 수 있고, 약자는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또 영화 속의 내용인 것입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북한 출신이고, 한국전쟁으로 가족들을 잃어서인지 주영작 변호사는 아무나 쉽게맡지 않는, 정부조차도 방해를 하는 양민학살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는 자식된 도리를 다 하기도 하고, 뒤늦게 새 인생을 찾으려는 어머니를 무심하게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입양한 아들에게는 그런대로 아빠 노릇을 합니다.

 하지만 북에서 내려와 어렵게 기반을 잡고, 가정을 이룬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나쁜 피를 이어받아 사법고시에 합격을 해서, 변호사라는 한국사회에서는 꽤나 잘 나가는 직업을 갖고, 젊은 여자들하고 신나게 바람이나 피는 주영작은 어느덧 사회적인 강자가 되어, 집배원과 아들의 목숨을 빼앗고, 집배원의 가정과 자신의 가정을 완전히 해체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이러한 주영작은 한 여성인 은호정에게 가장 잔인한 슬픔과 상처를 안겨주고, 뒤늦게 "앞으로 잘 할께"를 진실되지 못하게 남발하다가 호정에게 아웃선언을 당하고, 신나하면서 영화속에서 사라집니다.

 부모님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나쁜 피와 사회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활로 인해 가장 큰 억압과 고통,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바로 은호정입니다.(죽은 아들과 집배원과 그의 가족도 물론 큰 피해자들입니다) 살해를 당한 아들에 대한 슬픔으로 등산을 하면서 통곡을 했던 은호정. 주영작을 죽도록 패야 될 자신이 오히려 두들겨 맞고 손가락이 부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와서, 옆집 고등학생과 격렬하게, 처절하게, 애처롭게 섹스를 해서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불가능했던 임신을 하게 되고, 주영작과 완전히 헤어져 무용실 바닥을 대걸레로 열심히 신나게 닦으면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은호정. 가장 큰 피해자인 호정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어린 학생의 아이를 임신하고,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전부일 수 밖에 없는 영화속의 현실이, 결말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안타깝고 억장이 무너지지 않나요? 여러분!!!!!!!!!!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이 영화를 비난하고 욕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과 이 사회를 한번 되돌아보라고. 얼마나 불합리하고 몰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이 매일매일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자신도 모르게 부모들에게서 물려받은 나쁜 피로 인한 상처와 정서, 생존과 안정, 성공을 위해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적자생존, 양육강식의 자본주의로부터 체화된 못된 성격과 생활, 자신의 기질과 성향을 포함한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고 얼마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괴롭히면서 사람관계를 지속하고 있는지를 우리 모두 바람난 가족을 계기로 한번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살인의 추억은 군부독재 시절 기본적인 생명조차도 보호받지 못하던 비극적인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뒤늦게 많은 사람들이 되돌아볼 수 있게 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던 정말 비극적인 지난 사실을 영화라는 대중예술을 통해 꺼집어내서 돈을 많이 벌고, 영화관련 상을 많이 받았을지는 몰라도 끔찍한 악몽과도 같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피해자들과 사건 관련자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말 그대로 살인의 추억을 또 한번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쪽은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아 매우 좋겠지만 다른 한 쪽은 피맺힌 한이 더 가슴을 파고드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는 잘 했어도 그 문제제기에 대한 대안이나 해결방향은 전혀 없는 영화만을 위한 영화가 또한 살인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가장 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강남에서 뻑치기나 하면서 삶을 갉아먹는 방황하는 젊은이들과 적은 월급과 범죄자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사회정의실현을 위해 온 몸을 다 바치는 형사들의 모습을 잘 그린 와일드 카드, 아직은 사랑과 야함이 무엇인지 잘 모른 체 에로 영화를 열심히 찍어 드디어 충무로에 입성한 봉만대 감독의 어설픈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무용을 전공한 경험이 있는 감독이 여고시절을 되새김하면서 여고생들의 우정과 사랑, 질투, 시기 등을 기존의 국내외 인기있었던 공포영화들의 장면들과 여우계단이라는 독창적인 소재를 잘 버무려 흥행에 성공한 여우계단, 연출보다는 시나리오가 더 탄탄하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연상시키는 거울 속으로, 위에서 언급한 장화, 홍련과 4인용 식탁.

 이런 영화들에 비해 바람난 가족은 현재 우리의 삶과 사회, 민족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와 분명한 원인, 해결방향에 대한 기본 관점을 뚜렷히 제시합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해체된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가족과 잃어버린 삶,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피와 정서 + 왜곡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면서 갖게 된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격과 생활로 인해 야기된 자식의 죽음과 한 가정의 완전한 해체를 통해 사회적 강자와 남성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존재는 언제 어디서나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 아이들일 수 밖에 없음을 이 영화는 다시 한번 각인시켜줍니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이혼을 결심한 은호정의 선택이 매우 슬퍼보이면서도 탁월했다는 생각이 왜 들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을 합니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는 인생에 있어 커다란 힘과 위안이 되고, 어떤 사람과의 관계는 돌이키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최소한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피해와 고통을 안겨주는 인간관계를 특별한 이유없이 지속시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영작과 은호정은 서로 안 맞을 뿐입니다.

 같이 살면서 자신을 더 외롭고 비참하게 한다면 굳이 그런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요? 서로 안 맞을 때는 과감히 헤어져야 합니다. 개인과 개인이든, 개인과 집단이든, 집단과 집단이든. 같이 있음으로 인해 상대방을 억압한다면 과감히 떨어져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결혼을 일찍해서 안정되게 사는 것이 더 자기에게 맞는 행복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혼자살거나 뒤늦게 결혼해서 사는 것이 더 자기에게 맞는 행복일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삶과 관계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서로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되고 삶과 생활의 활력이 되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가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되는데 그렇지 못해 불행해지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현재의 남과 북의 관계가 그렇지 않나요? 7,80년대에 비해 요즈음은 미국이나 유럽선수들보다도 북한 선수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나요? 늘씬하고 화려한 금발의 미국 치어리더들보다 아담하고 자연스러운 동양의 미가 느껴지는 귀엽고 어여쁜 북한 응원단들이 사회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더 살갑고 정겹게 느끼지지 않나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하나가 되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남과 북이 외세에 의해 아직도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우리 민족 전체가 얼마나 많은 피해와 고통을 감수하고 있습니까? 바람의 사전적 의미(어떤 대상이나 이성에 마음이 끌리어 들뜬 상태)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을 때는 아주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가깝게 다가가야 하고, 그렇지 않고 자신을 억압하고, 외롭게 하고, 비참하게 하는 사람이나 집단에서는 과감하고 냉철하게 멀어져야 합니다.

 바람난 가족을 더 많은 분들이 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항상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젊은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30대에서 70대까지 폭넓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바람난 가족이 그런 영화입니다. 아직도 관객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몰라 어떤 영화에 투자를 제대로 해야할 지를 잘 모르고 있는 우리나라 영화투자 주체들에게 참다운 본 때를 한번 멋지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난 가족 인터넷 펀딩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 분들과 명필름이 큰 수익을 내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 참고로 바람난 가족을 보고 나서 첫 느낌을 중심으로 쓴 글과 바람난 가족 후기 1탄 주영작의 행복찾기를 연달아 싣습니다. 아직 이 두 글을 못보신 분중에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 >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뒤에 쓴 두 번째 감상평

(8월 14일 목요일날 한번 관람하고 쓴 것이라 내용순서가 틀리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리플을 통해 지적해주시거나 바로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랜만에 3,40대 이상 주부들과 5,60대 이상 어르신네들이 극장을 찾고 있습니다. 10대나 20대를 겨냥한 헐리우드와 한국 영화들은 매주 몇편씩 개봉되지만 30대에서 60대까지 폭넓은 세대가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을 수 있는 영화가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유명한 스타캐스팅이 안되어 제작단계에서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영화 '바람난 가족'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이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고편과 느낌이 너무 다르다,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광고에 속았다, 공감히기 어렵다, 재수없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 꿀꿀하고 칙칙하다"등의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계시는 분도 일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계신 분들이나 결혼을 앞둔 분들, 아직 결혼을 안했지만 결혼 생활에 대해 막연히 많은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 또 이미 젊은 시절과 중년 시절을 다 보내고 노년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성인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주고객으로 하는 영화를 보고나서 주제나 내용, 영화적인 완성도를 비판하는 것이 상당히 어색하고 창피한 일이듯이 이 영화를 그동안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아주 코믹한 멜로나 야한 에로물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도 매우 창피한 일입니다. 이 영화는 오랜만에 나이를 초월해서 한 사람의 진정한 행복과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결혼과 가정,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아주 의미있는 작품인 것만은 사실이고, 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에서 발견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이나 이성에 마음이 끌리어 들뜬 상태'를 말합니다. 바람난 가족의 주인공인 주영작(황정민 역)과 은호정(문소리 역)을 포함해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바람난 사람이 진정 있나요? 딱 한 사람 있습니다. 술과 담배를 매우 좋아하고, 상당히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을 것 같은 남편이 죽자마자 초등학교 동창생과 새로운 삶을 위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주영작의 어머니(윤여정 역)입니다. 오랜기간 동안 아내로서 여자로서의 삶을 잊은 채 남편 병수발을 하면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해온 어머니는 뒤늦게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이 매우 신기하고 놀라운 발견인 것처럼 새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기쁨과 기대가 대단합니다. 지긋지긋한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자신의 몸과 정서, 마음에 진정한 주인이 된 어머니만이 바람난 채로 새로운 만남과 여행, 결혼 생활을 당당히 선택합니다.

 주영작 변호사, 사회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고, 양민학살 사건을 맡을 정도로 사회정의의식도 있고, 죽어가는 아버님에게도 신경을 꽤 쓰고, 가족들과 연락이 아주 오랜기간 동안 없었던 6개월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찾아가기도 하고, 입양한 아들과 부인에게는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한 30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젊은 애인과 섹스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가정과 사회, 사람관계에서 항상 고독한 남자이기도 합니다. 영화 뒷부분에서는 자신을 흠모하던 젊은 여직원과 하룻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무용을 하는 부인과는 어떻게 만났는지 알 수가 없지만 서로 속궁합이 안 맞는지 애인은 쉽게 임신을 시키면서도 부인과의 관계에서는 아기가 없어 아들을 입양합니다. 부인과의 잠자리에서는 상대방에게 만족을 못 주고, 부인이 옆에서 자위행위를 하는데도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영화속에 묘사되는 애인과의 섹스장면에서도 격렬하거나 적극적인 모습이 안 보입니다. 주로 애인이 엎드려있는 남자의 몸에 자신의 몸과 성기를 최대한 마찰시켜 성적 쾌감을 성취할 뿐입니다.

 우연히 도로에서 술에 취한 우편 배달부(성지루 역)와 교통사고가 납니다. 우편 배달부는 음주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이 드러나면 의료보험, 연금, 월급 등등 엄청난 불이익과 경제적인 손실을 입어야하기 때문에 음주 사실만은 제발 감추어주기를 전 식구가 다 와서 주영작 변호사에게 부탁을 합니다. 특히 사고 당시 병원에서 의사가 우편 배달부의 혈액을 채취했기 때문에 배달부는 더 걱정을 크게 하면서 간절히 부탁을 합니다. 영화속에서는 주 변호사가 일부러 음주 사실을 밝혔다기보다는 혈액채취가 되어 음주사실이 밝혀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주 변호사가 특별히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음주사실로 인해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게 된 우체부는 주 변호사의 아들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고, 공사 현장 옥상으로 올라가서 아들을 던져버리고, 자신도 자살을 합니다.

 아들을 잃고, 너무나도 괴로운 주 변호사는 집에서 부인의 존재를 무시한 채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섹스를 강렬하게 원합니다. 애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콘돔과 술을 사갖고 집을 방문한 주 변호사는 애인의 젊은 남자 친구에게 창피함과 무안함만 당하고, 가벼운 포옹으로 섹스를 대신한 채 집으로 되돌아옵니다.(이때 영작은 자신에 대해, 애인과의 관계에 대해 비참함과 공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집에서도 옆집 고딩과 섹스를 하고 들어온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부인의 손가락을 부러뜨립니다.

 사무실 여직원과 하룻밤을 보내고, 텅빈 집을 확인하고, 부인이 있는 무용실을 찾은 영작. 부인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고 새 출발을 부탁해보지만 부인의 임신 사실만 확인한 채 아웃선언을 당합니다. 부인에게. 무용실을 뒤돌아 나오면서 폴짝 뛰어 공중에서 다리를 부딪치는 재미있는 동작(?)을 보이는 것으로 영작의 모습은 영화속에서 사라집니다.

표정의 변화나 감정표현이 별로 없는, 아내와 자식을 두고 바람을 피는 변호사 주영작.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식으로서 크게 문제가 있어보이지는 않지만 영화속에서 화가인 애인의 대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누구한테도 자신의 속을 드러내지 않고, 누구와 함께 있어도, 누구랑 섹스를 해도 외로울 수 밖에 없는 남자 주영작. 영화속에서 딱 한번 자신의 감정을 주체못하고 표출합니다. 아들이 죽고 나서 애인과 전화를 하면서, 부인을 폭행하면서 자신의 슬픔과 괴로움을 격하게 나타냅니다.

북에 가족들을 전부 남겨두고 남한으로 내려온 영작의 조부와 아버지는 매우 가부장적인 권위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을 것 같고, 특히 영작의 아버지는 자신의 건강과 아내보다도 술과 담배를 더 좋아합니다. 이러한 가정환경과 가족관계속에서 영작은 자신의 마음과 감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성장하기보다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무정하게 살아왔을 것입니다. 특히 사법고시에 합격을 해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듯이, 젊었을 때 감성과 감각을 자유롭게 표출하면서 인간관계를 맺고, 생활을 하기보다는 자신을 억누르면서 상당히 이성적으로 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라면서 특정시기에 꼭 누려야 할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어서라도 그것에 더 집착을 하게 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 청소년 시기에 발달해야 될 자신의 몸에 대한 소중함, 풍부한 감수성과 이성에 대한 건전한 생각과 느낌, 자신의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 등이 부족한 사람, 젊었을 때 한번쯤은 경험하는 것이 좋은 이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 자연스러운 섹스 경험이 없는 사람 등. 매시기마다 이성, 감정, 감각의 통일체인 사람이 꼭 경험하고 균형있게 발전시켜야 될 어떤 요소가 크게 부족하게 되면 뒤늦게라도 이러한 결핍을 어떤 식으로든 채우려하고 보상 받을려고 합니다. 영작이 열정적인 사랑이 없이도 젊은 여자들의 몸을 계속 탐하면서 방황하는 것도 성장하면서 특정 시기에 꼭 갖추었어야 될 어떤 요소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20대 중,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는 그 이전까지의 삶속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치열한 생존 경쟁과 성공을 위해 상당한 긴장과 집중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배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합니다. 권력, 부, 명예,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 등은 인간의 풍부한 감수성과 순수성보다는 냉철한 이성과 잔인할 정도의 자기 통제, 치열한 각고의 노력과 더 잘 어울리는 개념들입니다. 정글과도 같은 사회속에서 성공과 안정을 위해서는 이성이 감성보다 더 발달하게 됩니다. 30대 이상의 정말 많은 남자들이 술, 담배, 도박(주식), 섹스 중에 최소한 하나 이상을 매우 좋아하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적자생존 양육강식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자본주의 구조하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주영작은 영화속에서 술, 담배, 도박이 아닌 젊은 여성과의 섹스가 유일한 생활의 낙으로 묘사됩니다.

중년의 삶이 기다리고 있는 영작에게는 가족과 가정 그 모든 것이 다 귀찮고, 싫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족과 결혼이라는 굴레가 영작에게는 거추장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아버님과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새로운 인생 길을 찾아나서고, 입양한 아들은 죽고, 정서적으로나 속궁합이 잘 맞지 않는 아내와는 이혼을 하고, 섹스 파트너였던 젊은 애인과의 관계도 소원해집니다.(물론 사무실 여직원과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지만) 어떻게 보면 객관적인 상황과 조건이 자연스럽게 영작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진실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입니다. 이제는 그 어떤 사람과 사물에도 구속받지 않고, 맞출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기쁨과 해방감이 영화 뒷부분에 무용실에서 나가면서 했던 동작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이렇게까지 해석하는 것은 너무 무리인가요?

커다란 혼란과 완전한 해체, 극단적인 고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인생길을 자연스럽게 찾아나갈 수 밖에 없게 된 남자 주인공 주영작 변호사. 바람난 가족을 통해 우리의 사회와 가정, 가족, 결혼과 이혼, 삶과 죽음, 사랑과 섹스에 대해,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네의 삶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인물들과 사건, 영화 전반에 대한 감상평은 계속 생각과 느낌이 정리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주영작이라는 인물에 대한 여러분들의 견해는 어떠한가요? 리플을 통해 알려주세요.


< 3 > 8월 15일날 쓴 첫 번째 감상평

<< 바람난 가족 >> : 영화를 보면서 계속 김혜수가 장희빈 안 하고 이 영화 출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문소리만큼 노출을 많이 하거나 섹스신을 진하게 찍지는 못했을거고, 노출 수위는 어땠을까? 문소리처럼 가슴을 다 보여주었을까? 영화 뒷부분에 고교생과 정말 슬프지만 화끈한 섹스신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김혜수가 문소리 역을 맡았으면 일부 관객이 김혜수 몸매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겠지만 전체적인 영화주제나 내용, 분위기하고는 너무 안 어울렸을 것입니다. 김혜수의 이미지가 워낙 건강하고 밝고 자신감있는 분위기라 이상했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코미디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아시스에 이은 문소리 배우의 연기는 참 자연스럽고 너무 좋았습니다. 오아시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다른 것은 몰라도 문소리 배우의 변신 때문에라도 영화료가 아깝지는 않을 것입니다.
 
 야한 장면이나 코믹멜로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시려는 분들에게는 큰 실망이 뒤따를 것입니다. 제목과는 달리 절대 가볍거나 단순히 야한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후반부에 문소리와 고딩인 봉태규가 섹스를 격렬하게 하는 장면은 너무 슬프고 애처롭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다들 자기 나름대로 사연이 있습니다. 김일성 장군가를 부르면서 죽기 전까지도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던 변호사의 아버지, 할아버지는 6개월 전에 돌아가셨는데 아무도 몰랐고, 어머니는 뒤늦게 인간해방을 부르짖으면서 남편이 죽자마자 재혼을 하고, 변호사인 주인공(무정자증인지 임신을 못시킴)은 젊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면서 끈임없이 방황을 하고, 주인공의 부인은 옆집 고딩이랑 눈이 맞어 임신을 하게 되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자퇴하고 유학을 가려는 옆집 고딩 봉태규, 입양한 아들은 비참히 살해당하고, 성지루가 연기한 우체부는 거의 알코올 중독에서 허우적대다 주인공의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합니다. 간간히 나오는 양민학살 사건.

 이혼율 전세계 2위(곧 있으면 미국을 앞질러 영광스러운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함) 결혼한 10쌍 중에 5쌍 가까이 이혼하는 현실, 35세에서 40세까지의 연령대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아 사회속에 버려지는 어린 아이들은 엄청 많고, 갈수록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여성들이 출산을 꺼려하고, 혼전 동거가 인기인 요즈음 세태를 남녀 주인공의 절제(정서만, 몸은 바람바람바람)되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통해 잘 반영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세태속에서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받는 주체는 바로 어린 아이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 영화도 4인용식탁 못지 않게 금기시 된 장면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고편만 야하고 코믹할 뿐 절대 야하지 않고, 간간히 잘게 쓴 웃음을 짓게 하는 쓰라린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비춘 영화입니다. 3차 인터넷 펀딩까지 한 영화라 일반 투자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 영화가 잘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충분히 그럴 자격과 수준이 되는 영화라고 확신합니다. (어린아이를 무참히 공사현장 옥상에서 던지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전세계 영화의 금기 장면인 것을 감독과 제작사가 알았을 텐데. 너무 아쉽고 안타깝네요)

<< 소설은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을 수도 있고, 좋아도 되지만 영화는 해몽보다는 꿈이 훨씬 더 허벌나게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영화로써의 의미와 가치가 더 있는 것이 아닐까요? 4인용 식탁과 바람난 가족 두 영화 다 보고 나서 10일 정도 지나서야 영화를 보고 난 느낌과 생각이 다 정리되네요. 이 점만큼은 참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끝까지 읽으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총 0명 참여)
이 영화로 논문을 써도 되겠네요..^^; 암튼 잘 읽었습니다.   
2003-08-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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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2003)
제작사 : 명필름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baramn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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