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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관을 찾아 떠난 '바람난 가족' 바람난 가족
magmajane 2004-01-31 오전 7:12:58 1409   [4]

 

 야한 영화인 줄 알았다. 뭐 관심 있게 보지는 않았지만 방송에서 광고를 때릴 때도 ‘온 가족이 바람을 핀다.’ ‘문소리가 벗었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었나. 때문에 그저 기대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틀었다. 처음엔 ‘언제 야한 장면 나오나......’ 기대하며 봤고 중간쯤부턴 영화에 집중하게 되었고 왠지 모르게 씁쓸한 감정이 들 때 쯤 영화가 끝났다. 씁쓸함의 정체, 그것을 알아내려 영화를 곱씹어 보았다.

   

 ‘바람난 가족’에는 두 개의 가족이 등장한다. 영작(황정민분)을 중심으로 그가 아들로 속한 하나의 가정과 그가 남편으로 속한 하나의 가정. 영작에겐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있고 동창과 바람이 난 어머니가 있으며 옆집 고등학생과 바람난 부인, 호정(문소리분)과 입양한 아들 수인이가 있다. 영화는 바람난 세 사람의 연애 이야기로 진행되고 교통사고로 엮인 알콜 중독자에 의해 수인이가 살해 되며 영화는 막바지로 치닫는다. 세 사람은 왜 바람을 펴야 했으며 수인이의 죽음으로 그들은 무엇을 깨닫는가.


 어머니(윤여정분)는 동창과의 섹스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되찾는다. 그녀는 한국의 어머니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납하며 살았다. 나이를 먹고 남편이 죽을 때가 되고 동창과 바람이 나서야 자신이 그저 ‘희생’ 했음을 깨닫는다. 인생에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느끼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함을 알게 된다. 바람이 나기 전 전통적 가족관 내에서의 그녀의 삶은 무의미 했던 것이다.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완벽한 가정을 꾸리러 떠난다.

 영작은 바람을 피며 상대방에게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으려 한다. 응당 가족에게서 구해야 할 것을 구하지 못하고 불륜녀에게서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가족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인이를 입양하면서 그의 가족은 완성되었고 자신은 그것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을 위해서 정신적 안정을 구하기 위해서 바람을 피지만 들키지 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의 잘못된 전통적 가족관 내에서 행동하는 나약한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호정은 다르다. 그녀에게 있어 아들 수인이는 그들의 가족을 유지시키는 매개 따위가 아니다. 수인이는 그저 사랑하는 아들일 뿐이다. 남편의 불륜에 대해서도 그녀는 덤덤하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곤 그저 “당신한테 그런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라는 말을 건넬 뿐이다. 그녀는 결혼 이후로 잃어버린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옆집 고등학생을 유혹한다. 그녀에게 있어 그런 행동은 당연하다. 무기력한 삶은 그녀가 원하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작과의 결혼생활에서 그런 활력을 찾고 싶지만 영작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렇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호정은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수인이가 죽고 호정은 더 이상의 결혼 생활은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자신은 상관없으나 영작에겐 가족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므로...... 서로에게 정신적 안정의 대상이 되어주지 못하고 서로의 삶만 무료하게 만드는 결혼 생활은 의미가 없다. 그녀는 영작과 헤진다. 그리고 그녀의 뱃속엔 고등학생의 아이가 있다. 그녀는 홀로 낳기를 선택한다.


 마지막 장면의 영작과 호정의 대화에서 두 개의 가족관은 충돌한다. 호정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리를 듣고 영작은 호정을 찾는다. 다시 가족을 만들길 원한다. 영작이 말을 건넨다. “아이 가졌다며. 잘할게.” 호정은 대답한다. “당신 애기 아니야.” 영작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말한다. “나, 수인이 내 아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없어. 잘할게.”라고 한다. 그는 그의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아이를 매개로 가족을 이루어 유지해 나가는 것이 가족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족이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해서 만들고 그 사랑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지금 그에게, 호정에게 필요한 말은 “당신이 필요해. 당신을 사랑해.”라는 것을. 그런 영작은 호정에게 ‘아웃‘일 수밖에 없다. 그녀는 “당신 아웃이야.”라는 말로 영작을 보내고 행복한 얼굴로 무용실 플로어를 닦는다. 앞으로 아이를 혼자 낳고도 그녀는 지금처럼 행복한 얼굴을 할 것이다. 그리고 태어날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녀와 아이는 서로 사랑할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가족은 완벽할 테니까.


 영화를 본 후에 느껴진 씁쓸함의 정체는 그것이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나’와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 이혼율 1위의 우리 사회의 이야기라는 것. 그렇다고 이 영화가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는데 그치는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바람난 가족’은 우리에게 당연하면서도 새로운 가족관을 제시하고 있다. ‘책임감’을 강조하는 전통적 가치관에서는 ‘바람난 가족’이 생길 뿐이란 것을. 그 형태가 어떠하든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진정한 가족이고 ‘바람나지 않는 가족’이라는 것을.

                                                 

-2003 임상수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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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2003)
제작사 : 명필름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baramn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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