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화면으로 오프닝을 시작하는 <준벅(Junebug)>은 "6월의 벌레" "풍뎅이"의 뜻을 가진 낱말로 여기서는 한 차례 왔다가 떠나가는 메들린 부부의 존재를 뜻하는 것이 아닐런지. 현대를 사는 우리는 요즘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따라서 영화에서도 가족의 정체를 다루는 빈도가 부쩍 늘어났고 최근 우리 영화 <가족의 탄생>은 가족이라는 개념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고있는 시대 조류에 가족의 의미가 진정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시사한 바있다. <준벅> 역시 가족이라는 그늘 속에 묻혀 숨쉬고있는 구성원들의 숨겨진 비밀과 고뇌등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를 예리하게 파헤쳐 현대사회가 직면하고있는 단면을 슬며시 암시한다. 시카고에서 아웃사이더 아트를 취급하는 딜러 메들린은 노스 캐롤라이나에 살고있는 화가 데이빗 워크의 작품에 매료되어 직접 그를 만나서 계약을 성사시키기로 하는데 마침 그 근처에 살고있는 남편 조지의 가족들과 첫 만남의 시간을 갖게된다. 워크와의 계약은 몇가지 난항이 있었으나 결국 순조롭게 마무리 지어지면서 시댁과의 다소 낯설고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며칠 동안의 해프닝을 겪으며 그들과의 이해와 화해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풀어가는데... 이 영화에선 특히 두 여성의 캐릭터가 두드러지게 묘사되는데 주인공인 메들린역 엠베스 데이비츠는 사려깊고 교양있지만 사랑과 일에 대해서만은 넘치는 정열을 지닌 어찌보면 현대의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고, 시동생의 임신한 처 애슐리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는 어린 아이같은 낙천적인 순수함을 보여주면서도 그녀만의 발랄한 수다로 가족의 정적을 깨우는 사랑스런 여성의 표상을 호연한다. 그 외의 출연진들도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지닌 강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고 속도감은 없지만 캐릭터의 심리에 몰두하게 만드는 힘을 지님으로써 이 영화가 그 스토리 텔링에 앞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어필하고 있음을 관람시간 내내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