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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6월의 일기
kharismania 2005-12-08 오후 7:00:18 1104   [2]


 요즘 아이들은 옛날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나이 어린 조카나 동생들을 보면 우리 시대의 아이들과는 다른 말투를 쓰고 행동을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디어의 발전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양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아이들은 TV나 컴퓨터를 통해 쉽게 어른들을 보고 어른들의 행동을 익힌다. 요즘은 어린이들이 종종 어른스러운 말투나 조금은 나이가 든 사람들이 내뱉는 언어를 쉽게 구사하는 것을 볼 때면 이런 현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과 어법만을 보고 배우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의 사고방식과 관념까지도 아이들은 쉽게 흡수한다. 흰 종이에 처음 물감을 칠하면 그 색이 잘 배어들듯이 아직 맑고 투명한 호수와 같은 어린아이들의 동심이 무엇이든 쉽게 배우고 쉽게 익혀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판단보다는 현실적인 득과 실에 대한 저울질을 쉽게 배운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무지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과거 교회에서 망치로 기도하는 아주머니를 떄려죽이고 푼돈을 훔쳐가다가 잡힌 아이들의 사건이 기억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애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아주머니를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는 것보다도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모른다는 것에 있었다. 이렇듯 무지한 순수함은 무서운 것이다. 옳은 것 이전에 얻는 것을 배운 아이들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옳은 것을 제쳐놓는 현실을 행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중학생 정도의 나이가 되면 순수함과는 약간은 거리가 떨어지겠지만 과거의 중학생과 요즘의 중학생은 마치 조선말기의 전차와 요즘의 KTX를 비교하는 것 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언제부턴가 왕따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왕따는 어느시대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사회나 비슷한 부류의 사람은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회사에서도 군대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왕따들은 하나씩 있다. 무언가 남들과 다르고 남들과 융합하지 못하는 기질적인 측면이 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면 소외받는 법이니까.

 

 문제는 어린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런 현상 자체에 대한 행동양식이 나날이 과격해지고 잔인해진다는 것에 있다. 가끔씩은 그러한 자신들의 행태를 즐기고 있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른다.

 

 영화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이 영화는 범죄쓰릴러에 가까운 영화다. 시작부터 관객에게 물음표를 머리에 각인시키며 영화는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계속되는 하나하나의 힌트를 따라 관객들은 그 미로를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솔직히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다. 영화자체만 놓고 봐서는..하나하나 힌트를 던져주면서 범인과 형사들간의 퍼즐게임을 즐기는 쓰릴러 소재의 영화는 지금까지도 지겹도록 많았고 앞으로도 줄창 쏟아져 나올 진부하면서도 정석과 같은 하나의 스토리 소재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소재를 교과적으로 풀어나간다. 진부하면서도 전형적인 방식이다. 눈에 띄는 감탄은 없지만 인상구길만한 실망도 없다. 캐릭터적인 면에서도 고참형사와 후임형사가 티격태격하면서도 파트너쉽으로 뭉치는 식의 모양새는 이런 영화에서 질리도록 봐왔다. 그저 그렇게 영화는 평이하게 자기 길을 걸어나갈 뿐이다. 물론 영화의 분위기가 평이하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잔인한 면도 있고 비장한 면도 있고 우스운 면도 있다. 다만 자기 장르에 교과서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재는 다룰만하다. 이 영화는 메세지 측면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초반에 감지되던 쓰릴러물적인 긴장감이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현실적인 문제와의 결합을 통해서 진지하게 관객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영화의 외면적인 재미는 평범하지만 내면적 메세지는 강렬하다. 영화의 종결에서 느껴지는 여운은 마치 '살인의 추억'의 그것만큼이나 가슴을 짓누른다. 가벼운 기대감으로 출발해서 무거운 고민을 짊어지게 만드는 영화다.

 

 물론 영화에서와 같이 현실적으로 잔인한 학교생활이 모든 아이들의 일상생활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기에는 우리 아이들의 학교가 나날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따돌림당하는 왕따에서 괴롭힘당하는..단순히 장난이 아닌 피해자의 인간적 모멸감과 자아의 붕괴로 이어지는 과격하고 잔인해지는 방식의 강도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개인이 아닌 집단적인 분위기에 휘말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집단적 힘에 쉽게 동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다. 약자를 위한 안식처는 어느 곳에도 없다.

 

 끝을 모르기에 단계를 올려가면서 쓰릴을 즐기는 아이들의 쾌감을 통제하기에 우리 어른들은 능력이 부족해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방안을 찾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문제성을 인식하면서도 그저 방관하고 고민할 뿐이다. 또한 현대사회의 가정붕괴와 보금자리로써의 역할이 쇠퇴되고 있음을 이 영화는 시사하고 있다.

 

 교육의 장은 학교지만 기본적인 교육의 틀을 다지는 곳은 가정이다. 가정에서 기본적인 소양을 어떻게 익히고 배웠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생각과 관념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른다. 아이들의 숫자가 적어지는 핵가족화된 사회에서 아이들은 보호받고 부족함을 모르며 자란다. 남을 배려하는 방법보다는 남을 이기는 방법을 쉽게 배운다.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의 폭력성은 컴퓨터 게임의 어느것과 다를 것 없다. 죽으면 다시 시작하면 되고 맞으면 그만큼 때려줘야 한다는 잔인한 사고방식은 단순히 시대의 변화로 방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문제성을 보여준다.

 

 피해자도 문제지만 가해자도 문제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줄 만한 대책도 방안도 모른다. 어쩌다가 일이 이지경까지 왔느냐는 한탄은 할 수 있어도 아이들에게 호된 꾸지람이나 정결한 타이름을 줄 만한 배짱도 여유도 없다.

 

 단지 세대차이따위로 가둬두고 구경만 할 어른들의 재미꺼리는 아니잖은가. 학교가 병들고 있다는 것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병균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과 같다. 이는 앞으로 우리사회 역시 병들어버릴만한 증후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이영화에 해결책은 없다. 단지 제시할 뿐..얼마나 알아들었는지는 관객의 몫이 아닐까. 영화가 재미있고 없고를 따지는 것도 관객의 권리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듣는 건 관객의 능력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이 우리 사회보다 과장된 면이 있을지는 몰라도 영화의 현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요즘 어린 학생들의 현실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아닌 구경하다 나온 것이라면 아쉬울 따름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이들이 불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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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일기(2005, Diary of June)
제작사 : (주)필름앤 픽쳐스, (주)보스톤 미디어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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