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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覇王™]바퀴벌레 편들기는 내생전 처음이다 호텔 르완다
js7keien 2006-09-05 오후 11:56:44 6393   [48]

단 3개월 동안에 93만7천명이 학살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면 여러분은 믿을 수 있겠는가? 히틀러가 유태인 말살을 시도했을 때에도 이러한 대규모 제노사이드는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대량 학살은 르완다의 후투족이 단 3개월 동안에 투치족을 말살한 사건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가 성수대교가 붕괴했을 당시의 해에 일어난 르완다의 비극을, 그리고 독일인 쉰들러와 비견할 수 있는 소시민의 숭고한 정신을 묘사하고 있다.

유태인 홀로코스트,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와는 별도로 르완다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영화상에서는 초반부 후투족의 라디오 선동과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서방세계의 기자가 인터뷰하는 르완다인의 대사를 통해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속 설명만 가지고는 내전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투치족을 몰살시키려고 하였는지, 학살의 참혹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기에는 관객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대를 가지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다. 이에 영화 내용을 보충하여 20세기의 르완다 역사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겠다.

- 갈등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1919년 벨기에가 갈등의 시초를 제공한다. 르완다가 벨기에의 식민 통치를 받을 당시 벨기에는 르완다의 두 부족 - 인구의 85%을 차지하는 후투족과 나머지 15%의 투치족을 차별화 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소수 부족인 투치족을 우대함으로 그들을 교육하고 식민 통치 시절 당시 말단 관료화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후투족은 차별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는데, 1962년 벨기에로부터 르완다가 독립하게 되면서 두 부족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기만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 1994년 4월 6일 후투족 출신의 르완다 대통령이 테러 공격에 의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자 르완다 정부 방송은 대통령 암살 배후로 투치족 반군을 지목하고, 후투족 주민들에게는 투치족에 대한 보복 공격을 선동한다. 이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후투족의 투치족 대학살이 이 영화의 배경이 된다.(이삼성 著,[세계와 미국]한길사.2001에서 인용) - 바퀴벌레라고 인용한 이 리뷰의 타이틀은 후투족이 투치족을 경멸하여 인용할 때 쓰는 노골적 표현이다.

영화 초반부에서 폴과 친분이 있는 사업가의 창고에서 재고물품을 운반할 때 중국에서 사온 머세티 박스가 무너지면서 와르르 쏟아지는 장면을 보았는가? 맥주 박스도 아니고 하필 머세티인가? 이 장면은 앞으로 있을 대살육을 예고하는 장치이다

배경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 영화의 대사들은 주로 스탠더드 숏 내지는 리버스 숏을 사용하여 진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관객은 영화 인물들과 동질성을 가질 수 있는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투치족이 살육 당하는 장면은 <킬링 필드>와 같이 끔찍하고 처참한 도륙을 보여주는 직접화법으로는 묘사하지 않는다. 도리어 영화는 '시체가 즐비하게 늘어선 새벽녘 도로'의 풍경, 국경 너머에서 살육장면을 촬영한 것을 VCR로 재생하는 간접화법으로 묘사하기를 즐긴다. 

'돈 치들'은 '폴 루세사바기나'라는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가 박애주의적 정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 영화 초반부 후투족 군부가 이웃에 거주하는 투치족 정원사를 연행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주인공에게 연줄을 이용해서 그를 석방시켜 달라고 요구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하지만 집에 임시로 피난해 있던 투치족 사람들, 아내와 자식들이 후투족 군부에 끌려가게 되자 주인공 폴은 기지를 발휘하여 그들을 모두 살려내는 것을 필두로 그의 박애정신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한다 - 만일 이 영화가 처음부터 그를 고결한 정신의 소유자로 묘사했다면 인물 전기와 같은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 "한 개인이 어떻게 역사를 바꿀 수 있겠는가?" 그리고 집단 속에서 익명의 특권을 누리기를 즐긴다. 만일 폴이 투치족 학살 방지에 관여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1268명의 투치족의 생명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역사는 영웅이, 집단이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한 개인이 역사의 흐름을, 물고를 틀어놓을 수도 있다. 영화가 폴의 박애정신을 묘사하는 방식은 소시민으로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후투족의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잡초처럼 굴하지 않고 굳건한 의지로 맞서나가는 방식을 택한다 - 시신이 즐비한 도로의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후 호텔 탈의실에서 홀로 읍소하는 장면과 아내와 옥상에서 로맨스를 즐기면서 위급할 때의 대처방법을 설명하는 장면, 그리고 벨기에의 사베나 그룹 회장과의 전화 통화 내용과 비지먼구 장군에게 투치족 난민 보호를 위한 도움을 받기 위해 설득 또는 협박에 가까운 회유를 하는, 이 네 장면을 주목하도록부족의 경계선을 넘어서서 - 인간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물심 양면으로 아낌 없이 수고한 폴의 고결한 박애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똑같은 물을 마시더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말이 있다 - 폴은 벨기에의 사베나 그룹 산하의 밀 콜린스 호텔의 지배인이다. 영화 초반부엔 폴이 시거로, 맥주로 여러 기업인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장면이 나오게 되는데 - 로비도 금품수수도 하던 사람이 한다고, 아내와 자식들의 몸값 흥정과 더불어 후투족 군부의 손아귀에 있는 투치족 사람들의 몸값 지불을 폴은 금품수수 로비라는 방법을 통해 해내고 있다. 불필요하게 보였던 초반부의 로비 장면은 폴이 이 방면에 있어서 인명을 구하기 위한 로비라는 암시를 제공하는 장치이다. 로비를 통해 인명을 구하다니! 그런데 이러한 로비는 일회적이지 않고 폴과 친분이 있는 비지먼구 장군에게 폴이 도움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폴의 사업가적 기질은 벨기에의 사베나 그룹 본사 회장의 도움을 얻을 때에도 발군의 기지를 발휘한다.

(Ⅰ) 사베나 그룹 회장(장 르노)이 폴에게 전화하여 르완다의 정세가 불안하니 밀 콜린스 호텔을 폐쇄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의를 할 때 폴은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 - 호텔이 폐쇄된다면 투치족 망명 캠프의 역할은 종료되고 만다. 

(Ⅱ) 두 번째로 군부가 들이닥쳐서 투치족을 처형하기 위해 투치족 투숙객의 명단을 내놓으라고 할 때는 사베나 그룹 회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신변을 보장할 수 없게 되었으니 사베나 그룹의 회장으로 하여금 후투족 군벌의 지원자인 프랑스에 압력을 가하도록 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밀 콜린스 호텔이 임시 망명자 캠프가 되었을 당시, 후투족이 투치족을 학살하고 있을 때 서방 세계의 태도는? 서방 기자로 나오는 호아킨 피닉스를 빌어 은근슬쩍 묘사하는 대목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폴: 당신이 그 장면을 입수해서 전세계가 그걸(투치족 학살 장면) 보게 된다니 전 기쁠 따름입니다. 우리가 누군가 중재에 나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 잔학행위를 목격하고도 어떻게 나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기자: 만약 세상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본다면 "오, 이런 끔찍한!" 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태연하게 저녁을 먹겠죠

영화 초반부를 보면서 '호아킨 피닉스가 이런 단역으로 왜 출연하였는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호아킨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역이었다. 그의 네임밸류에 비해 까메오라고 표현할 정도로 굉장히 짧은 역할이었지만 서방 세계가 르완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을 표명하는 단역이다. 서방 세계는 UN임시주둔군의 보고를 통해 대살육을 알리는 전조를 3개월 전부터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르완다의 피의 고통에 관여하길 원하지 않았음을 호아킨 피닉스를 통해 보여준다.

(IRONY-Ⅰ) 르완다 내전에 개입을 원치 않던 미국은 왜 <블랙 호크 다운>의 배경이 되는 소말리아 내전엔 개입하는가? 당시 소말리아엔 있고 르완다엔 없었던 것은? - 소말리아에는 네 곳의 미국계 석유회사가 석유 시추 중에 있었다. 경제 안보가치를 미국이 손익계산하고 르완다에선 손에 피를 묻히기 싫었던 것이리라. 당시 언론이 보스니아와 소말리아에 집중해 있는 와중에 르완다와 시에라리아는 서구 열강의 무관심 속에 피에 절여지게 된 것이다.(이삼성 著,[20세기의 문명과 야만]한길사.1998에서 인용)

(IRONY-Ⅱ) 주인공 폴은 2005년 미국 정부로부터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상인 "자유의 메달"을 수상한다 - 르완다 내전에 개입하기를 거부했던 미국이 자유의 메달을 그에게 수여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테리 조지 감독타이밍을 적절히 잡아내는 감각을 지닌 감독이다.

(Ⅰ) 폴이 자기 집에 숨어있다가 군부에게 잡혀있던 투치족을 로비로 구해내서 호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벨기에 본사로부터 밀 콜린스 호텔의 지배인으로 승계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투치족 망명자 캠프로 호텔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폴이 박애정신의 소유자라는 사실과는 별도로 호텔에서 최고 경영자의 지위에 놓여져야 가능한데, 영화는 이러한 논리적 당위성을 놓치지 않는다.

(Ⅱ) 영화 후반부에 호텔에서 가족들과 투치족 일부를 UN군이 트럭으로 수송할 때 폴이 타려다가 이내 머뭇거리더니 본인은 호텔에 남고 아내와 가족들을 먼저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 숭고함을 고결하게 나타내기 위한 인위적 장치이기도 하지만, 폴은 아직 후투족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호텔에 남아있다는 긴장의 끈을 감독은 놓지 않고 있다. 

PS. 영화  이후 전개된 르완다의 상황 - 투치족이 반격을 시도하여 수도를 함락시키고 르완다 제2의 도시와 더불어 후투족의 최후 기점인 기세니까지 진격하자, 이에 보복이 두려운 후투족 민간인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후투족 임시정부의 잠정 수도로 피난하거나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로 망명하였고, 이 와중에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다.(이삼성 著,[세계와 미국]한길사.2001에서 인용) 보복의 오로보로스는 끊이지 않았다.


(총 1명 참여)
rlaghdlr123
상당히 고마운 리뷰였습니다.   
2006-10-19 20:03
alrudtodrkr
잘 읽었습니다.
모처럼 좋은 리뷰를 읽었네요^^
감사해요!!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2006-09-12 11:30
bjmaximus
네티즌리뷰 최다추천 축하드립니다.*^^*   
2006-09-11 16:02
gloria97
정말 재미있겠다요... 영화평도 재미있게 쓰셨네요....   
2006-09-09 11:37
iprman
정말 상당히 기대되는 영화네요...   
2006-09-09 10:02
ycoin2
오호 상당히 구미가 땡기는 영화네요 돈치들 호아킨 닉놀테 장르노

쟁쟁한 배우들까지 닉놀테는 거의 폐인이더만 갱생했나 보군요 ㅎㅎ

돈치들 저분은 참 연기가 맛깔스럽던데 ㅎㅎ

아무튼 저는 리뷰를 먼저 보고 스포일러라도 보고 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라서 근데 글 너무 잘쓰는거 아니에요 쩝 .. 질투 느낄려 그러네요 ㅎ

아무튼 오늘도 리뷰 잘 봣어요 ㅎ   
2006-09-06 12:11
1


호텔 르완다(2004, Hotel Rwanda)
제작사 : Lionsgate / 배급사 : (주)동숭아트센터
수입사 : (주)동숭아트센터 / 공식홈페이지 : http://www.hotelrwan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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