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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술의 달인이 되신 영감님 쏘우 3
jimmani 2006-12-01 오후 11:19:14 1365   [6]

(3편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으나, 1,2편의 스포일러는 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쏘우> 시리즈에 대해서 이렇게 글을 써보는 건 처음이다. 1편부터 쭉 봐왔는데도 보고 나서 생각을 글로 옮겨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얘기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는지, 아니면 1편과 2편은 모두 어둠의 루트라는 좋지 않은 방법으로 접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아무래도 2년 전 소리소문없이 1편이 처음 나왔던(그 땐 그 영화에다 "1편"이라는 호칭을 붙이게 될 줄도 몰랐지만) 시리즈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이제는 3편까지 내놓으며 하나의 브랜드로 급성장하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쏘우> 시리즈는 잔혹한 고어물과 두뇌플레이가 필요한 스릴러라는, 어떻게 보면 잘 매치가 안되는 듯한 두 장르를 절묘하게 섞어 관객들에게 생소하고 충격적인 재미를 주었다. 매번 안좋은 쪽으로 눈부신 창의력을 발휘하시는 직쏘 영감님의 기이한 트랩들과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뒤통수를 한바탕 제대로 후려갈기는 결말은 이 시리즈가 지닌 두 가지 무지막지한 무기였다. 원래 속편이라는 게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스케일이 커지듯, 이 시리즈의 세번째 산물 <쏘우 3> 역시 그 두 가지 무기를 더욱 날카롭고 살벌하게 다듬어 놓았다.

2편의 주인공이었던 에릭 반장이 직쏘의 함정에 갇혔다 발목을 부러뜨려 간신히 탈출한 뒤, 직쏘(토빈 벨)는 뇌종양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산소마스크에 목숨을 의지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그의 후계자인 아만다(샤니 스미스)가 그의 정신을 물려받아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들을 처단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여의사 린(바하 수멕)이 이들의 함정에 걸려든다. 이들의 아지트로 납치된 린에게 직쏘는 또 한번 끔찍한 게임을 제안한다. 다른 한편에 잡혀 있는 남자가 테스트를 끝마칠 때까지 자신의 목숨이 꺼지지 않게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 린의 목에는 직쏘의 심장모니터와 연결된 그들만의 수제 트랩이 채워지고, 만약 직쏘의 심장이 그 안에 멈추게 되면 린의 목 역시 달아나는 상황에 처한다. 한편, 다른 쪽에 잡혀 있는 남자 제프(앵거스 맥패디언)는 어린 아들을 뺑소니 사고로 잃은 뒤 복수와 응징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찬 상황. 그러던 그에게 이제 그의 그런 복수에 대한 집착이 시험받아야 할 테스트들이 하나씩 다가오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고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쏘우>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 중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각종 트랩에서 나타나는 잔혹하지만 독창적인 살인 장면들이었다. 유혈낭자하고 내장까지 드러낼 정도로 끔찍하지만 자기는 손 까딱하지 않고 희생자들로 하여금 그 상태까지 치닫게 만드는 직쏘의 기술력에 볼 때마다 놀라움을 안기며 재미를 주었던 수단이다. 좀 더 강한 걸 원하는 속편의 법칙답게 이번 3편에 나오는 수많은 트랩들은 그 살인 방식에 있어서 독창성과 잔혹성이 몇 배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여준다. 1,2편에 나왔던 몇몇 잔혹한 장면들은 3편에 비하면 아이들 재롱 수준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굵직한 쇠사슬로 몸을 피어싱해놓고 그걸 뜯어내게 만든다거나, 염산 안에 열쇠를 넣어두고는 그걸 꺼내기 위해서 손을 뼛속까지 녹여야 하도록 만든다거나, 횽부에 밀착된 기계로 흉부 가죽을 거침없이 찢는다거나, 기계로 사지를 뒤틀어 몸 속 뼈까지 다 꺾여 살갗을 뛰쳐나오게 하는 등, 대충 말만 들어도 표정이 바로 일그러질 만한 참혹하기 그지없는 트랩들을 차례차례 보여주면서 희생자들 뿐 아니라 보는 우리도 참 기분 착잡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냉동고에 알몸인 채로 묶어두고는 그 위에 찬물을 뿌린다든가, 즉석에서 갈아 만들어진 돼지즙(?)을 사람이 갇혀 있는 구덩이에 쏟아붇어 돼지들의 내장 속에서 헤엄치게 만든다든가 하는 단순히 "피" 수준을 벗어나 다양한 방면으로 끔찍한 느낌을 자극하는 트랩들이 나와 편하지만은 않은 즐거움을 주었다. 거기다 마취를 하지 않고 드릴과 톱니바퀴로 뇌수술을 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 영화가 진정 "제한상영가"를 받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영화 속 트랩들의 잔혹함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들만한 비주얼로 가득했다. 단순한 "18세 관람가"가 아니라, "비위 좋으신 18세 관람가"라는 등급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이제는 고문기술에 있어서는 달인의 경지에 오르신 우리의 직쏘 영감님.

그런데 이런 잔혹한 비주얼이 계속 나타나면서 한편으로는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직쏘가 몸이 쇠약해지니 행동의 주체가 상당 부분 아만다로 옮겨졌기 때문일까, 살인 방법들이 좀 더 비인간적으로 변한 듯 싶었다.(참, 살인 방법에 있어서 인간적이고 말고를 따진다는 게 웃기다.) 직쏘는 끝까지 자긴 살인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희생자들을 극한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지만서도 어떻게 잘만 하면 피를 많이 보더라도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던 데 비해 아만다는 성공을 해도 살아나갈 수 없게끔, 애초부터 성공이 불가능한 트랩을 만들어 희생자들을 괴롭혔다. 그렇게 애초에 생존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함정 안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극단적인 수단으로 고문하고 살인하는 모습이 상당히 짜증나게 다가오기도 했다.(하지만 이에 대한 결과가 결말에서 꽤나 중요하게 나오는 걸 보고 꽤 놀라기도 했다.)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마치 사이비 종교 교주라도 되는 양 존재 가치가 신격화되어가는 직쏘의 존재도 그다지 보기 좋진 않았다. 직쏘는 병상에 누워서도 여전히 자신이 모든 이들의 목숨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신인 양 군림하고, 아만다에게도 "내가 너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면서 중요한 임무들을 부여한다. 이에 맞춰서 아만다 역시 그를 존경과 숭배의 대상처럼 모시며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병원에도 데리고 가지 않고 다짜고짜 의사 한 명에게 수술을 시키는 극약처방까지 내리기에 이른다.(병원의 기술을 믿지 않고 이렇게 억지를 쓰는 모습은 흡사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자식을 죽음의 위기에 몰아넣었던 어느 광신도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둘 만의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사실 전편의 인물들에 비해서 별 죄같지도 않은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며 고통을 가하는 그들의 모습이 사실 보기에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살인마의 알 수 없는 도덕성이 한편으론 이 시리즈의 매력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삶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면서 자신이 그 목숨들을 심판할 권리라도 있는 듯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웃기는 철학을 보여주는 직쏘 영감님은 이번 영화에서도 꽤나 진지한 명제인 "용서"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다. 아들을 죽인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찬 남자주인공 제프가 여러번의 테스트 속에서 용서와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어느 정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긴 하다. 악순환만 만드는 복수와 응징에 집착하면서 자기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것에 대해 직쏘는 "결국 죽음 앞의 상황에선 모두가 살고자 하는 보통 인간일 뿐이지 않는가"라는 나름 수긍할 만한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끔찍한 장면들을 좀 더 보여주려고 사람 답답하게 안절부절하며 시간 끌고 있는 제프의 모습이 참 원망스럽긴 했지만.

영화는 3편에 와서 새삼스럽게 1편에 등장하는 공간을 비롯해 함정을 세팅하는 직쏘와 아만다의 모습이 나온다. 직쏘의 철학에 감복한 아만다는 직쏘의 충직한 심복이 되어 모든 계획을 함께 하고 그의 곁에서 항상 그를 돌보며 함께 심판의 길에 나서지만, 그들이 과연 타인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는 물론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삶의 가치에 대해 운운하면서 사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다가도 3편에 이르러서는 "나를 살려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쪼잔하게 보이는 조건으로 희생자를 끌어들이는 직쏘 영감님의 모습이 좀 웃기기도 했고 말이다. 누구가 다른 누구를 심판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우열의 위치가 정해져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심판의 화살은 늘 바뀌게 마련이고, 그만큼 같은 인간인 이상 누구가 누구를 심판할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여기서 가장 신처럼 군림하고 있는 직쏘 영감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마지막에 또 한번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2차례의 반전은, 온갖 고문과 잔혹한 폭력만 보여주던 영화가 그래도 "직쏘"가 맨날 설교하던 "심판"의 문제에 대해 얕게나마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이 주고 싶다.(이것은 아무래도 직쏘의 몸이 급속히 쇠약해진 만큼 그도 어느 정도 편하게 생각의 여백을 주고 싶어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게 내가 준 점수가 높다면, 그것은 분명 1,2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묵직하게 느껴지는 마지막 반전의 덕일 것이다. 나름의 메시지도 그렇고, 앞서 깔아놓았던 복선들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는 능력도 역시 녹슬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뒷통수 멍한 반전에 오기까지, 이 영화는 우리 눈과 마음을 너무 지치게 했다.

한 마디 더 : 내년에 4편이 나온다고 했는데, 도대체 4편에선 어느 수준의 비주얼을 보여주려고 그러는지, 벌써부터 겁난다.


(총 0명 참여)
ldk209
3편 결과로 볼 때.. 4편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님... 완전히 새롭게 재편해서 나올라나..   
2006-12-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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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3(2006, Saw III)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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