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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를 감싸안는 포근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ldk209 2008-01-13 오후 9:45:42 11670   [54]
마이너리티를 감싸안는 포근함....

 

보통 핸드볼은 주로 올림픽이 개최되는 시즌에나 국민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종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에 핸드볼팀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핸드볼을 일찍 접했고, 그래서 좀 더 친근한 편이다. 체육선생님이 핸드볼 감독이었고, 학교 여기저기에 핸드볼 골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남는 시간에 친구들과 핸드볼 경기를 하기도 했는데, 보통 조금은 얄미운 친구를 골키퍼로 세우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왜냐하면 온몸으로 공을 막아내는 골키퍼의 특성상 게임이 끝나면 골키퍼를 맡은 친구들은 여기저기 멍이 들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핸드볼 결승전을 소재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충무로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여성 영화이면서 스포츠 영화라는 점에서 우선 그 용감함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핸드볼팀은 결승전에서 무려 19차례의 동점과 두 번의 연장을 펼친 끝에 승부던지기에서 2-4로 패배,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만약 그 때 금메달을 땄더라면 이 영화는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작 4개의 실업팀이 있는 한국과 천 개가 넘는 실업팀이 있는 덴마크, 거기에 키와 덩치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두 팀이 결승전에서 맞붙었다는 자체가 어쩌면 승패와는 상관없이 드라마틱함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전작을 통해 소외된, 그러나 꿈을 잃지 않고 사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 임순례 감독은 좀 더 대중적으로 시선을 확장한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게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서 갈등과 대립이 분출하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 아닌 포근하게 서로를 감싸 안으며, 등을 두드려주며 극복한다. 이건 그냥 여성의 방식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본 여성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혜경은 달라졌다는 승필의 말에 "아이를 낳아보고 기르다보니 나도 좀 달라지더라"라며 그 이유를 모성에서 찾는다. 소위 '아줌마'라는 단어 속에 들어있는 단순 무식함, 극단적 가족 이기주의, 무례함 등이 사회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범례라고나할까.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모두 하나같이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감독의 전작과 비슷하다. 혜경의 발목을 잡는 이혼경력은 헤경의 말마따나 남성에게는 적용되기 힘든 조건일 것이며, 재정적으로 괜찮으며 항상 밝게 웃는 정란에게는 젊은 시절 호르몬을 투약한 덕분에 불임의 아픔을 겪고 있다. 대안 없는 골키퍼인 수희는 매력 없는 몸매 때문에 맞선에서 항상 퇴짜를 맞는다. 그리고 세계최고의 선수 미숙은 마치 모든 불운이 미숙만 따라다니는 듯 하다. 선수로서 자신보다 아래였던 혜경이 일본에 진출해서 감독으로 각광받는 것과 비교해 그는 마트에서 물건을 팔며 퇴근할 때 가방을 검사 받는다. 도망다니는 남편의 빚을 책임져야 하고 맡길 데 없는 아들을 데리고 태릉까지 입소한다.

 

굉장히 진지하고 무거울 것 같은 주제지만, 영화의 색채는 전반적으로 밝고 화사하며, 쾌활하다. 그 일등공신은 당연 김지영과 조은지다. 두 배우 모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만큼 더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여러 영화에서 매력적인 배우로서 차츰 성장하고 있는 조은지에 비해 아직 영화 이력이 짧은 김지영의 선전이 돋보인다. 영화 초반부에서 조금 오버하는 듯 했던 코미디 연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화되고 극과 잘 어울리면서 다음 영화에서의 활약을 기대케한다. 다만 정란 부부를 그렇게까지 코미디적으로 표현할 필요까지 있었겠나 싶다.

 

그런데 영화는 스포츠 영화라는 점만으로 보면 경기 장면의 다이내믹함이 그다지 잘 표현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세계 최초의 핸드볼 영화라는 점에서 어떤게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예산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진 것 같다. 당초 적정 수준의 에산으로 출발했던 영화는 촬영 도중 한국 영화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예산 규모가 축소됐고, 많은 절감 노력이 뒤따랐다고 한다. 어쩌면 몇몇 부족한 듯 느껴지는 부분들이 에산이 뒷받침됐더라면 어느 정도는 극복 가능한 문제였지 않았나 싶다. 이런 점에서 허접 쓰레기 같은 영화를 만드느라 들어갔던 그 많은 예산들, 그리고 그 영화들 때문에 신뢰를 잃은 한국 영화시장을 생각해본다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미덕은 올림픽에 참가한 대표팀을 그리면서도 그 커다란 대의 앞에 개인의 문제들을 파묻지도, 회피하지도 않는며, 국가주의 내지는 애국주의 코드로 감성을 자극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대의, 국가주의, 애국주의라는 정서는 영화의 흥행을 위해 너무 쉬운 접근이었을지 모르지만 임 감독은 그런 접근을 포기하고(처음부터 생각조차 안했을 것이다) 세세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접근해 들어간다. 엔트리에서 제외될지 몰라 생리 중에 호르몬제를 투약하고 뛰는 선수들에 대한 일화는 그런 지점이 포착한 빛나는 순간들 중의 하나이며, 덴마크팀에 유리하게, 그리고 한국팀에 불리하게 적용된 심판의 각종 판결도 그것이 마치 패배에 결정적인 것처럼 과도하게 그리지 않은 것도 유혹을 잘 참아낸 지점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은 역시 마지막 미숙의 승부던지기 장면이다. 미숙이 공을 던지고 나면 미숙의 얼굴은 화면에서 빠지고 포커스 아웃되어 있는 후면의 선수들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왼쪽의 덴마크 벤치 선수들이 팔짝팔짝 뛰는 모습과 주저 앉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으로 미숙의 승부던지기가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곧이어 일그러진 미숙의 얼굴이 다시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아.." 라는 감탄사라 절로 나오는 이 장면은 최근 한국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일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실제 2004년 올림픽 결승전 직후 실시된 선수들과 감독의 인터뷰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감독은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얘기하다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경지장 천장만 쳐다본다. 뒤이어 등장하는 실제 경기 스틸 장면은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비춰주는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얘기해주는 가장 감동을 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나도 포기하지 않을테니깐, 당신도 포기하지 마"

 


(총 1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gmdeh45
이영화진짜 재미있었던영화   
2008-01-18 16:36
ldk209
헉... 장난하시나... 개봉한 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벌써 dvd를 찾다니... 그냥 극장 가서 보세요...   
2008-01-17 02:27
onjuni
봤어야 했는데...언제쯤 나올까요 DVD로   
2008-01-17 00:38
longtazo175
완전 보고 싶음... 감동 적일 것 같아요   
2008-01-16 20:17
jinju8745
조은지씨 대박입니다!!!
  
2008-01-15 14:09
pureyo
이거 꼭 봐야겠다   
2008-01-14 23:05
egg2
일등공신은 당연 김지영과 조은지   
2008-01-14 01:06
jswlove1020
잘보았습ㄴㅣ다^^   
2008-01-13 23:46
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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