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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반복? 우연? 삶이란 그것들의 교차?.... 북촌방향
ldk209 2011-09-16 오후 12:47:38 630   [1]

 

데자뷰? 반복? 우연? 삶이란 그것들의 교차?.... ★★★★

 

영화 속 보람(송선미)의 말대로 살다 보면 설명하기 묘한 우연한 상황과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한 사람을 우연히 길에서 연거푸 마주친다든가, 또는 동일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을 연이어 만난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그날따라 이상하게 아는 사람을 길에서 자주 만난다든가 하는. 물론 그러한 만남을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사실 별로 이상한 것도, 기이한 것도, 인연이랄 것도 없다. 말 그대로 그저 우연인 것이다. 대게 남자들은 이러한 우연을 무기로 삼아 맘에 드는 상대에게 접근하곤 한다. 실제로 우연일 수도 있지만, 상대가 주로 움직이는 공간만 알고 있다면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 만남을 갖게 되는 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북촌 거리를 며칠 동안 뱅뱅 돌다보면 말이다.

 

<북촌방향>의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영화감독이자 지방대학의 교수인 성준(유준상)은 간만에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 살고 있는 선배 영호(김상중)만 만나려고 마음먹지만, 선배를 기다리다 북촌마을에서 우연찮은 만남을 연이어 가지게 된다. 거리에서 알고 지내던 여배우(박수민)를 만나게 되고, 인사동에 있는 고갈비집에서 영화학도 세 명과 합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술에 취한 채 옛 연인 경진(김보경)의 집을 찾아간다. 시간이 지난 뒤 영호 선배는 자신이 아끼는 후배인 보람을 소개시켜주고, 소설이라는 술집에서 옛 애인 경진을 꼭 닮은 술집 사장 예전(김보경)을 알게 된다. 또 시간이 지나 성준은 영호, 영화배우 출신으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다 망한 중원(김의성)과 술자리를 갖게 되고, 보람이 합세하고, ‘소설’에서 또 다시 예전을 만나 거리에서 키스를 하게 된다. 또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소설’에 모인 사람들. 영호는 예전과 밤을 지낸 후 눈이 내리는 아침을 맞게 된다.

 

주인공의 궤적은 옛 연인 경진을 만나기 위해 잠시 고덕동(아마도)에 들린 것 외에 영화 내내 북촌을 벗어나지 않는다. 북촌을 내내 배회하는 영호의 발자국을 따라간다는 차원에서 <북촌방향>을 일종의 로드무비라고 정의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홍상수의 영화는 주류무비(?)이기도 하다. <북촌방향>을 보고난 뒤 감상은 서로의 관전 포인트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아마도 북촌을 거닐다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공통적으로 들지 않을까 싶다.

 

<북촌방향>은 홍상수의 12번째 영화이며, 두 번째 흑백영화이다. 물론 이건 별 의미 없는 정의에 불과하다. <북촌방향>에 홍상수의 인장이 강하게 찍혀있다는 것은 이 영화 역시 홍상수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반복과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홍상수 영화는 대게 댓구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동일한 현상을 사람에 따라 달리 반응하고 기억하는 차이에 주목해 왔다. 변화가 감지된 건 바로 직전 영화 <옥희의 영화>에서다. 이 영화에서 홍상수는 이전과 달리 시간과 정서의 차이에 주목하고 있으며, <북촌방향>은 이를 더욱 더 몰고가 영화를 더욱 모호하게, 추상화처럼 그려 놓고 있다. <옥희의 영화>에서 옥희는 나이든 남자와 젊은 남자와 일 년이라는 정확한 시간의 차이를 두고 아차산에 올랐으며, 그 정서적 차이를 묘사하고 있다면 <북촌방향>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그 자체로 모호하고 기이하다.

 

주인공 성준은 어쩌면 기이한 시간의 덫에 갇힌 듯 보이기도 하고, 데자뷰 현상을 겪는 듯 보이기도 하며, 환상에 사로잡힌 듯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 영화는 성준이 북촌을 며칠 동안 지낸 얘기라고 할 수 있다. 한정식 식당과 주점 ‘소설’을 세 번씩 드나든다는 점, 그리고 여배우와 세 번을 조우하며 마지막 만남에 처음 술집에서 동석했던 학생들을 보고 회피하는 모습에서 이런 해석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만, 평이하고 영화 감상의 느낌에 비한다면 너무 심심해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 성준의 북촌 기행은 날짜순서가 아니라 그저 별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좀 애매하긴 한데, 에피소드 중 하나만이 실제 성준이 경험한 현실(Real)이고 나머지 에피소드는 현실에 기반해 성준이 상상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소설 주인 예전이 성준을 오빠라 부르며 살갑게 대하는 태도는 마치 옛 애인 경진을 처음 사귈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또는 영화 전체를 일종의 플래시백으로 본다고 하면, 성준이 훗날 북촌에서의 하룻밤 경험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기억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해석은 성준이 한정식집이나 ‘소설’에 갔을 때, 또는 보람, 예전 등의 사람을 만났을 때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에 근거한다. 영호가 사람을 소개할 때 항상 처음 소개하는 사람처럼 대한다는 점도 그러하다. 조금 다르게 <옥희의 영화>에서처럼 각각의 에피소드 사이에 일 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차가 존재한다고 가정해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성준의 태도는 나름 정당성을 가질 수도 있으며, 성준은 아마 데자뷰 현상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북촌방향>이 두 번째 흑백영화라는 건 중요하다. <북촌방향>의 흑백 화면은 과거의 기억을 소환한 것이 아니다.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흑백화면은 시간의 모호성을 강화시키고 혼란을 초래한다. 칼라 화면이었다면 분명히 구분됐을 시간들, 오전, 오후, 저녁, 새벽 등의 시간이 흑백화면에선 구분 자체가 모호해진다. 성준은 과연 며칠을 북촌에서 보낸 것일까? 경진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인가? 하루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인가? 애매하다. 이런 모호하고 애매한 시간의 흐름이야 말로 <북촌방향>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며, 홍상수 영화가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다.

 

※ 시간의 모호함은 시대의 모호함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 대게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은 홍상수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대신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성준이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자기 따라 오지 말라”고 소리치는 건 어쩌면 그 누군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데 열심인, 그래서 특색없는 영화들이 양산되는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 술자리에서의 리얼한 대화들과 먹물들의 찌질함을 빼놓고 어찌 홍상수 영화를 얘기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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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k209
그대로 복사해서 붙인 건데... 왜 중간에 글자체가 달라질까요?????   
2011-09-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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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2011, The day he arr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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