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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영희 철수 영희
sunjjangill 2010-09-02 오전 2:27:11 555   [0]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참가한 시사회는 바로 황규덕 감독의 [꼴등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입니다. 제가 그 영화의 시사회에 참가하게된 이유도 아직 기억에 생생합니다. 1989년 당시 저는 '로드쇼'라는 영화잡지의 열렬한 독자였습니다. '로드쇼'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던 시절 제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유일한 매체였습니다. 매달 '로드쇼'를 읽으며 영화정보를 꼼꼼히 읽던 저는 어느날 세계각국의 박스오피스에 대한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로드쇼'의 독자카드에 ' 영화 박스오피스 기사를 실어주세요'라는 의견을 보냈었습니다.(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저는 영화 박스오피스 성적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의견이 채택되어 '로드쇼'의 다음호부터 짧막하게나마 세계각국의 박스오피스 기사가 실렸으며 저는 그에 대한 댓가로 생전 처음 영화 시사회에 참가하게 된것입니다.
그러나 생전 처음 시사회에 참가한 저는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라는 영화에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로드쇼'에는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를 비교하며 영화적인 재미를 강조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보다는 당시의 교육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에 더 큰 점수를 주며 걸작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는 제가 보기엔 상당히 덜 다듬어진 영화였습니다. 강약조절이 없는 밋밋한 스토리 라인과 너무 끊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거칠은 편집, 그리고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까지... 잘빠진 오락 영화였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비교해서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는 일반 관객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재미없었던 영화인 셈입니다.
그리고 다시 황규덕 감독이 돌아왔습니다.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일반 관객들 앞에 서지 않았던 황규덕 감독이 [철수 영희]라는 작은 영화로 어느날 깜짝 컴백을 선언한 겁니다. 비록 그의 이전 영화들을 그리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의 첫 시사회 영화의 감독이라는 인연덕분에 은근히 [철수 영희]를 기대했던 참에 또다시 그의 영화를 시사회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느낀 것이 있다면 무려 15년이 흘렀건만 황규덕 감독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영화의 무대는 고등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교육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초등학생들의 천진난만한 시선을 통해 좀 더 따뜻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수 영희] 역시 오락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덜 다듬어진 영화입니다. 비전문배우들인 아역 배우들은 시종일관 어색한 연기를 펼치고, 별다른 영화적 재미를 갖추지 못한 스토리 라인은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가 그랬듯이 밋밋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나 15년전에는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그러한 것들이 [철수 영희]에서는 오히려 신선하고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영화를 보는 제 시선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황규덕 감독의 연출력이 좀 더 대중적으로 변한것인지는 모르지만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를 보며 하픔만 했던 저는 [철수 영희]에서는 맘껏 웃으며 영화를 즐겼습니다.
[철수 영희]에 대한 첫 느낌은 서투른 글씨와 그림으로 채워진 순진난만한 초등학생의 그림 일기같은 영화라는 겁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그림 일기를 쓴 기억이 있을겁니다.(요즘은 안쓰나요?) 제법 진지하게 일기 내용을 적고 색연필로 예쁘게 색칠한 그림으로 마무리를 했던 그림 일기. 분명 어른이 된 지금 보면 그 일기는 유치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유치함이 바로 그림 일기의 장점입니다. 과연 그 누가 자신이 어렸을적 썼던 그림 일기를 보며 '에이 유치해'라고 집어던질 수 있을까요? 아마 아무도 그럴수 없을 겁니다. 비록 유치하지만 그 시절의 순수함이 너무나도 그리워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일기를 열심히 보게 될것입니다.
[철수 영희]가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의 제 취향으로 본다면 유치하다며 잔뜩 욕할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 이 영화에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그림 일기같은 순진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진함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유치함을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꼴등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가 어쩔수없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면, [철수 영희]는 [아홉살 인생]과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아역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와 더불어 영화적인 재미와 세련된 영상미가 돋보였던 [아홉살 인생]. 비록 [철수 영희]는 [아홉살 인생]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느 하나도 가지지못했습니다. 그러나 꾸밈없는 이 영화의 순진함만으로도 [철수 영희]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 영화입니다. [아홉살 인생]과 같은 잘빠진 오락 영화가 있다면 [철수 영희]와 같은 순진한 영화도 필요한 법입니다.




이렇듯 [철수 영희]를 순진한 그림 일기같은 영화라고 정의를 내리자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그 모든 단점들마저도 사랑스러워 보이더군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사실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눈에 익은 배우라고는 영희의 할머니역으로 나온 주부진(TV에서 단역으로 자주 나오던 분이시죠)과 거의 단역에 불과했던 정진영 뿐입니다. 영희를 연기한 전하은은 [여섯개의 시선]이라는 단편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지만 철수를 연기한 박태영을 비롯한 모든 아역 배우들이 촬영현장에서 캐스팅한 비전문 배우이니 어쩌면 배우들의 연기력은 당연히 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에서도 그랬지만 스타 시스템을 철저하게 배제한 황규덕 감독의 스타일때문이죠. 하지만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는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짜증나게 느껴졌지만 [철수 영희]에서는 아닙니다. 아역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는 마치 그림 일기의 서투른 글씨와 그림같이 느껴져 오히려 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아역 배우들은 그렇다치더라도 레코드가게 아저씨의 그 어처구니없는 연기는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밋밋한 스토리 라인도 이 영화를 그림 일기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과연 순진한 초등학생들에게 영화적인 소재가 될만한 사건이 있을까요? 초등학생들이 심각하게 쓰는 그림 일기의 내용들을 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고민하는 그들의 순진함에 미소를 띠게 될것입니다. 바로 그겁니다. 이 영화는 비록 영화적인 재미를 담은 극적인 스토리는 없지만 초등학생들의 순수한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물론 [철수 영희]에서도 클라이막스가 있습니다. 그것은 철수가 영희에게 선물하기위해 신문배달을 해서 산 CD플레이어 사건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클라이막스는 순수한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에 헛점을 제공합니다. TV드라마나 단막극에서 많이 본듯한 CD플레이어 사건은 개인적으로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것 같은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물론 그 사건으로 인하여 찰수와 영희가 사귀게 되지만 꼭 그런 상황을 집어넣어야만 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조차도 이 영화가 그림일기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웃어넘길 수가 있습니다. 그 장면은 바로 베낀 그림 일기인 셈입니다. 쓸것이 없어서 TV에서 본 것을 베낀 너무나도 티나는 그림 일기인거죠. 정말 이렇게 생각하니 이 영화의 단점들이 전부 보완되는 군요. ^^;




시사회장에서 관객들보다 먼저와서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황규덕 감독과 전하은, 정진영을 보았습니다. 전날 [쿵푸 허슬]의 시사회장에서 주성치를 보기위해 무려 1시간이나 기다렸던 저는 주성치와는 달리 오히려 관객들을 기다려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포근한 정을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스타급 배우인 정진영씨가 이야기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기위해 황규덕 감독은 사채까지 끌여다 썼다고... 최소한 관객들이 6만 5천명은 들어와야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맞춰진다고... 100만명이라는 관객숫자가 우습게 여져지는 요즘 고작 6만 5천명을 꿈꾸는 이 영화의 소박함이 이쁘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꼴등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가 그랬듯이 [철수 영희]가 제한된 상영관에서 6만 5천명을 채우기엔 많이 힘이 딸려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의 흥행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2002년 스타급 배우 한명없이 김을분 할머니의 정감어린 연기만으로 엄청난 흥행을 이끌었던 [집으로...]처럼, 극적인 영화 재미에 빠져있다가 이렇게 순수한 영화 한편을 보는 것이 얼마나 마음의 휴식을 안겨주는지 우리 관객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초등학교 시절의 그 순수한 그림 일기를 펼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우리 관객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황규덕 감독님!!!


(총 0명 참여)
kooshu
정말 감사요~~   
2010-09-02 18:28
kkmkyr
잘일고가네여   
2010-09-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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