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자들이 사랑에 빠졌다. 사랑을 하는 방식과 정서와 감수성은 저마다 다르지만 여자들은 지금, 한창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랑의 다채로운 표정들이 여배우들의 때론 처연하고 때론 맑지만 슬프게 또 쿨한 정서를 빌어 스크린의 중심에 섰다. 박시연, 임수정, 그리고 이미연과 이태란이 그 주인공들이다.
♥처연한 눈물의 사랑-박시연
박시연의 눈물은 처연하다.
20일 개봉한 영화 '사랑'(감독 곽경택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속에서 박시연은 거칠지만 순수한 남자(주진모)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는다. "세상에 여자가 내 하나밖에 없나?"라고 말하는 진한 부산 사투리 속에서 박시연의 표정은 그렇게 더욱 처연하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을 틀어쥔 거대한 그러나 '지랄맞은 운명'에 휘둘림당하는 끝에 온전한 사랑을 안게 되지만 그러기까지 겪어야 하는 격한 감정은 너무도 깊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것도 그렇게 온전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랑 때문이다. 사랑은 그를 존재하게 하고 이 세상 단 하나 뿐인 그 무엇이지만 끝내 인생의 모든 것으로 되돌아와 처연한 눈물을 흘리게 한다.
♥당돌하지만 아픈 사랑-임수정
오는 10월3일 개봉하는 영화 '행복'(감독 허진호ㆍ제작 라이필름) 속에서 임수정의 사랑은 당돌하다.
매일 가래를 뱉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언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올 지 모르는 중증 폐질환을 앓고 있지만 그녀에게도 사랑은 찾아왔다. 그리고 '한눈에 반해버린' 탕아같은 남자(황정민), 그 역시 간경변의 위태롭고 앓는 삶을 살아가는 남자를 만나고 임수정은 "우리 같이 살래요?"라며 적극적인 구애를 한다.
그 구애 끝에 남자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는 듯했지만 현실의 욕망은 그 '행복'을 앗아가버린다.
질병의 고통 속에서 연민이 이어준 사랑은 늘 그렇게 배신하는 것일까. 임수정의 그렁그렁한 눈물은 당돌해서, 아니 그렇게 애타게 찾은 사랑 때문에 더욱 가슴 아프다.
♥쿨한 연애와 사랑 그 사이-이미연&이태란
오는 10월18일 관객을 만나는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감독 이언희ㆍ제작 싸이더스FNH)의 이미연과 이태란은 오늘을 사는 30대 여성들의 사랑에 관한 생각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투영한다.
연애와 사랑에 관해서도 쿨하되, 때론 격정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싱글'로서 삶과 기혼자로서도 당당한 주체의 모습으로 그들은 세상에 나선다.
한 여자(이미연)는 '사랑을 믿지 못하'지만 어느새 유부남은 사랑이 되어 자신 앞에 서 있고, 그녀의 친구(이태란)은 남편의 외도에 화를 내지만 그것은 어처구니없게도 왠지 초라해보이는 남편 때문이다.
그럴 때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시대 여성의 또 다른 초상이 된다. 연애와 사랑에 쿨한 듯 보이지만 실상 그것은 또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의 가치관이며 사랑은 그래서 이들 여성들에게는 쿨한 세상살이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