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는 <타이탄>에 쏟아진 혹평에 이를 간 게 분명하다. 속편 제작에 착수하면서 감독을 미련없이 교체했다. CG를 보강했다. 무엇보다 3D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타이탄의 분노>는 전작처럼 컨버팅으로 탄생한 변종 3D가 아니다. 촬영단계에서부터 3D카메라를 투입해 탄생한 순수 3D영화다. 스스로를 채찍질한 결과는 고무적이라 할만하다. 전편에 비하면 3D 완성도도, 볼거리도, 장르적 쾌감도 업그레이드 됐다. 유의할 점이라면 전편으로 인해 기대치가 워낙 낮았던 탓에, 괜히 상대적으로 더 좋아 보일 수 있다는 착각 정도?
막장 드라마는 인간세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신들의 신전에도 막장 드라마는 존재한다. 그런까 이건, 콩가루 집안에 대한 이야기다. 집안 사정을 둘러보자.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크로노스는 세 아들(제우스, 하데스, 포세이돈)을 죽이려 했다. 이에 세 아들들은 아버지를 지하세계에 가뒀다. 잠깐의 평화. 그러나 형재애에 금이 가면서 가정불화는 다시 시작된다. 영원한 생명을 원하는 하데스(랄프 파인즈)는 크로노스와 결탁해, 제우스(리암 니슨)와 포세이돈을 공격한다. 그런 하데스를 돕는 건 제우스의 아들인 전쟁의 신 아레스. 아버지가 배다른 형제 페르세우스(샘 워싱턴)만 편애한다는 생각에 애정결핍에 걸린 아레스는 제우스를 매달아놓고 손찌검을 일삼는다. 배은망덕이 따로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페르세우스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어촌에서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던 페르세우스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막장 드라마에는 억지 전개가 동행한다. 막장 관계를 이식한 <타이탄의 분노>는 이러한 함정을 피하지 못한다. 아레스의 분노에 대한 설명 부족은 차치하더라도, 불로장생을 꿈꾸며 악행을 저지르던 하데스가 형님의 따스한 눈빛 하나에 회개하는 건 뜬금없다. 신들의 무기를 만드는 헤파이토스가 페르세우스 일행을 돕는 이유,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공주 사이의 감정교류에도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는 여자의 마음만큼이나 ‘갈대’스럽다.
막장 드라마로 인해 새어나올 불평을 막아내는 건, 화려한 비주얼이다. 일단 3D 퀄리티가 <아바타>에 뒤지지 않는다. 3D를 염두 하지 않고 촬영한 탓에 무늬만 3D였던 전편과 달리, 3D효과의 극대화를 노리고 촬영된 시퀀스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페르세우스가 페가수스를 타고 비상하는 장면에선 가슴이 확 트이고, 카메라가 깊은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선 장르적 쾌감이 뿜어난다. 괴물 키메라가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 역시 장관이다.
CG 완성도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머리가 여럿달린 돌연변이 ‘키메라’, 황소 머리의 반인반수 ‘미노타우르스’ 등 양적‧질적으로 동반성장한 크리처들에 비교하면, <타이탄>에서의 괴물 ‘크라켄’은 문어 수준이다. 이 정도면 전편의 실수를 만회하는 위기관리능력이 나쁘지 않다. 물론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없겠지만, 사실 <타이탄의 분노>에서 신화를 공부하려는 관객이 얼마나 되겠나. 99분 동안 팝콘 던지며 즐길 영화를 원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3D로 구경하면 더 즐거운 감상 되시겠다.
2012년 3월 30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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