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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수다회] 뇌피셜 가득!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2022년 1월 25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목요수다회]는 무비스트 기자들이 같은 영화를 보고 한 자리에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관람 후 나눈 대화인 만큼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돼 있으니 관람 전 독자는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이번 기사는 언론에 먼저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 1~3편을 보고 난 감상을 토대로 4~12편의 전개를 예상해보는 기자들의 ‘뇌피셜’이 가득 담겼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8(금) 넷플릭스에서 전편 공개됩니다.



# 알찬 캐스팅

박꽃 :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에서 시작되는 좀비물에 10대가 주인공이니, 교복 입은 청소년 역할을 소화할 배우 캐스팅이 가장 중요한 작품일 텐데요. 1~3부 전개를 보고 배우 라인업이 꽤 좋다고 느꼈어요. 주인공 ‘남온조’역을 맡은 <벌새>의 박지후나 조연 ‘김철수’역을 맡은 <보희와 녹양>의 안지호처럼 독립영화계에서 빛났던 배우들을 쏙쏙 잘 뽑아갔더라고요.

이금용 : 악역 ‘이나연’ 역을 맡은 이유미의 연기는 특히 좋았어요. 그런 역할에 특화돼 있다고 할까요.

박은영 : 욕을 정말 차지게 하더라고요.(웃음)


박꽃 : 최고의 발암 캐릭터이자, 그가 없으면 초반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죠. 이유미는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뒤로 존재감을 알렸는데 이번 작품에서 꽤 비중 큰 역할을 맡았으니 사람들 관심에 더 오르내릴 것 같아요.

이금용 : ‘이나연’과 갈등하는 ‘한경수’ 역을 맡은 함성민도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도 나왔다고 해요.

박은영 : ‘맨수’를 연기한 로몬은 피지컬이 꼭 아이돌 같아요. 얼굴이 잘생긴 데다가 배역 자체도 액션이 많다 보니 마치 연예인 같은 느낌으로 시선을 끌더라고요.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 ‘이청산’ 역을 맡은 윤찬영은 정말 학생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쑥스러워서 아닌 척 발뺌하는 느낌이 딱 그 나이의 고등학생 같았어요.


박꽃 : 교실 문짝을 뜯어 들고 좀비를 밀어붙이는 덩치 좋은 ‘양대수’역의 임재혁 배우도 있어요. 마치 <부산행>의 마동석 역할 같은 걸 맡았더라고요.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캐릭터라면, 악역 ‘윤귀남’역을 맡은 유인수를 꼽고 싶어요. 원작에서 ‘면역자’라는 독특한 지위를 누린 만큼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각종 악행을 펼쳐나갈 것 같아요. 원작에서는 고인 능욕 수준의 에피소드가 나온다고 하는데… 1~3부에서도 이미 주변 친구를 극심하게 괴롭히거나 좀비 출몰 이후 급식실에 숨어 있다가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모는 등 악독한 모습이 명료하게 연출되기도 했고요.

박은영 : 원작을 보니 ‘윤귀남’은 ‘나 홀로 영웅’이 되는 게 목적인 캐릭터더라고요. 그러니 아마 앞으로도 굉장한 활약을 할 것 같아요. 그와 똑같은 면역자인 반장 ‘최남라’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어찌 보면 수동적이고 공부에만 집중하는 캐릭터로 묘사됐는데 원작에서는 적극적이고 리더십이 뛰어난, 그야말로 타고난 반장 같은 성격이더라고요.


이금용 : ‘최남라’역을 맡은 조이현은 원작 대비 연약한 이미지로 설정돼 있어서, 절반은 정상인이고 절반은 좀비인 면역자 캐릭터에 잘 어울릴지 좀 궁금하긴 합니다. 예고편만 공개된 현 상태에서는 연기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종종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몇몇 배우는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반면 몇몇은 좀 어색하다 싶은 순간도 있어서, 배우들 사이에 간극을 느꼈거든요.

박꽃 : 3부 막바지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죠.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박미진’역의 이은샘과 양궁부 ‘장하리’역의 하승리요. 1~3부까지 이 많은 캐릭터를 다 때려 넣었다(?)는 게 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캐릭터마다 개성과 역할을 부여해줘야 하니까요. 어쨌든 지금까지 언급한 배우 대부분이 3부까지 살아남으니, 각자의 특색을 잘 드러내는 4부 이후의 활약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합니다.


# 온갖 학교 문제는 여기에 다!


박은영 :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원작에는 없던 학교 내 여러 문제가 초반부터 대거 등장해요. 학교 폭력, 동급생간 성범죄, 빈부격차로 인한 차별, 10대 출산, 휴대폰을 걷어가는 폐쇄적인 학교 분위기와 무능한 교장 등이요.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모든 사건은 다 언급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현실을 반영했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 이상으로 더 많이 집어넣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굳이 이렇게까지 다 넣어야 했을까? 싶었어요.

박꽃 : 음. 예컨대 <며느라기>같은 콘텐츠를 보면, 며느리라는 존재가 ‘시월드’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문제를 다 집어 넣어놨죠. 현실에서는 한두 가지는 겪어봤을지언정 그 모든 걸 ‘전부’ 겪어본 며느리는 그리 흔치는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며느라기>라는 콘텐츠를 만들 때는 ‘시집살이의 총체’처럼 연출하는 것이 보는 이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닐까 싶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처음부터 온갖 모순이 폭발하는 학교 내부 상황을 보여줘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캐릭터의 성격을 뾰족하게 드러낼 수 있고, 덕분에 좀비 출몰 이후 급거에 아비규환이 된 상황 안에서도 관객은 인물 사이 갈등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부잣집 딸 ‘이나연’과 임대 아파트에 사는 ‘한경수’의 갈등은 좀비가 나타나기 전부터 계속 강조되기 때문에 결정적 순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터졌을 때 관객은 그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거죠.

박은영 : 맞아요. 초반부터 캐릭터를 확실하게 빌드업했어요. 덕분에 앞으로 이 캐릭터들이 어떤 일을 저지를 것인지를 예고해주는 측면도 분명 있고요. 다만 과거에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 경각심을 일깨워주거나 주의를 환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요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는 (그런 목적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유행이자 흐름처럼 학교 폭력을 거론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흥행 소재로 가져다 쓴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런 콘텐츠가 보는 이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학교 폭력이 만연해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네요.


박꽃 : 트렌드라는 생각은 확실히 들어요. 넷플릭스 <인간수업>이나 티빙 <샤크: 더 비기닝>을 봐도 그래요. 학교 내 문제에 대한 묘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위가 높았지만 해당 플랫폼으로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분명한 효과를 보였던 콘텐츠들이죠.

이금용 :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2030보다는 10대들 사이에서 훨씬 더 붐을 일으킬 것 같아요. 수업을 시작하면 핸드폰을 걷는 장면 같은 건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거든요. 분명 같은 경험을 한 시청자는 공감하는 지점이 있을 거예요. 기초생활수급자를 놀리는 언어도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요즘 학생들이 자주 벌이는 일들이기에 사회적으로 말이 많았던 이슈이기도 하죠. 어른들은 막연히 “정말 저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이기는 하지만, <오징어 게임>에서 봤듯 10대가 OTT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은 너무나 손쉬우니까요.

박꽃 : ‘정말 저렇게까지 할 것 같아서’ 착잡했던 장면도 있어요. 여학생 나체 사진을 찍는 남학생 무리 말입니다. 그 시퀀스가 나올 때 잠시 잠깐 ‘이 시리즈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청소년 성착취와 관련한 사회 문제가 워낙 많아서 보자마자 문제적 사건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어쩌면 이제 대한민국에서 10대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소재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기자 3인의 본격 ‘뇌피셜’

박꽃 : 원작에 없던 설정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 설정들이 <지금 우리 학교는>만의 새로운 전개에 어떤 기여를 할지 상상해보죠. 기자 3인의 본격 ‘뇌피셜’입니다. 예컨대 10대 출산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요. 한 10대 소녀가 화장실에서 출산한 뒤 버리려고 했던 갓난아이를 나중에는 좀비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장면이 나와요. <지옥>에서 갓난아이가 ‘고지’와 ‘시연’ 끝에도 예외적으로 살아남았듯,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그 아이가 어떤 희망의 탈출구이자 상징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은영 : 감염자가 되면 체온이 내려간다는 설정이 있잖아요. 원작에서는 체온이 높아진다고 돼 있어요. 이런 설정의 변화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또 ‘이청산’ 부모님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모여서 주인공들이 치킨을 먹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맛있게 먹는데 ‘남온조’만 자꾸 ‘짜다’고 하거든요. 저는 이 지점이 사소하지만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이후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단서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언뜻 들었어요.

박꽃 : 오, 듣고 보니 왠지 정말 그럴 것 같아요!(웃음)

이금용 : 최초의 감염자가 병원에서 MRI를 찍을 때 그 통 안에서 발작을 하잖아요. 거기에도 떡밥이 있을 것 같아요.

박꽃 : 좀비가 주파에 영향을 받는다, 뭐 그런 건가요? 그럴싸해요.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도 크리쳐가 특정한 소리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잖아요.

박은영 : 12회까지 전개돼야 하니 무수히 많은 떡밥을 넣어놨을 겁니다.(웃음) 원작이 ‘효산시’에 국한된 이야기였고 그곳을 봉쇄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반면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좀비 사태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는 설정을 보여주는 점도 짚어볼 만해요.


박꽃 : 그래서 이야기가 원작보다 더 확장되리라고 생각해요. 학교를 넘어 병원, 경찰, 소방서, 국회까지 좀비화되는데, 국회의원 역할을 맡은 배해선이 “내가 여기 있는 줄 아는데도 구조 헬기를 아직 안 보냈느냐”는 취지의 대사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걸 보면 원작보다 정치, 사회적인 소스가 더 많이 담기리라고 봅니다.

박은영 : 만약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확장된다면 우리가 앞서 1~3부를 보고 언급했던 캐스팅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인 배우가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1~3부에서는 담임 선생님 역에 이상희, 과학 선생님 역에 김병철 정도가 출연했다면 그 이상의 의미와 역할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하겠어요. 원작에서는 담임 선생님의 남편이 검사라는 설정인데, 이런 지점이 더 활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꽃 : 4~12부가 남았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러닝타임도 무척 길잖아요. 요즘 OTT 시리즈물의 대세는 에피소드 한 편당 3~50분 사이인데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한 편당 1시간을 꼬박 채워요. 12부가 12시간에 달하는 거죠.

박은영 : 왜 이렇게 길게 잘랐을까요? <킹덤>처럼 6부작으로 시즌 1, 시즌 2로 공개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박꽃 : <지금 우리 학교는> 제작사가 필름몬스터예요. <다모>같은 흥행 드라마를 연출하고 영화계에서도 <완벽한 타인>이라는 히트작을 내놓은 이재규 감독이 몸담고 있는 회사고, JTBC 스튜디오 관계사죠. 기본적으로 제한된 여건 안에서 드라마 호흡에 준하는 긴 분량을 찍어낼 수 있는 제작역량을 갖추고 있는 집단이라고 봐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충분히 길게 찍을 수 있는데 안 찍을 이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이금용 : 제작 역량과는 별개로 어떤 이유가 더 있을지도 몰라요. 넷플릭스는 이미 한 편당 4~50분 정도가 구독자에게 가장 선호되는 러닝타임이라는 걸 알 텐데 왜 매회 1시간을 넘기는 선택을 했을까요?

박은영 : 같은 생각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 중에 반전도, 복병도 있겠지만 남은 분량이 이렇게까지 길 수 있나? 싶은 의문은 들어요.

박꽃 : <워킹 데드>같은 시리즈는 시즌 11까지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니까(웃음) 길게 만들고자 하면 충분히 만들 수는 있다고 봐요. 물론 어느 시점에서 잘라서 1, 2, 3화를 구분할 것인지 그 내밀한 선택의 이유는 지금까지는 넷플릭스와 제작진만이 알고 있겠죠. 저도 1, 2, 3화가 지나치게 균질한 느낌은 있었습니다. 어디에서 끊었어도 무관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말인 즉 1, 2, 3화를 뭉뚱그려 놓아도 무관할 정도로 각 회차의 차별점은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설 연휴를 앞둔 ‘대목’에 이 작품을 공개한다는 건, 구독자의 빈지뷰잉을 유도할 만한 작품이라는 뜻 아닐까요? 이번 연휴는 목, 금 이틀만 휴가를 내면 9일을 연달아 쉴 수 있잖아요. 그 김에 12시간에 달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몰아 보라는 거죠.(웃음) 공개 자체도 설 연휴 시작 하루 전날인 28일(금)이니까요.


박은영 : 설 연휴 빈지뷰잉은 생각도 안 해본 이유인데요.(웃음)

박꽃 : 실제로 영화 배급사에게는 전통적으로 명절 연휴가 개봉 몇 달 전부터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이니, OTT 플랫폼 역시 어느 정도 고려는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은영 :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지금 우리 학교는>에 굉장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겠네요. 한 번에 12시간에 달하는 시리즈를 공개하는 거니까요. 내용이 재미없다면 초반에 전부 이탈할 수도 있을 만한 분량인데 말이죠.

박꽃 : 이제는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해외 구독자의 반응도 중요할 것 같아요. 넷플릭스가 영어제목 ‘All of Us Are Dead’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공개한 공식 예고편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겼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영어 제목이죠. 그런 흐름을 따라서 국내에서는 벌써 ‘지금 우리 학교는 예고편 해외반응’이라는 자동완성 검색어가 생길 정도더라고요.


# 볼 만 했다, 그래서 흥행할까?

이금용 : 흥행 이야기를 하려면 기존 좀비물과의 차별점이 있는지 짚어봐야할 텐데요. 사실 좀비 디자인은 좀 올드하다 싶더라고요. 그동안 지능적인 좀비도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 소리만 듣고 그렇게 냅다 내달리는 좀비는 오랜만에 봤어요.(웃음)

박꽃 : <부산행> 좀비랑 똑같죠.

박은영 : <#살아있다>랑도 비슷하죠. 맨날 관절 꺾고, 인간에게 달려들어 뜯어 먹고… 살아 있는 사람은 뾰족한 막대기 같은 거로 좀비 눈을 찌르거나 머리를 관통해 대처하고. 이런 것도 한두 번이지 좀 식상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는>는 아직 남은 분량이 많으니, ‘감염자’ 중에서도 좀 더 특이한 성향을 내보이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좀비도 다 똑같은 게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도 좀 변화가 있을 거라는 거죠.


박꽃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 지금까지 봤던 좀비물 중에 학교를 배경으로 10대들이 주축이 돼 벌이는 이야기는 흔치 않았던 것 같아요.

박은영 : 아마 <스쿨 아웃 포에버>라는 외국 영화가 있었죠.

박꽃 : 맞아요. 그런데 그 작품은 블랙코미디에 가깝고 출연진도 많지 않아요. 그에 비하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훨씬 규모가 커서 결이 다른 느낌입니다. 상업 영화로서 <지금 우리 학교는>이 흥행할 만한 이유를 꼽아보자면 시그니쳐가 될 만한, 기억에 남는 좀비 액션 시퀀스가 있었다는 점인데요. 교실 문짝을 떼서 가로로 들고 복도에 모여 있는 좀비 떼를 밀어붙인다든가, 소방 호스를 매듭지어 창밖으로 던진 뒤 밟고 아래층으로 이동한다든가 하는 장면이요. 또 원작에 없었던 급식실 난동(?) 시퀀스도 그렇고요.

이금용 : 학교라는 배경을 강조하기 위해서 급식실 장면이 새롭게 추가된 것 같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도서관도 있죠. 학생들이 책장 위에 올라가 대피하는 장면도 잠깐 나오는데 공간 연출은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꽃 : <부산행> 이후 우리나라 관객 역시 좀비물이라는 장르의 재미를 충분히 알게 됐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엄청나게 차별화된 지점을 꾀하기 보다는 일단 대중이 기대하고 예상하는 재미에 먼저 부합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학교라는 배경적 특성을 살려서 나름대로의 차별점을 추구했고요. 저는 그런 면에서 재미있게 보게 되더라고요. 흥행도 당연히 할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오늘의 한국 TOP 10 시리즈’ 1위로 올라갈 거고 전 세계 국가 지표를 보여주는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도 1위에 오를 것 같아요.

이금용 :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앞에서 <오징어 게임>과 <지옥> 같은 작품이 터져 줬으니 이제는 한국에서 좀비물이 나온다고 하면 해외 구독자들도 일단은 시청할 것 같거든요.

박은영 : 넷플릭스에서 밀고 있는 콘텐츠니 당연히 각종 차트 상위권에 오를 거라고 봐요. 저도 전반적으로 괜찮다는 평가는 받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호불호는 분명 있으리라고 봐요. 저는 1, 2화에서 신선함이 덜하고 좀 지루하기까지 하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몰아치는 힘이 좀 부족했던 거죠. 특히 러브라인을 너무 진하게 넣었다는 생각도 들었요.

이금용 : 공감하는 게, 장르물 안에서 무능한 교장을 비롯한 학교 내부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점도 어쩌면 뜬금없이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박꽃 : 전반적으로 드라마성이 짙다는 점일 텐데요. 그 점이 누군가한테는 불호이겠지만 누군가한테는 호일 수도 있다고 봐요. 제 경우는 <오징어 게임>의 ‘깐부’ 편이 그렇게 지겨웠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거기가 감동 포인트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한국 기자들이 ‘굳이 그렇게까지 가야 했나?’ 싶었던 대목이 막상 대중과 해외에 공개되면 사랑받을 수도 있어요.

이금용 : 그렇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흥행도 <오징어 게임>과 똑같이 흘러갈 수 있겠어요. 처음에는 넷플릭스가 미는 기대작이라서 이름을 알렸다가, 국내 반응이 생각보다는 ‘그냥 그런데…?’ 하는 순간 돌연 해외에서 빵 터지는.(웃음) 해외 반응이 국내에 영향을 미쳐서 다시 크게 회자되고요. 이제는 마치 공식같죠.

박은영 : 그렇게 되면 에피소드가 워낙 길고 많아서 2~3회쯤 보다가 포기한 사람들도 다시 한번 보게 되겠네요.(웃음)

박꽃 :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지금 우리 학교는>이 드라마성을 넘어 사회 모순까지 너무 많이 드러낼 경우예요. 그 부분을 예상보다 깊게 건드린다면 오락성을 원하는 일부 시청층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여요.

박은영 : 아마 장르물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깊게 파지는 않을 것 같고요. 사회 문제를 약간 꼬집는 정도 아닐까요? 어찌 됐든 <지금 우리 학교는>이 ‘망작’으로 불리지는 않을 것 같고요. 전반적으로 ‘괜찮다’는 평은 받겠지만 그게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입니다. 결과를 두고 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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