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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저능한 액션 블록버스터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 | 2009년 8월 5일 수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유년 시절 장난감 좀 가지고 놀아봤다는(?) 남자라면 ‘G. I. 유격대’라는 타이틀의 액션 피규어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이하, <지. 아이. 조>)이라는 타이틀 너머에서 어떤 기시감을 발견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러니까 <지. 아이. 조>는 ‘G. I. 유격대’를 기억하는 어떤 한국 남자에게 그것이 ‘G. I. JOE’라는 미국산 본명이 존재했음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물론 ‘마징가Z’가 일본산이라는 진실을 접하고 수많은 아동들을 패닉으로 몰고 갔던 쌍팔년도의 추억에 비하면 이는 놀랍지도 않겠지만.

마블 코믹스에서 서사화된 <지. 아이. 조> 역시 어느 슈퍼히어로들과 마찬가지로 코믹스와 TV시리즈를 통해 큰 인지도를 형성한 작품이다. 하지만 액션 피규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에 서사의 옷을 입히고 코믹스의 시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지. 아이. 조>는 기존의 코믹스 슈퍼히어로들과 출신 성분이 다른 작품이다. 액션 피규어로 구체화된 캐릭터들에게 세계관을 마련해주고 캐릭터의 활약상을 전시한다. 코스튬히어로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갖춰 입고 캐릭터의 개성을 대변하는 무기를 소지한 캐릭터들의 외형만으로도 캐릭터에 얽힌 사연이 만들어지고 화려한 액션 신이 예감된다. 마블코믹스가 ‘G. I. JOE’를 코믹스의 세계관에 전시한 것 역시 다양한 캐릭터들이 발생시킬 이야기의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코믹스와 TV시리즈가 액션 피규어라는 뼈대에 서사의 살점을 바르는 작업이었다면 영화는 그 피부에 보다 화려한 의상을 착용시키는 과정과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 아이. 조>는 전시적 욕망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다. 현란한 속도감과 거창한 스케일을 원투 펀치로 삼아 현란한 액션신의 공세를 퍼붓는 <지. 아이. 조>는 킬링타임의 목표를 적중하기 위한 이미지의 공세가 대단하다. 특히 단순 명확하게 선악의 이분법적 세계관에 자리를 잡은 캐릭터들의 대립구도는 손쉽게 대결의 이미지를 선점함으로써 액션을 연출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 캐릭터의 다양성을 통해 다채로운 액션 이미지를 전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지. 아이. 조>의 기본적인 장점에 가깝다. 히어로 코믹스의 요소들을 죄다 차용한 듯한 <지. 아이. 조>는 액션 블록버스터가 전시할 수 있는 총아적 이미지를 선사한다.

문제는 스토리다. 전시적 욕심에 비해 저능한 스토리가 영화의 오락적 묘미를 감퇴시킨다. 볼거리를 제공하는 거창한 액션 시퀀스를 지속적으로 떠내려 보내지만 이미지의 맨틀 역할을 하는 스토리가 잦은 균열을 일으키는 덕에 전반적인 영화의 완성도도 진동하는 기분이다. 열악한 스토리가 이미지의 쾌감을 증발시킨다. 때때로 심각하게 유치해지는 이야기가 화려한 액션신마저 저급한 수준으로 몰락시킨다. 가장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말할 수 있는 파괴적인 파리 추격신은 비윤리적인 인상마저 남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괴적인 욕망으로 파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광경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구하기 위한 미국의 불가피한 사명임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은 오만에 가깝다. 저능한 수준의 스토리에 못지 않게, 악질적인 자만으로 완성된 이미지가 오락적 쾌감이라는 편견을 타고 스크린에 전시된다. 하지만 그 이미지조차도 딱히 발전적이지 않다. 이미 수많은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만들어낸 지난 이미지들을 나태하게 나열할 뿐이다. 마치 두뇌 없는 액션 피규어들의 현란한 움직임을 무작위로 감상하는 느낌이다.

2009년 8월 5일 수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이미지의 총아. 나올 건 다 나온다.
-G. I. 유격대를 안다니, 자네도 유년 시절에 좀 놀았군. 그래. 그게 바로 이거야.
-시에나 밀러, 채닝 테이텀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 이병헌의 돋보이는 비중.
-개성이 돋보이는 액션 피규어 태생의 다양한 캐릭터.
-화려한 볼거리들을 몰락시킬만큼 유치한 스토리. 근육은 탄탄한데 뇌가 없어.
-에펠 탑까지 무너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Jesus Christ U.S.Army!
-이봐, 저 어설픈 한국어 발음은 어쩔 거야. 설마 뉴욕 스타일?
76 )
flypack
러닝타임이 한 2시간 30분정도 되었다면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심도있게 다룰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2009-08-09 14:16
flypack
배트맨1이나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처럼 액션블록버스터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라면 물론 좋겠죠. 그런점에서 보면 확실히 지아이죠는 수준미달입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이고 살릴 수 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죠. 확실히 그런점에서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스피디한 액션과 호쾌함이 어느정도 보상해줍니다. 속편에서는 인물들을 살리는 연출이 강화되었으면 합니다. 여러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극장에서 타임킬링용으로는 손색이 없는 영화이니 액션블록버스터라는 이름값은 했다고 봐야죠.   
2009-08-09 14:14
flypack
이 영화 볼거리로 충분합니다. 영화는 여러 목적을 가진 영화가 있습니다. 입맛에 맞게 골라보면 됩니다. 그런점에서 볼거리로는 흡족한 영화입니다. 저능한 액션블록버스터라는 표현은 너무 가혹하네요. 여하튼 윤리적 문제가 있는 것도 맞습니다. 만화가 내용이나 인물 설정등등은 성인 지향적인데 어린이 관람가로 하기 위해 살상장면은 나오지 않지요. 영화가 완전 성인용으로 나왔으면 차라리 나을뻔 했지만 할리웃 상업영화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관람등급을 낮출 수밖에요. 그러니 저런문제가 생긴겁니다. 이런부분을 지적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2009-08-09 14:10
mvgirl
볼거리로 중무장한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 이병헌의 조연으로서의 비중은 생각지 못했던 수확   
2009-08-09 13:56
shiho
완전보고싶음   
2009-08-09 13:28
drjed
오락성이 생각보단 낮군   
2009-08-09 03:16
cdk3769
볼거리로 충분하다고요? 더우니까 시원하면 된다고요? 님은 영화가 그저 볼거리만 주면 된다 했지만 이미 그 볼거리 안에 있는 사상과 가치에 쇠뇌 당하시고 계신 겁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왜 문화침략이 먼저 시작 되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글을 올리실 때 상대의 감정을 자극 하거나 비방하는 듯 한 말은 삼가해 주세요. 님은 영화를 폄하 했다고 지적하셨는데…….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는 것이 힘들듯 글 쓰는 사람들도 자기 살을 떼어 내듯 글을 쓰는 것입니다. 거기에 마감과 공정성에 대한 중압감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하나의 글을 만들어 냅니다. 글자 수 맞춘다는 것,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쉬울지 모르겠네요.

사과까지는 필요 없겠지만 말로 상처 주는 것은 좋지 못한 것입니다.
  
2009-08-08 11:16
cdk3769
밑에 지적하신분의 댓글에는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 일반 관객들의 수준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것이 아니길 바라지만서도 말입니다. 일반 관객들은 그저 영화를 보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하시지만. 그 안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 혹은 영화를 통해 무의식중에 각인 시키고 쇠뇌 시키는 무엇인가를 알아 차려야 합니다. 그렇기에. 제작자나 감독들은 한 작품을 만드는데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이지요. 또한 기자나 평론가들은 일반 관객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부분들을 쉽고 알기 쉽게 표현해 주는 것이지요. 전 개인 적으로 무비스트의 리뷰 특히나 민 기자님의 글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때론 직설적이고 쉬우면서도 알짜배기만을 모아 놓았다고 할 수 있거든요.

위에 쓴 리뷰를 몇 번이고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본 작품 수분에 비하면 상당히 자제하면서 쓰신 게 느껴집니다. 저능한 블록버스터 옳은 지적이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못한 서로 분야의 경계를 좀 먹고 있는 작품입니다.   
2009-08-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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