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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설계하다 (오락성 9 작품성 10)
인셉션 | 2010년 7월 16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개봉 전부터 세계 언론에서는 <인셉션>에 대한 극찬이 줄을 이었다. 최고, 충격, 신기원, 새로운 경험 등 다양한 단어로 한껏 기대를 부풀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국내에도 시사회가 열렸다. 눈으로 확인한 <인셉션>은 해외 언론들의 무차별적 미사여구 찾기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른 감독들이 오르지 못했던 어떤 레벨에 완벽하게 발을 디딘 것이다.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시대. 이 분야의 최고 실력자인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능력을 탐내던 기업가 사이토(켄 와타나베)는 누명을 풀어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대가로 경쟁 기업의 후계자에게 새로운 생각을 심어 기업 합병을 막아달라는 제안을 한다. 코브는 생각을 심는 특별한 작전 ‘인셉션’을 받아들이고, 포인트맨 아서(조셉 고든-레빗), 설계자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 페이크 맨 임스(톰 하디), 약제사 유서프(딜립 라오) 등과 팀을 이뤄 표적인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하지 않다.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고, 꿈의 주체에 따라 미로를 만들면서 깊은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인셉션>은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영화다.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이용해 목적을 이루는 사람들을 통해 단계별 꿈과 무의식의 가장 깊은 곳을 보여주지만, 영화의 요소가 아닌 실제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규정짓기에 그다지 명확하지 않기에 흥미롭다. 영화에서도 의도적으로 설계한 꿈 안에서 무의식의 요소가 침투해 뜻밖의 사고가 생기거나 영화의 후반부에 현실과 꿈의 경계라고 믿었던 기준들이 흐트러지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 규정이 애매해지기도 한다.

영화는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과연 이 모든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심지어 코브의 존재 차제가 의식의 세계인지 무의식의 세계인지 의문이 생긴다. 과거 <매트릭스>에서 ‘스푼은 없다’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현상학을 변형했다면, <인셉션>은 영화의 존재 자체와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우리의 사고가 영화라는 틀 안에서 기능하는 것인지, 영화를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기능하는 것인지에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의지가 반영된 사고인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자각된 일련의 데이터들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마치 추억과 기억을 나누는 개념이기도 하다. 비슷한 의미지만 기억은 과거에 겪었던 모든 일들에 대한 것이고, 추억은 그 중에서도 특별히 생각하고 있거나 쉽게 끄집어낼 수 있는, 의식적인 테두리를 그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한 이유로 간혹 추억은 새롭게 가공되기도 하고, 기억은 인지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모든 정보를 가르키기도 한다. 뇌는 우리가 인지하는 부분이나 그렇지 않은 부분 모두를 갖고 있고, 특별한 상황에서는 어느 한 쪽이 더 두드러지면서 모호하게 경계를 나누기도 한다. 그것은 사고의 변형, 혹은 기억과 상상을 분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서 코브의 집은 그러한 인지의 경계에 서 있다. 코브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하던 집은 꿈과 현실 중 어느 쪽인지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감독에 의해 영화의 엔딩이 코브의 집이라는 무의식적인 규칙을 따르던 관객들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기보다 영화의 마지막이라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인셉션>은 어디에선가 시작된 사고와 인식이(영화 속에서는 그 시작을 모를 때에는 꿈으로 규정한다.) 복잡한 미로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미로에 또 다른 미로를 만들기도 하고, 미로의 안과 밖으로 넘나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됐던 미로의 끝인 ‘집’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믿게’ 된다. 영화 속의 코브처럼.

여기에 더욱 놀라운 점은, 말로 설명하기에도 복잡한 이러한 인식 개념을 비주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내용을 정신없이 꼬아놓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어렵게 생각했던 꿈과 현실, 사고와 인지, 의식과 무의식 등의 추상적인 단어를 영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놀란 감독은 CG보다 세트를 적극 활용했는데, 사실감이 더해진 영상은 영화 속 개념을 적절하게 풀어내는 데 좋은 작용을 한다. 의미를 설명하고 내용을 분석하기에 앞서 그림만으로도 충격적인 세계관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인셉션>을 통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어떠한 경지에 올라섰다. 복잡한 이야기를 호기롭게 꼬아놓아 관객과의 두뇌싸움에서 이겨보자, 하는 치기어린 수준이 아니다. 영화를 이용해 생각과 상상력을 새롭게 설계하고, 다시 만들어진 인지력으로 영화 밖의 세계까지 보게 한다. <인셉션>을 ‘지적인 오락영화’라는 말로 단순화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지금부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인셉션> 이후의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일 거다.

2010년 7월 16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이용해 오히려 그 경계를 파괴한다.
-한 없이 지적이고 한 없이 철학적인 최고의 SF 블록버스터.
-출연 배우들의 이름만 봐도 최고의 조합이다.
-영화의 내용을 한 마디로 규정짓지 마라. 그것보다 이 현상을 즐기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복잡한 내용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중간에 내용을 놓치면 낭패.
65 )
truejune
첫회 보고 왔습니다. 짧게 말하면.., 영화적 세계관을 등장인물들이 과도하고 지루하게 끊임없이 설명하는 바람에 점점 질리게 봤습니다. ^^;; 하지만 재능있는 감독의 과잉된 영화를 보는 것도 가끔은 괜찮겠죠.. ^^   
2010-07-22 16:23
eyk5445
방금 아침에 보고왔는데..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오 어렵다 ㅋㅋ   
2010-07-22 12:28
androlee
저기 리뷰 읽다보니 틀린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피셔의 꿈이 아니라 서로 공유하는 꿈의 세계인 것 같은데요.
꿈의 세계를 만든자는 아리아드네이고요.   
2010-07-22 10:54
ldk209
놀란이 창조한 놀라운 꿈의 세계.....   
2010-07-21 23:07
pak0294
헉..다크나이트 때보다 점수가 높다..ㄷㄷㄷ   
2010-07-21 21:47
kickicx
 
 /emotio 영화평점이야 평론가마다 다른데 10점줬다고 핏대세워서

글써놓는게 참;; 더군다나 영화도 안보고!

얼마나 이 리뷰를 기다리셨을지 ㅋ
  
2010-07-21 20:38
czsun
emotio님과 같은 이의제기가 언제쯤 나오나 싶었습니다. 인셉션을 관람했지만 섣불리 심층분석을 하기엔 뇌와 의식에 대한 기본개념이나 지식이 부족한지라 섣불리 뭐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고 해도 이영화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07-21 19:14
eyk5445
무지 많이 기대되요 ㅎ 오락성까지 높을 줄이야...ㅋ   
2010-07-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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