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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을 조심하라!
주온 | 2003년 6월 24일 화요일 | 박우진 이메일

‘귀신들린 집’은 공포 영화의 고전적인 모티브 중 하나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사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은 공포를 극대화한다. 가장 안온한 공간에 불길한 기운이 침입해 올 때, 그곳은 더 이상 피난처가 될 수 없다.

동네 어느 곳에 이상한 집이 있다. 어제도 그제도 몇 번씩은 지나쳤을 지도 모르는, 별반 색다를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집이다. 그러나 그 안은 혼돈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예기치 않게 튀어나온다. 질서는 무너진다. 그 곳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는다. 벽장 안에서 아이를 발견하거나, 거울에서 다른 이의 모습을 보거나 미래의 딸과 마주친다. 그리고 집이 간직한 스산한 기운이 몸에 달라붙는다.

<주온>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시공간까지 침범하는 공포가 있다. 저주가 끈질기게 쫓아와 집안까지 파고든다.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회사에서 이상한 일을 겪은 히토미가 부리나케 집에 돌아와 무서움을 달래려고 TV를 켜면 화면이 일그러지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면 이불 속에서 창백한 얼굴의 아이가 튀어나온다. 머리를 감을 때는 다른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런 식이다.

공포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식탁 밑에 웅크리고 있거나, 엘리베이터를 지켜본다. 침대 머리맡에서 내려다보기도 한다. 이상한 낌새에 잠을 깨자 눈에 들어오는 여자의 무표정한 얼굴, 거꾸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구도인데 익숙하지 않아서 놀랍다. 화면 밖에서 들려 오는 생생하고 섬뜩한 음향은 상상력을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주온>은 이렇게 독특하고 영리한 감각을 종종 보여준다.

<주온>의 저주는 <링>의 그것처럼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원한을 품은 혼령은 자신의 억울함과 별반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그것은 어떤 이유도 없기에 더욱 두렵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혼령들의 창백한 무표정처럼 냉정하다. 저주가 퍼져 나가는 방식은 어떤 논리적인 설명으로도 정리할 수 없고, 따라서 해결할 수도 없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집안에서 살해한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가부장적 사회가 휘두른 폭력이 공포로 귀환하는 시대의 징후를 어렴풋이 읽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의도하는 것은 그 맥락이라기 보다는 공포 그 자체이다. 어쩌면 어떤 타당한 이유 없이도 충분히 해를 끼칠 수 있는 근본적인 ‘악’이다.

두려운 것은 시선이기도 하다. 그 혼령들은 언제나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리카가 기절하는 건 수상쩍은 그림자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의 시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다.

영화는 옴니버스 식 구조로 여러 등장 인물들을 건너다니며 각각의 사연을 엮어 낸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서서히 드러난다. 얼핏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그 관계를 따라 저주가 전염된다. 그러니까, 공포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퍼진다. 누군가와 어울려 사는 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4 )
gaeddorai
예고편에 나온 그이상이 없었다   
2009-02-21 22:03
ejin4rang
이불속을 조심했다   
2008-10-16 09:58
pyrope7557
아직동 소름돋는 소리랑...이불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날 듯 해용-_-;;   
2007-07-19 21:06
js7keien
드라마를 본 사람에게 영화는 애들 장난   
2006-10-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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