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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미씽: 사라진 여자>
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엄지원은 <미씽: 사라진 여자>를 ‘된장 베이스 스릴러’라고 소개한다. 어떤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내 옆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사건이기에 특별하게 느꼈고, 이 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출연 결정을 하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시선과 관점에 대한 이해와 설득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때 배우 엄지원은 어느 영화 속 카피 ‘네가 아직도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해봐!’ 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낙폭 큰 감정연기와 육체적 피로 그리고 세세한 디테일까지 스스로 챙기며 ‘영화를 아주 잘 만들어서 증명해 보일테야’ 라고 다짐했다. 영화의 만듦새로 증명에 성공한 배우 엄지원을 만났다.

(해당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반응이 좋다.
다행히 좋은 거 같다.

감정 연기가 힘들었을 거 같다.
‘지선’이라는 인물 자체가 시나리오 상으로도 힘든 역이라 감정 연기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쉬운 작업 환경이 아니었다. 여자 투톱 영화다 보니 예산적으로 여유가 없고 자연히 일정도 빡빡해졌다. 감정 연기 외에도 책임지고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많은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 게 힘들더라.

육체적으로도, 작업환경적으로도 힘들었나 보다.

이 작품을 위해 모인 스탭들이지만 그들이 하나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지는 않지 않나. 관점이 남자, 여자에 따라 다르더라. 하나의 결을 만들어 가기 위해, 내부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힘들었다. 빡빡한 회 차 속에서도 계속 회의를 했다.

출연 결정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시나리오를 받은 후 마침 시간 여유가 있어 집에 가서 바로 읽어봤는데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뭔가 이상하더라. 정말 시나리오를 손에 들고 ‘아, 이 영화 너무 좋다’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바로 출연한다고 연락 드렸다.

여성 투톱 영화가 많지 않은데, ‘투톱’이라는 게 더 끌리는 요소인지 아니면 주저하게 되는 요소인지.
이렇게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각본을 만날 기회가 정말 드물다. 기존에 호러나 공포 시나리오는 받았지만 새롭거나 마음에 와 닿은 건 없었다. 이렇게 좋은 시나리오가 와서 감사했고, 출연을 결정했는데 그 후가, 그러니까 투자 받는 과정이 녹록지 않더라.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자 투톱이라 망설여졌다가 아니라 ‘아, 정말 잘 만들어서 좋은 모습으로 세상에 내보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컸다. 스코어적으로도 좋은 성적표를 받아서 ‘당신들의 판단이 잘못된 거였다’ 이런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딱 그 카피가 생각나는 거다. 김혜수 선배가 주연한 <차이나 타운>(2014)에 나오는 대사 있지 않나.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걸’ 그 대사가 떠오르더라. 물론 그게 내 힘으로 되는 건 아니고 관객들이 판단해주는 거지만.

사전에 상대역이 공효진인 걸 알고 있었나. 아니면 모르는 상태로 출연 결정을 한 건가.
알고 있었다. 효진이가 출연 결정했다고 들었고, 또 효진이가 ‘지원 언니한테 얘기해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한 말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빨리 출연 결정을 한 것도 있다. 효진이랑 둘이 만들면 재미있겠다, 잘 만들어 보자 싶었다.
<더 폰>(2015)의 ‘연수’ 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 속 ‘지선’(엄지원 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동적인 점이 좋았다.
당연한 거지만 평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 인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인물을 어떻게 그려낼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등. 이상하게 ‘지선’은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그냥 지선의 감정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런 감정보다는 ‘지선을 해보고 싶다’ 이런 느낌이 컸다. <더 폰>같은 경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재밌는 거다. 그런데 사실 ‘연수’의 대사는 처음에는 ‘어떻게!, 어떻하지?, 무슨일이 있는 거야!’ 이게 대부분이었다.

그럼 그 후 캐릭터가 바뀐 건가.
<더 폰>은 김봉주 감독의 입봉작이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건의를 많이 했다. ‘연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어떻겠는지, 이때는 이런 대사를 하면 어떨까 싶다 등등. 함께 브레인 스토밍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간 거다. 이런 모습들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다면, 너무 연약한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비춰질 테고 이건 영화적으로도 재미가 없을 거 같다고 했더니 감독님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 에서 놀라운 건 아이가 없음에도 두 배우의 뛰어난 모성연기였다. 이언희 감독도 자녀가 없는데 이런 감성을 뽑아낸 점이 대단하더라. 엄마를 연기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사실 그런 얘기들이 있기도 했다. 우리 영화가 출발은 상당히 자극적 아닌가. 아이가 행방불명 된 엄마의 모습이 얼마나 극한 상황인가. 그런데 영화는 모성에서 시작해서 여성으로 끝나지 않나. 그 점이 좋았다. ‘얼마나 위대한 모성인가’ 라는 관점보다는. 개인적 성향에 따라서 모성이 어떻게 표출되냐의 문제지 아이를 가졌든 안 가졌든 여성 속에는 모성 DNA가 새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지선’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위기에 몰린 여자가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의 남자 스탭들은 다른 시선이 있더라.

어떻게 다른가.
예를 들면 ‘우리 엄마는 안 그랬는데’ 이런 거다. 그런데 그 분들의 어머니 세대와 ‘지선’은 다른 세대 아닌가. 난, 우리 또래 그러니까 마치 내 친구들의 이야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은 정말 자신의 얘기라고 느끼지 않을까. 또 나 같은 워킹 우먼은 앞으로 접할 수 있는 얘기고, 아직 미혼인 대학생이나 직장 여성들에게는 미래에 경험하게 될 얘기 아닌가. 앞으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전업주부로 살 수 없는 않는 환경에서 멀리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 내 옆의 혹은 내 얘기가 되었으면 했다.
방향성에 고민이 컸다고 했는데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
솔직히 공감 안 되는 부분은 없었다. 단지 완성된 시나리오를 놓고 의견을 나누며 결을 다져가는 과정에서 나온 지적은 ‘지선이 비호감이다’ 라는 거였다. 비호감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끌고 가야 하는데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지선’이 비호감? 의외다. 어떤 면에서 비호감인가.
아마 남성시각에선 그렇게 보이나 보더라. 아이도 잘 캐어하지 못하고, 일도 믿고 맡겼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또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의 말을 안 믿고 자꾸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거기다 아이를 찾았는데 갑자기 물에 ‘한매’를 구하러 뛰어들고, 그러면 구해와야 하는데 안 구해오고 등. 남성적인 시선으론 공감이 힘든가 보더라. 난 ‘다 이해되는데’ 하면서 느낀 게 남성은 감성으로 설득할 게 아니라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는 거다. 그들을 설득해서 의견을 통합해 하나의 방향으로 나가는 게 어려웠다.

솔직히 영화 속 비호감은 ‘지선’이 아니라, ‘남자들’ 이지 않나! 바람 피는 남편, 갑질하는 상사, 무능한 경찰, 의뢰인을 믿지 않는 변호사 등. 일부러 ‘비호감’으로 남자들을 표현한 거 아닌가.
아니, 그 인물들은 원래 그랬는데 자꾸 ‘지선’만 비호감이라는 거다!(웃음) 생각해보면 지선은 한매보다는 사회적 지위가 높지만, 지선 자체로만 보면 사회적 약자다. 이혼녀라는 편견과 돈도 별로 못 벌면서 아이도 잘 보살피지 못한다. 또 본인 스스로도 눈치를 보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보면 지선은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편견을 대변하는 인물 아닌가 싶다.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을 몸소 느낀 게 많다. 그렇기에 ‘아, 정말 잘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남성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심어놓은 장치가 있다면.
사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 우리 영화가 두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그렇다고 ‘여자영화!’ 이런 것도 아니고 페미니즘 영화도 아니다.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 남성한테나 여성한테나 재미있고 공감되는 게 중요하다. 단지, 여성은 그 안에서 좀 더 다른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던 거다.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특별히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장치는 없는 걸로 안다.

극 중에서 지선의 감정의 변화는 정말 입체적이다. 특히 '한매'(공효진 분)에 대한.
당연하다. 한매는 처음에는 의지하고 좋아하는 대상이었다가 나중에는 죽이고 싶은 사람이다. 아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녀(한매)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커진다. ‘지선’도 아마 아이가 잘 못됐다면 한매와 같은 분노와 복수를 시도했을 거 같다. 마지막 연민의 순간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왜 그랬어?’하는 질타와 원망 등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다. 시나리오를 엄청나게 여러 번 보고 그 감정을 맞춰나갔다. 신을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해 놓지 않으면 감정이 흐트러질 수 있기에 특별히 신경썼다.

결말은 원래부터 한가지였나.
그렇다. 처음부터 결말은 정해져 있었고, 다른 버전은 없었다. 단지 의견교환 과정에서 우리가 농담처럼 ‘그럼, 바다 속에서 한매를 구해서 대안 가족으로 사는 건 어때?’ 하기도 했다.
엔딩에서 한매를 구하기 위해 지선이 물 속으로 뛰어든다. 그때 두 사람의 감정의 교류가 잘 표현된 거 같다. 촬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한매를 구하고 싶은 지선과 안식을 찾고 싶은 한매, 모두 이해가 되더라. 수중 촬영은 다들 힘들거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배 위에서 벌어지는 신이 어려웠던 게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배 난간에 올라가는 게 무섭더라. 감독님의 배려로 난간에 올라가는 발을 대역으로 촬영했다. 그런데 모니터를 보니 지선의 발이 아닌 거다! 지선인 그렇게 올라갈 수 없는 발이더라. 사실 평소에도 그런걸 좀 꼼꼼히 챙기는 편이다. 예를 들어 손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면 ‘그 손은 그런 감정이 아냐!’ 이런 식으로.

그럼 결국 난간에 올라간 건가.
모니터를 보니 아니다 싶어 ‘안돼요, 이건 제가 해야 될 거 같아요!’ 했다. 다른 스탭들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그때 입었던 청바지가 실제 내 옷인데 다른 여분의 의상이 준비가 안 돼 있다보니 ‘나오세요, 얼른 바지 주세요!’(웃음) 해서 결국 직접 촬영 했다.

수중신은 힘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아예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주위에서 워낙 우려를 많이 하다보니 걱정했던 거 보다는 괜찮았다는 거지. 사실 수중신이 영화 속 중요한 모멘텀이라 CG를 사용하는 게 나을지 직접 촬영하는 게 나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CG로 가면 감정은 잘 사는데 리얼리티가 떨어질 거고, 물 속에서 하면 리얼리티는 사는 데 감정 표현이 좀 떨어질 거니까.

결국 수중 촬영으로 결정된 건가.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데 계속 못하다가 갑자기 결정이 났다. 낼 모레 촬영을 한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연습을 하나도 못한 상태였는데 다행이 효진이가 스쿠버 다이빙 기본 자격증이 있었고, 나도 ‘펀 다이빙’ 등 해본 경험도 있고 수영을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름 잘 했는데 스탭들은 걱정이 되니까 뭐 하나만 하면 좋다고, 쉬라고, 큰 대야에 뜨거운 물 받아놓고 몸 좀 녹이라고, 이랬다. 나중에 촬영한 걸 보니 ‘아, 더할 걸. 좀 더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아쉬움이 들더라.

그 외에 힘든 점이 있었다면.
예산이 한정돼 있다보니 중요한 신을 몰아서 한번에 촬영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결을 잘 살려야 되는 신인데 다른 감정을 가진 신들과 같은 날 촬영하는 거다. 그러면 그 감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배우 본인이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러니까 이게 맞나 안 맞나를 결정해야 하는 이슈들이 많아서 그런 점이 힘들었다. 예를 들면 취조실 같은 경우도 ‘현익’(박해준 분)이 갑자기 다 자백하지 않나. 그게 논리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선’이 무릎을 끓고 처절한 모습을 보여 현익이 한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이 움직이도록 하는 설정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개봉을 앞둔 심경은. 다른 영화와 다른점이 있나.
솔직히 많이 다르다. 목에 담이 올 거 같다. 한편으론 30일(개봉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감이 크다. 아, 갑자기 눈물이 난다. 내가 원래 잘 울어서 눈물 신 찍을 때 걱정이 없다.(웃음) 지금 느끼는 감정은 ‘다행이다’ 다.
전작 <소원>(2013)에서도 뛰어난 모성을 보여줬다. 이번 ‘지선’을 연기하는데 이전 캐릭터와 차별을 주기 위해 신경 쓴 지점은.
그냥, 굳이 차별화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소원>의 ‘미희’와 ‘지선’은 아주 다른 모습이다.
‘미희’는 어떻게 보면 시골사람으로 투박한 듯 보이지만 속 정 깊고, 평범하지만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다. ‘지선’은 도시여자로 아주 정신 없이 바쁘고, 이혼했고, 아기를 혼자 키워야 한다. 두 여자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다. 단, 내가 아이가 없고, 특히 <소원>때는 결혼도 안 했었기 때문에,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을 표현하는 거 아닌가. 거기다 관객들은 ‘엄마’들이 많지 않나. 그들이 공감을 하도록 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 그게 어려웠다. 인물을 편차 있게 표현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선’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미씽>은 어떤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닌 내 주변에서 일어날만한 스릴러다. ‘된장 베이스의 스릴러’ 라고 할까. 대낮에 우리 집에서 나랑 밥 먹던 도우미가 없어졌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그런 면이 실감나게 다가왔는데 그런 것들을 관객에게도 어떻게 전달할까가 고민이었다.

다문화 여성, 성매매, 싱글맘, 워킹맘 등 사회 문제를 많이 함의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을 선호하는 편인지.
재미가 있으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배우로서 개인적인 소망 중 하나다. 물론 영화적 인물 그러니까 현실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도 재미있지만, 영화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포함하는 이야기들이 좋다. 나중에 작으나마 목소리를 내었던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많지 않나, <변호인>(2013)이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 사회적 메시지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면서 더불어 의미도 있는 게 좋다. 재미가 그래도 1번이다.

극 중 ‘지선’의 푸른 원피스를 직접 선택했고 청바지도 본인 거라고 들었다. 원래 의상과 소품을 직접 챙기는 편인지.
이번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소품이나 의상 등을 꼼꼼히 챙기는 편이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에서 내가 따귀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머리를 풀은 설정과 의상에 포켓 등등 세심하게 주문했다.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2013)에서도 실제 내 옷을 많이 입었고, 에코백은 내가 직접 만들기도 했었다.

의상 외에 이번 영화 속에서 스스로 준비한 점이 있다면.
음, ‘지선’의 대사는 내가 많이 써갔다. 처음 전화 받는 신은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그냥 통화하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데, 기자랑 통화하고 모니터링 전달하는 대사 등은 내가 준비해서 첨가된 거다. 왜냐면 사건이 빨리 진행되다 보니까 홍보일을 하는 ‘지선’의 직업적인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적더라. 그래서 직업성을 보여주기 위해, ‘어, 기자님, 드라마를 방송으로 보니까 더 좋더라고요. 이따 오실 거죠?’ 이런 대사들과 ‘한매’를 면접보고 나서 바로 뒤돌아서 ‘저, 그 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전화 대사 등을 첨가했다. 그게 원래 대사는 ‘PD님, 저 현장에 합류합니다’ 이거 였다. 그런데 ‘연출부도 아닌데 현장에 왜 합류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의견을 제시했더니 감독님도 좋다고 하시더라.

연기할 때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꼼꼼한 편인가.
글쎄, 일상 생활은 그냥 평범한 거 같다. 그런데 연기는 어쩔 수 없이 ‘내 일’ 이니까. 왜냐하면 그 인물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애정 있는 사람은 배우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그 누구도 나만큼 잘 표현할 수 없으니까 그 인물에 대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러면 어때요? 저러면 어때요!’ 하면서, “어, 아니에요? 그럼 말고요’ 이런 느낌이다.(웃음)
<소원>이나 <미씽: 사라진 여자>은 아무래도 여운이 강한 영화다. 작품을 끝낸 후 감정적인 후유증은 없나.
사실 <소원>, <경성학교>, <더 폰>, <미씽: 사라진 여자>를 연속해서 찍다보니 뭐랄까, 내성이 생겼다고 할까. 마치 만성 피로나 통증처럼 힘든데 그걸 당연히 받아들였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에 <마스터>를 찍었는데, 이 작품에선 시크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나온다. 물론 <마스터>도 그렇게까지 밝은 작품은 아니지만, 하고 나니 기분도 괜찮고 일상도 즐겁더라. 밝은 작품을 하면서 오히려 이전 작품들이 힘들었던 거라는 걸 알게된 거다. 그래서 매니저한테 ‘난 이제 밝은 작품 할거야, 담에는 코미디해야지’ 하기도 했다.(웃음)

결혼이 연기에 변화를 줬는지.
확실히 아이를 낳고 나면 뭔가 달라질 거 같긴 하다. 하지만 결혼은 글쎄, 딱히 연기가 달라진 건 모르겠고 단지 행동이 좀 편해진 건 있다.

어떤 면에서 편해졌는지.
예전에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할 때는 상대가 나를 ‘여성으로 바라보지 않나’ 이런 생각에 조심스러웠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그냥 나를 인간으로 봐준다는 느낌?

아이 낳고 나서 <미씽: 사라진 여자>를 다시 보면 너무 연기 잘했다고 스스로 감탄하는 거 아닌가.
설마, 아마 ‘왜 저렇게 했지?’ 하며 발등을 찍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내가 원래 내 연기를 절대 못본다. 볼 때 마다 ‘으악’ 한다.(웃음)

드라마 ‘매직’(2004) 이후 <마스터>에서 강동원과 오랜만에 연기했다.
음, 10년도 더 전인 거 같은데 예전 작품에서 친하게 잘 지냈고 그 이후에도 우리가 생사는 확인하고 지냈던 사이라,(웃음) 다시 만나니 편하더라. 어릴 때도 생각나고 오래된 친구가 주는 편안함 같은 거지. 동원한테 ‘너를 이 영화에서 처음 만나는 거였으면 부담돼서 어떡할 뻔 했니?’ 그러니까 ‘ ‘‘그럼, 뭐 지원씨” 이랬겠지’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윽, 재수없어!’ 이런 식으로 농담도 하고 그랬다.

작품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주변에 사람이 많아 보인다. 평소 인간관계는 어떤지.
사실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나진 않고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는 편이다. 여배우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숙제를 가지고 있으니까 해가 쌓일수록 더 친해지고 더 깊이 있게 알게 되는 거 같다. 한마디로 ‘내사람’이 된 달까. 친구가 많은 거보다는 ‘내사람’이 많은 거 같다.

공효진도 당신과 많은 얘길 나눴고 당신이 좋은 얘길 해줬다고 하더라.
그런가. 효진이가 얼마 전에 성격테스트 하는 걸 보내줬다. 해보니 내 유형이 ‘선의의 옹호자’더라. 이 타입이 전체의 1%밖에 없는 희귀한 타입인데,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가 이 유형이라고. 이 타입들이 주로 NGO 활동을 많이 한다더라.

최근 인상 깊은 일이나 기쁜 일은.
음, 요즘 국민들이 행복한 일이 있나 싶다.

역시 ‘선의의 옹호자’!

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_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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