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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웃집 아저씨를 만난 걸까 <이웃집 남자> 윤제문
이웃집 남자 |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1라운드, 탐색전! 낯선 남자와의 대화>
윤제문과의 인터뷰는 하마터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뻔 했다. 홍보사로부터 그가 인터뷰를 그리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만난 윤제문은 상상 이상으로 인터뷰를 불편해 했다. 초반, 호감을 갖고 던진 질문들은 짤막한 답변으로 흩어지기 일쑤였고, 심드렁한 웃음에 묻히기도 했다. 악의가 있다거나, 그가 인터뷰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게 아님은 분명히 느껴졌지만, 허공을 겉도는 듯한 대답에 당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초반 그와의 인터뷰는 한 판의 숨바꼭질, 한 판의 줄다리기였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드라마에는 멋진 반전이 있는 법. 반전을 있기 전, 있었던 윤제문과의 1라운드 인터뷰는 이렇다.


저는 윤제문씨를 영화 전에 연극에서 먼저 뵀습니다. 2004년에 연극 <청춘예찬>으로요.
(반갑다는 듯) 아~ 공연을 봤구나.

네. 그래서 나중에 스크린으로 만나니까 되게 반갑더라고요.
맞다. 그 때가 영화를 많이 안 할 때니까. 2004년이면, 내가 <남극일기> 촬영을 끝내고 돌아 온 바로 직후네요. 으하하하.

그 이후로, 괜히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게 됐는데 이렇게 만나 뵈니, 좋네요.(웃음) <이웃집 남자>는 어제 시사회 때 처음 본 건가요?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편집실에서 잠시 보긴 했는데, 그 때는 음악이랑 효과음 같은 게 안 들어갔을 때니까, 제대로 본 건 어제죠. 뭐, 볼만 하던데요? 하하.

무거운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파격적이더라고요. 그만큼 재미도 있었고요. 첫 주연작이라 부담도 있을 것 같고, 기분도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큰 부담감은 없어요. 그냥 전에 했던 것과 다름없이 작품에 임했고…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냥, 뭐… 그냥. 하하.

처음 시나리오를 접하고 특별히 끌리는 게 있었을 텐데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좋더라고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첫 주연이기고 했고. 그래서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여 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한다고 했죠. 보통 조연 같은 경우에는 한 가지 면밖에 보여 줄 수 없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극 중 상수는 돈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물이죠. 그런 상수라는 캐릭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 연기하셨는지요. 모든 ‘이웃집 남자’가 상수 같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
주변에서 그런 분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가더라고요. 상수는 망나니잖아요. 여자 밝히고, 자기 손해 절대 안 보려고 하고, 이익이 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고, 남 생각 안 하고. 그러면서 가족은 또 생각 하고. 그런 걸 보면, 조금 불쌍하더라고. 아등바등 하면서 사는 게. 그런 느낌을 가지고 그냥, 했죠. 뭐.. 그렇네요.
영화로 본 상수는 얄밉기는 한데,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로 다가왔어요. 시나리오 상에도 그런 인물이었는지, 아니면 연기하면서 그렇게 잡아 간 것인지 궁금하더라고요.
시나리오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틀릴 수 있겠지만, 저는 시나리오에 충실한 편이거든요. 현장에서 감독님하고 얘기도 많이 하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가지고 가는 편이라, 그냥 있는 그대로 했던 것 같아요. 하하하

노골적인 대사가 상당히 많은 영화잖아요. 대사가 왜 이리 쫀득쫀득한가 했더니 소설 ‘고래’의 천명관씨가 시나리오를 쓰셨더군요. 대사의 맛이랄까? 배우입장에서 그런 대사가 재미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노골적이어서 신경 쓰였을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셨는지.
아~ 저는 좋았어요! 입에 촥촥 감기고! 배우가 시나리오를 받으면 대사를 먼저 보잖아요? 보면 “아, 이 대사는 붙는다. 편하다”가 있고, “이 대사는 조금 힘든데?” 라는 게 있는데 이번 대사는 짝짝 붙더라고요.

들리는 것도 쫙쫙 잘 들어오더군요. 인터뷰에서 차마 밝힐 수는 없지만, 대사가 굉장히… 뭔지 아시죠? 아하하.
으허허허허허. 노골적이었지! 맞아. 아하하하.

이번 영화 같은 경우는 윤제문씨가 이전까지 보여 온 표정들을 총 집합해 놓은 작품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 그래요?

네. 분노하는 표정도 있고, 불쌍해 보이는 표정도 나오고.
그렇구나~ 하하하.

왜, 영화에도 나오잖아요. 거울을 보면서 혼잣말로 “내 얼굴이 어떤데?” 라고 하는 게. 혹시 평소에 거울 보면서 그런 생각 한 적이 있으신지요.
그렇죠, 뭐. “잘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죠. 내가 배우 얼굴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배우라면, 잘 생겨야지. 멋있게.

아니, 왜요. 송강호씨 같은 경우에도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매력 있으시잖아요.
그건 아니지! 강호 형은 연기를 잘해.

윤제문씨도 ‘씬 스틸러(주연 배우를 잊게 만드는 조연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연기자신데요.
에이~ 강호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본인에 대한 평가에 박하신 것 같아요.
그렇죠. 거짓말 같고 하니까. 내가 인터뷰를 또 잘 못해가지고. 하하…(잠시 침묵)

집에서는 어떠신지…
똑 같죠, 뭐. 다정할 때는 다정하고, 아닐 때는 툴툴거리고…
<2라운드, 반전! 유쾌한 아저씨와의 대화>
대화가 겉돌려는 찰나, 마침 녹음기에 문제가 발생해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이때를 틈 타, 담배를 한 대 피고 오겠다며 테이블 하나가 달랑 놓인 흡연 구역으로 간 윤제문. 5분 정도 지났을까? 그의 매니저가 다가와서 “윤제문씨가 기자님 괜찮으시면, 담배를 피우면서 인터뷰 하면 어떻겠냐고 하시는데요?”라고 물어 왔다. 그게 차라리 낫겠다 싶은 마음에 바로 “괜찮다”고 하고는 윤제문이 기다리는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여기서부터는 ‘배우 윤제문’이라기보다, 정말 ‘옆집 아저씨 같았던 윤제문’과의 편안한 인터뷰다.


(통유리로 둘러싸인 흡연구역으로 들어서며) 아, 여기는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군요.
담배 태우세요? (그렇다고 하자) 그럼 담배 한 대 태우면서 해요~ 자, 태우세요~ 태우세요~

(에라 모르겠다~) 그게 낫겠네요! 그럼 저도 한 개피 좀. 질문지도 그냥 덮죠, 뭐.
네네. 그럼 좋죠.

인터뷰 정말 어려워하시네요.(웃음)
(훨씬 편안해진 목소리로) 아무래도, 힘들더라고요. 불편하기도 하고. 어려운 질문을 하는데, 대답은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거 참, 생각 하지도 않았던 걸 자꾸 물어보니까 무슨 대답을 해야 하나 싶고. 솔직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인데, 인터뷰를 하니까 막 생각을 해야 하더라고요. 으허허허.

선생님 하고는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인터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거 좋지! 그게 좋은 거지! 술 마시면서 인간적인 얘기도 하고, 살아온 얘기도 하면 좋지. 그런데 내가 왜 또 선생님이에요~

아. 그럼 뭐라고 부를 까요?(웃음)
그냥 선배님이라고 해요. 윤제문씨라고 해도 되고.

선배님이 좋겠네요. 술, 좋아하시죠? <마더>에 세팍타크로 형사로 나온 송새벽씨가 “촬영 때, 윤제문 선배님이 술을 많이 사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으하하하. 내가 술을 좀 많이 먹었지. 주량이 어떻게 되냐고?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막걸리도 좋아하고. 마시다가 취하면 그냥 가는 거고~ 그런 거지. 으허허

연극할 때도 술을 많이 드실 것 같아요. 마침 <청춘예찬>을 연출한 극단 ‘골목길’ 의 박근형 선생님이 주당이시잖아요. 연극 연습할 때 술 마시면서 하는 걸로 유명하신데.
맞아. 그 양반 처음 만났을 때 마음에 들었던 게, 그런 거야. 그때 내가 극단 ‘백수광부’에 있을 때인데, 박근형이 워크샵에 연출가로 초빙 돼 왔어요. 보통 보면, 연극 연습할 때 되게 분위기가 엄숙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 양반은 의자가 있는데도 거기에 안 앉고, 우리랑 똑같이 바닥에 앉는 거예요. 그러면서 소주를 꺼내더니, “와서 술 마시면서 하자!” 이러는 거야. 그런 사람 처음 봤죠. 다른 단원들은 다들 경직 돼서 아무도 안 마시는데, 나는 ‘얼씨구나’ 하면서 앉아서 계속 술을 마셨죠. 그런 부분이 근형이 형이랑 나랑 잘 맞았어요.

연극으로 출발하셨는데, 영화로는 어떻게 넘어 오신 건가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극은 아무래도 생활적으로 힘드니까. 그래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잘 안 됐어. 2002년도에 운 좋게 <정글주스>를 하기는 했는데, 그거 이후로는 또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고. 그 때 만난 게, 2004년 <남극일기>였죠. 그런데 그걸 하게 된 것도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봉준호 감독이 추천을 해 줬더라고. 봉준호 감독하고 <남극일기>를 연출한 임필성 감독이 친분이 되게 두텁거든. 오디션에 붙어서 “신기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던 거죠.
봉준호 감독님하고는 어떻게 인연이?
<청춘예찬>. 봉 감독이 그걸 본 거야. 그걸 보고, 임필성한테 내 얘기를 했더라고. 그러면서 <남극일기>를 찍게 되고, 계속 영화 작업을 하게 된 거죠. 봉감독이랑은 나중에 <인플루엔자> <싱크&라이즈> 단편도 같이 했는데, 봉감독이 나에게 은인이죠.

그러고 보니 봉준호 감독님이 <청춘예찬>에 나온 배우들을 모두 기용하셨네요? 박해일씨도 그렇고, 고수희씨도 그렇고. 다들 <청춘예찬>에 출연한 배우들이잖아요.
그렇지. 해일이는 <살인의 추억>으로 봉감독 영화에 처음 출연했고, 여주인공이었던 수희는 <플란다스의 개>에 캐스팅돼서 작업했고. 봉감독이 골목길 배우들과는 다 작업 한 거지. 하하하.

연기자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게 <청춘예찬>인데, 이전에 다른 연극도 많이 하셨나요?
그렇죠. ‘연희단패거리’에서 했고, ‘백수광부’라는 극단에 있으면서도 작품도 했고! 그러다가 지금 ‘골목단’의 전신인 ‘76극단’의 박근형 연출가를 만나서 연극을 한 거죠. 무엇보다 근형이 형을 만난 게, 저에게는 큰 행운이죠. <청춘예찬> 하면서부터 그 형이랑 쭉 작업을 해 왔으니까.

박근형 연출가님과 차기작 계획이 잡힌 게 있나요?
형이 6월 달에 연극을 하자고 연락을 해 왔어요. “이 작품은 정상적인 사람은 할 수가 없으니까, 네가 해야 한다”고. 그래서 “왜 나한테 전화했냐”고.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인데”라고 했더니, “미친놈들이 날뛰는 연극이니까, 네 이름 올려놓는다”고 딱 말하더라고. 그래서 “그러세요, 뭐~” 그랬지. 하하. 또 5월 달에 차이무의 이상우 선생님이 공연을 하자고 했는데, 그 때 이명세 감독님 작품 촬영과 겹쳐서 아깝게 포기했어요. 외국작품을 각색한 건데, 그 작품도 참 좋거든. 욕심은 나는데, 자칫 하다가는 공연에 지장을 줄 것 같아서 포기했지.

이명세 감독님 작품에 들어가시는군요. 그러고 보면 감독 운이 참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러게. 내가 인복이 많은 것 같아. 연극하면서도 좋은 연출가를 잘 만났는데 영화에서도 그렇고 말이죠. 행운이죠.

감독님들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으시겠지만, 선배님하고 특히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분이 있나요?
봉준호죠. 봉준호! 단편도 했었고. <괴물>하고 <마더>도 함께 했으니까. 봉준호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거죠. 하하. 봉감독은 천재에요, 천재. 촬영 현장에서 보면 배우들 얘기를 많이 듣고, 장점도 잘 뽑아내고.

함께 작업하는 배우 복도 많으신 것 같아요. 아까 송강호씨 얘기를 할 때,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맞나요?
그렇죠~ 강호형은 이야~ <남극일기> <우아한 세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등을 같이 했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영화 한 편 들어가면 미친놈처럼 하니까. 한 작품에 모든 걸 걸고.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죠. 그러니까 매 작품마다 다 잘 되고 하는 거예요. 주연으로서 얼마나 부담감이 크겠어. 강호형은 머리숱이 별로 없어요.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한다는 거지.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머리가 빠지는 거야. 그런 거 보면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요. 현장에서도 정말 지독스럽게 하고. 그 에너지랑 그 열정은 놀랍죠.
제일 처음 무대에 선 게 뭔지 기억나시나요?
내가 ‘우리극연구소’ 3기였는데, 거기에서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이라는 작품의 연출가 역을 했어요. 그게 첫 무대였지. 그때 연출가 이윤택 선생님이 잘 한다고 하더라고. 못한다고 했으면 내가 연기를 안 했을 텐데, “어라~ 저 새끼 잘하네?” “저 새끼 봐라! 어라?” 이러셔서, “어, 내가 진짜 잘 하나?” 라는 하면서 기분 좋아하곤 했죠.

어땠어요? 첫 무대 올라갔을 때, 너무 떨려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는 배우들도 많은데.
아니에요. 나는 그러지 않았어. 이상하게 무대가 편하더라고. 누가 바라 봐 주는 게 참 좋고, 으허허허.

오래전부터 연극에 꿈을 품으신 건가요?
아니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름 장사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불현듯 “연극이나 해 볼까” 해서 들어간 게 ‘산울림’이야. 거기에서도 처음부터 연기를 지망하는 건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기획은 내가 잘 모르겠고, 연기는 자신이 없고. 그래서 연출을 했죠. 그 때 극장장이 지금 극단 ‘백수광부’ 대표인 이성렬 형이었어요. 그 양반이 연출하시던 분인데, 단원들 데려다가 “연극은 이론적으로도 알아야 하지만, 직접 연기도 해봐야 한다”고 해서 산울림 소극장 2층에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강의를 하면서 즉흥연기를 막 시켰어요. 하는데, 연기가 참 재밌더라고. 그래서 그 때 연극도 한 번 해 보는 게 어떨까 해서 ‘연희단패거리’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장사도 많이 하셨다고 했는데, 뭐를 했나요?
음반 도매업을 했어요. 레코드. 천안에 자리를 잡고, 서울에서 물건을 도매로 떼다가 소매상을 상대로 납품 해 주는 일을 했었어요. 그 전에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지. 노가다부터 해서 서빙도 하고, 주방일도 하고, 구두닦이도 하고. 내가 쓸 건, 내가 벌어야 했으니까. 간혹 고등학교 등록금도 내가 냈고. 그 때는 그랬지.

일찍 자립을 하신 건데, 그런 것 때문에 혹시 서럽거나 한 적은 없었나요?
그런 생각은 없었어. 내가 워낙 공부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대학 갈 생각도 크게 없었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죠. 사실, 그때 내 꿈이 클래식 기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아니면 기타 학원을 차리든가. 실제로 졸업 후에는 클래식 강사 생활도 했었고. 삼성동에 박동희 선생인가? 그 선생에게 배우고 싶어서 그 양반이 운영하는 학원을 찾아갔지. 그랬더니, “어떻게 살아왔는지”,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고. 그러면서 “연주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해서 세 곡을 연주했는데, 딱 들으시고는, “그러면 우리 애들 네가 가르쳐라” 이러더라고. 초보자 애들을 가르치면서 자기한테 배우라고. 공짜로 가르쳐 준다는 거지. 그 때 그 선생한테 배우려면 한 달에 15만원을 내야 했는데, 당시로서는 큰돈이었지. 내가 뭔 돈이 있나? 집도 어려운데. 그래서 이게 웬 땡인가 싶어서 다녔는데, 그렇게 몇 개월 생활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 뒀어요.

클래식 기타는 어떻게 시작한 거예요?
여자 때문에. 고1때 좋아하는 여자가 ‘로망스’ 치는 남자가 좋다고 했나? 으하하하. 그래서 기타를 배웠지.

또 그런 로맨틱한 면이.(웃음) 지금도 기타를 치시나요?
에이~ 안 쳐. 마음이 떠나서 안 쳐. 또 연주 해 봐야 ‘로망스’ 하나 제대로 칠까? 안치다 보니까 손도 굳고. 하하.

지금 아내 되시는 분을 연극하다가 만난 걸로 아는데요, 아내도 연극을 했던 건가요?
이 양반은 엘지 그룹을 잘 다니다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그만두고 연극을 하러 온 거예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연기를 못해! 그래서 “하지 마라” 막 이랬죠. 그러다가 결혼을 했는데, 지금도 연극을 하고 싶다고는 해요. 그런데 해서 뭐해? 으하하.

(웃음) 선배님 연기는 객관적으로 봐 주시나요?
격려를 많이 해 주죠. 못 해도 잘 했다고 해주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고 하니까. 집 사람이 되게 착해요. 천사에요! 천사! 도덕적이고. 내가 길거리에 담배꽁초 버리면 막 뭐라고 하고.
안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이제는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죠? 특히 <아이리스>하면서 얼굴이 더 알려졌을 것 같은데요.
많이 알아보더라고. 달라. 확실히 텔레비전이 무서워요. 영화를 10편 넘게 찍었어도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거든? 그런데 <아이리스> 하고 나서는 동네 마트가도 다 알아보더라고. 할머니도 알아보고. 애들도 알아보고. 예전에는 편한 복장에 ‘떡진’ 머리 하고 나가서 담배피고 했는데, 이제는 알아보니까 나갈 때도 신경 쓰게 되더라고. 한번은 잠옷 바람으로 나가서 담배 피우는데, 아파트 주민 아줌마가 쑥덕쑥덕 거리면서 “<아이리스> 나오는 분이 저런 모습으로 나와서 담배 피네?”이러는 거야. “아~ 이젠 안 되겠다” 싶었지. 하하하.

캐릭터 폭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조폭역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형사, 포수, 바람 난 남자 등 다양해요. 특히! 드라마로 가면 직업들이 더 좋아지죠.
그렇네. <종합병원2>에서 변호사 했었고, <아이리스>에서는 테러팀 팀장을 했고.

개인적으로는 <그림자 살인>에서의 캐릭터가 기억에 남아요. 특히 1인 2역이라 배우로서 욕심도 났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욕심 낼만한 캐릭터였지. 그래서 정말로 욕심도 냈고요. <차우> 촬영할 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욕심이 나더라고. 그 때 KBS 사극을 출연하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그림자 살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드라마를 포기 하고 영화를 했죠.

<그림자 살인>의 감독님이 자기 생각과 가장 달랐던 배우로 선배님을 꼽은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생각과 달리 여성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뭘까요?
그래요? 글쎄. 나이 먹으면서 내게 여성 호르몬이 나오나~ 으하하하

하하하. 이번 <이웃집 남자>는 명품조연들이 많이 모였다는 것에서 관심을 끄는 것 같아요. 함께 의기투합해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도 있고 할 텐데요.
그런데 이게 워낙 저예산이라 배우들도 크게 부담은 안 가지고 했어요. 흥행도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하고.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도 어쩔 수 없는 거고. 나는 그래요. 흥행적으로 “이건 꼭 잘 돼야 해!” 이런 부담은 없어요. 만약 이게 예산이 많아서 20억 30억짜리였으면, 그 돈을 수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겠죠. 그런데 예산이 얼마 안 되니까, 편한 게 조금 있고. 그런데 그 정도 돈은 뽑지 않겠어요? 으하하하.

함께 출연한 분들하고는 원래 친분이 있었는지요.
이 작품 하면서 만났어요. 인권이도 그렇고, 서태화 형님도 그렇고. 혁권이만 <차우>할 때 만났죠. 혁권이 같은 경우에는 내가 부탁을 했어요. 역할이 이게 혁권이가 할 역할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혁권이가 “형,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 하라”고, “언제든 가서 해 주겠다”고 해서 부탁을 했는데, 진짜 와 줘서 고맙죠. 그래서 혁권이한테 “야~ 너 주연하게 되면 다도 꼭 출연해 줄게, 꼭 갚을 게” 그렇게 말 했어요.

나중에 <이웃집 남자>가 선배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까요? 첫 주연작이라는 건 당연히 클 테고요.
그렇지. 주연! 크~ 주연이 좋은 게, 여러 가지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고, 보여 줄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그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어제 시사회 보면서 욕심 같아서는 “더 마음대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더 마음대로 하고, 더 막 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더 좋지 않았을까. 더 계산하지 말고, 느낌 그대로를 막 표현하고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워낙 예산이 적으니까 그럴 수가 없었지. 시간도 없었고. 그런 아쉬움은 조금 남는 작품이긴 해요. 그런 반면, 본 사람들이 잘 봐 주고, 좋다고 해 주시니까 고맙고.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내 연기가 나쁘지 않다고 해주니까 고맙고.
칭찬을 꺼리시는 것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도 선배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특히 아쉽던가요.
전체적으로 다 그렇죠. 대사 하는 것도 그렇고, 표현 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이렇게 표현했으면 더 맛깔났겠다 싶기도 하고. 더 헌신했다면 관객들이 더 웃을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연기자니까. 그러니까 자기 연기에 만족하지는 못하죠.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고 나서 위기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글쎄.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런 거죠. 내 연기나 내 얼굴을 관객들이나 감독들이 식상해 하면 그 때는 막말로 안 쓸 거 아니에요. 그런 생각이 들 때, “그럼 뭐 하지?” 싶죠. 하지만 저는 “그런 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이런 주의에요. 지금 고민 해 봤자 쓸모없는 거고. 그 때 정말 그렇게 되도 살아 갈 길을 찾겠지, 뭐.

인터뷰 준비하다가 흥미로운 걸 발견했는데, ‘도’에 관심이 있으셨다고요. 그 얘기를 좀 들을 수 있을까요?아, 그거? 으하하. 고3때, 그룹사운드를 만든답시고 친구들이랑 광화문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 “도를 아냐”고 하더라고요. 친구들한테만 얘기를 하고 나는 쳐다도 안 봐. 그런데 정작 친구들은 아저씨한테 썰렁한데, 나는 솔깃하더라고. 그래서 “그럼 나랑 갑시다!”해서 혼자서 따라갔지. 따라 간 도장이 건대 어딘가에 있었을 거야. 가서 한복 입고, 입도식 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출근했지.

선배님도 나가서 “도를 아십니까?”를 했나요?
했지. 전도도 많이 했어. 한 30명쯤 했나. 나중에 지도부까지 올라갔는데, 반년 정도 다니다가 “에이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 뒀죠.

그 때, 뭐가 선배님의 마음을 움직인 건가요?
그게 도 닦는 거잖아요. 정신세계를 대해 얘기하고. 지구를 얘기하고, 우주를 얘기하고. 그러면서 인간에 대해 말하는데, 혹 하더라고요. 또 따라 갔더니 다 대학생 형들이야. 내 또래는 없고. “설마. 형들이 거짓말을 하겠어?”라도 여긴거지.

호기심이 많으신가 봐요.
응.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막 해 보고 싶고.

그렇다면 작품 선택할 때 어떤 거에 가장 큰 호감을 느끼나요?
시나리오지. 김지운이나 봉준호 같은 감독에게 제의가 들어오면 무조건 하는 거고, 그게 아니면 시나리오. 나는 웬만하면 다 합니다! 그렇게 까다롭지도 않고! 돈 주니까. 으하하

마지막으로 <이웃집 남자>를 어떤 분들이 와서 봐 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18세 관람가이긴 하지만요.
글쎄. 많이 왔으면 좋겠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내 나이또래의 중년 남성들이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뭐, 우리 나이 또래에 돈 있는 사람은 그렇게 놀지 않겠어요? 또 내가 상수 같은 캐릭터를 주위에서 많이 봤고. 하하하.

혹시 선배님은…
에이~ 나는 아니지! 하하하

저는 정말이지 오늘 배우보다 이웃집 남자랑 인터뷰 한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으하하하하.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0년 3월 19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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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mo
잘 봤어여~   
2010-03-22 15:55
bjmaximus
존재감 있는 배우   
2010-03-22 13:13
hujung555
좋은배오   
2010-03-22 12:45
leena1004
잘봤습니다~   
2010-03-22 11:22
kimgu80
기대할께요~   
2010-03-20 23:48
ldh6633
잘봤습니다~   
2010-03-20 23:47
ehgmlrj
배우같지 않은 배우 같아요..ㅎ   
2010-03-20 22:32
biophysics86
기대할께요..   
2010-03-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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