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대작 중 하나인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비교적 신선하게 출발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오프닝 시퀀스나 확실하게 망가지는 차태현의 모습은 본작의 제법 당찬 포부처럼 여겨지지요. 그러나 그리 오래 버티지도 못한 채로 [첫사랑..]은 허공에서 부서져버립니다.
최근 몇년 동안의 한국영화 선전 속에서 가장 재미를 본 장르는 단연 코미디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의 정서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그러나 [첫사랑..]은 좀처럼 공감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러한 경향에 반하는 영화입니다. 산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구성은 더이상 트렌드라고 잡아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인물들의 감정선은 도무지 가닥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산만한 영화는 코미디와 멜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급기야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리지요.
손태일 역을 맡아 슬랩스틱성 짙은 연기를 시도한 차태현은, 아무런 진보도 없이 이미지의 차용에 의존합니다. [엽기적인 그녀]와 [연애소설]에서 보았던 모습,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작품성을 따져보았을 때, 본작에서의 연기는 퇴보에 가깝지요. 그나마 약간은 공감이 가는 영달 역의 유동근은 무난한 수준의 연기를 보여줍니다만, 어차피 본작의 중심을 잡아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리고 걸작인 것이 손예진의 캐릭터, 주일매이지요. 복잡함을 초월해 조잡함마저 느껴지는 성격 설정, 특히 초반부에 이해하기 힘든 극중 역할, 결정적으로 손예진이라는 배우와의 부조화. 이쯤되면 거의 처참할 지경입니다.
'첫사랑'만큼 애틋한 단어도 좀처럼 없지요. 그러한 애틋함을 본작에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분노에 가까운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멜로라면 응당 관객의 몰입을 유도해야 합니다. [첫사랑..]의 멜로는 그래서 엉성한 것이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들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설정. 리얼리티라는 필수 비타민의 결여로 인해 허약 체질이 되어버린 [첫사랑..]은 관객에게 허탈한 웃음만 남겨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