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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첫사랑도, 못지켰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rose777 2003-06-23 오전 1:42:22 1300   [9]

[첫사랑사수궐기대회(이하 : 첫사랑)]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과욕]때문이다. 유일한 장점 - 차태현의 유연한 연기(그것이 조금 지나치다 해도, 그것마저 없었다면 이영화를 우리는 언급조차 하기 싫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 그의 연기는 가치있다.)를 제외하고서는 나는 매우 불행하게도, 이영화에서 단한가지의 장점도 찾아내지 못했다.

자, 위에서 언급한대로 불행한 이 리뷰는 아마 [첫사랑~]의 단점들을 낱낱이 해부하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득차게 될것 같다. 부디, 용서하시길.

[첫사랑~]의 시도는 순수하다. 그 정도가 , 얼마나 순수하냐면 이영화는 , 질서가 짓밟히고 양심이 쉽게도 찢기는 요즘같은 세상위에서, 한남자가 감히! 첫사랑을 지키겠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에만 집중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 아주 솔직히 말해 이영화에서 대중을 끌어들일 매력포인트를 찾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새롭지 않은 소재에, 낡은 드라마, 진부한 캐릭터라니! 그렇다면, 영화를 흥행시키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 모든이들은 "코미디"라는 요소를 차용하지 않을수 없었을것이다.

[차태현]과 [손예진]이라는 젊은 아이콘을 띄워놓은 이 낡은 바탕화면이 상업영화 시장에서 주목받기 위해서, 그들이 선택한 최선책은 [소동코미디]였다는 사실은, 결정적으로! 그것이 "진심"과는 거리가 먼 - "흥행"을 노린 상술이라는 점에서 그 신선함을 잃는다0. 물론, 충무로 첫번째 연출인 오종록감독의 확인되지 않은 역량에 기대어 이영화를 순수함에 촛점을 맞춘 영롱한 영화로 만들겠다는 다부진 또다른 [과욕]을 내지르지 않은것은 어찌보면 오히려, 불행중 큰 다행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그 아련하고 지극한 이미지를 단숨에 파괴하고 배반하는 이 사수대회는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주인공 손태일(차태현)과 주일매(손예진)이 손태일의 어머니의 젖을 물고 있는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말해주듯, 이영화는 어쨌든, 조용하게 사랑을 노래할 의도는 애초부터 없다. 수십명의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다리밑에서 일매를 달라고 궐기대회를 하고 있는 손태일의 피끓는 절규에서 시작되는 이영화는 시종일관 제발 부탁이니 웃어달라며, 관객의 귓가에 애절한 [절규]를 바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절규가 적절한 리듬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첫사랑]을 사수하겠다는 이 혈기왕성한 남자와 딸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일주의 아버지의 구도는 보통의 헐리웃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재미있는 구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고 매씬마다 북적이는 사고와 사건들로 무리하게 얼버무리려고 든다. 조금만 이야기가 느슨해도 , 요즘의 관객들은 지루해하고 만다는 속설에 지독히도 얽매여 있는 이, 영화는 조금도 쉬려하지 않는다.(불편하고 불쾌한, 상업성.)
손태일의 성장드라마라고도 볼수 있는 이영화는 충분히 손태일의 심정적 갈등과 슬픔이 존재했을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그의 진지한 면모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혹한 가해자, 일매와 일매의 아버지의 사연을 차마 눈을 뜨고 볼수 없는 작위적인 방법으로 후반부에 풀어냄으로써, 더이상 관객은 이영화에 기대할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고맙게도)입증해준다.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차태현의 개인기에 90%이상을 기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이영화는 대부분의 흥미적 요소를 차태현에게 책임지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진정한 [남자]로서 재탄생시켜내지 못한다. 일매와 결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악전고투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것마저 코믹하고 우스운 방법(코피-육탄전-끊임없는 소동)으로 그려냄으로써 "사랑의 고귀함"을 진심으로 건드리지 못한다. [사생결단코미디]라는 카피에 지나치게(?) 충실한 이영화는, 마치 - 수십일을 굶은 들짐승이 발견한 먹이를 향해 달려가는 형태처럼 다급하고 서두를 뿐이다. 왜 서두르고 있는지, 마치 본인들 조차 모르는것처럼 보이는데도 말이다. 이에 , 후반부의 그들이 [반전]이라고 부르는 너무나 남루해서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은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시작 몇 분이 되지 않아. 누구나 알아채는 주일매의 비밀을 무슨 대단한 일인것처럼 온갖 무리한 장치들을 사용해서 007작전보다 더 삼엄한 경비를 펼치며 숨기는 상황들은 오종록감독이 연출했던 SBS드라마 [피아노]의 존재마저 의심케 만드는 절망적인 순간이다. (아무리 상업적 성공에 압박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 남루한 선택을 그가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우리가 [피아노]를 보면서 수십일의 밤을 피울음으로 넘긴 사유는 연출자의 덕이 아니라 작가 김규완의 온전한 덕이었을 뿐이라고 믿어야 하는건지. 곱씹어 보게 한다. TV드라마 프로듀서들의 대부분의 충무로데뷔작이 실패였음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 빚어낸 또 다른 실패라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연애소설]을 보고 셀수없는 눈물을 쏟아내고, 그 전형적인 멜로영화 [클래식]을 보고서도 (작품에 대한 호감도와는 별개로)끊임없이 울어댄 나는 [첫사랑~]을 보면서 단한순간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심정이 동요되지 않았으니, 눈물이 나올리 없는것은 당연하다. 후반부의 그들이 말하는 [반전]에서 자신의 부인의 묘지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유동근씨의 단독씬에서 우는 관객들을 몇몇 발견하긴 했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울지 않았다. 전후상황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한번도 진심으로 건드리지 않는 영화의 소란스러움에 2시간가량 지칠대로 지쳐있던 나는 중반부가 넘어가는 순간 이미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완전하게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으려고 시종일관 애쓰는 이영화의 숨가쁜 호흡이 만약,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의 힘으로 버무려 졌다면 (작품성과 완성도를 떠나 )[색즉시공]과 같은 돈되는 상업영화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감독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감정의 고리를 자르는 이해할수 없는 씬연결(편집의 문제도 상당하다.), 007음악등을 차용해서 관객을 웃기려 드는 의도, 결정적 장면. 일매의 결혼식 씬들을 연출한 결과는 그 가장 뚜렷한 증거물이다.
크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일매의 결혼식장면에서 우스꽝스러운 오버액션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조연들(나는 성지루씨가 왜 이영화에 출연했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의 뛰어난 에드립마저 불편하게 느껴진것은 이영화가 처음이었다. 물론, 온전한 감독의 탓이다.)과 불편한 과장된 설정들은 충분한 울음바다를 조성할수 있는 상황들을 조금도 우려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얼마전 가진 지면 인터뷰에서 [더이상 가능성을 입증받는 배우라는 말은 지겨워요.]라는 자신감의 말들을 쏟아낸 배우 손예진의 연기에 대해서는 분명히 언급하고 지나가야 할것같다. 출연한 모든 멜로영화에서 [죽음]과 [불치병]의 이미지를 머리위에 얹고 이동했던 그녀의 동선구조는 이영화에서 제발, 부탁인데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단, 서너편의 (삼십편에 출연했어도 그러한 말들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하지 않는게 당연하다.)영화로 우리는 그녀의 [가능성]을 본적도 없고 [재능]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그녀의 출연작중 [클래식]에서 보여준 연기는 그 서너편의연기중에서는 가장 뛰어났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첫사랑]에서 우리는 그녀의 발디딤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가를 확인할수 있었다. 들떠있는 음성, 자연스럽지 못한 제스츄어, 한껏 찌푸린 인상에 코끝이 빨개지는 매번 같은! 눈물연기를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아무런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는다. 물론,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신인여배우이지만, 충분한 노력으로 끊임없는 성장을 보여줄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작업으로 보아선 여전히 그녀의 연기력과 가능성을 입증해줄 증거물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 (차태현의 연기와 비교하여 상당히 평면적이다. 아무리 작위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것을 자처했다지만, 그인물에서도 뿜어나올 페이소스가 있는것이고 스펙트럼이 있는것인데. 마냥 주어진 구역에서 눈물짓는일 외에 다른 여지는 전혀 찾아볼수 없다.)

이영화는 물론, 아주 빤하게 만들어진 - 너무나도 쉬운 , 근래 성공한(상업적인면만 말하고 있는것이다.)대부분의 코미디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무리수 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소한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차용했다면 그것에 대한 "아련한 슬픔과 안타까움"의 이미지정도는 어설픈 방식으로나마 그려내줬어야만 했다. 그것은 세상 모든이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첫사랑]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다. 그토록 간절하게 이뤄내고 싶었던 첫사랑이 결국 이뤄지지 못했던 사유가 결국! 그것! 때문이었다니. 정말 맥빠지는 순간이 아닐수 없다.

상업적 흥행만을 노린 [첫사랑~]은 그 순수한 의도마저 퇴색시켜버리는 우울한 완성품이다. 상반기 잊고 싶은 작품의 반열에 이영화를 올릴수 밖에 없는 이 비통한 심정은 스크린쿼터로도 지켜지지 않는. 단 3-4일만에 극장에서 내쫓기는 우리들의 소중한 영화들을 바라보는 지금의 내 심정이다. 만약 스타성을 이용한 - 이만큼 - 작위적이고 소란스러운 작품들만이 끊임없이 흥행하는 시장이라면, 스타를 기인하지 않은, 의도있는 시도들은 잊혀질게 뻔하다. 한국영화시장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되도록이면, 이런 컨셉영화제작만을 위한 시도들은 이쯤해서 그만두어지길 바란다. 우리는 쉬고 싶다. [살인의 추억]만큼의 걸작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켜라]의 실험성을 기대하는것도 아니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작품을 만나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나친 기대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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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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