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한번째 엄마]...
저예산 영화인데, 톱스타인 배우 김혜수가 출연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것도 그녀가 먼저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서
출연하게 되었다는 얘기 때문에
영화 개봉되기도 전에 많은 관심을 받은 영화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밤새 울었던 그녀는..
결국 영화에 출연을 했고..
그동안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번에도 역시나 '파격'이라는 단어를 몰고 다닌다.
제목이 열한번째 엄마인 만큼 엄마 역할을 맡았는데,
솔직히 엄마보다 '여자'라고 했고..
엄마가 되는 '여자'를 연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그녀는 '여자'였다.
외로운 여자, 자신도 모르게 엄마가 되어 가는 여자.
인터뷰에서 그녀는,
엄마라고 해서 모성애를 그리는 영화이기보다
외롭고 상처가 많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아이와 여자의 휴먼드라마에 가깝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녀의 엄마 연기가 좀 어색했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어색한 엄마야 말로
그녀가 연기한 '여자'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게도 조금씩 어색하게나마 엄마가 되어 가는 그 모습이
더 안타깝고 찡한 감동을 주었으니까.
딱 봐도 평탄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지는 않은 한 여자가..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생활'하며 사는 아이에게
열한 번째 엄마로 다가왔다.
아빠라는 존재는, 차라리 없는 게 나아 보인다.
서로 완전히 무시하고 살자던 열한 번째 '엄마'와
그런 엄마는 필요 없으니 제발 좀 나가라던 어른 같은 아이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도 모르게 정이 들어 가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내내 흐르는
이승철의 "무정"과 너무도 잘 어우러진다.
(거참.. 그놈의 '정'이 뭔지...)
두 사람이 진짜 엄마와 아들이 되어 가는 과정과 함께 보여지는,
진짜 모자지간인 김지영*황정민 커플(?)도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두 사람을 그저..
영화에서 재미를 주는 양념 정도로만 보았던 것 같은데,
내게는 두 사람이야말로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성'을 보여주었기에 없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배우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의 배우인 황정민이
그런 조연급으로 출연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말할 것도 없이 멋진 선택이며 진짜 배우의 모습이라는 것을
굳이 티내서 말하면 입 아픈 일이다.
아무튼,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정말 카멜레온처럼
지지리도(?) 한심한 백수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
그리고 그런 그가 또 한번의 사고(?)를 칠 뻔한 장면..
거기에서 나는 이 영화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축약한 것을 보았다.
옆에서 혼내는 엄마에게 백수 아들 백중이 말한다.
"엄마, 나 배고파. 밥 줘."
"이놈아, 밥이... 그래, 가서 밥 먹자."
그렇다. "밥"
이 세상 엄마치고, 자식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챙기지 않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거의 없다.
하루에 한 번도 안 빼놓고 묻는 게 아마 밥일 거다.
여자와 재수가 좀 특별한 모자지간이라면..
백중과 백중 엄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자지간이다.
그러나 결국 이 두 커플은 '밥'에서 일치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솔직히, 크게 봤을 때 이 얘기는 뻔한 감동을 예상하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정말 잘 보았고,
주변인에게 추천할 것이다.
배우 김혜수가 출연했고,
어린 배우 김영찬의 연기가 훌륭하고,
김지영*황정민 커플도 영화를 빛내고 있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연극배우-김동현 씨도 한 장면 나온다.
그 잠깐 동안 나는 그를 발견하고 말았다. ^^)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겨울.. 이 영화를 본다면 한번쯤은 다들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평소에 엄마한테 잘 못하는 나도, 이 영화를 보고 들어가는 길..
엄마가 좋아하는 호빵이라도 쫄레쫄레 사들고 갔으니 말이다. ^^
특이한 엄마가 아이에게 진짜 엄마가 되는 일.
영화는 주구장창 울게 하는 대신 진짜 엄마 얘기를 보여주어
내겐 더 없이 진한 감동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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